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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7일자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Mt. Pacifico ( 7,124' )

 

'태평양'이란 바다의 명칭은 포르투갈의 탐험가 Fernand Magellan 1520년에 이곳을 항해하면서 평화로운 바다라는 뜻으로 "Mar Pacifico" 라고 명명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늘 안내할 산의 이름이 Mt. Pacifico인데, 이는 '평화로운 산'이라는 의미보다는, 19세기에 악당 ( Bandido ) 으로 유명했던 Tiburcio Vasquez 가 그 일당들과 이곳을 은신처로 삼아 머물 때, 이곳에서 태평양이 보인다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니, '망 태평양산'이라고 이해해야 할 듯하다.

 

 

며칠 전에 얼핏 신문에서 읽은 내용이 떠오른다.

1909년에 할빈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안중근의사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소개한 것이었는데, 적절한 절차에 의해 점령된 식민지의 한 악당이 저지른 잔혹한 테러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국을 유린한 적국의 거물을 과감히 사살한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애국적 장거” 이고 보니, 세상사란 단순명쾌한 것이기 보다는 차라리 복잡다단한 것 인가보다.

위안부관련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을 본다.

우리 한국이 만약 지금도 일본의 지배하에 있다면 애국지사 안중근이 아닌 악질 조센징 테러범 안중근이 있을 뿐이겠다.

 

‘희대의 악당 Vasquez’ 도 지금처럼 히스패닉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가 지속되다보면 머잖아 '불우한 동족을 돕고, 조국 멕시코의 주권회복을 위해 투쟁하다 희생된 애국지사‘ 로 기려질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고 하겠다.

 

하긴 지금도 어엿이 Tiburcio Vasquez Health Center ( TVHC ) San Francisco 인근의 Union City에 설립되어 31년째 빈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한데, 그들이 자랑스레 밝히는 취지에 이런 내용이 있다.

 

"TVHC의 설립자들은 이 단체의 이름을 정할 때 그들의 커뮤니티에 자부심과 결연함을 진작시킬 수 있는 이름이기를 바랐는바, 대담하고 현란하게 본인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스페인어를 쓰는 억눌린 캘리포니아인들과 원주민들을 돕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인물인 Vasquez 보다 더 나은 선택이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Tiburcio Vasquez는 캘리포니아가 멕시코의 영토였던 1835년에 Monterey의 좋은 멕시칸 가문에서 태어났다. 학교도 다녀 영어도 유창했고 문학적 소양도 있고 또 잘 생겼다. 그가 13세가 되었을때, 그의 조국 멕시코는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전하게 됨으로써, 알타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텍사스가 미국에 귀속되어 진다.

 

마치 우리 조선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조센징’이 되었었던 것처럼, 졸지에 Anglo 에게 주권을 앗긴 ‘멕시칸’이 되어졌으며, 결국엔 악당도 되고 우국지사도 되는 신산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얘기라고 하겠다.

 

 

Mt. Pacifico San Gabriel 산맥의 북서쪽 줄기에서 가장 우뚝한 산으로 Mojave사막, Antelope Valley, Mt. Gleason 을 비롯한 여러 산들의 전경을 잘 볼 수 있는데 대개는 등산객과 마주치는 일이 많지 않은 가운데, 소나무 그늘 아래로 그 향기를 즐기며 한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왕복 12마일에 순 등반고도가 2,200'로 어렵지 않으며, 6시간이 소요된다.

 

< 가는 길 >

 

Fwy 210에서 La Canada Hwy 2 East로 나와 이를 따라 9마일을 가면, 3거리에 이른다. Clear Creek Junction 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Angeles "Forest" Hwy로 들어가 중심로를 따라 14.1마일을 가면 4거리 고개에 이르게 된다. Mill Creek Summit 이라고 부르는 해발 4,910' Picnic Ground , 오른쪽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이곳에 주차하고 Adventure Pass 를 차안에 잘 걸어둔다.

 

 

< 등산코스 >

 

주차장의 남쪽 도로변에 입산금지의 표지판이 있는데, 2009년의 산불로 피해를 입은 곳이라 등산객의 안전과 산림의 조기회복을 위한 취지에서인데, 우리는 주로 PCT 구간을 통과하는 산행을 할 것이므로 이에 구애되지 않는다.

PCT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National Scenic Trail 이기에 지방행정기관에서 임의로 봉쇄할 수 없다고 한다.

PCT 입구는 4거리에서 남쪽으로 갈라지는 길의 왼쪽 초입에 있는데 동쪽으로 난 완만한 오름길로 시작된다.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Mill Creek Fire Station 이다. 언젠가 입산이 허용되어지면 이 소방서 앞을 지나는 소방도로를 따라서도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등산시 또는 하산시 이 도로를 이용하면, 색다른 바위들과 소나무 숲을 지나며, 길쭉한 Loop형의 산행을 할 수 있게 된다.

 

걷기에 편한 흙으로 되어 있는 등산로는, 검게 탄 채로 서 있는 크고 작은 수목들과 운치있는 바위무더기를 지나며, 동쪽으로 나아가는데, 3마일쯤을 가면 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북쪽을 향해 나가게 된다.

오른쪽의 산기슭을 따라 펼쳐지는 불탄 나무숲이 마치 흑백사진처럼 느껴진다.

 

4마일 정도를 지나면 등산로가 다시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산의 등성이를 향해 오르는 형세가 되는데 곧이어 능선위에 있는 꽤 넓은 공터에 닿게 된다.

사방으로 전망이 대단하다. Mojave사막을 비롯하여 여러 산들의 전망과 함께 비로소 Mt. Pacifico 의 봉우리가 저만큼 동쪽으로 보인다.

 

길은 다시 남쪽으로 향한다. 오른쪽 산기슭에는 산불의 피해가 거의 없었던 듯 쭉쭉 뻗은 Jefferey Pine 들이 푸르고도 향기롭다. 이따금 쓰러진 수목이 길을 막고 있어 이를 비껴가는 것도 재미랄 수 있겠다.

마침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소방도로를 만나는 4거리에 이르른다. 5마일을 조금 더 온 것인데 왼쪽 바로 앞의 큰 산이 Mt. Pacifico 이다.

 

 

 

이제 이곳에서 PCT는 왼쪽으로 갈라져 나가고,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두가닥이다. 소방도로를 따라 직진할 수 도 있고, 약간 왼쪽으로 가파르게 나있는 Trail을 따라 갈 수도 있다.

정상까지는 소방도로로는 1.25마일이고, 가파른 등산로로는 0.5마일이 된다. 양쪽을 다 걸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니, 올라갈 때는 우선 소방도로를 따라 가기로 한다.

 

왼쪽으론 Mt. Pacifico의 기슭을 따라 군데군데 바위무더기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오른쪽은 넓고 깊게 펼쳐진 푸르른 계곡이 펼쳐 있다. 큰 이정표가 있다.

길이 다시 왼쪽으로 꺾이며 북쪽을 향한다. 오른쪽으로 Mt. Pacifico Campground 라는 것을 알려주는 큰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Mt. Pacifico 의 정상이자 Campground 가 된다.

 

큰 소나무들 사이로 군데군데 바위무더기들이 모여 있는 제법 넓은 평지인데 또한 여기저기 Picnic Table Fire Ring 들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다소 높은 바위에 오르면 빼어난 전망을 두루 볼 수 있다. 그 옛날 Vasquez Mt. Hillyer 와 함께  이곳을 은신처로 삼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북쪽으로 조그맣게Little Rock 저수지의 푸른 물도 보이고, 거칠 것 없이 너른 Mojave사막 너머로 Death Valley 의 최고봉 Telescope Peak 도 그 뾰쪽한 봉우리로하여 식별이 된다. 아주 맑디 맑은 날이라면 그가 보았다는 "Mar Pacifico" 도 볼 수 있으려나!

하산할 땐 주봉을 꽤 가파르게 내려가는 짧은 길을 택한다.

 

 

< 사족 >

 

공교롭게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캘리포니아를 획득하고 불과 1년 뒤인 1849년에 황금이 발견되어짐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대거 몰려들던 Gold Rush 시기에 즈음하여, 가주와 텍사스에서 이름을 떨치던 악당 ( Bandido ) 들은 멕시코인의 입장에선 오히려 애국적 영웅일 수 가 있는데, 그 당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악당’ 중에서 민중의 인기가 높았던 3명을 약술한다.

 

1. Joaquin Murietta ( 1829 ~ 1853 )

황금의 꿈을 찾아 멕시코에서 건너와, 빠르게 성공을 했으나, Anglo 들의 시샘으로 본인은 채찍질을, 처남은 린치를, 부인은 강간을 당한다. 그 보복으로 그들 가해자 6인을 사살함으로써 악당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결국 많은 사람들을 살해한다. Mexican Robin Hood라고 불리우나, 24세의 젊은 나이에 보안관들의 추격대에 잡혀 목이 잘리게 되는데, 잘린 머리가 알코올 병에 담겨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한, 영화 ‘돌아온 Zorro’ 의 모델이 됐다는 사나이다.

 

2. Tiburcio Vasquez ( 1835 ~ 1875 )

가난한 주민들을 적극 돕고 추격대를 번번히 잘 따돌려 인기와 증오를 동시에 한몸에 받는데, 40세가 될 무렵에 지인의 제보로 잡혀 살인죄로 기소된다. 본인은 살인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유죄판결을 받고 교수형을 받았다.

 

3. Gregorio Cortez ( 1875 ~ 1916 )

검문과정에서 부보안관의 부적절한 통역이 원인이 되어, 보안관이 총으로 동생을 쏜 현장에서 그를 사살함으로써 쫒기는 몸이 되는데, 명사수로서 많은 추격대원들을 사살했다. 한번은 추격대 역사상 최대규모인 300명에게 쫒길 때, 말 타고 400마일을, 걸어서 100마일 이상을 도주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지인의 배신으로 체포된다. 그의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원속에서 12년을 끈 재판 끝에 특사로 석방되었으나, 3년후에 폐렴으로 사망한다.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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