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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아라도'에서 영화 배우 김지미씨를 만났다.  
일부러 만날 만큼 그분을 아는 사이도 아니고 보면 참 우연한 기회였다.
오랜만에 왔다고 지인들이 자리를 만들어 준 윌셔의 꽤 유명한 일식집에서였다. 반주로 적당히 취기가 오른 내 눈에 건너편 자리의 어떤 여자가 눈에 들었다.
많이 본 얼굴인데...하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이는 영화배우 김지미씨였다.  

한국영화를 추억하면 김지미씨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이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나 역시 김지미씨를 좋아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영화배우 중 가장 잘나가던 사람.  
그이는 평생 7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로서는 놀라움 그 자체였던 스캔들을 자주 만들어 냈던 사람.  

평소 그런 짓을 잘 못 하는 스타일이고, 같이 앉아 있던 지인들이 말리는 눈빛인데도 나는 그이에게로 갔다.  
마침 잘 아는 일식집 주인이 김지미씨와 같이 있다가 경계심을 풀어 주려는 듯 너스레로 거들었다.
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몇 명의 여자들과 손녀쯤 되어 보이는 꼬마도 있었다.  
머뭇거리며 싸인을 요청하는 내게 그이는 흔쾌히 응했다.

이 국보급 여배우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음은 어느 영화관련 잡지에서 발췌한 인터뷰 기사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만, 김지미씨는 지금까지 있을 수 있는 모든 남성상과 살아보거나 연애해 봤습니다. 연상의 남자 홍성기 감독, 연하의 남자 나훈아씨, 유부남이었던 최무룡씨, 똑똑하고 지적인 이종구 박사. 그 가운데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이던가요.

“다 좋지 않으니까 이혼했겠죠.”(웃음)

-예를 들어 딸이나 후배가 있는데 결혼을 하겠다 한다면 어떤 남자랑 살아보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어떤 남자라는 게 따로 없어요. 딱부러지는 답은 없는 거예요. 인간은 맞춰가면서 사는 거거든요. 그런데 서로 노력해 맞춰봐도 안 맞는 수가 있어요. 퍼즐을 맞출 때도 안 맞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포기해야죠. 안 맞는 퍼즐은 밤새도록, 며칠을, 몇 년을 해도 해결이 안 되죠.”

-퍼즐처럼 딱 맞는 커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없죠. 말하자면 얼마만큼 근사치로 맞춰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이성간에 순간적인 호감은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걸로 그 사람의 모든 걸 다 아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리 관찰해봐야 모르는 건 평생을 살아도 몰라요. 그러면 왜 그렇게 여러 사람하고 연애하고 데이트하고 결혼하고 다 했으면서 성공을 못 했느냐? 결국 내가 부족한 거죠. 내가 적응을 못했다고 볼 수 있죠.”

출연작 7백여편, 세번의 결혼과 세번의 이혼, 그리고 장안을 떠들썩하게 할 만큼 요란했던 한 번의 연애. 영화배우 김지미씨는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만큼 연기도 사랑도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한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스크린에서 사라진 지도 여러 해 지났고, 나이도 환갑을 넘겼지만 그의 사랑이야기는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더욱이 지난해 11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남남이 된 심장전문의 이종구 박사(71)가 최근 27세 연하의 사업가와 재혼하고, 나란히 방송에 출연하면서 김지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는 이혼 후 딸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오래 머무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

세월은 가더라도 추억은 남는가.
온 나라가 그이의 스캔들로 시끄러웠다는 것은 이혼이 일상화 된 요즘 시각에선 잘 맞지 않는다. 그런 점을 지적한 그이는 역시 한 걸음 앞서 간 사람이다.
"그런데 서로 노력해 맞춰봐도 안 맞는 수가 있어요. 퍼즐을 맞출 때도 안 맞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포기해야죠"

불꽃처럼 한 생을 살아 온 김지미씨의 삶이 내게는 도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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