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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리 '하늘길' 달려 히말라야로 
하늘 철도를 갔다 왔고, 월간 [사람과 산]과 미주한국 일보 연재를 시작했다

입력일자:2006-09-29 

 

▲ ■신영철씨 


<소설가 신영철씨 중국 칭짱열차 탑승기 

역사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길(路)도 진보한다. 
금단의 땅, 은둔의 땅, 세계의 지붕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은 땅을 기차가 
관통했다. 그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오른 단상이 그것이었다. 
평균 해발 4,500미터가 넘는, 그 황량한 티베트 고원을 수천톤의 철마가 
횡단한다니. 
티베트가 어떤 곳인가. 높기도 하거니와 쿤룬산맥, 탕그라산맥, 히말라야로 
에워싸인 불모의 땅이다. 


 

<우뚝 솟은 히말라야로 향하는 칭짱철도>


나는 여러 번의 히말라야 등반을 통해 이 곳을 잘 안다. 헬리콥터 조종
교본에도 비상시 아니면 체류하지 말라는 아득한 높이의 땅덩어리.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지도상 공백으로 채워진 곳. 고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구 동토층인데, 그 곳을 쇳덩어리 기차가 달린다는 거다. 
그 계획을 처음 듣고 놀라운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것이 
실현되었다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비행기 갈아타는 번거로움과 서류상 복잡함을 벗어나 기차 타고 히말라야 가는 일도 가능하단 말인가. 




<북경- 라싸간 4,065km를 달리는 칭짱철도【?필자 신영철씨(으Β?와 유학생 통역 차명수씨.>


산소가 희박한 만큼, 인구 밀도도 희박한 그 곳에 철길을 놓은 중국의 속내야 이미 세계가 다 알고 있다. 티베트를 병합한 중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뜻에 따라 만들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렇더라도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라면 발품을 아끼지 않는 산악인에겐 희소식이었다. 
티베트 쪽 히말라야 등반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여정을 거쳐야 하는가. 
홍콩, 혹은 방콕을 거쳐 네팔로 입성하여 다시 중국으로 가는, 그 긴 여로가 
획기적으로 줄 것은 분명하다.



<북경~라싸 4,065km의 구간을 달리는 만리장철 칭짱철도. >


북경 ~ 라싸 4,065km, 하루 1회 운행
티베트 깨운 중화… 서북공정의 경적

차가 출발하는 북경이나 중간의 정차 역 시안, 또는 청두까지 한국 비행기가 
운항하고 있으니 시간의 절약은 틀림없는 일이다. 시간의 절약은 경제적 
이점으로 기능할 것이고, 식량 장비 등, 수 톤이나 되는 물량 수송도 
용이하다. 그것보다 등반 대원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티베트로 입성하는 것은, 퍽 효율적인 운행이다. 그것뿐일까. 만약, 이 새로운 루트의 효용성이 
입증된다면 등반 전초기지 역할을 해 온 네팔의 의존도는 그만큼 줄 것이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걸 검증하기 위하여 생생한 현장 르포를 가기로 결정했다. 실크로드의 대척점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스틸로드(Steel Road) 타고 히말라야로 향했다.
티베트 고원도 광의의 실크로드였다. 티베트와 인도 사이, 히말라야 고개 ‘나투라’가 그 고갯길이다. 아득한 옛날, 목숨을 담보한 채 몇 년을 타박타박 걸었을 실크로드를 기차 타고 가려는 것이다. 



북경, 티베트까지는 기차로, 티베트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시샤팡마 
베이스캠프까지는 랜드크루저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 후 다시 육로로 히말라야 고개인 ‘라룽라’ 5,050m를 넘어 네팔로 입국한 후, 방콕을 거쳐 귀국하는 일정이 완성되었다.


 

<▲칭짱철도는 영구 동토층이 많아 교량공사가 구간 곳곳에서 실시됐다.>


문제는 기차 표였다. 7월1일 개통된 T27 북경-라싸간 기차는, 하루 한 대
뿐이었고 이미 표는 연일 매진되어 도저히 구할 길이 없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인해전술로 각인된 사람 많다는 거 아닌가. 중국 당국의 
대대적 ‘칭짱철도’ 개통 홍보에 엄청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중국인들에게도 티베트는 미지의 세계였고,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까지 나서서, 이 하늘 철도(天路) 건설을 칭송하고 있다. 산샤댐 완공과, 선저우 유인우주선 발사, 그리고 이 하늘 철도 개통을 근대 중국의 3대 업적으로 당국은 홍보하고 있었다.
그 결과, 엄청나게 인파가 몰리자 이번에는 여행 자제를 호소하는 공고가 
붙었고, 여행사에서는 아예 손님을 받지 않는 사태를 야기했다. 당연히 라싸행 기차표는 귀하신 물건이 되었지만, 길 없는 길 만들어 가는 게 주특기인 
산악인에게 못 오를 정상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8월24일, 우리는 북경으로 떠났다. 
라싸로 가는 칭짱철도 출발지는 북경 서역이다. 자금성 성문을 닮은 거대한 
구조물이 인상적이었는데, 중국답게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역 
구내에는 ‘티베트를 여행하려는 외국인은 입경 허가서를 받아야 된다’라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혹시 여정에 차질이 생길까,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한 
그 입경 허가서를 받기 위해 고생한 생각이 떠올랐다. 
북경에서 합류한 유학생 통역 차명수(23)씨의 재치로, 우리는 포터를 동원해 
다른 출구로 미리 기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도 가장 쾌적한 기차라는 소문대로 우리가 배정 받은 ‘잉워’로 불리는 6인실 침대칸은 깨끗했고 
제복의 승무원들 역시 친절했다. 



<시안 역부터 붉은 가사를 입은 승려 등 티베트인이 많아졌다.>


밤 9시30분 정각, T27호 라싸행 기차가 사람들을 꽉 채운 채 정시 출발했다. 
기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하자, 티베트로 가는 첫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과연, 후년으로 다가온 북경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까 걱정했던 
북경의 스모그에서 해방된다는 것이 즐거웠다. 이 철도의 다른 애칭은 만리장철(萬里長鐵)이다. 서울-부산간, 10배 정도 길이의 4,065km를 이어 달리기 
때문이다. 무궁화호 속도로, 47시간30분 동안 타고 가면,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도착한다. 기존 철도로 칭하이성(靑海省)의 거얼무에 도착하면, 거기부터 
라싸까지 이어지는 이 철도를, 중국 당국은 칭짱선(靑藏線)으로 부르고 있다. 이 구간이 이번에 개통된 것이다. 세계 최고 높이를 달리는 기차는, 역시 
최고로 높은 역전인 탕구라 역을 지난다. 그 곳은 알프스 몽블랑보다도 높은 해발 5,072m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이 기嚥?‘티엔루’(天路) 즉 ‘하늘 길’
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전체 15량 수천톤의 이 육중한 철마가 평균 4,500미터 티베트 고원을 등반하듯 올라 종단한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고산에 사는 소 야크 옆으로 기차가 질주하고 있다.>


일찍 잠들기에 적당하지 않았으므로 식당 칸으로 옮겼다. 고도를 높이면, 
고소증 때문에 마시지 못할 축배를 들기로 했다. 농담이겠지만 후진타오 주석 만나기보다 힘들다는 표를 확보했고, 입경 허가서를 받는 어려운 과제를 
풀었으니, 스스로 축배를 들 일이었다. 카펫까지 깔려 있는 식당은 꽤 품위가 있어 보였고, 결과적으로 그 곳은 기차 여행을 마치는 라싸까지 우리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기차 본체에 써진 속도는 시간당 160km였다. 최고 속도를 나타낸 것인지 
모르나 우리가 혼곤한 잠을 자고 일어난 사이, 이미 기차는 낯선 풍경 속을 
달리고 있다. 희붐한 아침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모하비 사막만 지평선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이 곳 역시 그랬다. 다만 사막과는 다르게 창 밖으로 
질펀한 옥수수 밭이 끝간 곳 없이 펼쳐져 있다. 이렇게 경작 가능한 땅이 
많으므로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도 먹거리는 넘쳐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은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넓은 국토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작 가능한 땅으로는 세계 최고의 넓이다. 

기절하듯 푹 잠자고 아침에 깨어나면 힘이 솟는 것처럼, 중국도 질곡의 역사를 뒤로하고 거듭 깨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북경 도심지에서 
인력거 끌며 휴대폰 
거는 혼돈이지만 이제 누구도 중국의 힘을, 저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고 보면 미국을 닮았다. 미국처럼 중국 역시 서부개척 황금시대를 
‘서북공정’이다. 지금 한국을 열 받게 하고 있는 ‘동북공정’은 그래서 
심각하다. 원, 청나라를 세운, 소수민족 역시 중화사상이라는 블랙 홀에 
녹아들어 중국에 동화 된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티베트의 독립 운동에 
유혈 진압이 있었고, 독립을 위한 달라이라마에게 보내는, 세계의 동정 어린 
시선도 있으나, 중국의 귀에만 들리지 않는다. 만만디 정신으로 꾸준하게 중국 서부개척 시대를 준비했고 이렇게 중화시키며 티베트를 열고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티베트인들조차도 독인지 약인지 헛갈리는 칭짱철도다. 




<칭짱철도 개통은 현지 TV 방송에도 관심거리다. 개통된 지 2달이 넘었지만 리포터들이 역에 나와 계속해서 기차를 취재하고 있다.>


진시황릉으로 유명한 실크로드의 출발점인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중간에 한번 정차 한 후 꼬박 12시간을 달려 온 셈이다. 이 기차는 라싸까지 통과하는 각 성의 성(省)도 6개 도시만 정차한다. 그야말로 쾌속이라 할 수 있다. 성 하나는 한국 국토의 몇 배 크기를 가지고 있다.

허베이(河北)성 성도, 스자좡(石家莊), 산시(陝西)성 성도 시안(西安), 간쑤(甘肅)성 성도 란저우(蘭州), 칭하이(靑海省)성 성도 시닝(西寧)과 거얼무(格爾木), 시짱자치구 나취(那曲) 등 5개성 6개 역에만 정차하는 것이다.

하루 밤 같은 침대칸에 있던, 북경 서북과학기술대에 재학 중이라는 아가씨가 시안에 내리려고 짐을 챙긴다. 
“이 철도가 개통 된 후 사람들 생활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우리 학교 동기 중 한 명이 라싸가 집인 사람이 있는데요, 일 년에 집을 
한번 가기도 힘들었어요. 같은 중국인데도 말이죠.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는 
거죠.”
스스럼없이 티베트를 ‘같은 중국’으로 호칭하는 그녀의 말이 다소 
생경했으나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국가의식은 이 기찻길로 해서 더욱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희박한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는, 티베트에 
철도를 건설한 백가지 이유 중 또 하나가 되니까. 칭짱고원 들머리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1,042km가 나의 관심 구간이다. 탕구라 산맥을 넘는 그 공사에 대략 4조3,00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자료는 밝히고 있다. 거리에 비한다면 
많은 공사비라 할 수 있는데, 공사구간 80% 이상 차지하는 960km가 평균 해발 4,200m 이상이다. 그중, 서울 부산보다 긴 540km 이상이 영구 동토지역이라면 수긍이 간다. 한마디로 얼음산에 놓인 철도라는 말이다. 




<고소증세에 산소 튜브를 꼽은 승객. 고도가 높아지면 기차에서 산소가 나온다.>


이 정도 고도라면 처음 오르는 인간에겐 산소가 필요하다. 따라서 작업을 하는 사람은 고소적응이 필요 없는 티베트 현지인이거나, 산소마스크가 필요한 
중국인이었다. 자기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중국인으론 안 되니, 고산족 
티베트인들을 동원해 하늘 철도는 놓였다. 그 철도가 자신의 나라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 채, 건설에 동원된 티베트인들 아니었을까. 

어찌 되었던 얼어붙은 영구 동토 칭짱고원을 횡단한다는 철도공사는, 금세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알프스 터널을 완성한 
스위스의 터널 건설 전문가조차 동토 때문에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동토층을 육중한 기차가 달리면 땅이 녹아들고 그럴 경우 철로가 휘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거라고 주장했다. 그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반시설에 파일을 박거나 통풍용 관로를 묻어 
철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들로서는 첨단 건설기법을 사용한 셈인데 칭짱철도엔 교량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겠다. 후일담이지만 우리가 
귀국한 후, 신문은 그 기차가 탈선했다고 보도했다. 그것도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활용했던 식당 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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