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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4일자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Telegraph Peak ( 8985’ )

금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인 7월로 접어 들면서, 남가주의 고산기슭에 여기저기 드문드문 쌓여있던 눈들도 이제는 다 녹아졌다.

응달진 곳의 등산길도 트이고, 계곡엔 각종 들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피어나 있는 가운데, 눈녹아 모여드는 차갑고 맑은 물들이 이곳저곳에서 이런저런 명랑한 소리를 내며 흐를 것이며, 하늘의 태양도 지상의 열매를 키우기 위해 머무는 시간을 연장해주는 때라서, 더불어 긴 시간동안 등산을 할 수 있기에, 지금이야말로 바야흐로 우리 남가주 인근에 있는 높은 산을 찾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라고 하겠다.

보통은 빅베어나 팜스프링스의 고산지역에는 10월 하순이면 눈이 내릴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약 100일 남짓한 기간이 이러한 고산을 찾기에 특히 안전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고산지역이란 어디를 말하는가?

우리 LA 나 오렌지카운티지역의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고산지역이란 Claremont, Upland 지역의 Mt. San Antonio ( = Mt. Baldy; 10064 )와 그 주변의 산들, Palm Springs 지역의 Mt. San Jacinto ( 10834' )와 그 주변의 산들, Big Bear지역의 Mt. San Gorgonio ( 11503' )와 그 주변의 산들을 들 수 있겠는데, 우선은 우리의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Mt. Baldy 와 그 주변 산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듯하여, 오늘은 그 중의 한 곳인 Telegraph Peak을 소개하고자 한다.

Telegraph Peak Mt. Baldy 동남쪽에 직선으로는 약 3.5마일, 등산로로는 약 5마일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해발고도 8985 ( 2740m )에 이르는 산이다. 백두산 높이에서 불과 4m 모자라는 셈이니 가히 높은 산이라고 할만하다.

이 봉우리에 흔히 전보나 전신의 뜻으로 사용되는 Telegraph 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1890년대에 정부의 지질조사단원들이 이 산에 올라가서 직선으로 22마일 거리의 Mt. Wilson 의 동료들과 태양광반사기 ( Heliograph )를 이용하여 상호간에 통신을 하였던 일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원거리통신을 한 산’ 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라고 하겠다.

이 산을 오를 때 보통은 Mt. Baldy 의 남쪽 기슭인 Manker Flat ( 6160' ) 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Baldy Notch ( 7800 )에 오르고, 다시 스키 리프트와 활강장이 있는 Thunder Mtn ( 8587 )을 경유하여 Telegraph peak에 이르도록 코스를 잡는데, 왕복 13 마일에 순등반고도가 3300’가 되며 6~7 시간이 소요된다.

Manker Flat에서 Baldy Notch에 이르는 구간은 주로 비포장 차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다소 지루한 느낌을 가지기 쉽다.

또 주말에 한하여서 유료 스키 리프트를 타고 Baldy Notch 까지 올라 갈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스키리프트를 이용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실제 등산거리가 왕복 5마일에 순등반고도가 1660‘ 에 불과하여, 아주 쉬운 산행이 된다.

오늘 여기서는 힘은 더 들지만 아주 경치가 좋고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도 즐길 수 있도록 Icehouse Canyon Trailhead 에서 시작하는 코스로의 산행을 안내하기로 한다.

이렇게 등산을 하면 산행거리는 왕복 13마일에 순등반고도는 4500’가 되고 등산소요시간은 총 8시간 내외가 된다.

< 가는 길 >

210 Freeway상의 Mountain Ave에서 내려, 이 길을 따라 북쪽 ( 산쪽 )으로 향한다. 1.5마일을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다가 완만하게 왼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며 산줄기의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계속 왼쪽의 큰길을 따르다 보면, Mt. Baldy Road를 만난다. Freeway로 부터 약 4마일 온 지점이다. 우회전하여 Mt. Baldy Road를 따라 올라간다.

4마일을 더 가다보면, 작은 시가지가 길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점에 닿는다. Baldy Village 이다. 왼쪽 편에 있는 Visitor Center를 찾아 들어가 주차하고 ( 잘 구비된 화장실이 있다), 사무실에 가서 Free Permit을 받아 지닌 후, 다시 2마일을 더 올라간다.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곳에 이르면 Mt. Baldy Road를 버리고 직진한다. Icehouse Canyon Road이다. 200m 쯤 들어가면 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큰 주차장시설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북쪽으로 있는 등산 시작점을 쉽게 볼 수 있다. Adventure Pass 라는 주차허가증을 차안에 잘 걸어 놓는다.

< 등산 코스 >

 

이 코스를 개괄하자면 우선 푸르게 숲이 우거지고 차가운 계곡물이 흐르는 Icehouse Canyon을 따라 3.6마일을 오르면, Icehouse Saddle에 닿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원근 산들의 전망을 즐기면서, 2.9마일을 더 나아가면, 특히 전망이 탁월한 Telegraph Peak 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주차장에서 동쪽으로 나있는 Icehouse Canyon Trailhead ( 4920 )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처음 1마일정도는 계곡을 흐르는 물이 있어 이를 오른쪽에 두고 계곡의 왼쪽 기슭을 따라 오르게 된다. 오리나무 시카모어 단풍나무 삼나무 향나무 등이 무성한 속에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로 이어져 오르는 길에, 가끔씩 그 옛날에 지어졌을 산장들을 지나게 된다. 이따금 아마도 1938년의 대홍수에 파괴되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는 건물의 석벽이나 바닥 등을 보게 된다.

1 마일을 가면, Cedar Glen을 거치며 1.8마일 더 길게 오르는 곁길이 왼쪽에 나오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1.5 마일쯤에 들어서면 수백년을 자랐을 장대한 장군송들이 여기에서 또 저기에서 우리를 상서로운 기운으로 감싸며 환영해 준다. 우직해만 보이는 집채만 한 바위들도 우리를 반긴다. Cucamonga Wilderness로 들어 섰음을 알리는는 표지판이 나온다. 1.8마일 지점이다.

대개는 이 곳에서 숨을 고르고 목도 축일겸 잠시 쉬어간다. 다시 행장을 차려 산을 오른다. 거친 돌들이 움푹 패어진 물이 없는 마른 천을 건너면, 2 마일 왔음을 알리는 말뚝이 나온다.

2.4 마일쯤엔 오른쪽 길 바로 아래에 땅속에서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는 약수터가 있다. 매발톱꽃 샘 ( Columbine Spring )이다. 이 약수터의 주변에 자생하는 아름다운 들꽃식물의 이름이 Columbine 이라서 불리는 이름이겠다.

일년내내 이 산의 정기가 서렸을 맑고 차가운 물을 내어준다. 갈증을 느끼는 우리 등산객들은 물론이지만, 특히 인근의 동식물들에게는 기적의 생명수 그 자체일 것이다.

이젠 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Cedar Glen을 거쳐 올라오는 길이 왼쪽에서 합류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내려 올 때 여기서 실수로 직진하지 않도록 잘 기억해둔다. 우측 길을 택해 올라간다.

밤나무와 같은 모양과 냄새의 꽃을 피우는 Chinquapin 과 줄기가 빠알간 Manzanita가 우거진 사이로 좁게 나있는 길을 지나면, 이내 죽림칠현의 고결한 선비나 신선이 머무는 곳이 아닌가 싶게 청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울창한 송림과 탁 트인 평지가 나온다. 이곳이 Icehouse Saddle 이다.

고도가 7580 ( 2312m )이니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 정상( 1950m )보다 훨씬 높은 곳인 셈이다. 대체로 과반수의 등산객들은 이곳까지를 목표로 산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 등산로를 따라 각기 또 다른 산으로 산행을 계속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Three T's Trail 이라는 이정판이 있다. 이 길을 통해 Timber, Telegraph, Thunder 의 산들을 갈 수 있기에 이들 이름의 머릿글자를 따서 부르는 호칭이다.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Timber Mtn( 8303' )의 서쪽 기슭을 몇 번의 Switchback 을 그리며 나아간다. 왼쪽으로는 Icehouse Canyon 의 숲이 싱그럽고, 뒤로는 Ontario Ridge 의 웅장한 모습이 멋지다.

Timber Mtn 의 기슭을 돌아 정상부의 능선에 닿으면 정상이 우측으로 0.25마일이라고 알리는 표지가 있다. Mt. Baldy, Telegraph Peak, Ontario Peak 등의 큰 산들이 둘러있어 뷰가 매우 좋다. 직진한 후 곧 약간 오른쪽으로 굽으며 내려가는 길을 따라간다.

왼쪽 아래는 Cedar Canyon 이 펼쳐지고 오른쪽은 Timber Mtn 의 북쪽 기슭이 되는데, 겨울철에는 이곳에 오래도록 눈이 쌓여있기 십상으로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비탈길이 된다.

추녀 끝에 매달아 놓은 풍경인듯 가지 맨끝에 길쭉한 솔방울들을 늘어뜨리고 있는 Sugar Pine의 자태도 마냥 아름다운데,  생각해보면 이 나무들이 길쭉하게 큰 솔방울들을 갸냘픈 가지의 맨 끝쪽에 대롱대롱 달리게 하는 것은 아마도 이 솔방울들을 먹이로 하는 다람쥐 등의 동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종족번식을 위한 오랜 세월에 걸친 지혜로운 진화의 결과일 것 같다.

10여분울 내려가면 Timber Mtn 의 북북서쪽인 Timber/Telegraph Saddle ( 7800' )에 이른다. 왼쪽의 Cedar Canyon 을 타고 올라온 풋풋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시원하게 닦아주고는, 급경사로 뻗어내리는 Lytle Creek Middle Fork 를 향해 바쁜 몸짓으로 달려 내린다.

등산로는 이제 북쪽 정면으로 우뚝 솟아있는 8981’ 에 이르는 무명의 봉우리를 향해 가파른 경사를 지그재그로 이어간다. 보통속도의 걸음이라면 Telegraph 의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이 걸리는데, 50분 정도면 Telegraph 의 서남쪽 이웃인 8921‘봉의 정상부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부터는 대개 평탄한 형세로 나아가게 되는데, 약간 내리막으로 내려간 곳에 ’Three T's Trail‘ 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측으로 나있는 오름길을 따라가는데, Telegraph Peak 의 정상이 된다.

뾰족하게 솟은 좁은 정상은 큰 바위 몇 개가 포개져 있고, 주변에는 키는 낮지만 아마도 수백년씩 이 자리에서 나이를 먹어 온 듬성듬성한 Mountain Mahogany 들만이 눈부시게 빛나는 미소를 가지마다 지으며 반겨준다. 수세기에 걸쳐 이곳을 지켜온 이곳의 주인으로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방문객에게 깃털달린 우아한 팔들로 동서남북 사방을 가리키며 자기 왕국의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북서쪽으로는 Baldy, Harwood, Dawson, Wright 등의 산들이 웅장하고, 바로 무릎 아래로는 Thunder Mtn 이 다소곳하다. 북쪽으로는 Coldwater Canyon Lytle Creek North Fork 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Mt. San Gorgonio Mt. San Jacinto 가 멀리 뒤에 포진한 가운데, 앞에는 Etiwanda, Cucamonga, Big Horn, Ontario 등의 낯익은 산들이 손을 흔들어 오는 듯하다.

정상등록부에 높은 세상에서 느끼는 감회를 한마디 적어도 보며, 볼만큼 보고 쉴만큼 쉰다. 점심일랑은 정상에서 조금 되짚어 내려간 멋진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펼치는 게 제격일 터이다.

< 사족 >

등산인들에게 “Three T ( 3T )” 로 불리는 등산코스는 Mt. Baldy 남쪽의 Cucamonga Wilderness 내에 있는 Timber Mtn, Telegraph Peak, Thunder Mtn 3개의 산을 묶어서 하는 산행을 이르는 말이다.

3T를 등반할 경우, 보통은 차를 Manker Flat 1, Icehouse Canyon Parking 1대를 준비해 놓고, 이들 2지점을 종단하는 요령으로 산행을 하는데, 스키리프트를 타지 않는다면, Manker Flat에서 출발하면 왕복 13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750‘ 가 되고, Icehouse Canyon Trailhead에서 시작하면 거리는 같지만, 순등반고도는 약 5000’ 가 된다.

3T 코스 산행을 좀 더 강도높게 하려면 Icehouse Canyon Trailhead에서 출발하여 Timber, Telegraph 을 지나 Thunder 에 오른 후, 다시 그대로 되돌아 오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산행거리가 15마일에 순등반고도는 6300‘ 가 되어, 차량 셔틀이 필요치 않아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맨몸과 두 다리로 산을 다니고 걷는다는 인간의 원초적 형질을 상당히 충족시키는 뿌듯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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