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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14일자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Mt. San Jacinto 8 Peaks

 

우리가 만약 이 남가주의 어느 산에서 시종 아름드리 소나무 그늘 아래로만 하루종일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고 하면 아마 대다수의 남가주의 등산애호가들로서는 그 사실만으로도 큰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런 곳이 과연 어디일까 궁금해 하시리라 생각된다.

그것도 백두산 정상의 해발고도 수준을 넘어서는 고산지대에서, 이 뜨거운 남가주의 여름에도 원시림을 떠올리는 우거진 송림의 향기가 배어있는 청량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하면 그 산행의 매력은 훨씬 더 배가되어질 것이겠다.

다름아닌 바로 열사의 평지 Palm Springs 에 돌연 수직으로 2마일에 이르는 높이로 우뚝 솟아나 있는 해발고도 10834 ( 3304m ) Mt. San Jacinto 의 연봉들 중에 해발고도가 10000 가 넘는 7개의 산과 Cornell Peak 을 합한 8개의 봉우리 전부를 하루에 답파하는 등산을 말하는데, 총 산행거리는 15마일이고 순 등반고도는  5200’정도라서 웬만큼 등산경력이 있고 잘 걸으실 수 있는 분이라면 대략 12 ~ 13시간 안에 충분히 마칠 수가 있다고 하겠다.

, 고도 10000’ 내외의 고산준령을 주로 걷게 되기 때문에 이 정도의 고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하고, 원래 주봉인 Mt. San Jacinto ( 10834 ) 를 제외한 나머지 봉우리들에는 정규등산로가 아예 없고, 일부 등산로가 있는 구간이라도 시간과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꺾어지고 휘어지는 정규 등산로가 아닌 직선 루트를 주로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거의 절대적이므로, 적극적인 열의와 끈기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또한 이 봉우리들간의 이동에는 주로 스스로 산행 방향을 결정하여 Cross Country 를 해야 하는 까닭에, 이 연봉들의 위치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이해나 경험이 있는 리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등산로가 아닌 곳을 주로 지나기 때문에 대원들 중에 누구라도 일단 대오에서 일탈되면 고립무원의 조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시종 대원들간에 반드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산행을 해야한다.

해발고도 10000’ 가 넘는 7개의 봉우리를 열거하면 Miller Peak ( 10200 ), Mt. San Jacinto ( 10834 ), Folly Peak ( 10480 ), Newton Drury Peak ( 10160 ), Marion Mtn ( 10320 ), Shirley Peak ( 10388 ), Jean Peak ( 10670 ) 이고, 여기에 등정하기가 꽤 어려운 Cornell Peak ( 9750 ) 을 하나 더하면 8 Peaks 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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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eaks 의 산행은 여러가지 루트로 시도할 수 있겠으나, 대개의 Marion Mtn Trail 이나 Seven Pines Trail 또는 Deer Springs Trail 등 서쪽 기슭의 트레일에서 시작하게 되면 등산시작점의 고도가 보통 6000’ 내외가 되므로, 등산시작점의 고도가 8500’ 가 되는 Tram Route 를 이용하는 것이 순등반고도 관점에서 훨씬 유리하므로 이 루트를 전제로 안내한다.

, Tram Route 를 이용하는데는 첫차와 막차의 운행시간내에서 등산이 시작되고 하산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하며, 산행 도중에는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미리 1 갤런 내외의 충분한 식수를 지참해야 한다.

 

< 가는 길 >

 

LA 한인타운에서 10 Freeway East 를 탔다가, Downtown 인근에서 60 Freeway East 로 갈아탄 후, 75.7마일을 달리면 다시 10 Freeway East에 합쳐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18.2마일을 더 가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111번 도로로 바꿔 탄다. 8.5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Tramway 안내판이 있다. 이를 따라 3.9마일을 들어가면 Palm Springs Aerial Tramway의 주차장이다.

 

Tram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주말과 공휴일엔 오전 8시부터 운행되며, 산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밤 945분이 막차가 된다.  7 Peaks 를 하루에 마치려면 반드시 주말과 공휴일의 첫차를 타야 하는데, 막차시간을 확인해 두어서, 아무리 늦어도 마지막 차를 탈 수 있는 시간까지는 Upper Station에 돌아 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Tram을 이용하는 왕복요금은 성인 23.95달러, 3~12세 어린이는 16.95달러, 62세 이상의 시니어는 21.95달러인데, AAA 멤버는 약간의 할인혜택이 있다. ( 주소 : 1 Tramway, Palm Springs, CA 92262; 전화 : 760-325-1449 )

 

< 등산코스 >

 

2.5마일 길이의 Tramway가 설치되어 있는 아슬아슬 아찔아찔한 급경사의 계곡이 Chino Canyon이다. 아래쪽 Valley Station 의 해발고도가 2643‘ 인데, 10분만에 고도 8516’의 Upper Mountain Station에 닿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있었는데, 눈 깜짝하는 순간에 푸르른 송림이 울창한 고도 2600m의 고산지대에 우리를 사뿐히 내려놓는 저 Tram이라는 존재는, 바로 미국판 램프의 요정 ‘지니’가 아닌가 여겨진다.

 

본격적인 산행은 Mountain Station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시작된다. 0.3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Long Valley Ranger Station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무료입산허가를 받아야 한다. 필요하면 식수를 구할 수 있다.

 

Self-Permit 으로 입산허가 절차를 마친 후 계속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울창한 숲속의 등산로를 따라가는데 0.1마일쯤의 거리에 이르면 왼쪽으로 길이 갈라진다.  Landells Peak ( 9356' ) 이 있는 1마일 거리의 Hidden Divide Natural Preserve 로 이어지는 길인데, 우리는 그냥 직진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계속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는 숲길이 이어진다. 조금 전에 산밑에 있을 때의 그 황량한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청량한 기온과 무성한 푸르름속에, 건기가 아니라면 맑은 시냇물도 볼 수 있다. 숲속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는 큰 바위덩이들이 또한 운치를 더해주니, 거대한 소나무들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는 이곳이 바로 하늘위의 오아시스이며 별유천지가 아닐까 싶다. 이 뜨거운 한여름에도 송림 사이의 그늘길은, 시원하고 향기로우며, 부드러운 흙이나 낙엽이라 밟기에도 쾌적하다.

 

Ranger Station 을 떠난지 대략 20여분후에는 등산로가 왼쪽으로 있는 냇물을 건너게 되는 지점에 이르게 되는데, 건너가기 직전에 Round Valley가는 방향을 가리키면서 Mountain Lion 을 조심하라는 그림이 부착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대략 Tram Station 으로부터 1마일을 온 지점이겠다.

 

이곳에서 표지판이 가리키는 정규등산로를 따라 가지않고, 표지판의 뒷쪽 바위들을 잘 살피도록 한다. Sid Davis Route 라고 부르는 Use Trail 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정규 트레일이 아닌 이 루트를 따라 대략 1마일을 오르면 ‘Tamarack Valley; Elev 9120” 이라고 쓰여있는 팻말을 보게된다. Tamarack Valley Campground 이다.

 

Tamarack소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이곳에서 북쪽을 자세히 보면 아주 가파른 바위봉우리가 꽤 가까이에 우뚝 솟아있는 것을 알게 된다. 10000’ 에서 조금 미달되는 해발고도 9750 ( 2972m ) Cornell Peak 이다. 걸음이 빠른 분이라면 이곳에서 Cornell Peak을 다녀오는데 약 90분 내외가 소요된다. 최정상은 워낙 뾰쪽하고 가팔라 오르기가 두렵고도 위험하다.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정상의 5m 쯤 아래에 있는 정상등록부 보관장소까지만 오르게 된다. 우리도 역시 이 등록부에 소감을 남기고 하산하여 다시 Tamarack Valley 로 돌아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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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Tamarack Valley는 남쪽의 Round Valley로 이어지는 정규트레일이 있으나, 2마일 내외의 산행거리를 단축하기 위해서 유지보수를 전혀 하지 않는 서쪽으로 이어지는 Tamarack Trail 을 따라 역시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들 사이로 올라간다. 1마일의 거리를 지나면 Wellman Divide 쪽에서 올라오는 정규  Peak Trail에 합류케 된다.  하산시에 다시 이 지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므로 이 부근의 한적한 곳에 여분의 물 1병을 보관해 놓으면 배낭의 무게를 조금은 덜 수 있겠다.

 

정규등산로를 따라 약 0.4마일 거리를 오르다가 등산로가 왼쪽으로 바짝 꺾이는 지점에 이르면 등산로를 벗어나며 계속 직진한다. 0.1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그리 크지 않은 바위봉을 보게된다. 보이스카웃의 공로자였던 Frank A. Miller 에게 헌정한다는 글이 새겨진 동판이 정상에 부착되어 있는 Miller Peak ( 10200’ )이다.

 

여기서 다음 목적지이자 주봉인 Mt. San Jacinto 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정규등산로를 따르지 않고 Miller Peak에서 주봉을 향해 직선방향인 서쪽으로 올라간다.  곧게 잘 자란 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비틀리며 괴롭게 자랐을 듯한 Limber Pine들의 숲을 지나 대략 15분 내외이면 숱한 큰 바위들이 얼기설기 덮여있는 주봉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일찌기 이 자리에 올랐던 John Muir가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장대한 경치라고 감탄했다는 전망을 즐기고 나서, 서쪽의 Folly Peak ( 10480 ) 을 가늠하여 그곳으로 향한다.

 

소나무와 큰바위들이 어우러진 굴곡이 많은 험한 구간이라 내리막이기는 하나 대략 0.7마일에 30분정도가 소요된다. Folly Peak에 오른 후에는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데 대략 1마일내외의 거리에 Newton Drury Peak ( 10160 )이 보이고 그 너머로 다시 1마일 이상의 남쪽에 Marion Mtn ( 10320 )이 보인다. 물론 그곳으로  이어지는 정규 등산로가 없으므로, 가능한한 반듯한 직선의 행로를 유지하며 인적이 거의 없는 비탈길을 나아가야 한다.

 

우람하고도 품위있게 자라있는 Limber Pine 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굵은 바위와 억센Manzanita 등이 수시로 앞을 가로막는 경사진 비탈을 가로지르는 Cross Country 의 고생길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통의 한숨이 아닌 환희의 탄성을 발하게 된다. 인적이 거의 닿지 않은 고산에서 원시림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장대하고 우아한 이 소나무들을 보노라면, 이들 나무들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잘 진화되어온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가 아닐까 하는 경외의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정상이 몇개의 큰 바위로 이루어진 Newton Drury Peak 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내리막 구간이 되고, 정상이 아주 큰 두 무더기의 바위로 이루어진 Marion Mtn 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오름 구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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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n Mtn 의 공식적인 정상은 맨 서쪽의 봉우리인데, 이곳은 두개의 거대한 바위 무더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형태인데, 동쪽의 바위 무더기가 정상점이다.  동쪽 바위군의 동쪽 면을 살펴보면 고사목 한그루가 기둥처럼 서있는데 이 나무에 인접한 바위의 중간이 사선으로 쪼개져 있다. 이 쪼개진 틈새를 지나 올라가면 거대한 바위가 수직으로 갈라진채 벌려 서서 앞을 막는다. 이 갈라진 틈을 통해 4~5m가 됨직한 높이를 다소 어렵게 올라가면 그곳이 바로 정상이다. 이 큰 바위의 위에도 또 아래에도 정상등록부가 각기 비치되어 있다.

 

다음은 Shirley Peak ( 10388 )이다. 다시 주봉인 Mt. San Jacinto 가 있는 북북동의 방향으로 0.7마일이 조금 넘는 듯한 거리이고 40분쯤이 걸린다. 한그루 한그루 너무나  아름다운 소나무숲이 계속되며 흙이나 낙엽들이 밟히는 촉감도 너무나 포근하다. 역시 큰 바위들이 정상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바위틈에 정상등록부가 있다.

 

다시 같은 방향으로 1마일쯤의 거리에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Jean Peak ( 10670 ) 이 있다. 다른 봉우리들에 비하면 훨씬 작은 바위들인데, 그것도 듬성듬성 놓여져 있다. 오늘의 마지막 정상등록부에 8 Peaks 를 성취하는 소감과 함께 이름을 적는다.

 

이제는 하산이다. 바로 북쪽의 주봉을 향해 북쪽으로 0.3마일쯤을 가면 주봉과 Jean Peak 사이의 Saddle 이 된다. 여기서 동쪽을 향해 가파른 비탈을 조심조심 내려오면 몇시간 전의 등산시에 Tamarack Trail 에서 정규 Peak Trail에 합류했던 지점에 이르게 된다. 한켠에 보관해 두었던 여분의 물을 되찾는다.

 

오전에 올라왔던 Tamarack Trail 을 그대로 되짚어 내려온다. 다시 Sid Davis Route 를 거쳐서 마침내 정규 등산로에 오르고, 다시 Long Valley Ranger Station 에 이른다. 지니고 다녔던 무료 입산허가증을 수거함에 넣어 반납하고, 시계를 보면서 Upper Tram Station 으로 향하는 발걸음의 완급을 결정한다. 몸은 설사 천근만근으로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마음만은 그야말로 우화등선, 새털처럼  가벼울 것임을 장담한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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