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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10일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West Fork National Scenic Trail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 가끔씩 듣게 되는, 어느 고승의 말씀이라는데, 내 나름대로는 “아마도 지금 있는 그대로가 최상이고 진리이며 모든 것이 스스로 완전한 것이므로, 뭔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욕심이나 미흡감을 버리라”는 가르침으로 이해해 본다.

 

그런데 혹시 “산은 물이고 물은 산이다”라는 명제는 어떨까?

산에 다니다 보면, 비록 건조한 우리 남가주의 산들이라해도 산이 높으면 물이 깊다는 체험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느끼게 된 것은 JMT 하이킹에서 였다. 218마일이라는 시에라 네바다의 고산준령을 지나니 당연히 험준한 산악지대를 다니고 있다고 해야겠지만, 반대로 물의 나라를 다니고 있다고도 느껴질만큼 수많은 푸르른 호수들을 지나면서, 오행론에서의 “금생수“라는 의미를 이해할 듯 한 감회를 가졌던 것이다.

요산요수란 의미를 ”산에 가서 산과 물을 즐긴다“로 생각하게 되고, ”인자요산 지자요수“란 의미는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은 산을 찾아가서 산과 물을 즐긴다“로 이해해야 옳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물이고 물은 산이다“는 말도 타당한 구석이 있지 않겠느냐 고 고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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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라도 오늘은 우리가 등산을 하러 다니는 남가주의 산악지역과 연계된 물의 흐름을 살펴 보기로 한다.

우리 남가주에는 크게, Los Angeles River, San Gabriel River, Santa Ana River 의 세 개의 강이 있다. 그런데 공교로운 것은 LA 의 바로 북쪽에 있는 San Gabriel 산맥이 이 세 개의 강들과 두루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LA 강을 살펴보면, San Fernando Valley의 서쪽 끝에 있는 Canoga Park 지역의 Simi Hills Santa Susana 산맥에서 근원하여 Long Beach까지 48마일의 흐름 끝에 태평양에 유입된다. 강의 유역은 2,142 평방km이다.

San Gabriel산맥에서는 2개의 물줄기가 LA 강으로 흘러 드는데, 맨 서쪽 산줄기들의 물은 Big Tujunga Dam을 거쳐 Hansen Dam을 지나 Studio City 부근에서 LA 강에 보태어 진다.

우리들이 잘 아는 Lukens, Josephine, Strawberry, Vetter, Hillyer, Pacifico, Gleason, Fox, Eagle 등의 산들이 이 물줄기와 관련되어 있다.

또 다른 하나의 물줄기는 Arroyo Seco 이다. Red Box의 남서쪽을 근원으로 본다. Wilson 산의 서남쪽 지류인 Milard Creek Bear Canyon의 물이 더해져 총 25마일의 흐름 끝에 Dodgers 구장 북쪽 쯤에서 LA 강으로 유입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산으로는 Echo, Lowe, Markham, Disappointment, San Gabriel, Wilson, Harvard, Yale, Hastings, Jones 등을 그 연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두 번째는, San Gabriel 강인데, Mt. Baldy 북편의 Blue Ridge Pine Ridge사이의 Prairie Fork을 시원으로 보며 이 줄기가 Fish Fork와 합해져서 Iron 산을 서쪽으로 돌아 흐르는 East Fork이 되는데 이 물줄기 외에도, West Fork North Fork 의 총 3개의 물길이 합하여져 San Gabriel 강물이 되어 Azusa 지역의 San Gabriel Dam Morris Dam을 거치고 다른 물줄기들이 더 보태어지며, 종국엔 61마일의 흐름을 끝으로 Seal Beach 인근의 Alamitos Bay 를 통해 태평양에 유입되어진다.

강의 유역은 1,847평방 km 이며, 대체로 39번 도로와 605 Freeway가 이 강의 흐름을 따라 조성되었다.

West Fork Red Box의 동쪽, San Gabriel산의 북쪽에서 시작되고 Twin Peaks 의 서남쪽 계곡을 지나는 Devils Creek 과 합수되어 Cogswell Dam 을 지나 Azusa 쪽으로 흘러 든다.

North Fork Twins Peaks 동쪽의 Bear Canyon Islip 산과 Crystal Lake 지역에서 모아져 흐르는 Bear Creek 이 중심이 되어 West Fork 의 하류로 합류되는 물줄기이다.

 

마지막으로, Santa Ana 강은, 남가주 최대의 강으로 San Bernardino 산맥의 Santa Ana Canyon 에서 발원하는데, 우리 등산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Dollar Lake ( 9,288 )  Dry Lake ( 9,068 ) 과 함께 이 강의 가장 높은 발원처가 된다.

우리가 San Gorgonio 산을 갈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Vivian Creek Trail에서 초입에 건너야 하는 Mill Creek 이나, Big Bear Lake 의 물이 이 강에 흘러들고, Palm Springs San Jacinto , Orange County 의 최고봉인 Santiago 산의 물이 이 강에 유입되어진다.

San Gabriel 산맥에서 이 강에 유입되는 물길로서는 Mt. Baldy 의 동쪽에 있는 Lytle Creek, Etiwanda Creek, Cucamonga Creek 이 있다.

96마일의 긴 흐름을 끝으로 Huntington Beach 를 통해 태평양에 유입되는데, 강의 유역은 6,900평방 km 이다.

 

 

오늘은 San Gabriel 강에 유입되어지는 물줄기의 하나인 West Fork의 하류인 West Fork National Scenic Trail 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연중 어느 때라도 가 볼만한 곳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편도 8마일에 걸쳐 완만하게 뻗어 있는 곳으로 하이킹은 물론 조깅과 싸이클링 그리고 낚시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코스이다.

맨 위쪽의 Cogswell Dam 까지 왕복하려면 약 7~8 시간이 걸린다.

 

< 가는 길 >

Fwy 210 Azusa Exit 에서 내려 북쪽으로 1.7마일을 가면 길 이름이 San Gabriel Canyon Road 로 바뀌며 산악지역이 되는데, 곧이어 오른쪽은 San Gabriel 강이 된다. Morris Dam San Gabriel Dam 이 차례로 나온다.

Freeway 로부터 11.3마일 지점에 East Fork 으로 가는 꽤 큰 다리가 오른쪽으로 나오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12.0마일 지점에는 OHV Area 라는 곳을 지나는데, Off- Highway Vehicle Area 라는 뜻으로 4륜구동차로 거친 강바닥을 달리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12.6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Cogswell Dam 이라고 표시된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는데, 이 곳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오던 길로 100m쯤을 더 가면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왼편에 화장실이 갖춰진 큰 주차장이 있다. 주차허가증을 차 안에 잘 걸어 놓는다.

 

 

< 등산 코스 >

조금 전에 차로 건넌 다리가 West Fork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걸어서 다시 다리를 건너와 오른 쪽으로 있는 차량통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다.

 

등산로는 계곡의 남쪽면을 따라 조성된 정갈한 포도인데, 오른쪽으로는 맑은 물이 재잘대며 흘러 내리는 West Fork 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으로는 Oak, Sycamore 와 함께 특히 Alder들이 우거져 있어 청량한 기운이 감돈다.

바람이 살랑 불때마다 바싹 마른 채로 길과 길섶에 눈처럼 흩뿌려지는 낙엽의 색깔까지도 푸른 색이어서 더욱 싱그러운 느낌을 주는 Alder 류는, 밟으면 여지없이 바삭 부서지면서도 아직 풋풋한 생명의 내음을 간직하고 있어 경이롭다.

때로 개울의 수면마저 무수한 낙엽들이 촘촘히 덮고 있는 광경이, 여지없는 인상파 화가의 화폭이다.

 

길게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포장도로에 흩뿌려진 낙엽들을 비로 쓸 듯 휘몰아 오는 소리가 부산한데, 몸을 감싸고 도는 바람의 결이 한번은 따스하고 한번은 싸늘하여 까닭이 궁금하다.

남쪽 계곡면은 깎아 지른듯 가파르고 위태롭게 느껴지며 습하고 그늘진 부분이 많은데 비하여, 북쪽 계곡면은 부드럽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오후의 햇볕을 많이 받아 건조하고 따뜻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다. 계곡의 양쪽 면이 서로 식물의 생태도 크게 다르다고 하니 잘 살펴 볼 만도 하다.

 

길 왼쪽으로 건물 하나가 보인다. 4.5마일을 온 것이다. 1890년에 설립되었다는 “The Pasadena Bait Club"으로 123년이 되도록 바로 그 자리에서 낚시꾼들의 휴식처가 되어온 곳이다.

 

이곳은 서부개척기부터도 송어낚시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 옛날 주지사였던 Henry H. Markham 이 이 곳에서 6시간 동안에 98마리의 송어를 낚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1인당 조어한도가 50마리로 되어 있을 때 였다니, 아마도 이 분이 꽤나 다혈질의 낚시광이었나 보다.

송어가 많았기로 이곳에서 곰을 보는 일도 잦았다는 것은, 어느 덧 Bear Creek 이라는 지명으로만 남은 아득한 전설이 됐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송어를 보호하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서 1.5마일 이상의 상류에서는 오로지 미늘이 없는 바늘을 써야하고 “잡았다가 놓아주는( Catch & Release )” 방생낚시만 허용된다고 한다.

예전 어느 땐가는 상류의 Dam을 청소하면서 대량의 진흙찌꺼기 ( Silt; 해감 )를 방류하여 송어가 멸절되는 일이 발생하였었고, 급기야는 Lake Tahoe 에서 송어들을 잡아다 이곳에 넣기도 했다고 한다.

 

잡았다가 놓아 주는 “방생낚시”는, 우리 선진국 문화인들만이 베풀 수 있는 너그러운 자비인지, 아니면 비정한 생명학대인지 헷갈린다. 고픈 배를 채우려는 낚시가 아닌, 단지 짜릿한 기분을 즐기려는 낚시는, 선량하고 고결한 선비의 풍류일 수 도 있지만, 오만하고 몽매한 강자의 횡포일 수 도 있겠다.

 

 

6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계절에 따라 물이 흐르는 폭포가 있다. 제법 웅장한 맛이 있는데 피크닉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어 좋은 쉼터가 된다.

1932~1934년에 상류의 Dam을 만들 때 함께 만들었다는 포장도로는 경사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완만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왼편으로 “Glenn Campground" 라는 큰 표지판이 나온다. 7마일을 온 것이다. 텐트를 칠 자리들이 있고 상수도와 화장실이 있다.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단다. 체력이나 시간에 더 이상의 여유가 없다면 이곳을 최종 목적지로 하면 된다.

여태까지는 비교적 좁은 계곡 사이로 개울과 등산로만 길게 뻗어 있는 빠듯한 공간의 연속이었는데, 이곳은 꽤 널찍하고 정갈한 공터라서 한결 푸근하게 느껴진다.

 

Dam 까지는 약 1마일의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을 더 가야하는데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더라도 계속 아스팔트길을 따라 직진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다보면, 포장도로 양편으로 Fence가 있는 시설이 앞을 가로막는데, 왼쪽으로는 사유지라는 표지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Trespassing & Loitering Forbidden By Law" 라는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놀라 걸음을 되돌릴 필요는 없다.

Dam 까지 또는 Dam 을 건너 하이킹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정상적인 Dam 의 관리에 위해가 되는 어떤 불법적인 행위를 금지한다는 의미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곳을 통과하면 곧바로 눈앞에 Dam이 나타난다.

 

Cogswell Dam 으로 West Fork 의 상류와 Devils Creek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두어 두는 홍수조절용 시설이다. 댐의 길이가 178m, 높이가 81m 이며, 20만평의 저수면적에 1100만 입방m 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로, 바윗돌( Rock-fill ) 로 채우는 공법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갈수기라서 댐의 바닥이 대부분 드러나 있다.

 

이곳에 담기는 물의 일부는 흐르고 흘러 결국 태평양에 유입되어 질 것인데, 우리네 생명도 마찬가지겠다. 흐르고 흘러가면 결국 대자연이라는 또 하나의 바다에 귀속되어지고, 바닷물이 구름이 되어 순환하듯, 우리네 몸도 결국은 지수화풍의 일부가 되어 흩어지되 불멸의 순환과정, 즉 윤회의 여정을 지속하게 될 것이겠다.

나는 내가 아니고,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며, 저 물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저 물이라는 명제를 인식하는 것이, 다름아닌 깨달음의 기초가 되는 것일까?

그런데 깨달음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일까? 아니, 깨달음이란 경지가 있기는 한 것인가?  깨달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말이 되는 건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라는 말씀도 바로 이런 가르침인가?

 

댐 위를 지나 건너편 피안에 이르면 아스팔트 아닌 허물어진 산모퉁이 황토비탈이 있어, 도시락을 펼칠 자리로 안성마춤이다.

 

되돌아가야 할 8 마일 길이 멀기는 하지만, 계곡과 개울의 경치가 수려하고 수목과 낙엽도 향기로운데다 적당히 내리막길이니 뒤에서 맑은 골바람이라도 불어 준다면, 오히려 짧기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모를 일이다. 한 떼의 아름다운 푸른 머리( 압록 ) 물오리들을 조우케 되는 드문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런지!

 

 

< 사족 >

물이 없이 바짝 마른 댐의 안쪽 수몰부분을 보노라니, 푸르고 아름답기만 한 산들의 드러난 아랫도리가 온통 부러지고 멍들고 곪은 상처투성이의 환부로 느껴져, 환경보호가들이, 인위적인 댐의 축조가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크게 해친다며, 목청을 높여가며 반대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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