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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24일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Kratka Ridge ( 7515' )

 

절기상으로는 이미 가을에 들어선지 오래인데도 마냥 덥기만 하던 남가주의 날씨가 10월 중순에 접어들면서는 어느새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이 완연한 전형적인 천고마비의 계절이 되어 졌는바, 더할 수 없이 쾌적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새삼 남가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된다.

 

며칠 전에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잠을 깨어 아내와 함께 수선을 떠는 일이 있었는데, 다시 자리에 누우면서 여름에도 모기라는 존재를 거의 잊고 지낼 수 있었던 사실을 깨달으면서, LA야 말로 바로 천사들의 땅이고 천국이라는 소회를 나눈 바 있다.

우리 LA는 세계적으로 약 1% 내외의 면적만이 해당한다는 살기 좋은 지중해성 기후지역이면서 서남쪽으로는 망망대해 태평양을 연해 있고, 북동쪽으로는 첩첩산맥 샌게브리얼 샌버나디노 등에 접해 있어, 이들 바다와 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자연환경의 혜택을 두루 향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바다도 나름대로 마찬가지이겠으나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우선은 산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면, 해발고도 1000'내외의 나지막한 산들이 있는가 하면 10000'가 넘는 험한 산들이, 100마일 이내의 상거에 다양하게 존재하여, 그때 그때의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또 각자의 취향이나 기량에 알맞은 산을 택해, 연중 어느 때라도 내내 다채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우리 남가주이다.

하긴 등산뿐만이 아니겠다. 겨울에도 전혀 눈이 내리지 않는 포근한 날씨의 LA지만, 동쪽으로 50마일만 가면 해발고도 7000 ~ 10000'가 되는 온통 백설에 덮인 고산에서 스키나 스노보드 등 각종 설상 스포츠를 실컷 즐길 수가 있기도 하다.

 

필자는 1993년 가을에 도미하여 이곳 LA에 정착했었는데, 아직 할일을 정하지 못했던 그 해 겨울에, 혼자서 매일 2 Hwy ( SR-2 )를 달려 Mt. Waterman Ski Area에서 난생 처음으로 스키를 익히던 기억이 새롭다. 4계가 뚜렷한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스키를 오히려 겨울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상하의 땅 이곳 LA에 와서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은, LA가 바로 온갖 것을 다 갖춘 천사들의 땅임을 증거하는 하나의 예가 된다고도 하겠다.

 

 

우리 LA에 바로 인접해 있는 San Gabriel산맥만을 떼어서 이곳에서의 스키장의 역사도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San Gabriel산맥은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에 걸쳐있어 제주도 면적의 1.5배가 된다고 하는데, 서쪽은 낮고 동쪽으로 가면서 차츰 높아지는 동고서저의 규국을 이루기 때문에, 주로 동쪽 편에 통상 4개의 스키장이 있었던 것 같다.

 

기록을 살펴보니, 1924년에 개장된 Wrightwood 에 있는 Big Pines 스키장이 효시가 되는데, 1941년에 Blue Ridge Ski Area로 확장 개칭되고, 1975년에는 또 Mountain High Ski Area로 확장 개칭되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두번째는 Lynn Newcomb Sr. 1939년에 LA에서 50마일 정도의 거리가 되는 샌게브리얼산맥의 Mt. Waterman 에 스키장을 조성하여 개장한 것이다.

 

세번째는 1952 Harwood Development 에서 Mt. Baldy Notch에 조성한 것인데, 스키장의 주요시설이 있는 Thunder Mtn의 명칭이 당시에는 Harwood Mtn이었다고 한다. Harwood Mtn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시에라클럽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부호이자 환경보호주의자였던 Aurelia Squire Harwood ( 1865 ~ 1928 )에게 헌정된 이름인데, 지금은 주봉인 Mt. Baldy의 바로 동쪽 곁에 있는 9556'의 고봉을 지칭한다.

 

네번째는 Lynn Newcomb Sr. 1954년에 Waterman Mtn 2마일 동쪽의 Kratka Ridge에 개장한 Kratka Ridge스키장인데, 한 때는 스키장의 아랫부분을 Snowcrest라고 지칭하여 주로 눈놀이 등을 즐기는 구역으로 하고, 윗부분을 Kratka 스키장이라고 하여 스키와 Snowboard를 즐기는 구역으로 구분하여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Lynn Newcomb Sr. 1939년에 이미 개장한 Mt. Waterman스키장의 주인으로 바로 2마일거리의 인근에 또 하나의 스키장을 개장한 것인데, 이 두 개의 스키장은 약 60년간 이 Newcomb가족에 의해 운영되어 왔으나, 1999년에 두 개의 스키장 모두를 매각하고 손을 떼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 새 주인은 2001~2002년간에 모두 운영을 중단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두 개의 스키장은 비록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남가주의 스키역사에서 큰 몫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는데, 폐장을 하게 된 것은 2001년에 Kratka 스키장의 Base Station에 발생했던 화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는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도로사정이 좋아지고 자동차의 성능도 향상되어지면서, 스키어들이 코스와 시설이 좋은 다른 곳을 불원천리하고 찾아가는 시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족을 달자면, 2 Hwy Mile-marker 52 부근에 있는 Newcomb's Ranch Restaurant ( 5340 ) 은 지금도 휴일이면 수많은 오토바이족들이 몰려드는 명소로 ‘오토바이족들의 비공식 본부’라고 얘기될 정도인데, 나중에 스키장의 주인이 되는 Lynn Newcomb Sr. 1937년에 설립하여 2001년까지 그 가족들이 운영했던 곳으로,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오토바이족인 Jay Leno도 이곳을 아주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오늘은 샌게브리얼 산맥의 스키시설의 하나로 이름을 알렸던 곳으로, 산행거리는 왕복 1.5마일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코스이지만, 정상에서의 전망이 대단히 경이로운, Kratka Ridge를 소개한다.

 

다소 딱딱한 어감을 주는 Kratka 란 이름은, 1925년에 USFS Surveyor였던 Donald McLain, 이곳을 아주 좋아했던 Pasadena거주의 형제 George H. & Walter E. Kratka 와 이곳에서 함께 야영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헌정되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지역을 잘 알았을 이들 형제의 자세한 설명이나 헌신적인 안내가 산림조사에 크게 도움이 된데 대한, 보은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산행을 시작하는 곳의 고도가 이미 6800 ( 2074m ) -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은 1915m - 의 고산지역이고, 소나무와 전나무 등 키가 큰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시원한 곳인데다가, 순 등반고도가 715’이면서 코스가 짧아,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연인들이나 가족들의 산행으로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 일부구간은 경사가 가파르고 흙이 푸석거리므로 미끄러지지 않을 등산화를 착용할 것과, 눈이 쌓여 있을 때는 산행을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 가는 길 >

 

I-210에서 라캬나다의 Angeles Crest Hwy ( SR-2 ) 북쪽으로 나와 36마일을 가면, Hwy Mile-marker 60.54지점에 ‘Vista Day Use Area’라는 간판이 우측 도로변에 서있다. 바로 이곳이나 아니면 뒤쪽 50m지점의 더 널찍한 공터에 주차한다.

SR-2 도로는 주말이면 수많은 스포츠카와 오토바이들이 몰려들어 한껏 드라이브를 즐기는 곳이므로,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각별히 안전운전을 해야 하는데, 특히 중앙선 침범은 절대 금물이다.

험준한 고산준령을 뚫고 송림과 바위를 돌고 돌아 66마일이나 구불구불 이어져 나가는 아름다운 산악도로에서의 드라이브도 즐기고, 힘들지 않은 등산을 통해 대단한 비경도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운전에 임하는 것이 좋겠다.

 

< 등산 코스 >

 

주차한 노변에서 남쪽의 산줄기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100m 쯤 오르고 보면 자그마한 화장실 건물 두 채가 나란히 서있다. 그 곁으로 난 길을 더 오르면 곧 능선위에 닿게 되는데, 여기까지 5분 내외가 걸린다.

능선의 남쪽 끝에 서면 왼쪽으로 Crystal Lake Recreation Area 북쪽의 39번 도로와 Smith Mtn 등의 전망이 있고, 편히 앉아서 경치를 보도록 배려한 벤치가 하나 놓여 있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능선의 북쪽면을 오르게 된다. 가지 끝에 길쭉한 솔방울들을 달고 있는 Sugar Pine들과, 길쭉한 침엽과 곧은 몸으로 은은한 바닐라 향을 간직하고 있는 Jeffrey Pine 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어 싱그럽다.

오르는 도중에 오른쪽(북쪽)으로 대략 3마일 정도의 거리를 두고 Pleasant View Ridge가 소나무 사이사이로 보인다.

 

Pleasant View Ridge는 동쪽의 Mt. Williamson ( 8214' )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산줄기로, 5마일에 걸쳐 등산하기에 좋은 7개의 연봉 - Pleasant View Ridge 7 Peaks - 이 있고, 바로 북쪽 기슭에 부터 Mojave사막이 시작되는, 샌게브리얼 산맥의 최북단 줄기이다.

 

Mt. Williamson의 남쪽 아래로는 Rock Climbing의 명소였던 Williamson Rock이 하얗고도 육중한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이 바위의 밑 부분을 흘러내리는 Little Rock Creek에는 노란빛이 나는 개구리( Mountain Yellow Legged Frog )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의 멸종을 우려한 산림청이, 2005년부터 이 일대의 1000에이커의 지역에 대해 출입을 금지시킴으로써 - 이 지역의 송골매( Peregrine Falcon )들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함 - 열성적인 롹크라이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현장이다.

 

2005년 당시에는 겨우 5~10마리의 개구리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었는데, 근간에는 150마리 정도로 번식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인간이란 존재는 대자연 쪽에서 보면 ‘만물의 영장’이 아닌, ‘만물의 암세포’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부연하자면, Williamson Rock은 샌게브리얼 산맥에서는 보기 드문 단단한 화강암으로, Rock Climbing에 아주 적합하다고 하며, 30 Section에 난이도 5.4~5.13 300여개 이상의 등반루트가 있어 특히 초심자보다는 경험자들에게 적합한 곳이라고 하는데, 통행금지조치가 있기 전에는 주말이면 수많은 크라이머들이 몰렸었다고 한다.

인간의 오락권과 개구리의 생존권이 상충하는, 개구리들에게 장난삼아 돌을 던지는 어린 아이들의 행위를 풍자한 이솝의 우화가 생각나는, 현장이 되는 셈인데, 독자 여러분들은 어느 쪽을 지지하실지 궁금하다.

 

출발한지 약 25분이 지나면서 0.5마일지점에 오면 작은 Saddle 위에 오르게 되는데, 북쪽 언덕은 아주 작은 둔덕을 끝으로 그 너머는 벼랑이다. 우리는 남쪽 ( 왼쪽 )의 꽤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경사도 급하지만 흙이 물러 오르기가 쉽지 않으나 다행히 200m 정도만 오르면 다시 완만해 진다. 아마도 스키 활강장으로 조성되어 쓰였을 널찍한 길이다.

 

10분 정도를 걸어 오르면 앞에 Skilift Station Building이 보인다. 2001년에 폐장되었지만, 아직 Rope가 팽팽하게 걸려있고 Chairlift도 일정한 간격으로 드문드문 제 자리에 걸려 있다.

스키장의 Chairlift는 거의가 다 2인승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초기형태인 1인승인 점이 독특하다. 현재 미국에 있는 481개의 스키장 중에 1인승 Chairlift가 운행되고 있는 곳은 오직 두 군데 뿐이라고 하니, 이 또한 역사적인 유물이랄 수 있겠다.

 

Station Building 조금 앞의 왼쪽 Ridge에는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삭아가고 있는 피크닉 테이블이 하나 있다. 내려올 때 여기에 들러, 지나간 이곳의 세월과 함께 내 삶의 세월도 반추해보며 한동안 쉬어감직 하다.

 

Kratka Ridge의 정상은, Station을 지나 서쪽으로 150m 정도를 올라가면 된다. 나지막하게 가지를 드리운 몇 그루의 소나무들과, 그 그늘 언저리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개구리처럼 보이는 바위들 몇 개가 있는 곳이 바로 Kratka Ridge의 정상 ( 7515 )이다.

이들 바위개구리들의 곁에 나란히 서서 아스라하게 펼쳐지는 경개를 바라보는 순간, 누구라도 정녕 환희의 찬탄을 금할 수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남쪽 중앙은 Bear Creek이 흐르는 계곡이 깊고 푸르게 펼쳐있고, 그 좌측으로는 Smith Mtn ( 5111 )과 아직은 무명인 듯한 5470‘봉, Islip ( 8250' ), 4개의 Hawkins봉들 ( 8890 etc ), Throop ( 9138' ), Lewis ( 8396 ), Williamson ( 8214' )이 차례로 벌려있고, Mt. Baldy ( 10064 )도 그 벗겨진 머리꼭지가 살짝 드러나 있다.

우측으로는 톱날처럼 능선의 굴곡이 날카로운 Twin Peaks Ridge가 신비감을 줄만큼 빼어난 자태로 펼쳐져 있는데, 이 줄기의 맨 왼쪽의 돌출부가, 샌게브리얼 산맥에서 가장 오르기가 어렵다는 Triplet Rocks ( 6151' )이고, 오른쪽의 최고봉은 Twin Peaks의 동봉 ( 7761 )이며 그 뒤는 서봉 ( 7696 )이다.

우측의 앞 줄기는 Mt. Waterman ( 8030' )이고 그에서 흐르는 줄기이다.

가장 멀리로는 Orange County의 제1봉인 Santiago Peak ( 5687' ) 이 신기루인양 어렴풋이 보이는데, 이보다 가까운 앞쪽의 가느다란 줄기는 아마도 Mt. Wilson Monrovia Peak에서 흘러내리는 줄기일 것이다.

 

건조한 이미지의 샌게브리얼 산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겹겹이 푸르고 울창하고 유장하다. 이 지역의 가운데를 관통하며 흐르는 물줄기인 Bear Creek의 주위는 San Gabriel Wilderness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고 있는 샌게브리얼 산맥의 중심이면서, 인간의 발길이 가장 덜 닿은, 거의 원시림 상태로 잘 보존되고 있는 땅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1890년경 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곰들이 아주 많았다고 하니, 그래서 자연스레 Bear Creek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이겠으나, 지금은 다만 Bighorn Sheep들의 마지막 서식처가 되고 있단다.

 

바로 이 아래의 Bear Creek으로 모여 흐르는 물은, Wilson Mtn 북쪽과 Twin Peaks Waterman Mtn의 서쪽에서 모여 흐르는 서강( West Fork )의 흐름에 Cogswell Dam 하류에서 합류된다. 역시 저 아래 왼쪽으로 보이는 Smith Mtn의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북강( North Fork ) 이 되는데, 이 서강과 북강의 두 개의 물줄기가 합쳐진 후에 다시, Mt. Baldy Iron Mtn 의 북서쪽, Mt. Baden Powell 의 동쪽의 물이 모이는 동강( East Fork )이 합류되면, 비로소 Azusa쪽으로 흘러드는 San Gabriel River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 걸음으로 이렇게 깊게 감추어진 비경을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도 황홀하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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