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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산행지

 

2014년 10월 10일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Mt. San Jacinto - Deer Springs Trail

 

1800년대에 Mt. San Jacinto를 찾은 백인들은 이 산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대해 언급한 기록이 많이 있다고 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일은 없지만 탐험자나 여행자들이 직접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났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고 봐야겠다. 원래 이 지역에 대대로 살아왔던 Cahuilla 종족들은 Mt. San Jacinto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마 'Tauquitch'의 영혼이 살고 있어 그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의 신음소리이거나, 아니면 신이 그 악마를 겁먹게 하려고 내는 소리라고 하여 접근을 아주 꺼렸다고 한다.

 

이 이상한 소리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으로는, Mt. San Jacinto와 바로 마주하고 있는 Mt. San Gorgonio 사이의 Banning Pass, 서로 다른 지각이 맞물리는 San Andrea Fault이기 때문에 이 접합점 인근에서의 지층내부가 서로 부딪치고 깨어지거나 아래로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소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재미삼아 Mt. San Jacinto의 어느 동굴에 살고 있다는 악마 'Tauquitch'에 얽힌 전설을 소개한다.

 

옛날 옛날에 San Jacinto 산에는 자유자재로 둔갑을 하여 손쉽게 사람들을 자기의 동굴로 유인한 후 이들을 잡아먹는 악마 'Tauquitch'가 살고 있었다.

산 아래 마을에는 Algoot라는 대단히 뛰어난 용사가 있었는데, 그는 아주 준수하고 용감한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San Jacinto 산으로 모험을 나섰다가 Tauquitch 에게 잡아 먹히게 된다. 아들의 친구들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Algoot 는 아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 와신상담하며 신체를 단련하고 무공을 쌓는데 전력투구한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다 되었을 때 마을 주민들과 함께 Tauquitch의 동굴로 올라가 결투를 신청하여 대결하게 되는데, 이때 마을사람들이 동굴을 향하여 무수한 돌을 던져 악마를 공격했는데, 마침내 수세에 몰린 악마가 거대한 뱀인 본래의 모습을 나타낸 채 바다로 도망치려고 하는 찰나에, 괴력의 용사 Algoot 이 뱀의 꼬리를 감아쥐고 머리위로 빙빙 돌리다가 맨땅에 패대기를 침으로써 이를 죽여 불에 태우게 되는데, 이 때 악마의 몸은 불타서 소멸되었으나 영혼은 빠져 나가서 다시 동굴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이 뒤로도 악마는 다양한 모습으로 위장하여 나타나 사람들의 영혼을 잡아가는데, 때로는 멋장이 백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단다. 그러나 언젠가는 신이 이 악마 'Tauquitch'를 영원히 소멸시켜 줄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Mt. San Jacinto의 남쪽에 있는 Tahquitz Peak, 철자가 좀 다르지만, 바로 이 악마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오늘 안내하는 Deer Springs Trail은 순등반고도 5200'에 왕복 19마일의 코스로, 순등반고도가 10700’에 왕복22마일에 이르는 C2C루트에 이어, Mt. San Jacinto를 오르는 루트중 두번째로 길고 힘든 등산코스인데, 마일당으로는 평균 550'의 오름길이라 대체로 평탄한 느낌이 들고, 위험한 구간이 없는 대단히 아름다운 코스이다.

 

왕복산행에 보통 10시간 내외가 소요되는데, 어느 정도의 등산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 가는 길 >

 

LA 한인타운에서 10 Fwy East를 타고가다 Downtown부근에서 60 Fwy East로 진입하여 약 76마일을 달리면 다시 10 Fwy East에 합쳐지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5.8마일을 더 가면 '8th St / CA- 243' 출구가 나온다. 여기서 내린다.

8th St.에서 우회전하여 0.1마일을 가고, Lincoln St.에서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CA-243 / San Gorgonio Ave 가 된다.

우회전하여 243번 도로를 따라 구불 구불 약 23마일을 가면 길 왼쪽으로 주차공간이 있고 Deer Springs Trailhead 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그러나 우리는 등산허가를 받기위하여 이곳을 지나쳐, Idyllwild 의 초입에 있는 Ranger Station까지 가야 한다. 이곳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San Jacinto Ranger District,   54270 Pinecrest, Idyllwild, CA 92549

Phone: 909-382-2921, Fax: 951-659-2107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등산허가를 받고나서, 다시 조금 전에 지나쳤던 Trailhead로 돌아가서 그 곳에 주차한다. 등산허가는 미리 미리 우편이나 Fax로 신청하여 받을 수도 있다.

 

< 등산코스 >

 

주차한 곳의 뒷쪽 언덕에 올라서면 바로 왼쪽으로 나아가는 널찍한 등산로가 되는데, 고도가 이미 5639'에 이르는 고지대이기 때문에 공기가 청량하고 소나무와 Manzanita가 뒤섞인 숲이 마냥 푸르다.

 

대략 2분정도를 걸어가면 왼쪽에 Deer Springs Trail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10분여를 걸으면 Wilderness가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즉 여기서부터는 입산허가가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자연보호구역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는 특히 두가지 사실이 눈에 띄는데, 하늘 높이 곧게 자라있는 Jeffrey Pine들의 사이사이로, 빨간 줄기가 두드러진 특징인 Manzanita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는 것과,

길목의 구비 구비마다 커다란 바위들이, 어느 예술가가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듯 한 조형미를 선보이며, 군데 군데 포개져 있거나 따로 따로 놓여있는 채, 주변의 수목들과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남가주의 고산기슭에 아주 흔한 수종인 Manzanita가 이렇듯 아름다운 거목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아마도 여기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Wilson Mtn 언저리의 Zion Mtn 정상부에도 잘 자란 Manzanita숲이 있지만, 이곳과는 그 서식면적이나 개체들의 크기에 결코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또 이곳뿐 아니라 이 산 전체에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는 것은 앞에서 소개한 원주민들의 신화에서 식인악마 Tauquitch와 와신상담의 용사 Algoot가 사생결단의 싸움을 할 때, 산 아래 주민들이 산 위의 악마를 향해 맹렬한 투석전을 펼친 결과라고 한다.

 

아름다운 숲길을 1시간 정도를 걸어 2.3마일 지점에 이르면 등산로가 왼쪽으로 꺾이면서 오른쪽에 Suicide Rock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다.

토착 원주민의 추장 따님과 그녀를 사랑한 청년이 부모의 반대에 좌절하여 이곳에서 함께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으로 1마일 거리에 있는 해발고도 7528‘의 거대한 암봉이다.

그들의 비련을 아파하면서 갈 길이 먼 우리는 계속 직진이다.

 

이제 그 멋진 Manzanita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전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해진다. 나무들의 키도 훨씬 커진다. 좌우로 굽고 펴지며 등산길은 계속 북쪽으로 이어진다. 경사는 대체로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이라서 걷기에 쾌적하다.

 

다시 또 하나의 갈림길에 이른다. 4.1마일을 온 Strawberry Junction으로 동쪽에서 이어져 오는 PCT가 이곳에서 합류되는 것이다. 소나무와 바위들이 더욱 아름답다.

우리는 계속 직진이다. 오른쪽에 있는 Marion Mtn의 서남쪽 기슭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등산로 왼쪽으로 신기하리만큼 영락없는 돼지저금통인 집채만한 바위도 지난다.

 

어느 덧 등산로 왼쪽에 작은 팻말이 있는 Marion Mtn Trail Junction에 닿는다. 6.4마일을 온 셈이다. 오른쪽 길을 택한다. 이곳에서 불과 30m를 가면 상세한 이정표가 서 있는데, 3.8마일 아래에서 올라오는 7 Pines Trail이 왼쪽에서 합류되어지는 Junction이다. 이제 정상까지 3.2마일을 남겨놓은 지점이다.

 

 

여기서 부터는 길이 북동쪽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곧 노랗게 물든 고사리들이 길섶의 바위들을 둘러싸고 있어 추색이 완연한 지점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Deer Springs Camp이다. 만약 여기서 등산로를 벗어나 길이 없는 오른쪽 계곡을 따라 오르고 또 오른다고 하면 Marion Mtn Shirley Peak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을 Deer Springs 에 닿게 될 것이겠다.

 

아마도 예전에 그곳에서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의 경개를 목격한 사람이 있었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Marion Mtn이나 Shirley Peak에는 등산로가 따로 없어 찾는 이가 극히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 지금도 Deer Springs는 여전히 사슴들의 샘물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겠다.

 

이내 다시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6.9마일 지점으로 Deer Springs Trail과 손을 잡고 2.8마일을 동행해온 PCT는 이곳에서 왼쪽의 Fuller Ridge Trail을 따라 나간다.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은 이제 거의 Lodgepole Pine들 일색이다. 중심줄기가 단아하고 전체적인 자태가 기품이 있다.

 

키가 낮은 Chinquapin Buckthorn이 빽빽하게 들어찬 비탈을 횡단한다.

 

이 사슴샘 코스에서의 가장 큰 물줄기인 Creek을 지난다. 흘러 넘치는 물로 등산로가 질척인다. Shirley Peak Newton Drury Peak 사이의 계곡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로 무성한 Corn Lily의 초원도 보여준다.

 

약간 가파르게 올라가는 구간을 지나면 이내 다시 평평해지면서 고도 9800‘의 Little Round Valley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8.2마일을 온 지점이다. 요즘은 건기라서 흐르는 물이 없으나 보통은 맑은 시냇물이 흘러 매우 목가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좌우로 많은 캠프 터가 마련되어 있다.

 

이제 길은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다소 가파른 경사로를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주위의 숲은 여전히 Lodgepole Pine 일색인데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덜 밀집되어 있는 대신 한그루 한그루가 훨씬 굵고 우람하다. 각각이 다 기품이 높고 관록이 있어 보인다. 아름다운 숲이다.

 

바윗돌들의 사이로 난 길을 대략 스물 다섯번쯤의 구비를 돌고나면 마침내 정상 0.3마일 아래의 Summit Junction에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Tram Route로 올라오는 길과 통합된다. 해발고도 10496‘지역이다.

 

다시 북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0.2마일을 간다. 1935년에 CCC에서 돌을 쌓아 만들었다는 대피소 건물이 있다. 여기서 약간 왼쪽으로 얼기설기 포개어져 있는 큰 바위들을 타고 0.1마일을 오르면, 드디어 더 오를 곳이 없는 큰 바위덩이에 세워 놓은 정상표지에 닿게 되는데, 우리 남가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해발 10834’의 Mt. San Jacinto 정상에 올라 선 것이다.

 

일망무제! 통쾌무비! - 다섯 시간에 걸쳐 9.6마일, 5200‘를 올라온 노고의 댓가는, 실로 황홀하고도 장쾌하다.

 

 

< 사족 >

 

하산하는 루트로는 올라온 길을 따라 그대로 되짚어 내리는 것이 통상이나, 0.6마일이 길어지는 다른 루트를 택하면 의외의 대단한 비경을 볼 수 있기에 이를 기술한다.

 

정상에서 Tram Route를 택하여 Wellman Divide까지 내려온다( 2.7마일; 고도 9720 ).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Wellman Cienega Trail 1마일을 오면, PCT Junction이 있는 Strawberry Cienega에 이른다( 3.7마일; 고도 9000 ). 다시 서쪽( 오른쪽 )으로 나가는 PCT를 택한다.

 

여기에서 불과 0.1마일 정도만 나아가면, 바로 여러분을 위해 이 대자연의 천지신명이 적어도 수백만년에 걸쳐 준비했을, 엄청난 비경이 별안간 막을 올려준다.

오른쪽으로는 Marion Mtn의 웅장한 남서쪽 기암절벽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좌측으로는 Lily Rock, Suicide Rock, Tahquitz Peak, Red Tahquitz을 비롯한 Desert Divide의 산줄기와 Strawberry Valley의 신비감을 주는 짙푸른 골짜기가 마냥 찬탄을 자아낸다.  아마도 JMT의 핵심구간을 방불케 하는 비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2.3마일의 이 환상적인 PCT 구간을 지나면, 올라올 때 지났었던 Strawberry Junction에 닿게 된다( 6.0마일; 고도 8040 ).  등산시에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주차지점까지 온다 ( 10.1마일; 고도 5639 ).

시간이나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하산하는 길에, Suicide Rock ( 고도 7528 )에 들려보면 더욱 좋을 것인데, 이럴 경우에는 왕복 21.6마일의 산행이 되어, 비록 몸은 다소 나른하더라도, 되려 마음은 한층 더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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