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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ldy Area Peaks

일시 : 2011 8 14 05:50 ~ 22:50 ( 17시간 00 )

코스 : Ice House Canyon TH (4920)-Saddle (7580)- Ontario (8697) Bighorn (8441)- Cucamonga (8859)- Saddle - Timber (8303)- Telegraph(8985)- Thunder (8587)- Baldy Notch (7802)- Harwood(9552)- Baldy (10064)- West Baldy (9988)- Baldy - Manker Flat (6160) ; 28마일, 순등반고도:10600

 

 

산행경과:

힘들었지만 뿌듯한 하루였고, 뿌듯하지만 역시 힘든 하루였다.

내 차를 Manker Flat에 주차해 놓고, 이른 아침 05:50 Ice House Canyon Trailhead를 떠난 산행이, 아홉번째 산인 West Baldy의 정상에 섰을때는 밤20:15이 되어, Head Lamp를 켜지않고 견딜 수 있는 한계에 달한 즈음이었고, 마지막 가느다란 석양빛이 깊은 어둠의 바다에 꼴까닥 가라앉으려는 순간이었다.

Manker Flat의 주차장에 내려왔을때는, 이미 밤이 늦은 22:50으로, 17시간이 걸린 산행이었다.

처음엔 네명이 함께 출발했으나, 세번째 봉우리인 Cucamonga Peak까지에서 지체되던 두사람이 포기하는 바람에, 수잔강님과 둘이서만 산행을 계속하여 마쳤는데, 수잔의 9 Peaks에 대한 집념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나도 6 Peaks에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Ontario를 시작으로하여 Bighorn, Cucamonga, Timber, Telegraph 을 거쳐, 6번째 산인 Thunder를 마치고  Baldy Notch로 내려올때는, 입안이 심히 마르고 걷기도 매우 힘들어, 그만해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뇌리를 스쳤는데, 수잔이 그러한 나의 낌새를 알았는지 어떤지, 거듭 거듭, 기왕에 시작한 것이니 9  Peaks을 꼭 하자고 다짐하는 바람에, 알량한 남자로서의 체면이 있어서, 그 생각을 떨치고, Notch 식당에 들어가 잠시 쉬며 기운을 차려낼 수 있었다.

우선 시원한 콜라를 반캔 마시고 물을 실컷마시니 갈증이 가셨는데, 햄버거 반개와 몬스터 한캔을 추가하여 기운을 충전했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  6시가 넘은 시각에 Notch에서 Devils Backbone쪽으로 산을 오르려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는데, 곧이어 마음을 다져 먹으니 오히려 더욱 흔쾌한 기분이 되어지기도 했다.

서둘러 하산하던 백인 커플이 다늦은 시각에 우리가 산을 오르는게 이상한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왔다. 다소 우쭐한 마음으로 우리는 지금  9 Peaks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며 지금 일곱번째의 산을 오르는 중이라고 답했더니, 9 Peaks가 뭐냐고 또 물어왔다. 간단히 설명을 했더니, 그걸 몇번으로 나누어서 하느냐고 묻는다. 결국 우리보고 미쳤다고  놀라워하며, 무사히 잘 마치기를  빈다고 따뜻한 성원의 말을 건네 주었다.

여태까지는 그래도 내가 앞장서서 산을 오르고 내렸지만, 남은 세 봉우리의 산행은  시종일관  끄떡없이 팔팔한 수잔이 앞서가고, 나는 그 뒤를  마지못해  겨우겨우 힘겹게 따라가는 초라한 남자의 모양새가 되어졌다.

 Harwood 를 오를때는 적어도 2~300m,  Baldy 를 오를때는 3~400m쯤은 뒤에 처지는 미상불 기진맥진의 형국이었다.

세상의 남자분들이여! 마냥 가녀린 듯한 여인앞에서 맥을 못추는, 형편없이 연약한 모습의, 그리하여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마지막 한조각 자존심이랄 수 있을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근력의 우위를 사수하지 못한 이 가녀린 남자를 용서하시라!  

Mt. Harwood의 정상에 섰을 때 , 붉게 물들어 가는 황혼녁에, 온통 잘잘한 돌들로 뒤덮인, 높지만 넓고도 완만한, 산마루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약간 어둡기때문에 훨씬 단순하고 깨끗해 보이는 능선의 부드러운 곡선은, 형언키 어려운 신비감을 느끼게 했고, 마지막 목표인 West Baldy의 정상에 서서 서둘러 인증샷을 찍을 때   , 석양의 붉은 꼬리는 실로 아름답고 신기하여, 우리의 9 Peaks등반에 대해  이 곳의 천지신명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밤하늘에 수놓아 보여주시는 것인 듯 했다.

험하고 깜깜한 산길을, 무거운 몸을 끌면서, 한발 한발 내려와 드디어 Ski Hut 을 지나서 얼마 안되었을 때, 갑자기 우리앞에서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존재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m쯤 앞의 등산로에 사람키 정도의 높이로 4개의 눈알이 밝은 빛을 내며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우릴 보고 있는 것이었다. 사위가 온통 깜깜한 가운데 나의 헤드램프의 불빛이 약해서인지 오로지 그들의 빛나는 눈 외에는 아무 것도 안보여 그들이 동물인지 또는 무슨 동물인지 전혀 식별이 되지않아,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수잔이 트레킹 폴을 서로 마구 두드려 소리를 내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나보다 훨씬 용기있고 민첩한 조치가 분명하였다.

그러는 사이에그 형형한 4개의 눈이 어디론가 슬그머니 길에서 사라져 버려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아마도 Bighorn Sheep 커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어진다.

이 상황에서도 난 역시 막강한 수호천사 수잔강님의 보호를 받은 듯한 느낌이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Manker Flat의 주차된 곳으로 가니,  중도에  일찍 산행을 포기했던 윤동중님이 Ice House Canyon쪽에 두었던 수잔의 차를 몰고와서, 장시간에 걸쳐 여태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차안에서 잠이 들어있었다.   고맙고도  미안했다.

28마일에 걸친, 순등반고도 10600’인, 9개의 산을, 17시간에 걸쳐 오르내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산뜻했다. 10600’의 순등반고도는 몇해전에 등반했던 San Jacinto C2C 코스와 거의 동일한 것이나 , 하루에 28마일을 등산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의 산행은 여러가지로 수잔강이라는 좋은 등산 동료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되어, 거듭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  등산구간별  경과시간개요  >

04:00 : 가게앞 출발

05:20 : Manker Flat 에 주차 ( Subaru )

05:50 : Ice House Canyon주차장에 주차 ( Toyota ) 및 산행시작

09:05 : Ontario Peak

10:30 : Bighorn Peak

12:05 : Cucamonga Peak

14:05 : Timber

16:50 : Telegraph

17:30 : Thunder

19:15 : Harwood

19:57 : Baldy

20:15 : West Baldy

22:50 : Manker Flat 주차장 도착,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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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진옥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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