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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권회원

 

 

 

Mt. Rainier  다녀와서

 

 

일시: 2012년 7월 1일 ~ 4


대원:  백승신(대장), 김시환(회계), 이정호(기획), 김철웅, 원유광, 장경환, 김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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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

LA 공항에서아침9시, 대원들과 함께 시애틀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구름 위로 솟아오른 Mt. Rainier  모습을 보고

 모두는  흥분하였으며, 기대  설레임 반으로 오전 11:30 시애틀 공항에 도착하였다.

차를 렌트하고, 공항근처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서 Mt. Rainier 두번 등정한 원유광 선배님의 후배 백승환씨 부부를 만나 여러가지 등반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후,

함께 숙소인 Paradise Inn  도착하였다. 


참고로 Mt. Rainier 입구에, 해발 5400 피트에 위치한 Paradise Inn  매년 5 오픈하여 10  에는 문을 닫는다.

 Mt. Rainier  등반하는 많은 산악인들이 이곳에서 숙박과 식사 등을 해결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백승환씨 부부 안내로 Trail Head  확인할겸 가볍게 주위를 산책하였다.  

저녁식사를 한다음 내일 아침 7시에 식당이 문을 여니 그때 만나기로 하고 8시에 취침하였다.


첫날 우리 대원들의 최대 화제는 2일과 3 오전까지 날씨가 안좋다는 기상예보였다.

그런 우려는 다음날 바로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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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


7월 2 아침, 식사를 마치고 8:45 우리는 Trail head (고도 5400 ft)에서 Camp Muir(고도 10188 ft)  향하였다.

 거리는 약 5마일 이다. 


Camp Muir 까지 각자 거의 50 파운드가 되는 짐을 지고 처음부터 오르막 눈길을 가는것은 굉장히 힘들며,

상당한 기초 체력을 요구한다.


산행 시작후 2시간부터 시작된 몸을 날려버릴것 같은 거센 바람과, 눈보라와, 영하의 추위는 캠프에 도착할때까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곳 캠프는 선착순이다. 오후 1:25 약 4시간 40분에 걸쳐서 도착하고 보니 , 먼저 이총무가 자리를 마련해 놓아서

 뜨거운 물을 끓여 몸을 녹일수 있었다. 


식수는 눈을 녹여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가스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그후로 차례로 들어오는 대원들. 뜨거운 커피와 차로 영양밥을 먹고 차례로 침상에 누워 자정부터 시작될 정상 공격을

 기다리며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밖에는 비바람, 눈보라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는 자정에 출발을 준비하고 2시간을  기다렸으나, 날씨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품고 등정을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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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일.



아침에 나와보니 밤새 내린 싸래기 눈이 산장 주위를 덮고있다.심한 바람과 눈보라는 우리를 밤새 불안에 떨게 하였다. 


7/3 내내 날씨는 하루종일 흐림과 맑음을 되풀이 하더니 마침내 늦은 오후 맑은 태양에 구름 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로 우리를 맞이하였다.  


산장 밖의 눈부신 설원과  벌어진 크레바스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설레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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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무렵 상업 등반대 팀 12명이 Ingraham Glacier  향하고 있다.  


또다른 등반대가 계곡을 치고 올라오면서 크레바스 가운데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며Ingraham Glacier 향하는 것이 보인다.

맑은 하늘 설원에 움직이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가슴이 방망이치고 흥분되는 설레임.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우리 공격조는 백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늘  한번  등정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산장에 드러누워 있으니 불안하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킬수 없어 산장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고 있다. 과연   있을까 여러가지 상념에 잠겨 본다.


Mt. Rainier 여인이라고 한다. 새하얀 아름다운 여인에게 말을 건네본다. 


사랑하는 그대여.  오늘밤 너와 합체하여 온몸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질 때에는 아쉬운 눈물을 흘리며 서로 그리워하자. 


나는 산장 안으로 들어와 짧은 휴식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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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우리는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는 첫번째 팀이었다. 


환한 달빛속에  설원. 우리가 달밤에 걷는 모습은 아마 얼마  출발한 상업등반대보다   멋있겠지, 하며 씨익 웃었다. 


나는 원래 무식한놈이 산에서 호랑이 잡는다고 했다. 우리가 Ingraham  도착하기전 상업등반대가 움직이면,

우리는 뒤따라 가면 되니 힘들어도 열심히 가자,  대원들을 격려하였다.  


어렵사리 자정 12:30분 Ingraham Glacier 도착하였다.  

캠프에서부터 이곳까지는 능선에 오르기  낙석만 피하면  어려움은 없다. 


그런데 상업 등반대는 새벽 2시부터 등반을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는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1시간 이상을 기다릴수 없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리 저리 헤매고 올뿐, 많은 전진은   없었다. 


우리는 어쩔수 없이  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상업등반대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옷을 끼워입고,

 우모자켓을 입어도 추위에는 별반 소용이 없었다. 


드디어 새벽2시가 지나 상업 등반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이드 1명이 2명을 안내한다. 


가이드 혼자서만 확보하고, 짧게 3미터 안자일렌  하고, 따라가는 2명은 가이드와 왼발, 오른발을 착착 맞추어 가면서

 독일 병정처럼 오르는 모습이 여간 멋있지 않았다. 


지친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고, 그때부터 우리는 한결 여유롭고 안전한 등반을 시작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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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가 Ranger 설치해 놓은 줄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였으나, 나와 장회장은 확보줄이 없었다. 


주마끈을 풀어 장회장님 확보끈을 만들어 드리고, 나는 어쩔수 없이 안자일렌 자일을 잘라  수밖에 없었다.


힘이 들고  마실 틈도 없고, 수통에 있는 물도 얼어버렸다. 마른 침을 삼켜가며 등반 하였지만,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든든 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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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등반대를 바짝 붙어 얼마를 갔는지 모르겠다. 보름달이 점점 희미해지며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잿빛 하늘에 검붉은 여명. 눈앞에 펼쳐진 산과 구름들. 이런 광경을 무어라 표현할  있을까. 


아… 정말. 이순간 나는 시인이고 싶었다.


지구 저편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검붉은 산과 하늘을 점점 붉게 물들이며 멀리 퍼지고 있다. 


나는  광경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산사람들의 유별난 일출 사랑.

  산에서  일출중에서 일찍이 이런 장관을  적이 없다. 


분명 내가 하느님이 창조한 창조주의 세계에 있는것인지 실감  수가 없다. 


마침내 태양은 떠오르고 따뜻한 햇살은 추위와 바람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다. 


오버 트라우저를 벗고 윈드자켓을 입으니 하체가 한결 가볍고 등반여건은 더욱 좋아졌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원유광 선배님도 시야에 들어왔다.  

고희에 가까운 나이에 젋은이 못지 않은 체력과 도전정신이 존경스럽다. 


얼마를 갔을까… 시계를 보니 새벽 6시다. 우리는 7시간을 쉬지 않고 등산을  셈이다. 


고도계를 보니12900 ft 이다. 우리보다 이삼십분 앞서 있는 상업 등반대는 13500 ft 정도에 있는  같다. 


 지점에서 상업 등반대가 전진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들도 지쳤으니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았다. 


상업등반대는 4시간을  셈이고 우리는 7시간을 등반한 셈이다. 


우리는 쉬는 동안 물도 먹고 에너지 바도 먹고 컨디션을 회복하였다. 


이제 한시간 이상 가면 평평한 분화구가 나오고, 그곳에서부터 한시간  가면 정상에 오를  있다는 기대감에 


지친 심신을 위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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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이십분 지체하던 상업등반대가 하산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서툰 영어로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더니 어제  눈으로 정상 부근에 있는

크레바스 들이 눈에 덮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리는 너무 허망하였다. 그러나 또다시 그들에게 길을 내주고 하산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온길을 생각하니 하산길은  위험한  같다.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산하여 Camp Muir  오니 오전 10:30 정도 되었다. 


백승환씨 부부는 천천히 내려온다고 하시며 짐을 꾸리는 지친 우리에게 치킨 수프를 끓여주셨다. 


치킨수프를 끓여먹고 겨우 쓰린 속을 달랠  있었다. 11시 20  선배님과 우리 셋은 하산을 시작하였다. 




독립 기념일 연휴라서 그런지 Camp Muir 에는 사람들이 많다.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지친 이순간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없다. 


한참을 내려왔다. 젖은 자일을 넣어서 그런지 베낭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인생의 무게만큼 되는  싶다. 


어찌하던 정상 등정은 못하여도 오늘 새벽 일출은 아직도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다. 


걸어도 걸어도 지친 몸으로 걷다보니 왜이리 길이 먼지… 




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오래 걷다보면 머리 속이 무수한 사치스러운 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한참동안 몰아의 경지로 걷다보면 길이 내가 되고 내가 길이 된다는 것을. 


가끔씩 불어오는 솔내음에 힘든영혼 조금씩  날려보내고. 조금 내려오다

 Mt.  Rainier 팔부 능선 쯤에 있는 인디안 추장같은 바위가 생각나 오래 기억하려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그리움 두고 가야해 나는 가야해, 잊을수 없는 그사람 찾아 가야해…

나의 18 노래인 보고싶은 마음을 불렀다.


언제나 힘든 미국 생활에 나를 위로 해주고 외로움을 달래  것은  꼬부라진 팝송이나

 고상한 클래식 음악보다 우리 가요가 제격이었다. 


한곡을 더불렀다. 저기 떠나가는  거친바다 외로이,

 겨울 비에 젖은 돛대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여기까지 부르고 나는  부를수가 없었다.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기복이 심한 것인가.

조금까지도 아무렇지도 않던 마음이 갑자기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돈다. 


 눈물의 의미는 무얼까. 까닭없는 그리움은 느낌으로 알겠지만, 까닭없는 눈물의 의미는 한참후에 알았다. 


Paradise Inn 지척이다. 독립기념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놀며 뒹구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였다. 


내가   자연에 다시 올수 있을까. 그것이 나의 눈물의 의미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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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오후 2시, 쉽지않은 15시간의 등반은 끝났다. 


인간 또는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한다는 의미를  소중히 발전 시킬수 없다면,

서로 그리워 하며 그리고 혼자 있을때 조용히 생각날 수밖에 없겠지. 




레이니어, 고유명사 같지 않아서 집에서 사전을 펼쳐보았다 Rainy 동의어로, 형용사이다. 


여러뜻이 많지만 비를 머금은 이라는 뜻이 제일 어울릴듯 하다. 비를 머금은 산. 아니 비를 머금은 여인이라 할까. 


그대여 나는 정중하고 겸손된 마음으로 다시 프로포즈  것이다.

 

                                  Life is grea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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