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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Lukens ( 5074' )



 

하나의 산에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름이 헌정되어 있는 아주 이례적인 곳이 있다.

 

Fwy 2를 타고 북쪽, Fwy 210쪽으로 달리다 보면 정면 또는 약간 왼쪽( 11시 방향 )으로 우뚝 솟아있는, 정상에 여러개의 안테나 타워들이 서 있는, 웅장한 산이 보이는데, 바로 이것이 City of Los Angeles의 시 경계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Mt. Lukens; Subtitled, Sister Elsie Peak"이다.

 

이 산의 1878년 이래의 공식명칭은 “Sister Elsie Peak"이었다고 한다. La Crescenta Valley에 있던 고아원 ”El Rancho de Dos Hermanas"에서 전염병 Smallpox에 걸린 인디안 아이들을 돌보다가 그 자신이 그 병에 전염되어 생명을 잃은, 말 그대로 헌신적 봉사의 삶을 살았던 Elsie 라는 이름의 로마가톨릭 수녀에게 헌정되어 있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Mt. Lukens라고 이름이 바뀌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Theodore Parker Lukens ( 1848-1918 ) Ohio에서 태어나 1880 Pasadena로 이주해온 자수성가형의 사업가로, 1870년대에 2번에 걸친 산불로 Pasadena인근의 산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게 되자, 이 산들을 되살리기 위해 인위적인 적극적 조림을 주창하고 실천한다.

또한 지상낙원인 남가주의 자연환경이 광산업 벌목업 목축업들의 무분별한 오용으로 황폐해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이들로 부터 산천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나중에는 엔젤레스국유림의 Supervisor도 역임하고, Pasadena의 시장직을, Caltech의 설립자로 사후에 Throop Peak이라는 산 이름의 주인공이 된, 3대 시장인 Amos G. Throop ( 1811-1894 )에 이어, 4대와 제6대에 걸쳐 수행한다.

 

1895년에는 Yosemite에 살고 있던 John Muir ( 1838-1914 )를 방문하여 토질과 토종식물에 대한 의견도 나누며 지식을 넓히고, 1903년에는 Wilson Mtn 서쪽 기슭 “ Henninger Flat" Nursery를 확충하여, 산에 자생하는 수종의 묘목을 키워 엔젤레스국유림과 그리피스팍에 70,000그루의 묘목을 공급했다고 한다.

 

그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어온 John Muir 1907년에 이 Nursery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 해에 Lukens 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단다. - ” 당신이 심는 나무들이 훌륭하게 자라나서 우리가 죽고 없는 다음 세기들에도 계속 유익한 일이 될 것을 생각하면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1918년에 그가 사망하게 되자, 그의 산림녹화에 대한 헌신과 공로가 고려되어, Mt. Lukens 를 본명칭으로, Sister Elsie Peak을 부명칭으로 하는 이례적인 형태로 기존의 Sister Elsie Peak의 명칭이 바뀌게 된다.

 

아무튼 오늘날 우리가 이렇듯 잘 유지된 대자연을 만끽하며 그 속에서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러한 선각자들의 후손과 환경를 위한 배려가 바탕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

 

Mt. Lukens, 2009826일부터 1016일까지 지속된 LA 카운티 사상 최대의 산불로 기록된, La Canada, Glendale, Acton, La Crescenta, Littlerock, Altadena, Sunland, Tujunga등의 지역에 걸쳐 160,557에이커( 2,000만평 )의 산을 태운, "Station Fire", 특히 북쪽면의 수목들이 거의 전부 타버렸다.  보통 이 지역의 관목숲이 회복되는데는 적어도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제 겨우 4년이 경과하는 시점이어서인지 아직은 화재의 상처가 뚜렷하다.

우리 개개인이 비록 제2 Lukens가 되어 직접 조림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산림녹화 행위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연을 더욱 아끼고 이해하려는 마음만이라도 새롭게 다지는 산 교육장이 될 수는 있겠다.

 

이 산은 남쪽이나 동쪽에서 소방도로 등을 통해 오르는 코스도 있으나, 등산의 운치가 적고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편이어서, 여기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산의 북쪽면을 오르는, Stone Canyon Trail을 통한 산행을 소개코자 한다.

왕복 8.8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254‘이며, 8시간쯤 소요된다.

 

< 가는 길 >

 

Fwy 210 Sunland Exit ( LA 한인타운에서 약 20.3마일 )에서 내려 오른쪽( 산쪽 )으로 0.8마일을 가면 Oro Vista Ave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0.9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길 이름이 Big Tujunga Canyon Road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6.5마일을 가면 Vogel Flat Picnic Area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길 오른쪽에 서 있다 ( Milemarker 4.34지점 ). 표지판을 따라 0.3마일의 내리막 길을 간다. 좌측은 Stonyvale 주차장이고, 우측은 Vogel Flat 주차장이다.

주차가능 여부나 주차가능 시간을  확인하여 주차하고, 주차허가증( Adventure Pass)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여기까지 LA한인타운에서 약 29마일이고 대개 1시간이 채 안 걸린다이곳의 해발고도는 1820’이다.

 

< 등산코스 >

 

주차장 남쪽 바로 앞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이 Mt. Lukens이다. Stone Canyon Trail입구에 닿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야한다. 좌우로 있는 몇채의 주택들을 지나다 보면 찻길이 끝난다.

그 지점을 지나 개울 ( Big Tujunga Canyon Creek )을 좌측에 두고 계속 서쪽으로 가면 Stone Canyon Trail이라고 쓴 큰 안내판이 있다.

여기에서 개울을 건넌다. 특별히 물이 많이 흐르는 계절엔 조심해야하나, 보통때는 서너개의 징검다리 돌을 건너면 된다.

개울을 건너자 마자 개울가를 따라 동쪽(상류)으로 나있는 길을 찾아서 대략 100m 정도를 간다. 길이, 온통 돌밭인 Stone Canyon의 하상을 지나, 동편 언덕에 닿으면, 비로소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Stone canyon 을 오른쪽의 발아래로 두고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가 스톤캐년의 동쪽 산줄기를 지그재그로 꽤 가파르게 올라가게 되니 한동안은 스톤캐년에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게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Big Tujunga Canyon과 그 북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있는 험산들의 골격미가 참으로 장관이어서 산행의 힘든 것을 다 잊게 된다.

 

험준한 Big Tujunga의 산들이, 그 발부리부터 머리끝까지의 잿빛 골격이, 한 눈에 환히 들어온다. 가까이로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이름만 꼽더라도, Condor, Fox, Gleason, Josephine, Strawberry, Lawlor, San Gabriel, Markham, Harvard, Lowe 등이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방화에 의한 화마에 옷을 잃은 산들이 무대에 함께 올라서서, 약간은 수줍게, 각각의 알몸을 다 드러낸 채, 인간들에게 시위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Mt. Lukens 정상의 바로 아래 능선에 다다를 때 쯤에는, 타다 남은 관목들의 숯빛 형해

아래에서 새롭게 자라 올라오고있는 키 낮은 식물들의 푸르름이 눈에 들어와, 애틋한 마음과 함께, 잔잔한 아름다움도 느끼게 된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선다.     -!    두가지 면에서 놀랍다.

우선, 여지껏 올라온 등산로가 좁고도 가팔랐던 것에 비해 능선 위는 넓고도 평평한, 그야말로  “꽃 피고  새 우는”  평화롭고 푸근한 평원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마치 깜짝 쇼를 보는 듯 갑자기 펼쳐지는 남쪽 전망의 광활함이다. 가까이는 Verdugo Mtns Griffith Park, Fwy 2 & 210, San Fernando Valley의 도시들이 펼쳐지고, 좀 멀리로는 LA Downtown의 고층건물들과 그 뒤로 South Bay지역의 도시들, Palos Verdes Catalina, 그리고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은 시원적 자연 그대로의 산들의 세계이고, 남쪽은 문명적 인간 도회의 세상이다. 이 능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차단되어 있는 두 세계의 극명한 대비가 놀랍다.

 

이러한 남과 북의 두드러진 특성의 차이는 어쩌면 이 산에 이름이 헌정된 두 사람의 행적의 차이와도 닮은 데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보면, 이 능선의 북쪽은, 산과 자연을 되살리고 보살피는데 헌신한 “산림녹화의 아버지” Lukens님을 기려 “Mt. Lukens”로 명명하고, 이 능선의 남쪽은, 사람들을 보살피고 치료하는데 헌신한 “사랑과 자비의 천사” Sister Elsie를 기려 “Sister Elsie Peak"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여기서 동쪽의 정상까진 동서남북의 전망을 즐기며 평탄한 길을 10분정도 천천히 걸으면 도달한다.

이 곳 정상엔 1923년에 화재감시대가 설치되었다가 1937년에 이웃인 Josephine peak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대도시 LA의 파수꾼인양 7~8개의 송수신탑들이 “Antenna Farm”을 이루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스마트 폰 등의 현대사회의 필수적인 무선통신들이 모두 이 탑들에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몇해 전에 왔을 때보다 안테나 타워의 숫자가 많아진 듯 하다. 저만치 한켠에 세워져 있는 불도저가 없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정상에는 빼어난 전망은 있으나, 이를 앉아서 천천히 음미할만한 나무그늘이나 등산객이 배려된 쉴만한 곳은 없다. 휴식을 취하며 점심을 먹을만한 곳으로는 조금전에 지나온 능선에서의 그늘이나 풀밭이 좋을 듯 하다.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한다.  길이 좁고 가파른 구간이 있으므로, 급히 서두르거나, 혹은 바로 앞에 펼쳐진 Big Tujunga의 경치에 온통 정신을 팔지는 말고, 안전에 유의하며 내려온다.

 

< 사족 >

 

걸음을 잘 걷는 분이라면 하산시, Mt. Lukens Road로 동쪽으로 내려가다가 Grizzly Flat Trail을 통해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Loop형 등산을 추천한다. 계속 내리막 길이므로 힘들지는 않으나, 거리가 4마일정도 늘어나니 한 두시간은 더 걸린다. 그렇지만 많은 아름다운 식물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코스이다.

봄이라면 Spanish Broom Bush Poppy들이 꽤 긴 구간의 등산로 양쪽을 완전히 노오란 꽃동산으로 만들어 놓으므로, 무아의 황홀경을 맛 볼 수 있게 된다.

요즘같은 가을이면 Live Oak, Bay Laurel, Maple, Mahogany 등이 무성하여, 비교적 촉촉한 느낌을 주는 계곡에서,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볼 수 있다.

, 하산의 마지막 구간에선 Big Tujunga Canyon Creek을 따라 1마일 가까이 넓은 하상을 걸어야 하므로, 개울의 수량이 너무 많을 때는, 이 코스로의 하산은 말리고 싶다.

처음 등산을 시작할때 건너게 되는 개울의 약간 윗쪽일 뿐이므로, 그 곳의 수량을 보고 하산코스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재미한인산악회 등반이사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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