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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산행지

 

2015 8 28일자 미주 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Mt. San Gorgonio – Vivian Creek Trail

 

가끔은 주변에서 이렇게 더운 날에도 산에 갑니까?”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일조시간이 긴 여름철이 되려 우리 남가주에서는 고산등산을 하기에는 참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으니, 고도가 높아 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에, 오히려 시원한 대기속에 길어진 낮시간을 이용하여 긴 거리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Mt. San Gorgonio 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빅베어 호수가 속해 있는 San Bernardino 산맥의 남동쪽에 있는 산으로 해발고도가 11503’ ( 3506m ) 에 이르러, 백두산 ( 2744m ) 보다도 훨씬 더 높다.  수목성장한계고도를 초과하는 정상부위에는 나무가 거의 없이 바윗돌과 흙으로만 되어있어, 멀리서 얼핏보면 흰눈에 덮여 있는 듯 하여, 이 한여름에도 눈에 덮이는 만년설의 설산인가 싶어지는데,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이 산을 ‘Old Greyback’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산을 오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등산로는 모두 7개가 된다. 이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가장 짧은 거리로, 가장 많은 높이를 오르는 길이면서, 가장 아름답다고 회자되며, 가장 인기가 높은 코스가, 바로 이 산의 남쪽에 있는 Mill Creek 쪽에서 시작하여 Vivian Creek High Creek 을 경유하며 정상에 오르게 되는 Vivian Creek Trail 인 바, 오늘은 이 루트를 소개한다.

Mt. San Gorgonio  147.9 평방마일에 달하는 San Gorgonio Wilderness 에 속해 있기에 Mill Creek Ranger Station 에서 반드시 사전에 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

Vivian Creek Trail 은 특히 등산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적어도 2~3주일 전에는 허가를 받아 놓아야 안심할 수 있는데, 우편이나 Fax 로도 신청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 주소와 연락번호는 아래와 같다.

Millcreek Ranger Station, 34701 Mill Creek Road, Mentone, CA 92359; Phone : 909-382-2881;  FAX : 909-79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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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17.2마일에 순등반고도가 5500’ 가 되어, 중간에 1박을 하며 이틀에 걸쳐 산행을 하는 분들도 많으나, 보통은 왕복하는데 10시간 내외를 잡으면 되므로,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다면 당일로 왕복산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우리는 당일산행을 전제로 이를 안내한다. 다만, 우리 가주에서 여름철에 고산을 등반하고자 할 경우에는, 폭우나 벼락 등의 급격한 기상 변화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정오까지는 정상에 올랐다가 서둘러 일찍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여명에 즈음하여, 또는 가능한한 새벽 6시 이전에, 등산을 시작토록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고산에서는 오후쯤에 기상이 급변하는 일이 빈발한다. 보통 오전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다습한 공기의 서풍이 높은 산 봉우리에 이르면 이에 가로막혀 그곳에 머물러 있게 된단다.  이들 다습한 공기는 한낮의 햇볕을 받으면서 차츰 더워지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돌연 고온다습한 검은 소나기구름 ( Cumulonimbus ) 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예상치 않게 산행이 늦어져 깜깜한 야간에 하산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Battery 상태를 잘 점검한 Headlamp 를 개인별로 반드시 준비해야한다.

 

<   가는 길   >

Fwy 10 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 를 지나서 SR-38 의 출구인 Orange Street 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서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 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좌회전 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 가 나오는데 SR-38 을 겸한 길이다. 우회전하여 8 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Millcreek Ranger Station 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SR-38 을 따라 직진으로 5마일을 더 가면 Valley of the Falls Road 가 오른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25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Big Falls Parking 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8마일의 거리가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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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코스   >

동쪽으로 나 있는 Trailhead 를 통과하여 도로를 따라 0.5마일 정도를 가면, 왼쪽의 Mill Creek 하상으로 내려가도록 안내하는 표지팻말이 있다. 이곳에서 최단거리로 모래와 바위가 뒤섞여있는 70m 정도 너비의 하상을 건너 북쪽의 산기슭에 이르면 다시 등산로가 이어진다.

지금 건넌 Mill Creek 은 이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3마일을 올라간 Mill Creek Jumpoff Headwall ( 8456’ ) 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부터 발원하는데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High Creek Vivian Creek 이 합류되어지고 또 Falls Creek, Alger Creek, Momyer Creek, Oak Cove Creek 등이 차례로 유입되어지면서 Santa Ana River 의 큰 지류가 된다.

‘Valley of the Falls Road’ 라는 이곳의 길 이름은 이 Mill Creek 의 중간 중간에 여러 폭포들이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겠는데, Mill Creek 이야 말로 Sierra Nevada 를 연상시키는 험준한 산세를 지닌 Yucaipa Ridge 를 오랜 세월에 걸친 꾸준한 침식작용을 통하여 마침내 San Bernardino Ridge 로 부터 분리 독립시켜낸 물줄기라고 하겠다.  수적천석, 낙숫물이 그 잦음으로 댓돌을 뚫게 되는 섭리를 되새겨 보게된다.

이제부터의 등산로는 한동안은 대체로 서북방향으로 지그재그 형태를 그리며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양이 된다. 그래서 이 Vivian Creek 등산로는 초반부터 힘을 빼게 하는 힘든 코스라는 것이 하이커들의 중평이기도 하다.

등산시작점에서부터 대략 1마일을 온 지점에는 Wilderness 구역의 시작임을 알리면서 퍼밋없는 등산을 경계하는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잠시 후에는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다소 완만한 내리막길에 접어 들게 되고 곧 하나의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Dobbs Peak ( 10459’ ) 의 남쪽 면과 그 주위로 내리는 비와 눈이 한군데로 모아져 흐르는 Vivian Creek 이다.

오래전인 1898년에 이 험준하고 깊은 산속에 이 등산로를 만드는 일을 지휘 감독했던 Albert Vivian 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이 부여된 물길이다.

1.2마일을 온 지점 ( 7200’ )의 이 Creek 주변에는 여러 개의 자리가 있는 Vivian Creek Trail Camp 가 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나아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만큼의 장대한 거목들 아마도 Incense Cedar Ponderosa Pine – 이 하늘을 떠받치듯 군데군데 서 있어, 이 산이 결코 범상치 않은 정기를 지닌 신령한 산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하긴 예전에는 Mill Creek 을 따라 22개에 이르는 제재소가 가동되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100 여년전만 해도 이곳에는 이러한 거목들이 즐비하게 들어찬 원시림의 대단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태고 이래로 존재하던 그 장대한 나무와 숲들이 자칭 문명인의 손에 들어온 이후, 불과 수십년만에 급격히 훼손되어진 것이 불문가지의 사실이니, 우리의 지구별 전체의 입장에서는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은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을 것이겠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Wilderness’로 지정되어 이렇게 훼손을 막으며 보호하고 있음은 그래도 매우 다행한 일이다.

1997년에 일본의 Hayao Miyazaki 감독이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Animation 영화 원령공주( Princess Mononoke )’ 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이곳 숲의 역사라고 하겠다.

대략 3.5마일의 거리에 이르면 Half Way Trail Camp ( 8000’ )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12일 이상의 일정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산행도중에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역시 Vivian Creek 이 지나고 있는 야영지이다.

이에서 더욱 동쪽으로 걸음을 옮겨가다보면 북서쪽으로 진행방향이 바뀌면서 Switchback 의 형세가 되는데, 전체적으로는 Dobbs Peak 의 남쪽 기슭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나아가는 형국이다. 등산로 주변과 온 산비탈에 빈 곳이라고는 단 한뼘도 없도록 꽉 들어찬 Chinquapin, Buckthorn, Willow 등의 관목들이 빚어내는 짙은 푸르름과 연한 내음이 마냥 싱그럽고도 풋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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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마일 지점에 이르면 ‘High Creek Trail Camp’ ( 9440’ ) 라는 표지판이 있다. 남가주의 제 2봉인 Jepson Peak ( 11205’ ) 의 남쪽 면과 East Dobbs Peak ( 10500’ ) 의 동쪽 면으로 떨어지는 비나 눈이 모여진 맑고 차가운 흐름이다. 백두산 정상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흐르는 물길이라 High Creek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됐을 터인데, 이 물은 Vivian Creek 과는 별도로 이곳에서 1마일쯤을 더 흘러내린 후에 Mill Creek 상류 발원지인 Mill Creek Jumpoff 에서 서쪽 하류로   1마일쯤의 위치 - 로 폭포처럼 떨어지게 된다.

일년내내 흐름이 마르지 않고 주변 산세도 아름다와, 적지 않은 하이커들이, 고도적응을 하고 기력도 충전할겸, 이곳에서 1박을 한 다음,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Mt. San Gorgonio 정상에 도전하는 중간 쉼터로 애용하는 곳이다. 우리도 이 냇가에서 잠시나마 쉬어 가는 것도 좋겠다.

길은 이제 동쪽을 가로막고있는 산줄기의 능선을 향하여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반마일쯤을 오르다보면 어느덧 능선 위 ( 10000’ ) 에 올라서게 되는데, 동남쪽으로 팜스프링스에 있는 Mt. San Jacinto 의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자태가 처음으로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이렇다할 초목이 없이 밝고 환한 맨 살의 Mt. San Gorgonio 정상부가 약 2마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는, 아직은 울창한 송림을 이루고 있는 등산길을 따라, 북쪽방향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쉬 피로를 느끼거나 속이 메슥거리는 등의 고산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오래지 않아 귀티나는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다하고, 맨 살을 드러낸 채, 평평하면서 넓은 11000’ 내외의 고지대에 이르게 된다. 수목성장한계선을 넘나드는 지역이라서겠지만, 매마른 땅에 바짝 깔리듯 낮게 자란 식물들이 거친 돌덩이와 모래뿐인 매마른 지면에, 마치 사람의 피부에 점이 박히듯, 띄엄띄엄 달라붙어 있을 뿐, 황량하고도 텅 빈 또 다른 세상의 특이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시선이 미치는 먼곳의 풍광들은 모두 다 눈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Dollar Lake Saddle 을 경유하여 서쪽에서 올라오는 Trail 이 합쳐진다. 대략  8마일을 온 지점이다.

곧이어 동쪽에서 올라오는 Sky High Trail 이 합류된다. 이제 정상까지는 반마일이 채 안되는 짧은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넓고 평평한 고원에 여기저기 그만그만한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아있어 최정상이 어디인지 알기어렵다. 최정상의 돌출점은 더욱 가까이 가기 전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안쪽에 있는데, 그저 묵묵히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닿게 된다.

광활한 우리 남가주의 그 많고 많은 산 가운데서 가장 높은 제 1봉의 꼭지점이라기에는 너무나 밋밋하고 소박하다. 그 숱한 산 중에도 지극히 존귀한 제왕의 산이고 보니, 오히려 옥체의 안전을 위해 세간의 시선을 끌지 않을 소박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순진무구한 백성들의 머리위에 군림하지 않고, 동고동락하며 관후질박한 삶을 살았다는 요순의 왕도가 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람의 몸보다 다소 더 크거나 작은 다양한 크기의 돌들이, 우람한 성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질박한 삼간초옥인양, 소복하게 쌓여있는 바위무더기 위에 올라서게 된다.  8.6마일을 걸어서 마침내 해발고도 11503’의 남가주 최고점에 오른 것이다.

동남쪽으로는 다소 거리를 둔 Mt. San Jacinto ( 10834’ ) 가 단아한 자태로 앉아있고, 북쪽으로는 지호지간이랄 수 있을 가까운 거리의 Sugarloaf Mtn ( 9952’ ) 이 지금 막 예쁘게 머리장식을 끝낸 듯 화사하고 요염하다. 빅베어 호수의 푸르른 수면도 여인의 눈썹인양 가늘고 아름답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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