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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Williamson

요즘처럼 뜨거운 8월의 햇살아래에서 등산을 한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대단한 고역이 아닐 수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반대이다.

즉 요즘같이 낮시간이 긴 계절이야말로 비교적 먼곳에 있는 깊은 산도 무리없이 산행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좋고, 대개의 경우 높은 산의 산행은 그 등산 출발점 자체의 고도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피서의 효과까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LA인근의 높은 산들은 해발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 곳이 많기 때문에 ( 백두산의 높이는 2774미터,한라산은 1950미터,지리산은 1917미터임 ) 등산의 경험이 별로 없는 분들에겐 다소 무리가 될 수가 있는데, 그러나 그보다 조금 낮은 산을 잘 선택하면 얼마든지 즐겁고 시원한 산행이 가능하다.

 

오늘 소개코자하는 엔젤레스 국유림내의 Mt. Williamson도 바로 그런 산의 하나이다.

등산시작점의 고도가 6600 ( 2012m )로 이미 높은 지대이기 때문에

우선 몸을 감싸드는 공기가 시원하고, 정상은 그 높이가 8214 ( 2504m )나 되어 더위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등산거리도 왕복 5마일로 길지 않고 순등반고도도 1600‘정도에 그쳐 웬만하면 다들 힘들지 않게 잘 오를 수 있으며, 게다가 등산과정에서나 정상에서의 뷰는 매우 환상적이다.

 

Williamson이라는 이 산의 이름은 1853년에 The Pacific Railroad Survey의 일환으로 San Gabriel 산맥의 북쪽지역을 정찰한 미육군장교이자 지형기사였던 Robert Stockton Williamson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Mt. Williamson 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그만그만한 봉우리들이 Pleasant View Ridge 라는 능선을 따라 연이어 있는데, 정상이 어느 것인지에 대하여 의견이 나뉜다. USGS 지도에는 맨 남쪽의 8214‘봉을 Mt. Williamson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혹자는 여기서 북서쪽으로 0.3마일쯤의 거리에 있는 8244’봉이 "The True Williamson"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에서 다시 북서쪽에는 8248‘ 높이의 봉( 혹자는 “The Middle Williamson”이라고 하는 듯 )이 또 있는데 무슨 기준으로 8244’봉이 진짜가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 얘기가 좀 복잡하지만, 다시 여기서 능선을 타고 1마일쯤을 가면 또하나의 높은 봉우리가 있고- 이를 The Northwest Williamson이라고 하는 듯- 다시 여기서 약간 더 서쪽방향으로 휘어 1.5마일을 가면 Mt. Pallett ( 7760' ) , 여기서 또 1.5마일을 가면 Mt. Will Thrall ( 7845 ) ,  다시 0.6마일쯤을 가면 7893’높이의 봉이 있는데, 이곳의 능선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쓰고있는 Pleasant View Ridge” 라는 이름을 이 “봉우리”에도 또 붙이고 있다. 그런데 실제 이 봉의 정상에는 1930년에 부착한 측량표가 있고 거기에는 "Pallett"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다.  아마도 지도에 이름을 기입할 때 오류가 발생했었는데  아직 고쳐지지 않은 것인 듯하다. 잘 아시는 분의 질정을 부탁드린다. )

 

둘째, 사막에 바짝 붙어 있는 이 산의 정상에 서면, 지진대로 잘 알려진 San Andreas Fault 를 볼 수 있다.   망원경을 지니면 금상첨화겠다.

 

셋째, 이 산의 주변으로 3번이나 비행기 추락사고가 있었으며, The Northwest Williamson 에서 멀지않은 곳에서 지금도 그 잔해를 찾아 볼 수 있다.

 

< 가는 길 >

Fwy 210에서 La Canada Hwy 2 East 로 나와 동쪽으로 약 40마일을 가면, 도로가에 수시로 꽂혀있는 Mile Marker상으로 64.1지점에 이른다. 왼쪽으로 잘 마련된 큰 주차장이 있다. Islip Saddle 이다.

주차후 주차허가증 ( Adventure Pass) 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 등산코스 >

등산로의 입구는 서쪽에 있는 화장실의 오른쪽으로 있다. 완만한 오름길로 시작된다. 참나무와 소나무,전나무들이 멋진 조화를 이룬 가운데 사이사이로 땅에 바짝 붙은 채 옆으로 넓게 가지를 펼쳐나가는 빨간 줄기의 Manzanita 덤불들도 보기에 좋다. PCT 의 구간이기도 한 이 등산로는 때로는 나무그늘로, 때로는 직접 햇볕에 노출되며, 굽어지고 펴지며 이어진다.

 

거의 2마일을 올라왔을 즈음,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PCT 는 그쪽으로 내려가며 이어진다. Mile Marker 62.5 지점에서 시작하여 Little Rock Creek 의 남쪽 언덕을 통과하여 올라오는 또하나의 등산로이다. 우리는 오른쪽의 오름길로 계속 나아간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관목들과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해간다. 0.5마일쯤 더 올라왔을 때 능선의 고점에 닿게 되며,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우측(남쪽)으로 50m쯤을 가면 평평한 맨땅의 정상에 이른다.

Mt. Williamson 의 “The Official Summit (8214) 으로 사방의 전망이 매우 뛰어나다.

 

먼저 남쪽을 바라보자. Mt. Islip(8250), Hawkins(8890), Throop(9138), Burnham(8997) 에 이어 Baden Powell (9399) 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 가까이로 실제보다 커보이는 것은 Mt.Lewis(7946') 이다.

 

다시 서쪽을 보자. 빼어난 자태의 세겹의 산줄기가 첩첩하다. 앞쪽이 Mt. Waterman 의 줄기이고, 가운데는 Twin Peaks 의 줄기, 뒷쪽은 Monrovia Peak Mt. Wilson쪽으로 이어지는 줄기이다. 왼편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계곡은 Bear Canyon 으로 이에서 모아진 물이 San Gabriel River West Fork 에 합류되고 결국 Azusa 쪽의 저수지로 흘러든다. 볼수록 그림같다.

 

다시 북쪽을 본다. 이곳에서부터 시작되어 북서쪽으로 계속 이어져 뻗어가는 Pleasant View Ridge를 따라, 열병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전거한 봉우리들이 도열해 있다.

 

마지막으로 동쪽을 보자. 능선 바로 아래의 Palmdale에 이어 끝없이 광활한 Mojave 사막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돌출된 산줄기와 사막의 평지가 면하는 지점을 잘 살펴보면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직선으로 뻗어있는 거무스름한 주름띠를 분별할 수 있다.

길이가 810마일에 이른다는 San Andreas 단층이다.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를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현장이란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산줄기의 지각은 태평양판이고, 발아래의 저 사막은 북미판인데, 두 개의 판이 서로 맞닿아 비끼면서 태평양판은 1년에 35mm쯤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이대로간다면 100만년의 세월후에는 지금 이 산이 저 사막에 비해  35 km쯤 더 북쪽으로 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LA San Francisco보다 북쪽에 위치하게 되고 2000만년후에는 Alaska의 알루산 열도쯤에 위치하게 된다고 하니,

지구는 비록 인간의 성급한 시간개념으로는 정지된 듯 느린 듯 하지만, 사실은 매우 역동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임이 분명해진다.

 

영화 화면을 생각해 보면, 한장 한장의 사진으로는 정지된 모습이지만 이를 연속적으로 비추면, 움직이는 모습이 된다. 우리네 인생은 오로지 한컷밖엔 볼 수 없는 순간적인 존재이고 보니, 간단없이 진행되는 지구별의 성주괴공을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것이리라.

 

이렇듯 짧은 하루살이 인생을 바닷물에 비유해 본다면, 바닷물에 생겨난 찰라적 존재인 물거품이 지금의 내 삶일 터이고 다시 곧 물방울되어 바닷물로 수렴되는것이 죽음일 터이니, 죽음이란 그 어떤 상실이나 유린이 아니고 지극히 반갑고도 포근한 환향이 아닐것인가!

환향에도 금의환향이 있다고 한다면, 이승에서 잠시 물거품일때,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주변의 뭇 생명들에게 선업을 쌓는 것이어야 할 것 같다.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때때로 깊고 깊은     골짜기를 찾아들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또한 험하디 험한     언덕에도 올라본다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무성하게   가지들을 뻗어가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대며      흐름을 이루누나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제철 만나     보기에  좋다마는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삶  멈출거니    감회가  없을손가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편언덕 올라서서   노랫가락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물가  앉아서는    한수 시도 지어보네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자연조화 따르다가   돌아가는 우리 인생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부해의)   천명을 즐기는데      무엇이 더 아쉬울까

 

도연명의 귀거래사 - 떠오르는대로 몇마디 읊조려 보고, 생각이 잘 안나면 집에가서  읽어 보기로 다짐하며,  사방팔방의 경개를 아껴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것도 좋겠다.

밥 한술 입에 넣고 동쪽 한번 바라보고, 또 한술 입에 넣고 서쪽 한번 바라보는 그런 태만한 식사가 된들, 꾸중할 사람이 누구리!

 

좀더 걷고 싶다면 능선을 따라 북서쪽으로 향한다.  0.3마일쯤에 The True Williamson 에 이른다. 전망은 유사하나 잘하면 동쪽 산줄기 아래로 Devil's Punchbowl County Park 의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하산한다.  왕복 5마일 또는 5.6마일의 거리에 4~6시간이 소요된다

< 사족 >

1.   좀더 다양한 경관을 즐기려면 차 2대로 와서, 하나는 Mile Marker 62.5 지점의 등산로 입구 옆에 두고, 64.1 지점의 Islip Saddle에서 등산을 시작하고, 하산할때엔 등산시작점에서 2마일쯤에 있는 Junction에서 오른쪽(서쪽) PCT코스를 따라 내려간다. Little Rock Creek 의 남쪽면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면서 기암절벽과 수려한 산세를 즐길 수 있다. 거리와 소요시간은 약간 짧거나 비슷하다.

   2.  등산이 익숙한 사람은, Mile Marker 58.3 지점의 Buckhorn    Campground 안쪽 끝에 있는 Burkhart Trail Head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남동쪽으로 뻗어있는 능선을 따라 걸으면 전거한 봉우리들을 모두 답사( Pleasant View Ridge 7 Peaks코스”라고 부를 수 있겠다  ) 한 후, Mile Marker 62.5 또는 64.1( Islip Saddle)에서 끝내는, 길지만 뿌듯한 산행도 가능하다.   15마일의 내외의 거리로 10시간 이면 충분하다.

 

글: 정진옥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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