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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 Peaks ( 7761' & 7596' )

 

지극히 당연한 얘기겠지만, 산에 다니다보면 늘 수많은 식물들을 대하게 된다. 어쩌면, 산에 간다는 것은 수목과 풀의 세계로 간다는 말과도 동일할 것인데, 매번의 산행에서 각 식물들의 아름다움과 정교함 또는 놀라운 생존력 등에 대해 감탄을 하고 또 1000년은 되고도 남을 장수목들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곤 했는데, 근래에 읽게 된 “식물들의 정신세계” 라는 책으로 하여 전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기분이다.

 

식물들도 의식과 감정 등을 풍부히 가지고 있다 한다. 단지 우리들 미개한 인간이 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우리 인류는 자칭 고등동물이고 다른 존재들은 하등생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일일 수가 있다고 느끼게 됐다.

예컨대 비탈진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나 유카를 보면 그들의 키가 자랄 때 충분히 중력을 견딜 수 있게끔 밑줄기가 비탈의 각도에 맞추어 적절히 휘어지게 자라거나 비바람에 능히 견딜 수 있게끔 위로 갈수록 얇고 가늘어지는 등의 정교한 구조공학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많겠지만 결론은 식물들이 - 어쩌면 모든 생물과 유정물이 -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다는 것과, 식물의 꽃이나 잎이나 열매가 그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진선미의 의식을 가지고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것일 듯하다.

이렇게 보면 요정이니 범신론이니 하는 요술같은 세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진면목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2009년에 샌게브리얼 산맥에서 사람에 의한 화재 ( Station Fire ) 160,000 에이커 ( 2억 평 ) 의 숲이 타버린 일은, 실로 인간이 그 숲을 보금자리로 하여 살아가던 동식물에게 준 엄청난 재앙이었다고 하겠다.

나로서는 그 수를 추정하기에 너무 막연한 동물의 경우를 제외하고, 1평당 100개의 식물들만이 서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략 200억의 식물들이 불에 타 죽은 일이 되는데, 식물들이 산불이 번져오는 가운데 자기가 곧 불에 타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니 그 당시 그들의 공포와 원망이 어떠했을까! 천지불인을 빗대어 인간불인이라며 처연해 했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세상이 두렵고도 신비롭다.

 

 

오늘은 그 비정한 산불의 흔적을 아직 여실히 간직하고 있어 화재의 비참함과 동시에 또 다른 면목을 보여주는 곳인 Twin Peaks 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 내외의 규모인 샌게브리얼 산맥의 딱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불에 타다 남은 나무들의 형해와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는, 걷기에 편한 흙길로 왕복 14마일에 8시간이 소요되며, 순등반고도는 3000‘가 되는, 청량한 공기가 두드러지는 산행코스이다.

 

 

< 가는 길 >

 

Angeles Crest Highway ( 2번 도로 ) Milemarker 52.8마일 지점 ( La Canada 깃점으로는 28.5마일 지점) 에 이르면, Sulphur Springs & Santa Clara Divide” 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100m 쯤 들어가면 왼쪽으로 화장실이 있는 주차장이 있다. 2번 하이웨이선상의 유일한 레스또랑인 Newcomb Ranch 를 지나 동쪽으로 1마일쯤 더 간 곳이다.

Milemarker 58.2 지점까지 가서 Buckhorn Dayuse Area 에 주차를 하고, 그 곳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코스도 있으나, 오늘은 이곳 Three Points 에서의 산행을 안내한다.

 

 

< 등산코스 >

 

주차장 입구에서 2번 하이웨이를 따라 서쪽으로 100m 쯤을 가면 Sulphur Springs 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는데, 바로 그 표지판 남쪽 뒤로 등산로가 있다. 이곳은 PCT 와 오늘 우리가 주로 이용하게 될 Mt. Waterman Trail 이 중첩되는 곳이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산비탈을 올라가며 시작되는데 대략 250m쯤을 가면 등산로 오른쪽 ( 남쪽 ) PCT 임을 알리는 Peddle , 글자판이 낡아 읽기가 쉽지 않은 제법 큰 이정표가 있어 직진하는 길이 PCT Silver Moccasin Trail 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 이정표 앞에서, 길이 없는 듯한 희미한 발자취의 흔적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가야 한다. 대략 30m 쯤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불에 타 쓰러진 큰 나무 뒤로 비로소 Mt. Waterman Trail 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여기서부터는 오직 한줄기 길이 면면히 이어져 나가므로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면서 때론 동쪽으로 때론 남쪽으로 휘어지고 오르고 내리며 나아가는 등산로를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가면 된다.

 

어찌보면 바위를 소재로 자연이라는 예술가가 빚어낸 조각공원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크고 작고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이곳저곳에 널려있고, 불에 탄 크고 작은 수목들이 잎새를 다 잃고 줄기들만 새까만 숯이 된채로 서있어 애처롭기만 한데, 그렇기에 바위들의 모습은 더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하겠다.

 

 

등산로 오른쪽으로는 깊은 계곡 Devil's Canyon 이 굽이굽이 벋어 내리는 모습이 유장하고, 그 끝간데 쯤의 왼쪽으로는 Monrovia Peak, 오른쪽으로는 Mt. Wilson San Gabriel Peak 등의 연봉이 병풍으로 둘러져 있다.

 

이윽고 앞으로 Twin Peaks 의 뾰쪽한 모습이 나타나게 되며, 뒤이어 길이 그 왼쪽으로 있는 크고 완만한 봉우리인 Mt. Waterman 의 기슭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입구에서 약 3.5마일 지점에 이르면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해발고도 7300‘ 의 Twin Peaks Trail Junction 이 된다. 직진으로 나아가는 Mt. Waterman Trail 을 벗어나, 오른쪽 길을 택해 꼬불꼬불 내려가다 보면 아주 작은 물줄기를 만나게 되는데, 고도 약 7000’정도가 되는 곳으로 대개는 간단히 손을 씻을 수 있는 정도의 물웅덩이를 이룬다.

 

Twin Peaks 의 봉우리는 이제 바로 눈앞이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무성한 가운데 드문드문 있는 거구의 Sequoia Tree 지대를 지나가면, Twin Peaks Saddle 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해발고도 6550‘이다. 여기서 부터는 다시 오름길이 되는데 곧이어 Heliport 0.25마일이라고 쓰인 이정표를 지난다.

 

정상은 이제 0.8마일의 거리에 1200’정도의 순등반고도가 되니, 매우 가파른 구간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따금 경사가 급하고 흙이 무른 곳에서는 발이 뒤로 밀리기도 한다. 이윽고 동봉과 서봉 사이의 Saddle 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가면 서봉에 오르게 되는데 우선은 왼쪽으로 올라가도록 하자.

 

 

해발고도 7761‘ 의 동봉 정상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다소 평평한 지형인데, 소나무들과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다소 산만한 형국이다.

자리를 잡고 앉기 전에 정상의 동쪽 끝과 남쪽 끝으로 다가가서 잠시 발아래로 펼쳐지는 전망을 즐기도록 하자.

동쪽은 San Gabriel River North Fork 을 이루는 Bear Creek 이 흐르는 Mt. Islip Crystal Lake 쪽이고, 남쪽은 Devil's Canyon 을 거쳐 내려오는 West Fork 과 그 물을 담아두는 Cogswell Dam 이 있는 쪽이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이 San Gabriel 산맥의 가장 중심위치이며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산에 임하여 혹, 체력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서봉 (7596' ) 에도 올라가 보자.

Saddle에서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데, 동봉에 오르는 하이커 중에 서봉에도 오르는 경우는 열에 하나를 밑도는 적은 수라고 한다.

그러니 만큼 인적이 뜸해 원시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등산로가 분명하게 나 있는 것은 아니나, 잘 살피면 발자취들을 읽을 수 있어, 헷갈릴 여지는 별로 없다.

서봉 정상에는 등정기록부가 비치되어 있는데, 하산할 때에는 지름길을 생각지 말고, 올라온 자취를 따라 그대로 되짚어 내려오는 것이 더욱 안전하겠다.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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