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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山冊 : 창가방 그 빛나는 벽
피터 보드맨/죠 태스커 허긍열 1992년 학문사

"바위에 기댄채 햇살을 쬐고 나는 우모복을 입고서 쪼그려 앉은
채로 4일만에 처음으로 물을 마셨다.

나는 살아 있었고, 내가 찍은 사진들은 단순히 내가 견딘 시련의추억들이 되길 바랬다.
하얀 사막과 같이 내앞에 여기저기 흩어진 빙하는 나의 상상력이 펼쳐지는 곳이었고,
결코 한명도서지 못하게 할 거대한 극장무대인 창가방 서벽의 웅장한 형체가
그 빙하 위에 솟아 있었다."


조 태스커는 1975년 듀나기리를 등정하고 나서 눈 앞에 보이는 창가방의 서벽에 대한
도전을 이미 마음 속에 갖고 있었다.

창가방은 6,870m로 히말라야의 8,000m산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산의 인수봉 처럼 하나의 바위로 불뚝 솟아 있는 산이라기 보다는 암봉인 것이다.
이 봉은 1974년 크리스 보닝턴이 이끈 영국-인도 합동등반대에
의해 처음으로 등정되었다.

히말라야봉의 모든 첫 등반이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등로를 택하는 것처럼 창가방도 남동릉으로 등정되어졌지만,
이들이 도전하려고 하는 서벽(West-Face)은 전진캠프(5,200m)에서 정상까지 1,600m가 넘는 직벽으로 이루어
져 있는 것이다.

피터 보드맨과 죠 태스커는 주위의 많은 유명 산악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 둘이서 창가방 서벽을 등반하기 위해 가왈 히말라야로 떠난다.

이곳은 난다 데비(Nanda-Devi)와 듀나기리(Dunagiri)가 있는 곳으로 미등의 창가방 서벽을 대규모 원정대가
아닌 단 둘이서 등반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수 많은 장애물들이 그들 앞에 가로 놓여 있었다.  

혹독하게 춥고, 어려운 고산의 수직벽에서 행해지는 등반과정에서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자일파티간의 갈등과 자신의 내면세계가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다.

자일에 의지하여 비박색에 들어가는데 한시간 반씩 걸리는 삼일간의 악몽 같은 비박으로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치고 손가락 동상까지 걸린 패터가 후퇴를 제안하여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며칠간의 휴식후, 다시 도전하여 정상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피터와
죠의 마음은 완전하게 열린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시에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감정을 나누고 있었기에
아슬아슬한 추락을 하고도 어려운 하산을
무사하게 해내는 감정표현이 잘 표현되어 있다.

1976년 당시 창가방 서벽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벽 중의 하나였으며,
이들이 히말라야에서의 벽등반을 선구적으로 추구한 하나의 무대였던 것이다.
이들은 이곳의 등반이 인연이 되어서 그 후 수 많은 험난한 벽에서 함께 자일을 묶게되었다.

히말라야와 카라코람등 수 많은 고봉에서 새로운 코스들을 순수한 등반인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하였다.
1982년 당시 미등이었던 에베레스트 북동능을 무산소,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중 8,230m 피타클 지점에서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많은 등반사의 업적을 이루어냈다.

현대 히말라야 거벽등반의 젊은 프런티어로 세계등반사에 굵은 획을 긋고 사라져간
피터 보드맨과 조 태스커는 세상에 모두 네권의 저서를 남겼다.
제일 먼저 출간된 것은 피터 보드맨의 "빛나는 산(The Shining Mountain, 1978)"이다.
그들의 이름을 세상에 떨친 1976년 창가방의 원정기록으로서 1979년 존 리웰린 라이(John Lewelyn R-hys)
기념 산악문학상수상작이기도 하다.

그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저서가 "성스러운 정상들(Sacred Summits; a Climber's Year, 1983)"로 일찍이 집필해 놓았으나,
미처 출간할 수 없었던 글들을 모아 놓은 유고집이다.

조 태스커는 '78년의 첫번째 K2 도전에 실패를 맛본 직후,
보드맨 없이 홀로 도전했던 에베레스트 서릉 동계등반 기록으로 "에베레스트, 잔인한 길(Everest the Cruel Way, 1981)"과
자신의 등반생애를 조망한 자서전인 "세비지 아레나(Savage Arena, 1982)"인데,
책이 나온 것은 두사람이 '82년 미답의 에베레스트 북동릉 원정에서 실종된 직후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83년 산악문학에 현저한 기여를 한 창작품의 저자를 위하여 "보드맨 태스커
산악문학상"이 제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Touching the Void)"가 88년도 이 상의 수상작이다.

이 책의 역자인 허긍열은 86년 히말라야 원정중에 피터 보드맨의 The Shining Moun-tain과 조태스커의
Savage Arena를 구입해 직접 번역해 만든 책이 이 "창가방 빛나는 벽"이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샤모니 몽블랑에서 살고 있고, 알프스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http://goalps.com를 운영하고 있다.

또 그가 자비를 들여 출간한 세비지 아레나, 위험의 저편에(Beyond Risk, 니콜라스 오콘넬, 96년, 설악),
왜 산에 오르지(Why I Climb, 스티브 가디너, 97년, 설악), 몽블랑 익스프레스(허긍열, 03년,정상)등의
번역서와 자신의 등정기가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도서출판 설악은 허긍열 자신이 번역한
책의 출판이 어려워지자 직접 출판사를 차렸던 출판사이다.

"그래 난 아무래도 책보단 산이 좋다.
산책, 즉 산(살아있는 생생한)책을 직접 보다 많이 경험해 보고 싶다.
머리 속에서만이 아닌, 종이 속의 활자체의 산이 아닌 살아
있는 산을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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