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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San Gorgonio   9 Peaks

 

일시 : 2011 8 28 06:06 ~ 21:06 ( 15시간 소요 )

코스 : Vivian Creek TH (6008) Mt. Gorgonio (11499) Jepson Pk (11205) Little Charlton Pk (10696)

Charlton Pk (10806)Alto Diablo Pk (10563) Shield Pk (10701) Anderson Pk (10864)

East San Bernardo Pk (10691) San Bernardo Pk (10649) Angelus Oaks TH (5945) : 25마일

동행 : 수잔강  홍사일님

 

산행경과:

 

가게앞에서 03:30에 수잔강 홍사일 두사람을 만나, 나는 내차로 혼자가고, 그 두사람은 수잔의 차로 함께 출발했다. 두대의 차가 함께 Big Bear Angelus Oaks로 가서 거기에 내차를 세워놓고, 수잔의 차에 다 함께 타고 Vivian Creek Trail Head로 가서 차를 세웠다. 행장을 차리고 출발하니 06:06이었다.

 강희남 유용식 김재권 백승신 내외분 등 다섯분이 우리가 출발하려 할 때 막 Trailhead에 도착했는데 이 분들은 목표가  Mt. San Gorgonio정상일  뿐이므로, 우리는 한발 앞서서 그냥 출발했다.

Half Way Camp를 거쳐 High Creek에 도착했을 때가 대략 09:00이었는데, 뒤처진 홍사일님을 기다릴겸 쉴겸15분정도를 앉아 있었더니, 산악회원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홍사일님은 고산증을 느껴서 더는 산행을 하기가 어렵겠다며 기권하는 바람에 우리 둘이서만 다시 정상을 향했다.

 Mt. San Gorgonio정상에는 11:30에 도달했는데, 정상전 500미터쯤에서 어제 Fish Creek 쪽으로 와서 중간에 야영을 하고 오늘 일찍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고있는 다른 회원들 ( 장경환회장, 김철웅, 이명재, 야니신,김원택님들 )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때는 우박과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고 번개와 천둥도 잦아, 피차간에 다소 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헤어져야 했다.

정상등록부를 펼치고 서둘러 이름을 적었는데,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추위로 손이 곱아서 이름쓰기가 쉽지 않았다.

두번째인 Jepson Peak, 세번째인 Little Charlton Peak, 네번째인 Charlton Peak을 거쳐 내려와 Saddle에서 점심을 먹을 때가 대략 13:20이었는데, 다시 비가 쏟아져서 대충 먹고 일어나야 했다.

다시 발길을 바쁘게 옮겼는데, 하늘은 비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채, 화가 난 것처럼 계속 으르렁 으르렁 천둥소리를 내고있어, 다소 불안한 심정이었다.

사실 정상부근을 지날때, 아주 가까운 곳에 벼락이 떨어진 일이 있어 깜짝 놀랐었다.

이윽고 Dollar Lake Saddle에 도착했을 때, 체격이 큰 백인 젊은이 하나를 만났다. 지금 막 Alto Diablo Peak 쪽에서 내려오는 길인데 그곳에 큰 Black Bear가 있으니 가지말고 자기를 따라서Falls Creek Trail을 거쳐 Momyer Trail Head쪽으로 내려가기를 권했다.

나는 곰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수잔의 의견을 물었는데 , “ 아직도 그 자리에 곰이 있을 까요 ? 설사 곰이 있다해도 트레킹폴로 이렇게 ‘ 딱딱딱딱 ‘소리를 내면 곰이 피해 갈 텐데 뭘 걱정해요 ? “ 라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되고보니, 남자라는 자존심때문에 설사 죽는 한이있더라도 돌아 갈 수는 없고 오로지 전진만이 있을 뿐이었다.

좋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임전무퇴요 배수의 진이로다! 난 지극히 용감무쌍한 말탄 기사 동키호테다!

걱정스러워하는 젊은이를 뒤로하고 과감히 앞으로 오르는 내 마음은,그런데 웬지 자꾸만 작아지고 착잡해졌다.

 “ 블랙베어는 그 난폭성이 어느 정도일까?  그 놈이 지금 배가 고플 때는 아닐까? 수잔은 100파운드가 될까 말까한 작은 여성이니 결국 나 혼자 그 녀석을 상대해야잖아! 홍사일님은 왜 그리 쉽게 중도 포기를 한거야!  뒤에서 누구 오는 사람은 없나? 미국의 산들은 왜 이렇게 다니는 사람들이 없는 거야?  ! 이런 때 집에 있는 미해병대용 대검이 여기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나는 원래 동키호테는 결코 아닌 건데, 그보다는 차라리 햄릿의 특성을 가진 편이지! 아니지, 이 말을 햄릿이 들으면 명예훼손이라며 기분 나빠할거야 ! 햄릿은 그래도 ‘ 약한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니라’ 며 여자를 연약하게 보는 기개라도 있었는데, 지금 나는 이게 뭐냔 말이야!

이 와중에도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보이면 그것이 Alto Diablo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일일이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빠짐없이 다 올라가봐야 했는데, 결국 네번째로 올라 간 곳이 Alto Diablo Peak이었다.

다행히 곰은 안보였는데, 그래도 마음이 켕겨 정상등록부에 이름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아 그런데 수잔은 왜 이런 때 저렇게 뭉그적거리는 거야, 곰이 나오면 어쩔려고, 원래 곰이 변해서 웅녀가 됐다해서 곰이 뭐 여자는 봐주는지 아나보지,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 아닌 미국인데 외국역사에 관심이 없을 무식한 미국곰이 그런 족보를 알기나 하겠어”

속으로는 어쨌거나 , 겉으로는 곰을 잡아서 왕년의 공군병장으로서의 남자다운 기개를 과시할  절호의 기회를 운명의 여신이 허락하지 않으셔서 , 애석하게도, 맥없이, 여섯번째의 봉우리 Shield Peak에 오른 시각이 15:36이었다.

온통 주먹 크기부터 절구통 크기까지의 그만그만한 돌들로만 뒤덮여 있는 그런 산봉우리를 둘러보니 몇해 전에 Forsee Creek Trail코스로 이곳에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상에서 10미터쯤 동쪽으로 Lodgepole Pine이 너댓그루 서 있을 뿐, 완전한 돌무지였다.

다시 일곱번째인 Anderson Peak으로 진군의 행보끝에 16:10경에 정상에 올랐는데 , 이때까지도 하늘은 앙앙불락대며 천둥소리를 그치지 않았다. 이곳은 흙과 돌이 적당히 섞여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걷기에 훨씬 편하고 분위기도 훨씬 쾌적했다.

17:16에 여덟번째인 East San Bernardo Peak에 올랐다. 정상은 주봉이 아닌 남쪽으로 약간 삐져나온 돌무더기돌출부에 있었다. 이곳에 섰을 때 Mt. Gorgonio쪽으로 선명하게 무지개가 드리워져 있어, 이를 한참동안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마지막인 아홉번째의 봉우리인 San Bernardo Peak에 오른때가 18:00이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물을 마시며 휴식했다. 작은 돌무더기속에 말뚝같은 게 꽂혀있고 주변엔 Lodgepole Pine이 자라고 있었다.

몸은 피로하고 다리도 뻐끈했으나 , 14일전의 Mt. Baldy 지역9 Peaks에 이어, 여기 Mt. Gorgonio 9 Peaks도 ’ 해냈다’ 는 것으로하여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이로써, 하루에 총고도 97674’의 산을 ( 순등반고도는 약 8000 ) 오른 셈인데, 아전인수격의 어거지로 표현하면 12 Peaks 를 올랐다고도 할 수 있겠다.

18:30에 하산을 시작했다. 아직도 8마일을 더 가야하니 조금은 아찔한 기분도 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궁금했다. 내려오면서 보이는 경치들이 그래도 예전에 보았던 것들이라서 반갑고도 새로왔다. 많은 구간을 거의 달리다시피 빠르게 움직였는데, 19:50이 되었을 때는 Head Lamp를 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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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 특히 Wilderness Sign 이 있는 곳에서부터 마지막 2마일의 Switchback 내리막은 정말 지루한 느낌을 주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한 아주 캄캄한 어둠속에, 21:06 , 드디어 최종 목적지이고 이른 아침에 미리 와서 내차를 주차해 두었던 곳인,    Angelus Oaks의 Trailhead에 도착했다.  정확히 15시간이 걸린 셈이다.

항상 그렇지만, 배낭을 풀고 차에 올라타니,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 가 없었다.           Vivian Creek Trailhead로 차를 몰고가니, 홍사일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많이 지루하셨을 것이다.

거기서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귀갓길에 올랐는데, 오늘 역시 수잔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9 Peaks산행이었다. 수잔은 특히 발을 삔 상태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동행해주어 새삼 고마운 마음이다. Baldy때도 그렇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거개가 9 Peaks산행에 함께 나서길 꺼리는 가운데 남자도 아닌 여성인 수잔이 나서 주었기에 할 수 있었다. 대단한 여성이고 고마운 등산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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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는 매우 안좋은 편이어서, 정상부위에서 벼락의 위험이 있었고, 한동안은 배낭과 옷이 우박과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산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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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진옥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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