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지사항



                       사진 : 지난 3월 에베레스트 원정대 발대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계명대 원정대원들.
    

시신없는 영결식- 이럴수는 없다

계명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2004 계명대학교 에베레스트(8848m)원정대
18일 오후 1시 30분
“박무택, 장민 정상등정” 에베레스트 정상등정 소식에 계명대학은 물론 향토 전 산악인들은 환호했다. “과연 박무택이야!” 히말라야 8000m 고봉 5좌를 등정한 대구가 낳은 세계적인 등산가 박무택은 그렇게 고대하던 등정소식을 알려왔다. 자신으로서는 2002년에 이은 에베레스트 두 번째 등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광의 에베레스트가 일순간에 비운의 에베레스트로 바뀌었다.
박무택! 장민! 그들은 에베레스트 등정의 영광을 안고 의기양양하게 하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말라야 경험이 부족했던 후배 장민이 탈진해 버렸다. 탈진해 버린 후배 장민을 보듬고 내려오다 그만 “설맹으로 앞을 볼 수없다. 더 이상 하산할 수 없으니 장민을 먼저 하산시키고 나는 이 자리에 대기하겠다”라는 소식을 전하고 주저앉고만다. 함께 등정한 셸파는 설맹과 탈진으로 어쩔줄 모르는 두 대원을 남겨두고 자신의 목숨을 건지려고 하산해 버렸다.
이제 후배 장민의 무사한 하산을 빌며 8700m 고도에서 섬찟한 고독과 공포와 싸우기를 20시간. 그 끔찍한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또 한사람의 계명대가 자랑하는 히말라야의 산 사나이 백준호!
박무택 장민의 설맹과 탈진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눈보라를 헤치고 정상을 향했다. 2명의 셸파를 대동하였으나 이들 역시 악천후에 겁먹고 하산해버렸다. 그러나 백준호는 혼자서 후배들이 곤경에 처한 정상부근을 향해 목숨을 건 산행에 나섰다. 산행 20시간! 국내산행에서도 어려운 산행을 히말라야 8000m 고도에서의 20시간 산행.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상념에 시달렸을까?
드디어 설맹으로 쓰러진 박무택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후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 소식은 등반대 모두를 가슴졸이게 하고 소식을 들은 향토산악인 모두를 애타게 하였다. 아! 살아만 있어다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바램을 뒤로하고 기여히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그 산에 묻히고 말았다.
후배를 사랑해서 탈진한 후배를 보듬어 안고 하산하다 설맹이 되어버린 박무택 등반대장! 그 후배들의 어려움에 자신의 목숨도 돌보지 않고 돌진해 그 후배들과 함께한 백준호 원정부대장! 아! 이들의 숭고함이 무엇으로 보상되리오.
“계명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
2004 계명대학교 에베레스트(8848m)원정대“ 그들의 어깨위에 지워진 짐이었다. 계명대학 산악회, 계명대학교, 계대인이 모두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고 향토와 전국의 전 산악인들이 놀라고 애통해하는 그들의 죽음. 그들의 희생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분향소 설치, 유족과 학교당국, 그리고 계명대산악회의 히말라야 현지파견, 줄이은 문상객, 현지에서 날아든 악천후 소식, 전국 뉴스등 숨가쁘게 몰아친 일주일.
일주일 만에 모두다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단 말인가?
벌써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28일 현지 파견팀 귀국, 29일 계명대학에서 영결식......
그리고 끝이란 말인가?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애도할 길이 이것뿐이란 말인가.
그들의 시신이 없는, 유품 한조각없는 영결식이 무엇이란 말인가.
안된다. 이래서는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끝낼 수 없다.
영결식이 무에 그리 급한것인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숭고하게 꽃피운 그들의 희생정신을 이렇게 헛되이 시신없는 영결식에 흩날리고 끝낼 수는 없다.
그것은 대구 산악인의 수치이다. 대한민국에는 그들의 시신을 찾아오겠다는 산악인이 없단말인가? 15좌의 산악인 엄홍길씨는 “아무도 가지않아도 내 혼자라도 그들을 찾아나서겠다”라고 분향소에서 울먹였다.
그들이 잠든 그곳에 다시 가자. 그래서 그들이 보여준 숭고한 희생정신을 고스란히 가져오자. 맥맥히 이어져온 산악정신을 그들로부터 끌어와 계승해나가자.
진정 우리의 산행목적이 무엇이었던가. 그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무어
라 말하는가.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갔는가.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이미 神이 되어버린 그들이지만 산자의 어리석음 일지라도 그들의 시신을 모시고 마지막 영결의식을 갖는 것이 산자의 도리이다. 이것만이 우리 산악인이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애정의 표시이다. 영결식 준비를 중지하고 히말라야를 향한 신발끈을 조여매자.

2004년 5월 27일

대구경북학생산악연맹 회장
대한산악연맹 대구광역시연맹 회장 손익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