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Baldy ( 10064' ) - North Course

 

흔히 등산인들에 회자되는 남가주의 3대봉이란, Big Bear 의 Mt. San Gorgonio ( 11503' ), Palm Springs 의 Mt. San Jacinto ( 10834' ), LA 의 Mt. San Antonio ( 10064', Mt. Baldy ) 를 뜻하는데, 다같이 10000‘ 가 넘는 두드러진 명산들이다.

 

이 중에 LA 의 Mt. San Antonio 는 Mt. Baldy 로 널리 불리우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인데, 전거한 3개의 산 중에는 그래도 높이가 가장 낮아 3형제중의 막내인 셈이나,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의 다양성이나 아름다움은 두 형님 산들보다 나은 점이 있기도 하다.

 

특히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의 다양성을 간단하게나마 아래와 같이 비교하여 본다.

 

Mt. San Gorgonio 의 경우, 산 아래에서는 일반적인 등산로가 6개가 되지만, 중간에 3개로 통합되어지고 정상에서는 하나로 통합된다.

 

Mt. San Jacinto 의 경우, 산 아래에서는 등산로가 역시 6개가 되지만, 중간에 2개로 되고 정상에서는 하나로 통합된다.

 

그러나 Mt. San Antonio 의 경우, 산 아래에서는 등산로가 4개뿐이지만 정상에 이르기까지 4개의 등산로가 그대로 독립된 코스를 유지하며 이어진다.

 

즉 두 형님뻘되는 산들이 정상부근에서는 등산로가 하나가 됨에 비해, 막내인 Mt. Baldy 는 끝까지 4개가 유지되므로, 다양성과 독립성에서 더 낫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오늘은 Mt. San Antonio, 즉 Mt. Baldy 의 동서남북의 4개의 등산로중에서, 북쪽 코스에 대해 알아본다.

 

이 북쪽 코스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는 Mountain High 스키장이 있는 Blue Ridge 의 Guffy Campground 나, 또는 Mt. Pine Trailhead에서 시작하고 끝내는 것으로 얘기하는데, 필자는 이 코스의 시종점을, 꽤 긴 시간에 걸쳐 비포장도로를 달리지 않아도 되고, Mountain High스키장의 개장 여부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으며, 또 한번의 산행으로 시에라클럽의 HPS에 등재있는 산4개를 섭렵하는 1석4조의 효율적이고도 도전적인 등산이 되도록 , Wrightwood 의  Acorn Dr. ( 6360' ) 로 하여 기술코자한다.

 

이럴 경우 Mt. Baldy 의 북쪽코스는 Mt. Wright ( 8477' ), Mt. Pine ( 9648' ), Dawson Peak ( 9575' ) 의 3개의 높은 산을 넘어서야 비로소 Mt. Baldy 아래에 도달하게되는 험난한 여정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 필자의 가늠으로는 대략 왕복 17마일에 순등반고도가 6300‘ ( 등산시 : 4860’, 하산시 :1440‘ ) 가 되고 약 12시간 정도가 소요됨으로써, Mt. Baldy 의 4개의 등산코스 중에 가장 힘든 “특급” 코스라고 할만 하겠다.

 

Mt. Baldy 는 10064‘ 에 달하는 고산인지라 오후의 날씨가 돌연 어떻게 변할지 예측키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므로 대개의 고산 산행이 그렇듯 정오까지는 등정을 마치는 것이 안전할 것이므로, 이 코스로의 산행은 늦어도 해가 뜰 무렵에는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또 산행거리가 길고, 순등반고도도 높기 때문에 충분한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특히 바닥이 튼튼하고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는 필수적이고, 중간에 식수를 구할 데가 없으므로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하며, 이 코스를 잘 아는 리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북쪽 코스의 다른 특징들을 꼽아본다.

 

첫째, 샌게브리얼 산맥 중에서, Mt. West Baldy ( 9988‘ ) 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봉우리 3개를 포함하여, Mt. Baldy 까지 총 4개의 산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고 내리므로  등산은 물론 하산과정도 쉽지 않다.

 

둘째,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는 초기구간 일부를 제외한 여타의 전 구간이 해발고도 8000‘ 이상인 고산지역이고, Switchback 이 별로 없이, 자연스런 산세의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린다.

 

셋째, 아찔한 Backbone 구간이 1마일 가까이 이어지며 오르고 내리므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나 체력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이 코스로의 등산은 삼가야 하고, 또 바람이 세게 불거나 눈이 쌓여 있는 날에도 이 코스로의 등산은 삼가야 한다.

 

넷째, 인적이 드문 뒤쪽 ( 북쪽 )에서 산을 넘고 넘어 접근하는 형태라서, 험난한 파촉땅에 유방을 보내놓고 방심해 있는 항우를 치려고 은밀히 잔도를 넘는 한신의 고사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게릴라식 기습산행의 성격이 있다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

 

 

< 가는 길 >

 

15번 Fwy 를 타고 북상하다가 138번 Hwy West 로 나가서 8.6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Hwy 2 의 시작점이 된다. 이 길을 따라 5.2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Wrightwood 시가지의 Pine St 이 나온다. Mountain High 스키장 조금 못 미친 지점이다.

좌회전하여 0.4마일을 가면 Partridge Rd 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0.2마일을 가면 Acorn Dr. 이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이 길의 끝까지는 약 0.4마일인데 Finch Rd 와 만나는 곳 쯤에서 도로변에 차를 세운다.

 

LA 한인타운에서는 대략 82.5 마일의 가리이다. 주차허가증은 필요치 않으나, 주민들이 여기저기 주차금지 싸인을 붙여 놨으니, 이를 잘 살피도록 한다.

 

 

< 등산코스 >

 

Acorn Dr ( 6360’ ) 의 끝부분에 Acorn Trail 의 안내표지가 있으니, 이를 따라가는 것으로 오늘의 등산이 시작된다.

 

남쪽으로 솟아있어 Wrightwood 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형국의 산줄기로 올라가는 등산길을 따라 약 2.7마일을 올라가면 Blue Ridge 선상에 닿게 되는데, PCT 를 알리는 싸인이 서 있다.

 

왼쪽 ( 남쪽 ) 길을 따라 반마일쯤 가다가 다시 길이 갈라지면 또 왼쪽으로 간다.

반마일쯤을 더 가면 Mt. Wright 의 정상 ( 8477‘ ) 인데, 평평한 가운데 노란색으로 된 삼각꼭지의 철제 말뚝이 꽂혀있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른 것이다.

 

이제 Mt. Wright 의 남쪽면으로 내려간다. 길은 없으나 잘 살피면 사람들의 발자취를 알아볼 수 있고, 설령 발자취가 없더라도 남쪽으로 우뚝 보이는 소나무숲이 울창한 Mt. Pine의 봉우리이니, 이를 보며 그 방향으로 걸어내려가면 된다.  곧 횡으로 지나가는PCT 를 만나게 되는데 그를 가로질러 50m 쯤 더 내려가면  곧바로  Blue Ridge Rd 에 닿는다.

 

이 길을 따라 오른쪽 ( 서쪽 ) 으로 조금 걸으면 이내, 길이  오른쪽으로 크게 꺾이는 부근의 왼쪽에 trailhead 임을 알리는 Peddle 이 굵은 소나무 앞에 세워져 있다. Mt. Wright 의 정상에서 약 0.4마일 내외로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다.

 

여기가 North Backbone Trailhead ( 8260' ) 이며,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짜릿한  등뼈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남쪽으로 높이 솟아있는 Mt. Pine 봉우리를 향해, 약간의 상하좌우로의 굴곡은 있지만  Switchback 은 거의 없는  산등성이를 타고, 곧장 올라간다. 우측으로는 Mt. Baden Powell ( 9399’ ) 과  Vincent Gap 의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이따금씩, 잘생긴 청년같은 Jeffrey Pine과 주름살 많은 노인같은 Mahogany 가 길 옆에 듬성 듬성 서있는 채, 흡사 동화속에서 마법의 성을 찾아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천길 벼랑인양 위태롭게 보이는 길이 계속되므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의외의 실수로 몸의 균형을 잃는 일이 없도록 Trekking Pole 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 등뼈구간을 통과하는데 보통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오른쪽으로, 1000년 이상 됐을 듯한 Limber Pine 한 그루가 두 그루의 Lodgepole Pine 과 친구가 되어 함께 서있는 곳에 이르면서 이 등뼈구간이 끝난다.

 

이제 트레일은 Lodgepole Pine 이 유난히 빽빽하게 밀집된 Mt. Pine 의 허리와 어깨를 지나며 정상을 향해 곧게 올라간다.

정상까지는 대략 30여분이 걸리는데, 해발고도 9648‘ 의 Mt. Pine 정상은 약간 평평한 가운데 납작한 돌들이 빈틈없이 깔려있고 키작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생하고 있다. 정상등록부는 동남쪽 모서리쯤에 텐트 하나를 칠 수 있을 정도의 넓이로 바람을 막기위해 돌들을 둥글게 쌓아 놓은 곳의 안쪽에 있다.

 

샌게브리얼 산맥의 제3봉답게, 이 Mt. Pine정상에서의 전망은 매우 좋다.  주봉인 Mt. Baldy 를 바라보고 섰을 때, 가까이로는 10시 방향에 Dawson Peak, 11시 방향에 Mt. Harwood, 1시 방향에 Mt. West Baldy, 2시 방향에 Iron Mtn, 3시 방향에 Pine Ridge, 4~5시 방향에 Blue Ridge, 6시 방향에 Mt. Wright 가 있고, 8~9시 방향으로는 멀리 Mt. San Gorgonio 와 Mt. San Jacinto 가 있어, 원근의 산과 산줄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다시 세번째 봉우리인 Dawson Peak 을 향해 내리막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대략 0.5마일을 가다보면 우측으로 길이 갈라지며 Fish Fork Creek 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우리는 물론 직진이라서 오른쪽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으나, 혹시 나중에라도 그 길을 가보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보태련다. 지도상으로는 대략 5마일의 거리로 Pine Ridge 의 기저부에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많은 부분에서 등산길이 유실되어 있고 억센 가시의 Buckthorn 이 숲을 이루고 있어, 길을 찾기도 나아가기도 어려워 자칫 조난을 당할 수 있을 만큼 황폐돼 있으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저 아래의Fish Creek 이나  Pine Mtn Ridge쪽에서 보면 지그재그로 길이 잘 나있는 듯 보이는데, 그 길이라는게 아주 옛적에 벌목회사에서 목재운반용으로 냈던 것이라고 하며, 그 이후로는 전혀 관리가 안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이 Junction 을 지나 1마일쯤의 완만한 오름길을 거치면 Dawson Peak ( 9575' ) 에 이른다.

약간의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곳에 성조기를 패러디한 문양의 “eispiraten.com” 이라고 새긴 작은 표지가 붙어있다. 샌게브리얼 산맥을 중심으로 서로 하이킹 정보를 나누는 흥미롭고 유용한 웹주소이다.

 

이제 Mt. Baldy 의 육중한 뒷모습이 바로 눈앞에 있고, 오른쪽으로는 Iron Mtn의 동쪽면과 Fish Creek이 있는 깊은 계곡이 가까이에 있다.  등산로는 다시 내리막이 되어 대략 0.5마일에 775‘를 내려가면  Dawson 과  Baldy 사이의 Saddle 에 닿는데, 고도 8800’ 인 지점으로, 여기서 바닥을 찍고, 다시 마지막 봉우리인 Mt. Baldy 를 향해  1264‘ 의 고도를 곧장 올라가게 된다.

 

가파른 등산로의 오른쪽은 Baldy 의 북쪽면으로, 절벽에 준하는 거칠고 삭막한 비탈의 세계이나, 왼쪽은 어린 소나무들이 키가 큰 Lodgepole Pine 들과 함께 평화로이 자라고 있는 산록이라서, 좌우의 분위기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차츰 정상에 임박해지면서는 주변이 온통 크고 작은 돌덩이들만이 깔려있는 가운데 키 낮은 난장이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불모지의 모습이 된다.

 

맨 아래의 Saddle 을 떠나온지 1시간쯤이 지나고 정상까지의 거리가 100m 정도에 이르렀을 무렵에야, 비로소 둥그스럼한 Mt. Baldy 의 정상부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가 만약 정상을 확보하려는 게릴라 특공대라고 한다면, 여기서부터는 몸을 숨길만한 어떠한 지형지물도 없는 완전 노출구간이기에, 결연한 각오아래, 착검을 하고 명령일하에 전력으로 쳐올라가야 하는 최후의 돌격지점인 셈이다. - “자! 드디어 마지막 고지가  저기이다,  전대원 돌격 앞으로 !!!”

 

전력질주 대신에 전력속보로 마침내 10064‘ 에 이르는 Mt. Baldy 의 정상을 확보한다. 돌을 쌓아 올린 토치카가 여러 개가 있으나 저항하는 세력은 없다. 그저 여유로운 표정으로 얘기들을 나누며 정상에서의 전망과 감회를 즐기는 등산객들이 여나문 있을 뿐이다.

그들 중 몇이 뒤쪽에서 불쑥 나타난 우리가 이상하다는 듯 의아한 표정들이다. 결국 그 중의 하나가 우리에게 지금 어디서 오느냐고 묻는다.  Wrightwood 에서부터 산을 넘고 넘고 넘고 넘어 이곳에 올랐노라고 답한다.  왠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느낌이다.

 

동서남북 360도에 걸쳐 거칠 것이 없는 장쾌한 전망을 보면서 6시간에 걸친 고단한 기습작전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낸다.  충분히 쉬면서 땀을 식히고 힘을 보탠다.

 

부여받은 사명을 사고없이 잘 마쳤으나, 다시 3개의 산을 넘고 넘어 무사히 원대 복귀하는 일도, 생각하면 심란하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승리후 고국의 아내 페넬로페에게로 돌아가는 귀향에, 무려 10년의 세월을 소모하며 고군분투했다는 신화를 떠올려 봄은 지나친 망상일 것이다.

 

아무튼 별 뾰쪽한 수는 없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고 마음을 다져먹고 첫발을 뗄 수 밖에!  어쨌든 내려가는 길인데, 올라올 때만 하겠느냐고 자위해 본다. 평소에 보기 힘든 고산줄기에서의 환상적인 경개도, 가히 강력한 환각진통제가 되어 줄 터이고 - .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310-259-6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