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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3일자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Mt. Hollywood ( 1625’ )

 

우리 한인 등산동호인들이 등산활동의 묘미를 거론하면서 흔히 나누는 농담으로 주말마다 산에가서 산신령이 지어놓은 보약을 먹고 온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 바, 다소 원시적인 소박한 표현이면서도 그 안에 우리들 한국인으로서의 전통적인 정서가 담겨있는 정감어린 말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이 농담은, 과학적인 이치에도 어긋나지는 않는 꽤 그럴듯한 비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청정한 기운에 잠겨있는 푸르른 숲과 계곡의 비탈길을 오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왕성한 심폐활동과 근육운동은 물론, 그에 따라 우리 몸의 노폐물을 코와 피부로 내뱉는 , 천지자연의 맑은 기운인 천기와 지기를 온 몸에 받아들이는 을 여러 시간에 걸쳐 격렬히 지속하게 되는데다, 일상의 제반 번사를 잊고 경이롭기만한 별유천지를 짐짓 신선이 되어 거닐게 되니, 심신의 건강이 어찌 아니 크게 자양되지 않을 것인가! 

산을 다니다보면 가끔씩은, 산속에서 전혀 모르던 분을 만나 잠시 인삿말을 나누게 되는 일이 있는데, 지극히 건강해 보이는 분들이 불과 2~3년전만 해도 건강상태가 매우 나빴었으나 등산과 인연을 맺고나서 이렇게 전례없는 건강한 몸을 가지게 되었다고 토로하시는 분들도 만났었다.

대개의 등산애호가들은, 생업에서 완전히 은퇴히신 분이 아니라면, 평균적으로 주 1회 산을 찾는 것이 보통인데, 이로써도 심신의 건강이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지는 것을 자타가 공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렇지만 설령, 갈수록 산이 좋아지고 또 유익함을 알게되어, 더욱 자주 산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일주일에 2~3일씩이나 산을 찾아갈 시간을 내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라 하겠다.

그런데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분들 중에도 일주일에도 여러번씩 또는 거의 매일 산을 찾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면 이 어찌 부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 분들이 거의 매일 산을 찾으며 느끼고 누리는 여유와 행복의 총량과, 매일 매일 산신령표 보약을 꼭꼭 복용함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얻어지는 심신의 활기와 건강은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얼마나 귀한 것이 겠는가! 이는 다름아닌, 우리 Angelino들의 큰 자랑이자, LA 한인타운에서는 바로 지근거리라 할 Griffith Park Hollywood Mountain을 그 중심무대로 하여, 어제도 또 오늘도 엄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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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있는 이 LA는 워낙 자랑거리가 많은 도시인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에서도 단연 그 우월성이 두드러진다.

우선 주요도시의 제1공원의 규모를 따져보면, 뉴욕의 자랑인 Central Park 843 에이커가 되고, 런던의 Hyde Park 350 에이커이며, 우리 한국 서을의 남산공원은 732 에이커에 이름에 비해, 우리 LA Griffith Park은 무려 4310 에이커에 이르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규모가 되는데, 도심에 있는 공원으로는 북미 최대의 크기라고 한다.

지형적인 특징으로는 다른 도시의 공원들이 사람의 손길이 모두 미치는 잘 길들여진 곳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Griffith Park 은 상대적으로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야성의 산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서식하는 큰 동물들을 꼽아보면, 다른 도시의 공원내에는 대개 다람쥐 정도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음에 비해, 우리의 Griffith Park에는 사슴, 코요테, 너구리, 토끼, 다람쥐 들이 자연상태로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공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산악지대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Griffith Park 은 금광산업에 투자하여 큰 부자가 된 Wales 태생의 Griffith Jenkins Griffith ( 1850 ~ 1919 ) , 그가 4000여 에이커에 이르는 Rancho Los Feliz 를 취득하여 타조농장으로 활용하던 땅 3000여 에이커를 1896년에 LA시민에 대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시에 기증함으로써 비롯되어졌는데, 공원부지안에만도 서울의 남산높이 ( 494m ) 내외의 봉우리들이 9개나 있으니, Cahuenga Peak ( 1820’; 551m )을 필두로, Burbank Peak ( 1690’; 512m ), Mt. Lee ( 1680’ ), Mt. Hollywood ( 1625’ ), Mt. Chapel ( 1614’ ), Mt. Bell ( 1582’ ), Mt. Baby Bell ( 1570’ ), Glendale Peak ( 1184’ ), Bee Rock ( 1056’ ) 등이 그것이며, 이 안에 있는 등산로의 총연장거리도 53마일에 이른다고 하니, 이곳은 일반시민들은 물론 등산애호가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이 공원안에 있는 수많은 등산 산책코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천문대 주차장에서부터 Mt. Hollywood 정상까지 이어지는 ‘Mt. Hollywood Hiking Trail’을 소개한다.

왕복 3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500’가 되며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쉽고도 아름다운 코스인데, 특히 LA 일원의 도시전경들과 San Gabriel 산맥의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남쪽 산줄기의 산들을 일목요연하게 관찰할 수 있어, 대단히 경이롭다. 특히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면 1시간으로도 왕복 산행이 가능하므로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산에 올라 정상에서 멋진 일출을 즐기고도 여유있게 직장에 출근도 할 수 있어, 거의 매일 산을 오르는 이 코스의 애호가들이 적지않은 바, 하루 하루 일상의 활력과 근면은 물론, 10, 20년씩의 일관된 산행을 통해 일생의 행복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도, 119년 전에 Griffith라는 한 이민자가 LA 시민들에게 베푼 크리스마스 선물이 뿜어내는 공익적 광휘는, 세월이 갈수록 더욱 찬연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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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

LA 한인타운에서는 Vermont Ave 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Los Feliz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로부터 완만하게 구부러지는 주택가 길을 0.3마일쯤 더 올라가면, Griffith Park 임을 알리는 큰 Sign이 왼쪽편에 서 있다. Wilshire Blvd   Vermont Ave 의 교차로에서 부터는 3.7마일 지점이다.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여 0.5마일을 더 오르다가, 짧은 터널을 통과하면, 3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 갈래를 따라 올라가며, 곧 천문대 앞의 화장실이 완비되어있는 넓은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Wilshire Blvd   Vermont Ave 의 교차로에서 부터는 5.0 마일 지점이 되는데, 이곳에 주차한다.

<   등산 코스   >

천문대 ( Griffith Observatory ) 의 앞에 있는 넓은 주차장이 끝나는 맨 북쪽에 Charlie Turner Trail 의 시작점임을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서있고, 흙으로 된 넓은 도로가 계속 북쪽으로 이어져 올라간다. 양쪽 도로변에는 잘자란 소나무들이 가로수로 도열하고 있어 운치가 있고, 포장을 하지않은 흙길이라 등산로로서의 의미가 살아난다.

등산로 시작점에서 0.1마일을 지날 무렵엔 길 왼쪽으로 작은 공원형태로 꾸며놓은 아담한 소나무 동산이 나오는데, ‘Berlin Forest’라는 표지판이 있다. 우리 LA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 Berlin 을 기념하는 의미이겠다. 이제 길이 약간 경사로 내려가는 형국이 되고 곧 ‘Vermont Canyon Drive Bridge’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 다리 밑으로는 아까 지나온 터널이 있다.

다리를 건너면 길이 왼쪽으로 굽어져 북서쪽을 향해 나아가는 완만한 오름길이 된다. 대략 0.4마일 지점이 되면 길이 더욱 왼쪽으로 굽어져 서쪽을 향하게 되었다가, 0.5마일 지점이 되면 길이 바짝 오른쪽으로 꺾이어 북동쪽을 향하게 되고 다소 가파른 오름길이 된다. 이제 세계적인 명물인 ‘HOLLYWOOD’ 글자 싸인이 있는 Mt. Lee 가 북서쪽으로 가깝게 보이게 되는데, 산행에 나선 시각이 일출 전의 새벽이라면, 아마도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어 바다위에 떠있는 하나의 섬처럼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길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도시전경은 물론, 산과 계곡들과 길가의 아름다운 소나무, 참나무, Ceanothus, Buckthorn, Tree Tobacco, Laurel Sumac, Toyon 등을 망라하는 각종 수목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Toyon 이란 식물은 Holly라고도 부르며, Hollywood’ 란 말이 나오게 된 주인공인데, 가을과 겨울에는 작은 앵두알같은 빨간 열매가 뭉터기로 열려, 그 화려함과 요염함을 자랑한다. 계절이 봄이라면,  흔히 노랑 유채꽃이라고 말하는 무우잎처럼 생긴 Black Mustard, 민들레, 야생 해바라기, 파피 등도 볼 수 있다.

오른쪽인 남쪽으로는 조금 전에 우리가 등산을 시작한 천문대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냥 신비로와, 하늘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인류의 과학시설이라기 보다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하늘을 경배하기 위한 종교시설이 아닐까 싶게 성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0.8마일지점이 되면 다소 가파른 오름길이 끝나면서 이윽고 Mt. Hollywood 정상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줄기의 능선에 올라서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이곳은 또렷한 6거리 ( 6 Point Junction ) 를 이루고 있다.

직진하는 길은 Charlie Turner Trail의 계속이고, 좌측에 있는 2 개의 길 중에서 왼쪽은 Captain’s Roost라는 이름의 휴식과 전망시설이 있는 곳을 경유하여 정상에 오르는 루트이고, 오른쪽은 북쪽으로 곧장 짧게 정상에 오르는 길이며, 우측에 있는 2 개의 길 중에 왼쪽은 천문대를 향해 남쪽으로 거의 직선으로 곧게 내려가는 능선의 고점을 따라 이어지는 지름길이며, 오른쪽은 능선의 기슭을 따라 내려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물론 직진한다.

여기서 부터는 등산로의 왼쪽은 Mt. Hollywood 의 기슭이 되며, 오른쪽은 Sage Brush Chaparral 이 빽빽하게 우거진 낮은 계곡이 발아래로 펼쳐지는데, 이따금 사슴떼나 토끼들이 목격되어지는 인적이 드문 지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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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마일지점에 이르면 왼쪽으로 아름다운 소나무와 Eucalyptus 들이 무성한 가운데 ‘Dante’s View’ 라는 큰 표지판이 있는 소공원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East Ridge Trail 이 합류되어진다. 우리는 좌측으로 나아가는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간다. 바로 오른쪽 발밑으로는 5  Freeway Glendale 의 시가지가 활기찬 소음과 함께 시선을 잡아 끈다. 1.2마일지점에 이르면 3거리로 길이 갈라지는데, 왼쪽길을 따른다.

이내 저만큼 앞으로 정상이 나타난다. 정상의 오른쪽엔, 타고온 말을 매어두도록 배려한 철봉시설이 있고, 왼쪽의 최정상엔 발아래 펼쳐지는 사방의 전망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40평 내외 크기의 공간에 사각형 Fence가 둘러져 있다.  정상에서 보는 전망은 역시 대단하다.

북쪽으로는 San Gabriel 산맥의 맨 남쪽 줄기가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고, 시각이 새벽이라면 동편으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과 구름을 볼 수 있겠다. 남쪽으로는 그리피스 천문대와 LA Downtown 의 마천루가 신기루인양 구름바다위에 떠있고, 서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구불 구불한 등산로와 Hollywood 싸인, 그리고 West LA 의 시가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모든 것들 하나 하나가 우리 LA 를 이루는 자랑스런 요소들이다.

가끔 이곳에 올라보면, 특히 이른 아침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과반이 우리 한인들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많은 한인들이 일상적인 심신의 단련장으로 이용하는것을 볼 수 있어 더욱 뿌듯한 마음이 되어진다.

이곳을 찾는 분들은 남녀노소가 두루 분포되어 있겠으나,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노익장과 비익연리의 지극한 부부애를 과시하듯 손에 손잡고 산을 오르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커플들이 많다는 것인데, 금년에 78세가 되신다는 젊은 박여사님처럼 20년이 넘게 거의 매일 새벽시각에 꾸준히 이곳을 찾는 한국분들도 결코 적지 않다.

곤륜산 서왕모의 궁전 뜰에는 불로불사의 존재가 되게하는 천도복숭아가 열려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지만, 적어도 이곳 Hollywood 산의 정상에 오르게 되면 무병장수를 보장하는 Griffith표 보약을 틀림없이 얻게 되리라는 우리들의 질박한 믿음은 아주 확실한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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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족   >

Charlie Turner Trail 은 왕복 3마일의 짧은 거리의 산행이라서, 새벽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날마다 산행을 하는것이 가능하고 또 이러한 산행이 가장 바람직스럽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느 특정한 날 하루에 좀더 긴 산행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일단  Mt. Hollywood Hiking Trail 을 통하여 Mt. Hollywood 에 오른 후에 북쪽으로 0.5마일을 가서, 흔히 우리 한인들이 여인의 두 젖가슴을 꼭 닮아보인다 하여 유방봉이라고 부른다는, 우아한 Mt. Bell Mt. Baby Bell 을 들린 후에, 다시  서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Mt. Chapel, Mt. Lee, Cahuenga Peak, Burbank Peak 을 차례로 오르면 대략 왕복 10마일 내외의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인데,. 이름하여 ‘Griffith 7 Peaks Hike’ 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12년에 밝혀진 특기할 만한 사실로는, 이곳 Griffith Park에는 P-22라고 식별하는 수컷 산사자 ( Mountain Lion, Cougar, Panther, Puma ) 1 마리가 자연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서쪽의 Santa Monica Mountains 에 서식하는 무리의 혈통으로 확인된 이 산사자가 어떻게 405 Freeway 101 Freeway 를 무사히 건너서 Santa Monica Mountains 의 최동단이 되는 이곳 Griffith Park에 올 수 있었는지, 또 이 사자의 생존이 향후 어떻게 되어질지, 많은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다는데, 이를 생포하여 원래의 태어난 고향으로 돌려주고 싶어도, 그럴 경우에는 저쪽의 산사자들로부터 무단 침입자로 간주되어 그들에게 살해되어질 것이 명약관화하여 그냥 이 상태로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산사자가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매월 3마리 정도의 사슴과 그 밖의 작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하니, 우리 Griffith Park의 자연환경의 우수성과 동물자원의 저력을 반증하는 일이라고도 하겠다.

Griffith Park 을 조석으로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입장에서는, 이 산사자 외에도 여러 마리의 고요테가 여기저기를 배회하는 모습 정도는 아주 흔히 보게되는 일이고 보니, 너무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혼자서 산행을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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