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당일 산행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20151218일 미주 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Vasquez Rocks Natural Area

 

12월에 접어들면서 우리 LA인근 고산들은 벌써 흰눈이 여기저기 쌓여있는 또 다른 세상으로 변모되어 있어, 가까이에서 또는 멀리에서 보기에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이러한 눈에 덮인 산을 직접 오르는 것은 여러가지로 많은 위험이 내포되어 있기에 특별히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겠다.

참고로 1892년에 설립되어 그 역사가 123년이나 되는 Sierra Club의 일반 회원들의  등산규칙중에는 눈이 쌓여있어서 Crampon을 착용해야 하는 그런 곳의 산행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러한 단체에서 정립된 철저한 안전산행의 정신은 우리들도 마땅히 본받을 가치가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한동안은 높은 산이 아닌, 눈이 없을만한 낮은 산을 위주로 산행안내를 하고자 하는데, 오늘은 특히 LA에서 북쪽으로 약 44마일 떨어진 사막안에 있는 Vasquez Rocks Natural Area 소개한다.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지표에 돌출되어 있는 지역인데, 1500만년에 걸쳐 잔 모래가 퇴적되어 생긴 20000’ 두께의 사암층이,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과 지진활동에 의하여 지표면에 노출되어졌다는데 매우 특이한 형상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984a370fa08fb96075e84b02d22258fd.jpg

 

이곳에 Vasquez라는 일세를 풍미하던 악당(Bandido)의 이름이 붙여진 배경을 알아보자. 캘리포니아가 멕시코의 영토였던 1835년에 Monterey 에서 Tiburcio Vasquez라는 이름의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넓은 땅을 소유한 유복한 멕시코계의 가문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자라면서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할만큼의 교육도 받았다. 잘생기고 유식했으며 기타와 춤에 소질이 있고, 낭만소설을 좋아했고 여인을 위한 시도 써봤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겨, 캘리포니아를 자국영토로 삼은 지 2년쯤뒤인 15세 때에, 어쩌다가 어느 범죄현장에 있게 되었고, 백인 보안관이 자신의 무죄를 믿어줄것 같지가 않아, 무법자 집단에게로 피신하여 결국 갱 멤버가 된다.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았던 친구는 즉시 사형에 처해 졌다고 한다. 나중에는 갱단의 두목이 되어39세가 될 때까지 말이나 재물을 훔치는 등의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는데, 그 때마다 추격대를 유유히 따돌리곤 하여 전국적인 악명을 얻는다.

급기야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5,000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기에 이르고, 이에 위기감을 느껴 1873~1874년 사이에 은신처로 찾아 든 곳이  바로 이곳 Vasquez Rocks Area였다고 한다.

나는 우리가 가진 제반 사회적 권리를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믿고 있으며, 그렇기에 나는 나와 내 고장사람들의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고, 궁극적인 내 목표는 캘리포니아를 멕시코의 영토로 되돌리는 것이다” - Vasquez가 감옥에 있을 때, 남긴 말이라고 한다.  

Vasquez는 미국인들에게는 혐오스런 악당이었지만, 많은 멕시코계 캘리포니아인들이나 토착민들에겐 영웅으로 인식되어졌다고 한다. 특히 그는 여성들로 부터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종국엔 무절제한 여성탐닉이 결국 그를 몰락케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그가 1874 5월에 LA Arroyo Seco Area에서 체포되기 직전에는, West Hollywood에 있는 한 친척의 농장에 은신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Felicia라는 질녀를 임신시킴으로써, 이에 분노한 그 가족이 보안관에게 그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잡히게 되었다니, 여자란 남자에게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일까?  감미로운 사약?  우주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Black hole?  끊임없이 뜨거운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마법의 샘?  이래저래 남자가 결코 알아낼 수 없는 현빈의 문임은 분명하겠다.

본인은 살인한 일이 결코 없다고 부인했지만, 살인죄로 기소된 재판에서의 유죄판결로 39세였던 1875 319일에 San Jose에서 교수형을 받게되는데, 옥중에 있을 때에도 특히 여성들에게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고 하니, 죽음을 기다리는 그에게 크게 위안이 됐을까?  형장에서 남긴 마지막 단 한마디는 “ Pronto! ( 빨리! ) “ 였다고 한다.

얼마 전에 얼핏 신문에서 읽은 기사내용이 떠오른다.

1909년에 할빈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안중근의사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소개한 것이었는데, ‘적절한 절차에 의해 점령된 식민지의 한 악당이 저지른 잔혹한 테러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국을 유린한 적국의 거물을 과감히 사살한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애국적 장거” 이고 보니, 세상사란 그렇게 단순명쾌한 것이기 보다는 차라리 매우 상대적이며 복잡다단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희대의 악당 Vasquez’ 도 지금처럼 히스패닉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가 지속되다보면 머잖아 '불우한 동족을 돕고, 조국 멕시코의 주권회복을 위해 투쟁하다 희생된 걸출한 애국지사‘ 로 기려질 가능성이 아주 큰 그런 인물이라고 하겠다.

하긴 지금도 어엿이 Tiburcio Vasquez Health Center ( TVHC ) San Francisco 인근의 Union City에 설립되어 31년째, 의료보험이 없는 빈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140여년 전의 옛시절에 악명이 높았던 Vasquez와 그 일당이 집요한 추격대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이곳을 택했을 정도로 크고 작은 기기묘묘한 경사진 바위들이 이리저리 산재되어있는 이 공원을 여유롭게 돌아보는 데는 보통 3~4시간이 걸린다.

 

7882232cb83a6e11d5743232208c4a25.jpg

 

<   가는 길   >

 

LA에서 101 North를 탔다가 170 Freeway(Hollywood Freeway) North로 갈아타고 다시5Freeway를 따라 북상한다. 14 Freeway(Antelope Valley Freeway)가 나오면 다시 바꿔탄 후, Agua Dulce Canyon Road에서 내린다.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약 2마일을 올라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꺾였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이게 된다.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이는Agua Dulce Canyon Road가 아닌 직진하는 Escondido Canyon Road를 따라 동쪽으로 0.3마일을 가면 오른쪽에 이 공원입구가 나온다.

공원안으로 나 있는 차도를 따라 왼쪽으로 반마일쯤을 들어가면 45도쯤의 각도로 동쪽을 향해 들려있는 이른바 Tiburcio Vasquez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바위를 지나 넓은 주차공간이 나온다. 입장료나 주차료는 없다. 단 오전 8시에 개장하고 오후 7시에 폐장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44마일쯤의 거리인데 그 주소는 다음과 같다.

10700 Escondido Canyon Road, Agua Dulce, CA 91350,  Phone: (661) 268-0840

 

 3aba164c2df1e7315f6e35cfd870cddf.jpg

 

<   등산코스   >

 

이 공원의 총 면적은 약 932 Acre( 115만평)가 된다고 하는데, 볼만한 바위들이 모여있는 구역은 약 745 Acre(93만평)가 되고, PCT를 비롯하여 이리저리 거미줄처럼 나있는 등산로나 발자취들을 따라서 다니면 보통 3마일정도는 걷게 된다고 한다.

가장 높은 바위라도 150’를 넘지 않고 사암의 특성상 바위의 표면이 미끄럽지가 않아 대체로 어느 바위를 오르더라도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는 듯 한데, 그래도 몸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은 꼭 필요하겠다.

 

공원안에 있는 바위 어느 곳이라도 출입을 통제하지 않으니, 원하는 곳은 어디라도 걸어다니고 올라갈 수 있는 점이, 미국답다고나 할까, 꽤 인상적이다.

 

 faae987eaf4903dd2d5fcc13480b70ab.jpg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여 서쪽 끝부분이나 남쪽 끝부분까지도 여유롭게 살펴본다면,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섬세하고 기묘한, 실로 다양하고도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실컷 즐길 수 있으며, 왜 이곳이 “Star Trek” 등 그렇게도 많은 영화들의 촬영지로 선택되고 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된다.

 

공원의 북동쪽 부분에는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Nature Trail이 있어 Black Sage, Sage Brush, Buckwheat, Chamise, Juniper 등의 식물들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피크닉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높은 바위위에 올라서면 이 공원의 전체적인 윤곽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개를 잘 굽어 볼 수 있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