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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등반지

글: 정민디

 

 

웅장하지만 유순한 8,200m 고봉

재미한인산악회 티벳-네팔 횡단 등반기 <10>
입력일자: 2010-0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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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번째 봉우리 네팔과 티벳의 국경에 우뚝
산밑의 유목민 들판엔 많은 무리의 양떼 유유자적
설산과 사막 풍경 조화이룬 고원 상쾌한 트레킹


■ 초오유 봉

푸른 새벽을 제치고 에베레스트가 하얗게 솟아났다. 떨어지지 않는 아쉬운 발길을 뒤로하고 랜드크루저는 흙먼지를 날렸다. 오늘은 머지않아 등반할 예정으로 있는 초오유 베이스캠프를 정찰한다. 가는 길 도중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하지 못했던 트레킹을 하기로 한다. 연일 차로만 이동해서 걷고 싶었다. 5,2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강도 높게 고소적응을 해서 앞으로의 일정은 끄떡없을 터이다. 

우리 대원 18명을 황량한 땅에 내려놓고 6대의 차가 먼저 떠났다. 오늘 적어도 4마일 이상 걸을 작정이다. 재미한인산악회(KAAC)는 LA 근교의 산 정상까지 10-15마일 정도를 매주 등산을 하기 때문에 티벳의 높은 고도에서 훈련을 겸하는 셈이다. 멀리 보이던 차도 사라지고 도로도 보이지 않는 잔돌 길을 걷는다. 올랐던 구릉을 다시 내려가니, 보기 드문 습지가 있어 키 낮은 풀들이 자라고 있다. 풀 숲 근처 시냇가에는 반짝반짝 크리스탈 같은 물이 흘러가고 있다. 실개천을 펄쩍 뛰어 건너니 꽤 많은 무리의 양떼가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다.

유목민의 하얀 천막 속에서는 목동이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일까? 어느 덧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사방에 보이는 모래 산들이 미국의 데스밸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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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를 충만감으로 온몸의 세포가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발걸음이 바람에 나부끼듯 가볍다. 내 안에 영성이 충만해져 티벳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깃들어 있는 ‘만트라’를 생각한다. 만트라는 모든 경전의 말들을 가장 짧은 언어로 줄인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내 입안에서 웅얼웅얼 뜻 모를 나만의 만트라를 반복했다. 하늘과 초원, 시냇물, 양떼들의 색의 조화로 내 고독의 원천이 그 곳에 있는 듯 광활한 자유는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덧없는 삶에의 유혹을 벗어나라. 자만심으로부터, 무지로부터, 어리석음의 광기로부터 속박을 끊을 때, 그대는 비로소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되리라“

일찍이 탄트라 불교의 이념을 티벳인에게 전한 ‘파드마 삼바바’가 한 말이 가슴에 전해 왔다.

마을의 한 농가를 찾아가 부엌을 빌려 점심을 해결하기로 의논했다. 도시에서 멀리 떠나와 밥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어떻게 사는가도 궁금했다. 마을은 추수가 끝나 적요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농민들이 정다운 눈길을 보낸다. 가이드 텐진에게 벼농사 짓는 이 넓은 밭들이 개인 소유냐고 물어 봤더니, 티벳의 모든 땅들은 나라 소유인데 농민들에게 임대를 해주고 세금을 받는다고 한다. 

덧붙여 교육 문제를 물어 봤다. 초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인데 학교가 없는 이런 오지 마을 아이들은 도시로 나가 기숙사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수업은 티벳어 대신 중국어를 공영어로 교육시키기 위함이라 한다.

우리가 방문한 집은 가족 3대가 사는 중농 정도의 가정으로 보였다.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기로 하고 야크 똥을 연료로 하는 난로에 물을 끓였다. 꽤 넓은 방 한가운데 난로가 있는 곳이 부엌이고, 벽 쪽으로 쭉 둘러 침대가 있는 데 온 가족이 한 방에서 기거하는 구조다. 동네 분들과 얘기하면서 밥 먹으며 오랜만에 고즈넉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다시 비포장 길을 두 시간 남짓 달려 초오유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세계 6위의 고봉 ‘초오유’는 네팔과 티벳의 국경지역에 걸쳐 있다. 초오유라는 산 이름의 초오(Cho O)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성’(神性)을 뜻하는 ‘초’와 여성을 뜻하는 ‘오’의 합성어로 여신을 의미한다. 여기에 터키 옥(玉)을 뜻하는 ‘유’를 합쳐 초오유는 ‘터키 보석의 여신’ 또는 ‘청록 여신이 거주하는 산’ 이란 뜻이 된다. 

이 산은 대부분의 히말라야 고산들이 그러하듯이 남면, 즉 네팔 쪽은 상당한 급경사에 장장 2km에 달하는 넓고 긴 벽을 형성하고 있으며 북면은 비교적 완사면으로 형성되었다. 이 산만을 대상으로 한 정찰기록은 1952년 에베레스트 남면 정찰 대원이었던 에드먼드 힐러리와 헤릭 쉽튼의 의해서 북서릉 6,800m까지 접근한 기록이 유일하다. 이후 1954년 오스트리아의 강력한 경등 반대에 의해 초등이 이루어진다. 

당시 이들은 네팔과 티벳 간의 교역로이자 남체 바잘에서 가까운 낭파라(Nangpa La 5,716m)를 넘어서 북서릉을 통하여 등정에 성공했다. 이들은 8,200m가 넘는 고소임에도 불구하고 산소 보급 없이 등정에 성공하였다. 

8,000m급 산 중 가장 오르기 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초오유의 둥글둥글 온순하게 생긴 모습이 우리의 등반을 따듯하게 품어줄 것 만 같았다. 다른 등반대의 세르파들과도 만나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나누었다. 대원들은 아주 꼼꼼히 초오유를 느끼고 돌아섰다. 


IMG_4123.JPG 올


드 팅그리 마을로 돌아왔다. 게스트 하우스에는 유럽에서 온 팀들로 붐비고 있었다. 초오유와 시샤팡마와 가까운 소도시여서 이곳에 머무는 것이다. 하루 종일 흙먼지를 뒤집어 써 잘 씻고 싶었으나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전력이 모자라 물을 데울 수가 없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는 앞뜰의 햇볕이 좋아 해바라기를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찬물에 머리를 감았다. 살랑살랑 미풍이 불고 햇볕이 따뜻했다. 오늘은 여행 10일째이고 티벳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짬짬이 토너먼트로 한 윷놀이가 아직 우승자를 가리지 못하고 결승이 남아 식당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내일 지나면 쓸 수 없는 중국 돈이 상품이라던데….

티벳에서 일정이 끝나는 내일은 8,000m급 산 중 유일하게 중국 국경 안에 위치한 시샤팡마(8,012m)를 정찰하고 네팔과의 국경 도시인 장무로 간다. 

<수필가 정민디>

설산과 사막 같은 풍경의 고원이 조화를 이룬 지역에서 대원들이 트레킹을 하고 있다.

해발 8,200미터가 넘는 세계 6위의 고봉 ‘초오유’의 웅장한 모습. 네팔과 티벳의 국경을 이루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티벳인들은 문명의 때가 아직 묻지 않은 척박한 땅에서 생활하지만 자연과의 조화 속에 수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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