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당일 산행지

 

 

2014년 9월 26일 미주한국일보 게재원고 

 

Mt. San Jacinto - Marion Mt Trail

 

 

“하절의 지락은 무엇보다 산수의 소요유에 있다. 근역같은 산수향에 태어난 조선인은 자연의 혜택을 남달리 많이 받은 만큼, 이 점에서 일종 청복이라면 청복이다. -- 죽장망혜로 금강의 영산을 순례하고 영동의 팔경을 답파하여 산수미를 싫도록 배불리 함은 또한 인생의 쾌사가 아닐까.문일평 선생 ( 1888~1939 )의 ‘산수의 이상향’ 이라는 글의 일부이다.

 

이를 우리들이 살고 있는 남가주에 맞게 각색하면 이렇게 되나?

“여름철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보다 산을 찾아 청량한 숲의 푸르름과 전망을 즐기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남가주같이 빼어난 날씨와 명산준령이 있는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은 자연의 혜택을 남달리 많이 받는 만큼, 이 점에서도 가히 크나 큰 축복을 받고 있다고 하겠다. 적절한 등산용구를 갖추어 샌게브리얼산맥을 순례하고 샌하신토와 샌버나디노산맥을 답파하여 산수미를 만끽함은 우리 남가주동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지극한 복락이 아닐까.

 

우리의 선조들은 산수를 사랑하고 즐기는데 무척 애착을 가졌던 것 같다. 풍류선비들은 수시로 원근의 승지를 찾아 요산요수의 삶을 즐기고 때로는 금강 지리 백두 등의 명산을 찾아 호연지기와 삼강오륜의 절의를 키웠다는 것을 알겠고, 일반여민들도 봄가을 호시절이면 날을 받고 추렴을 하여 인근의 승지나 산수간으로 상춘을 나가거나 단풍놀이를 가서 빼어난 자연을 벗 삼고 훈훈한 정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지역마다 관동팔경이니 한양십승이니 하는 식으로 고향의 승지에 대한 사랑과 자랑이 돈독했던 것이겠다.

 

주로 일요일에 산행을 하는 필자로서는 대개의 산행에서 조우케 되는 등산객들의 높은 비율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수시로 느끼게 된다. 남가주에 거주하는 주민들 인구로 본다면, 우리 한인들은 절대적인 소수민족임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산을 찾아 요산요수하는 사람들만을 놓고보면, 크게 높은 비율을 점하고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산수를 사랑하는 우리 조상들의 형질을 물려받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지면서, 자랑스럽고도 감사한 심정이 되곤 한다.

 

 

오늘은 지난 회에 이어 계속, 사막지역에 우뚝 솟아난 하늘위의 오아시스라고도 할 수 있을, 팜스프링스의 Mt. San Jacinto를 찾아간다.

 

Mt. San Jacinto를 등정하는 일반적인 루트는 총 7개가 되는데, Tram Route C2C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우거져 있는 남서쪽의 기슭에 있다.

, Fuller Ridge, Seven Pines, Marion Mtn, Deer Springs 등의 Trail이 있고 또 Idyllwild Humber Park에서 시작되어 Devil's Slide Trail을 경유하는 Trail이 있는데, 이 모든 등산로들은, Banning에서부터 Mt. San Jacinto의 남서쪽 기슭을 휘감아 돌고 오르면서 Idyllwild ( 25마일지점 ) 에 이르고 다시 74번 도로에 닿는 약 30마일 길이의 243 State Scenic Highway가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임을 간과해선 안되겠다.

 

즉 이 모든 Trail들이 243번 도로를 통해서만 비로소 닿게 되는 것인데, 이는 마치 2 Angeles Crest Highway가 없다면 San Gabriel 산맥의 깊은 산들로 들어갈 수 없고, 38 Highway가 없으면 San Bernardino 산맥으로 입산을 할 수가 없는 사정과 동일하다 하겠다.

 

243번 도로는 1911년에 만들어진 다소 원시적 루트를 바탕으로 하여, Riverside County Road Commissioner였던 Alex C. Fulmor 1933~34년에 기초조사를 하여, 공사에 들어간 지 17년만인 1950년에 현재와 같은 새로운 도로로서 준공되었다. 1956년에 준공된 2번 도로와 이 도로는 죄수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건설되어졌다고 하는데, 준공식은, 헐리우드의 여배우 Jane Powell - 7인의 신부’에서 여주인공역을 한 - 도 참석한 기록사진이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성대하게 치렀을 것으로 추측해 보는데, 공사를 직접 몸으로 수행했을 죄수들은 혹 그 대표자라도 준공식에 초대되었었는지 궁금해진다.

 

하긴, 만리장성을 쌓은 사람은 진의 시황제이지, 노역에 참여한 수십만의 민초들이 아닌 것이니, 이런 논리로 이 243번 도로는 Alex C. Fulmor가 만든 길이라고 할 수 있겠고, 그의 이름을 딴 호수 Lake Fulmor - 243번 도로의 Banning기점 15마일쯤의 북쪽 노변에 있다 - 가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인간사라고 하겠다.

 

아무튼 이 아름답고 신령스러운 산, Mt. San Jacinto의 녹음이 우거진 남서쪽 기슭을 구불구불 30마일에 걸쳐 통과하고 있는 이 243번 도로가 없다면 오늘 우리가 이렇듯 편안한 하루 산행으로 정상에 오르고 내릴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니, 이 길을 만드는데 기여한 그 시절의 모든 사람들에게 심심한 경의를 드릴 뿐이다.

 

오늘은 이 남서쪽 기슭에서 정상에 오르는 Trail가운데, 편도 6마일로 등산거리가 가장 짧으나 순등반고도는 4534 ( 10834-6300 )가 되어 만만치 않은, Marion Mtn Trail을 안내한다.

고도에 따라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큰 바위덩이들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고 시야가 탁트인 시원한 전망도 있는 매우 아름다운 루트로, 산행에 보통 왕복 8~9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 루트로 산행을 할 때는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수종의 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으니, Jeffrey Pine, Incense Cedar, Oaks, Manzanita들이 주종인 고도에서 시작하여, 중간에 Sugar Pine, White Fir가 중심이 되는 산록을 지나고, 마지막으로 귀티나는 Lodgepole Pine들이 자태를 뽐내며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Trail은 미본토의 제1봉인 Mt. Whitney ( 14503' )를 비롯한 시에라네바다의 고봉들을 등정키 위한 적응훈련 차원에서, 많은 등산동호인들이, Mt. Baldy ( 10064' ) Bear Canyon Trail - 지난 83일의 산사태의 여파로 2015 820일까지 등산이 금지됨 - Mt. San Gorgonio ( 11503' ) Vivian Creek Trail과 함께, 거의 필수적으로 거치는 코스이기도 하다.

 

 

< 가는 길 >

 

LA 한인타운에서 10 Fwy East를 타고가다 Downtown부근에서 60 Fwy East로 진입하여 약 76마일을 달리면 다시 10 Fwy East에 합쳐지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5.8마일을 더 가면 '8th St / CA- 243' 출구가 나온다. 여기서 내린다.

 

8th St.에서 우회전하여 0.1마일을 가고, Lincoln St.에서 좌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CA-243 / San Gorgonio Ave 가 된다. 우회전하여 243번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19마일의 산길을 가면, Forest Route 4S02가 왼쪽으로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200m를 들어가면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등산로 입구로 가는 길은 왼쪽이지만, 입산허가를 받기위해서는 오른쪽 길을 택해 50m정도를 나아간다.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고 그 왼쪽에 자그마한 무인 안내포스트가 서있는데 그곳에 21조의 입산허가서식이 비치되어 있다.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여 앞장은 수거함에 넣고 뒷장을 휴대한다.

 

50m를 되돌아 나와 왼쪽의 갈림길로 들어가서, 중심도로를 따라 1.6마일을 나아가면 오른쪽에 Marion Mtn Trail 입구 표지판이 있다.

왼쪽으로 10여대를 주차할 공간이 있다. LA 한인타운에서 대략 117마일이 되는 거리이며, 전 구간이 포장도로이다.

 

 

< 등산코스 >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기 0.4마일에 약간 내리막으로 접어들면서 이 때 왼쪽으로 캠프그라운드가 보인다. Marion Mtn Camp이다. 좌측의 캠프에서 올라오는 길이 우측으로 올라가며 우리의 등산로와 교차하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이제 서서히 경사가 급해진다. Marion Mtn을 오른쪽에 뒤에 두고 그 북서쪽 기슭을 돌면서 대체로는 북동쪽 방향으로 나아간다.

등산로입구에서 대략 1.3마일의 거리에 이르면 Wilderness Sign이 있는데, 집채 같은 바위덩이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어 한결 운치가 빼어난 숲길이 되어 진다.

 

2.7마일되는 지점에 오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PCT를 겸한 Deer Springs Trail에 통합되어짐으로써, Marion Mtn Trail이라는 이름의 구간은 여기에서 끝난다. 이 지점에서 30m쯤을 직진하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Seven Pines Trail이 합류되어 진다.

여기에서부터 약 1마일의 구간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데, White Fir Sugar Pine이 주종이 되는 침엽수림이 울창하고, 등산로는 잘 다져진 흙길이라 걷기에 아주 쾌적하다.

 

3.2마일 지점에 이르면 5마일 밖에서 부터 올라오는 Fuller Ridge Trail이 왼쪽에서 합류되어 짐으로써, 모두 4개의 Trail이 통합되어진 Deer Springs Trail 이 계속된다. PCT는 정상을 경유치 않고 이곳에서 Fuller Ridge Trail을 따라 북서쪽으로 빠져 나간다. 대략 9000‘의 고도지역이다.

 

이제 숲을 메우는 나무들은 젊은 여인의 다리같이 하얗고 미끈한 자태를 자랑하는 수중미인 Lodgepole Pine들이 중심이 되어간다. 구름이 자주 저 만큼 아래로 드리우는 하늘 가까운 곳이니, 남성인간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하늘에 사는 선녀들이 운집해 있는 광경이라고나 할까, 대단히 아름다운 고산의 수림이다.

 

다시 경사가 커지는 오름길을 한동안 지나고 나면 경사가 다시 완만해 지면서 이윽고 고도 9800‘내외의 Little Round Valley 에 이르게 된다. 4.4 마일 지점으로 건기가 아닐 때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사이로 무성한 Corn Lily의 초원을 볼 수도 있다. 등산로의 좌우로, 특히 좌측으로는, 각기 다른 이름의 Campsite들이 마련되어 있다.

 

Little Round Valley의 북쪽 끝에 이르면 길이 동쪽을 향하여 다소 가파르게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온통 거목으로 성장한 Lodgepole Pine 일색으로, 아름다운 숲이고 길이다.

 

지그재그로 오르는 길이 다하면, Jean Peak San Jacinto Peak 사이의 고도 10600’의 Saddle에 올라서게 되는데,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Tram Route Trail과 만나는 곳으로, 상세한 표지판이 있다. 5.7마일 지점이며 정상까지는 0.3마일을 남겨두고 있다.

 

오르는 길로 0.2마일을 가면, 1936년에 CCC에서 지었다는 돌로 된 대피소 건물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이내 큰 바위덩이들이 종횡으로 무작위로 포개져 있는 바위무더기의 꼭대기에 이른다. 고도 10834‘ 의 남가주의 제2 Mt. San Jacinto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꽂혀 있다.

 

북쪽의 Mt. San Gorgonio Banning Pass, 동쪽의 Coachella Valley의 웅장한 경개를 충분히 보고 감탄한 후에는, 똑바로 남쪽을 향하여 서 보자.

바로 정면 가까이에 있는 산이 Jean Peak ( 10670' )이고, 그 오른쪽으로 좀 낮은 봉우리가 Newton Drury Peak ( 10160' )이며, 이 두 봉우리 사이로 조금 멀리 보이는 산이, 그 북서쪽 옆구리에 가느다란 길을 내어줌으로써 마침내 우리가 이곳 Mt. San Jacinto 정상에 오를 수 있게끔 발판이 되어 준, 1897년에 상냥한 아가씨 Marion Kelly에게 헌정되어진 산,  Marion Mtn ( 10362' )이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