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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18일자 미주 한국일보 게재원고 원문

Galena Peak ( 9324’ )

 

높고도 험한 줄기와 봉우리가 즐비한 우리 남가주의 고산들 가운데서도 단연 돌올한 최고봉은 Big Bear Mt. San Gorgonio ( 11503’ ) 가 된다. 재미삼아 이 제1봉을 왕조시대의 제왕으로 비유해 본다고 하면, 이럴 경우엔 이 산의 주위에 있는 고봉이나 산줄기들은 정승이나 장군쯤의 고굉지신이나 방어군사들로 의인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바로 곁에 있는 제 2봉인 Jepson Peak ( 11207’ ) 은 왕세자 쯤으로 볼 수 있겠고, 약간 서쪽으로 가까이에 있는 Charlton Peak ( 10806’ ) 은 그 모나지 않은  모습으로 하여 도승지 쯤으로 보고, 남쪽의 Big Horn Mtn ( 10997’ ) 은 세번째로 높은 산이면서도 매우 온화하고 원만한 형세를 가지고 있으므로 후덕자애한 정승으로, 바로 그 옆의 Dragons Head ( 10866’ ) 는 그 위태롭고 용맹스런 기상으로 하여 대장군의 소임자로, 남서쪽의 Dobbs Peak ( 10459’ ) East Dobbs Peak ( 10500’ ) 은 육조의 어느 판서들 쯤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또 이 제왕과 그의 도성을 보위하는 병력이 일정한 거리를 둔 전후좌우 사방외곽에 주둔하고 있어야 함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다. 동쪽에는 ‘10000’ Ridge’ 라는 병력이 거기장군 Grinnell Mtn ( 10284’ ) 의 휘하에 주둔하고 있고, 표기장군 Anderson Peak ( 10840’ ) 의 휘하에는 ‘San Bernardino Ridge’ 라는 주력부대가 서쪽에 주둔하고 있으며, 정남장군인 Galena Peak ( 9324’ ) ‘Yucaipa Ridge’ 라는 예기의 정예병력을 거느리고 있고, 정북장군인 Sugarloaf Mtn ( 9952’ ) ‘Santa Ana River, Big Bear Lake, Arrowhead Lake, Silverwood Lake 등의 물길을 통제하며 막강한 수군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상상해 본다.

오늘은 이 가운데, Mill Creek 의 남쪽, 즉 강남땅에 Yucaipa Ridge 라는 철옹성 진지를 구축하여 누구도 감히 범접키 어려운 방어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정남장군 Galena Peak 에 우리 함께 힘을 다해 도전해 보고자 한다.

Yucaipa 란 오래 전부터 이 Ridge 의 남쪽 Valley에 살아온 Serrano 토착민들의 말로서 ‘Green Valley’ 라는 의미라고 한다.  Yucaipa Ridge 의 남쪽에 있는, 거주인구가 50,000명을 넘는, 지금의 Yucaipa City 의 터를 지칭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Galena 라는 말은 방연광이라는 납이 함유된 광석을 지칭하는데, 흔히 아름답게 청회색으로 반짝이는 직6면체 형태로 존재하여 토착민들이 이를 특정한 의식을 위해 사용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 봉우리 주변의 어딘가에 이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겠다.

왕복 8마일에 순등반고도 3300’ 를 오르는 산행이니, 산행거리나 순등반고도의 숫자상으로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지만, 왕복 6마일을 길이 따로 나있지 않고 불규칙한 큰바위들이 산재해 있는 험한 하상을 걸어야 하고, Mill Creek Jumpoff Headwall 이라고 부르는 다소 위태롭게 보이는 구간이 있어 이를 아주 조심스레 잘 건너야 하므로, 등산이 꽤 익숙한 분들에게나 권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코스이다. 

그러나 일단 이 산에 오르면 Mt. San Gorgonio 의 정상부와 그 주변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 어느 곳에서보다 더 잘 조망할 수 있어 경이롭고, 이 지역의 험한 산세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가 촉진된다. 비유하자면 제왕이 머무는 구중궁궐이나 그 주변의 형세가 손바닥을 보듯 한 눈에 들어오는 대단한 전략적 요충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또 남가주 제 1의 강인 Santa Ana River 의 큰 지류인 Mill Creek 의 최종 발원지까지 올라가게 되어, Mt. San Gorgonio 의 남쪽과 동남쪽 면에 걸치는 물길의 윤곽을 알게되고, 산 정상에서는 Mill Creek 의 긴 흐름 전체와 Yucaipa Ridge , San Bernardino Ridge 등의 멋진 전경도 한 눈에 굽어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다소의 고생쯤은 기꺼이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다.  

Galena Peak‘Wilderness’ 라는 제도를 통해 특별히 보호 관리되는 구역인  ‘San Gorgonio Wilderness’ 에는 속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입산허가는 필요치 않다. 그대신 이 코스의 등산을 위해서는 튼튼한 Trekking Pole 이야말로 빠뜨려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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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길   >

Fwy 10 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 를 지나서 SR-38 의 출구인 Orange Street 으로 나온다. 출구로 나와서 직진으로 1블럭을 더 지나면 Orange Street 이 된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69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좌회전 하여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 가 나오는데 SR-38 을 겸한 길이다. 우회전하여 8 마일을 가면 오른쪽 길변에 Millcreek Ranger Station 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SR-38 을 따라 직진으로 5마일을 더 가면 Valley of the Falls Road 가 오른쪽으로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4.25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Big Falls Parking 이 나온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8마일의 거리가 되는 지점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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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코스   >

동쪽으로 나 있는 Trailhead 를 통과하여 도로를 따라 0.5마일 정도를 가면, 왼쪽의 Mill Creek 하상으로 내려가도록 안내하는 표지팻말이 있다. 여기까지 오는 중간에 입산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싸인이 있더라도, 이는 이곳에서 Vivian Creek Trail 을 통해 San Gorgonio Wilderness 로 산행을 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므로 괘념치 않아도 되며, Vivian Creek Trail 로 등산을 하는 경우가 아닌 우리는 이 지점에서 0.1마일을 더 길을 따라 올라간 다음에 하상으로 내려간다.

지금 하상으로 내려선 Mill Creek 은 우기나 해빙기에는 흐르는 물이 많고 유속이 빠르므로 이런 시기에는 이곳으로의 산행은 신중히 고려하여야 하지만 요즘같은 갈수기에는 물의 흐름이 미약하여 문제가 되지 않겠다. 단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위험을 고려하여 일기예보를 꼭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Mill Creek 의 물은 이 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3마일을 올라간 Mill Creek Jumpoff Headwall ( 8456’ ) 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부터 발원하는데, 서쪽으로 내려오면서 High Creek Vivian Creek 이 합류되어지고 또 Falls Creek, Alger Creek, Momyer Creek, Oak Cove Creek 등이 차례로 유입되어지면서 Santa Ana River 의 큰 지류가 된다. 대략 1세기 전에는 이곳의 풍부한 산림에 대한 무분별한 벌목이 성행하여 이 계곡주변에 22개에 이르는 제재소 ( Mill ) 가 가동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계류의 이름이 Mill Creek 이 되었을 것이겠다.

‘Valley of the Falls Road’ 라는 이 지역에 들어오는 구간의 도로명도 이 Mill Creek 의 중간 중간에 여러 폭포들이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겠는데, Mill Creek 이야 말로 Sierra Nevada 를 연상시키는 험준한 산세를 지닌 Yucaipa Ridge 를 오랜 세월에 걸친 꾸준한 침식작용을 통하여 마침내 San Bernardino Ridge 로 부터 분리 독립시켜낸 물줄기라고 하겠다.  수적천석,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물이 그 잦음으로 하여 댓돌을 뚫게 되는 섭리를 말없이 일깨워 준다.

이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그저 하상을 따라, 물길 옆을 따라 계속 상류로 오르기만 하면 된다. 때때로 큰 바위들이 길을 막아서므로 이를 피해 옆으로 돌거나 그 바위위로 올라야 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계곡의 양안으로는 울창한 수목의 푸르름이 아름답고 싱그럽다. 중간에 직접 오르기가 어려운 폭포구간에 이르면 오른쪽 계곡위로 잠시 우회하여 그 지점을 통과한 후 다시 하상으로 내려오면 된다.

올라갈수록 서서히 하상의 폭은 줄어들고 양쪽 계곡면의 높이는 높아지는 양상이다. 주차장에서 부터 계산하여 2.5마일쯤 되는 지점에 이르면 왼쪽의 높고 험준한 계곡면을 다단계 폭포의 형세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Vivian Creek Trail 을 따라 Mt. San Gorgonio 를 오를때 중간에 만나게 되는 High Creek 의 물줄기가 바로 이리로 떨어지는 것인데, 이 부근에서는 특히 오른쪽으로 있는 Yucaipa Ridge 쪽의 산세가 대단히 험준하고 기묘하여, 경이롭기까지 하다.  

3.5마일 지점에 이르면 이 Mill Creek 의 계곡이 끝나는 막다른 지점이 되는데,  높은 성벽같고, 흙으로 된 거대한 댐같고, 급경사의 절벽같은 단층이 외연히 길을 막고있다. Mill Creek Jumpoff Headwall 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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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는 경사면을 오르기 전에 미리 장갑을 끼고 Trekking Pole 외에 다른 것은 모두 배낭에 넣어서 손과 몸을 민활하게 쓸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겠는데, Trekking Pole 의 고정레버가 단단히 잘 조여졌는지도 점검한다. 일단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하면 이러한 준비동작을 취하기가 심히 어려운 상황이 되므로 미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Trekking Pole 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사실 한개만 있어도 족하므로, 누군가로 부터 하나를 빌리는게 좋겠다. 이 구간에서는 특히 산행경험이 많은 리더가 앞장을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Headwall 밑에서 위를 봤을때, 크게 보면 좌측은 비탈면이 엷은 황토색이고, 우측은 거므스름한 회색이다. 우리의 목표인 Galena Peak 은 대략 2시 방향으로 0.5마일쯤을 더 올라가야 하므로 반드시 이 경사면을 오른쪽으로 횡단하여 일차로 오른쪽의 Saddle 에 올라서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많이 추천되는 코스는, 경사면의 가운데 쯤이면서 회색비탈면의 왼쪽 가장자리 쯤에 있는 약간 패인 홈을 따라 Headwall 의 최상단을 향해 올라가는 방법이다.

상단부에 가까운 비탈면 중간 돌출부에 한그루 Manzanita 가 자라나 있는 곳 가까이 오른 다음, 그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비탈면의 중간에 박혀 있는 검은 큰 바위를 1차 목표로 하여 오른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급사면을 횡단하고, 그 바위에 이르면 그곳에서 다시 오른쪽의 Saddle 을 향하여 나아간다.

혹시 사람의 발자취가 있으면 그것을 따라간다. 근래에 비가 많이 내려 발자취가 다 씻겨져 나가고 없는 경우에는, 한걸음 한걸음 발딛을 자리를, 발로 흙을 다지거나 깎아내는 요령으로, 확보해가며 건너야 한다.

이 구간에서는 비탈면 아래로 몸이 미끌어져 내리지 않도록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하므로 Trekking Pole 의 적절한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경사각이 크고 비탈의 흙이 물러서 자칫하면 발을 딛은 흙이 흘러내리고, 경사면에 박혀있는 돌이나 바위도 우리 몸을 잘 지탱해 주지 못하고 쉽게 흘러내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어느 한  발에 체중을 싣기전에 조심스레 그 자리의 안정성을 일일이 확인해 가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Headwall 을 횡단하는데 있어서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Headwall 아랫부분에서 보면 왼쪽의 황토쪽 비탈로 올라가는 것이 더 쉬워 보일 수 있는데, 그쪽으로 오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오르다 보면 그쪽의 비탈면이 오목렌즈처럼 안으로 굽어지는 형세라서 자칫하면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머리 윗쪽 즉, 경사면의 윗쪽에는 비탈면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돌과 바위들이 산재해 있어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느껴짐을 어쩔 수 없는데, 윗쪽을 또한 잘 경계하며 건너야 겠다.  Headwall 의 비탈면을 다 건너면 오른쪽의 Saddle ( 8456’ ) 이 된다. 통상적인 평평한 지면이 그렇게 아늑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여기서 Galena Peak 의 정상 ( 9324’ ) 은 남쪽방향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지그재그로 오르면 된다. 반마일의 거리에 900’ 정도의 고도를 오르는 셈이니 많이 가파르다고 하겠다. Sierra Nevada 의 험한 기세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 Yucaipa Ridge 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오르는 것이니 만큼, 몇군데 등산로 오른쪽의 함몰부분에서 다소 아찔함을 맛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정상이다. 키가 작은 소나무들이 높지 않은 바위들 사이로 자라고 있는 넓지 않은 공간이다. 북쪽과 북서쪽으로는 직선거리로 약 2마일 내외가 될 Mt. San Gorgonio 의 정상부위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Jepson, Big Horn, Dragons Head, Dobbs, East Dobbs, Anderson, San Bernardino 등의 10000’ 가 넘는 기라성같은 봉우리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Galena Peak 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많은 이곳의 고봉들을 이렇듯 잘 볼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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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 남쪽을 보면  Mt. San Jacinto 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 아름다운 몸매를 다 드러낸 채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서쪽 멀리로는 Mt. Baldy 왕국이 희미하고, 가까이로는 West Galena Peak 과 그 뒤로 씩씩한 기상의 Yucaipa Ridge 가 명령을 기다리는 군사들처럼 이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서쪽에 있는 West Galena Peak ( 9339’ ) 까지는 길도 편안하고 거리도 짧아 10분 내외의 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West Galena Peak 은 그 고도가 동쪽의 Galena Peak 보다 15’ 가 높지만 공식적인 Galena Peak 은 동쪽의 봉우리이다.

West Peak 의 서쪽면은 수직의 절벽으로 위태롭게 함몰된 형세라서 가장자리에 서 있기가 불안할 정도인데, 특히 발아래로 펼쳐지는 서쪽의 전망이 일품이다. 특히 10마일이 훨씬 넘을 듯한 거리에 이르도록 반듯하게 흘러내리는 Mill Creek 의 하상과 양안의 험준한 계곡의 경개는 가히 잊을 수 없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산을 하기전에 북쪽으로 보이는 Mt. San Gorgonio 주변 고봉들의 형세와 줄기를 다시한번 찬찬히 잘 살펴보자. 이곳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 바로 이것이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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