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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을 꿈꾸는  

                在美 韓人 山岳會 김명준씨와

                지난 2004년 5월20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단독 등반한 여성 산악인 오은선(38.영원무역)씨,

                여성 산악인 김영미(25)씨가  

                남극의 최고봉 Vinson Massif (16,066 feet  4,897m)에

                도전하기 위해  12월 8일 남극으로 떠납니다.

                이 등반기는 세 산악인의 등반 과정을 소개하기 위하여

                지난 2000년 12월 대한산악연맹 7대륙 최고봉 원정대

                "빈슨 매시프 (16,066ft =4,897m) 등반대

                남선우 대원이 쓴 등반기를 퍼온 글입니다.
    
                        

                                  

                  빈슨매시프 Vinson Massif(4,897m)
          
  
   위     치 : 남극 대륙

   등반루트 : 서면

   등반기간 : 2000년11월6일~12월4일(29일)

   참가대원 : 단장 김승철,원정대장 장봉완외 3명
  
  

                  ★ 푼타 아레나스에서 11일간 대기
       


                남극,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원시 대륙으로서 거의 대부분이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멀고도 황량한 땅.

                연구를 위해 설치된 몇몇 과학 기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실상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로 남아 있는 신비의 땅.

                그런 남극대륙에 간다는 것은 일생 일대의 행운이었다.
          

                그 행운의 땅에 발을 디디기 위해서 우리는 인내를 요구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이번 원정을 통해 남극 대륙에 도착하기까지가

                남극 최고봉을 오르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져리게 느껴야 했다.

                              

                                  
              
                   - [페트리어트 힐에 위치한 ANI의 캠프.

                48명이 묶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
  

                11월 6일 오후 3시 대산련 임원들과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김포공항을 출발한 우리는 10시간 20분 만에 로스엔젤레스에 도착,

                칠레항공으로 갈아타고 다시 12시간을 날라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까지 갔다.

                그곳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6시간 만에 지구 최남단의 도시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아메리카의 안데스산맥의 가장 끝 지점이면서

                마젤란 해안에 자리잡은 아담하고도 소박한 이 도시까지 오는 데

                서울서 34시간이나 걸린 셈이었다.

              
                그런데도 이곳 시간은 11월 7일 낮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울과 12시간의 시차때문이었다.

                우리 일행은 남극 여행업무 대행사인 ANI(Adventure Network International)

                직원의 안내를 받아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민박집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호텔에서
      
                우리는 이틀을 체류하며 남극행 비행기 출항을 기다리기로 되어 있었다.

                영어로 '샌디포인트(Sandy Point)'란 뜻의 푼타 아레나스는

                1848년부터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구 12만명의 아름답고 평화스런 이 도시는

                200여년 이상 칠레를 지배한던 스페인계는 물론

                유고,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계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다.

                마젤란 해엽을 끼고 아담하게 자리잡은 이 도시는 파나마운하가 개통되기 전에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항구도시였다고 한다.


                이곳 날씨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5도,

                낮 최고기온은 18도 정도로 우리나라 늦가을과 흡사했다.  
    
                푼타아레나스는 동북쪽으로 파타고니아 산군을 끼고 있다.

                파타고니아에서 3대 암봉중에 세레토레와 피츠로이는 아르헨티나에 속해 있지만

                파이네 암봉(Torres Del Paine)은 바로 이곳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에 있었다.

                우리는 빈슨매시프 등반을 끝내고 그 유명한 파타고니아 지역을 둘러볼 희망에 부풀었다.
    

                다음날 오전 10시, ANI측의 브리핑을 받으러 갔다.

                그곳에는 우리들과 함께 남극행 비행기를 탈 외국팀들이 있었다.

                영국팀은 6명, 싱가폴인 1명이 우리와 같은 기간에 빈슨매시프를 등반할 예정이고,

                맹인 1명이 포함된 2명의 영국인은 남극점 도전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여기에 펭귄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온 미국인과 캐나다인 7명을 합치니

                탑승자는 20명이나 되었다.


                모두들 평생 한번도 가보기 어렵다는 남극대륙에 들어간다는
    
                기대에 부풀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ANI측은 우리들의 일정을 설명하고 남극에서의 행동요령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환경문제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가져가는 모든 것은

                우리와 함께 푼타아레나스로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각종 쓰레기는 물론 대소변까지도 철저하게 수거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많은 비용(1인당 미화 26,000달러)을

                요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극최고봉 빈슨매시프로 가는 대원들은
          
                일단 남극대륙의 페트리어트 힐(Petriot Hill)에 있는 ANI측의 기지까지 가서

                그곳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10인승 경비행기 트윈오타로 베이스캠프까지 갈 예정이었다.

                
                이틀 뒤인 11월 9일에 출발한다는 계획이 남극의 나쁜 기상 때문에 하루 이틀 연기된다는

                전화통보를 받고도 우리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푼타 아레나스를 좀더 둘러볼 수 있는 기회라고 내심 기뻐했다.

                그러나 출항일정이 또 하루 연기된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빈슨 매시프의 베이스캠프. 왼쪽 능선 뒤로 솟은 봉우리가 정상이다.]
  

                ANI측과의 계약서에 의하면 '천재지변으로 인한 남극진출 포기나 출항지연으로 인한

               모든 경비발생은 ANI측의 귀책사유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늦어질수록 우리들의 체제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며

               아주 못들어가게 되면 1인당 3천만원이란 돈은 물론이고

               대한산악연맹이 추진한 '7대륙 최고봉 등정'이란 밀레니엄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우리들의 불안은 하루 하루 전화통보를 받으면서 더욱 가중되어

               '어디 관광이라도 다녀오라는 ANI의 권유도 무시한채 푼타 아레나스를 지키고 있었다.  


               11월 18일에도 새벽 6시에 통보해준다는 전화가 없어

               '또 하루를 보내야 하는구나'하고 포기하고 있는데 9시에 전화가 왔다.

               오후 1시까지 복장을 완전히 갖추고 대기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기대반 의심반으로 짐을 꾸렸다.

               비행기가 뜨려면 푼타 아레나스는 물론 패트리어트 힐의 날씨도 좋아야 하는데

               비행기가 푼타에서 출발해 남극까지 가는 동안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가 변해

               상공에서 돌아온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비행기를 탄다고 남극대륙에 들어간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후 3시에 우리 호텔로 온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개인이 지참할 수 있는 수하물은 23Kg이기 때문에

               우리는 비브람에 슈퍼게이터를 신고 자켓에 우모복까지 입었다.

               그런데도 공항에서 짐을 재니 4명이 합쳐 3Kg이 초과되었다.

               ANI측은 킬로그램당 65달러를 내야한다고 했다.
      
               다시 배낭에서 몇가지 옷가지를 꺼내 입고 책 한권을 포기하고서야 통과되었다.


               별도의 출국 수속없이 버스에 탄채로 계류장에 들어갔다.

               본래 ANI측의 C-130 수송기대신에 조금 더 크고 비행시간도

               1시간 30분 단축시킨다는 칠레 공군수송기(일루션)가 배정되었다.

               비행기에 오르니 가운데에 남극에서 사용할 물자를 잔뜩 쌓아 놓았고

               우리들은 공스부대원들처럼 양쪽 간이 의자에 걸터 앉았다.

               6시간을 그렁게 앉아가자면 꽤 불편할텐데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남극으로 갈 수만 있다면 어떠한 불편도 감수하겠는 비장감마저 든다.
  


                   ★ 백야 속의 아름다운 남극의 산들
  


               지루한 기다림에 지친 우리들을 태운 수송기는

               마젤란해협(Magellan)과 베링샤우젠(Bellingshausen)바다를 건너 남쪽으로 남쪽으로 날라갔다.
          

               4시간 30분 동안 1,800마일을 비행한 수송기는

               마침내 패트리어트 힐 빙하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시간은 오후 10시30분 백야현상으로 대낮처럼 밝고 바람이 거세게 불어댔다.
          
               걸어서 패트리어트 힐 캠프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을 먹었다.

                              

                                  
              
                    - [페트리어트 힐에 착륙한 C-130 기.

      빙판 위에 내려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속도와 방향에 민감하다.] -
  

             식당과 숙박용 대형텐트, 무전시설, 세면장, 도서실,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 캠프는 남극점 탐험가나 빈슨메시프 원정대, 스키투어,

             펭귄지역 탐사를 목적으로 남극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상업용 시설이다.

             전부 48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주위에는 칠레 공군 캠프와 민간인 연구기지가 있었다.

             저녁을 마친 우리들은 곧바로 투윈 오터(Twin Otter)로 빈슨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우리팀과 동행할 싱가폴 산악인 스위(Swee)를 합쳐 5명을 태운 비행기는

             남극 최고봉을 향해 서쪽 하늘로 고도를 높이자 광활하게 남극대륙이 펼쳐지면서

             곳곳에 산군들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베이스 캠프는 패트리어트 힐에서 120Km 떨어져 있으며 해발고도는 2,100미터이다.

             1시간 비행으로 엘스워드(띠?잭소)산군의 서쪽에 위치한

             브란스콤(Branscom)빙하에 위치한 빈슨 베이스캠프에 안착했다.

             오전 2시인데도눈이 부시다.

             빈슨 메시프 서쪽 면과 주위의 위성봉으로 둘러쌓인 베이스캠프에는
      
             식당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미리 와 있던 2명의 가이드가 우리를 맞아 준다.
    
             텐트 설치와 짐 정리 후 오전 4시 20분에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밖이 훤하게 밝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활동시간은 오전 10-11시경에 기상,

             아침을 해먹고 하루중 가장 온도가 높아지는 오후 1시에서 오후 8시경까지 활동을 한다.

             그리고 9시경에 저녁을 마치고 천천히 잠자리에 든다.


             기온은 해뜨기 직전인 오전 8시경이 가장 낮아

             영하 34도가 베이스캠프에서 측정한 최저온도이다.
    
             식사는 오전에는 누른 보리에 건포도와 땅콩가루를 더운물에 타먹는 것이고

             행동 식은 건포도와 땅콩류, 비스킷, 쵸코바, 사탕이며

             오후에는 육류(닭고기 또는 소고기)와 국수를 섞어 끓인 죽으로 해결했다.

             이 모든 것이 ANI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우리들에게는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국내에서 식량을 가져오려해도 짐무게를 제한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고추장볶음과 김, 그리고 약간의 김치만 가져갔으나 며칠 못가 동이 나 버렸다.
    


                   ★ 4박 5일 만에 등반 마쳐

  

             11월 19일 오후 2시 40분 드디어 등반개시다.

             공동장비와 식량을 썰매에 싣고 브란스콤 빙하의 완만한 설원을 따라 1캠프로 출발했다.

             가이드 2명을 합쳐 7명으로 늘어난 우리 일행은 2개조로 나뉘어 안자일렌을 하고 썰매를 끌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완만한 빙하길을 따라 썰매를 끌고 가자니 진땀이 났다.

             우리 뒤로 멀리서 영국팀 6명이 쫓아왔다.

             이곳에 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영국팀들은 가이드가 없었다.
        
                          

                                  
              
      - [해발 3,100미터 설원에 설치한 제2캠프 전경.] -
  

             빈슨매시프 등반을 위해서는 이곳 진출을 독점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ANI의 계약조건에 따라야하는데,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가이드를 동반해야 했고,

             영국팀은 대원중에 가이드 자격증(국제산악연맹에서 인정하는)을 가진 사람이 있어
    
             셀프가이드(Salf Guide)로 계약한 것이다.

             물론 영국팀은 우리보다 훨씬 적은 경비를 부담했을 것은 뻔하다.

             다른 여러 점에서도 그렇게 느꼈지만 이점에 있어서도 불공평한 그들의 처사가 불쾌했다.
      
             남극은 결코 그 누구의, 그 어느나라의 땅도 아닌데

             저 서양인들이 독점적으로 비행기를 운영하면서

             일방적인 계약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그들 가이드들의 존재는 일종의 감시자와 같았다.


             우리들보다 산행경험도 적으면서 빈슨매시프 경험자도 아닌 이 두명의 가이드는

             우리의 의견을 존중하려하지 않고 자기들 기준대로만 운영하려 했다.

             때문에 우리들과 몇번이나 마찰이 있었다.

             첫날인데도 무리하게 운행하는 바람에 지쳐버린 우리는

             한 번에 캠프를 2개나 올리려는 그들의 계획을 알고는

             오후 9시에 2900미터 지점에 1캠프를 설치했다.

             영국팀은 우리보다 2시간 전에 1캠프를 치고 휴식에 들어갔다.


             11월 20일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은 베이스캠프보다 더 떨어져 아침 11시 기온이 영하 30도나 되었다.

             텐트의 천장과 벽에는 온통 하얗게 서리가 덮혔다.

             침낭 카바에 넣어둔 수통의 물은 꽁꽁 얼어 버렸다.

             전날 많이 올라온 덕분에 오후 4시 10분에 출발해서 오후 7시에 완만한 설원의 끝 지점,

             거대한 설벽이 가로막고 있는 아래에 2캠프(3,100m)를 설치했다.
      

             11월 21일, 밤새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잠시 바람이 약해진 오후 2시 20분 3캠프를 향하여

             700미터나 되는 눈 덮인 빙벽의 경사면을 올라치기 시작했다.

             이곳부터는 썰매를 버리고 배낭에 모든 짐을 꾸렸기 때문에

             무게 때문에 운행 속도가 느려졌다.

             여기에다 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니 정신이 없다.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우모 장갑 속의 손가락이 얼고 안면의 감각이 무디어 졌다.
    

             오후 7시 50분 빈슨(Vinson)봉과 신(Shinn)봉 사이의 안부로

             완만한 설면을 이루고 있는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 우측으로 한참 걸으니 의외로 바람이 누구러 졌다.

             그곳에 3캠프(3,800m)를 설치했다.

             모두들 지쳤지만 빨리 추위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텐트를 쳤다.

             우모 복을 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 있어도 한기를 느낀다.

             물병에 더운물이라도 채워 침낭 속에 넣고 있으면 좋으련만 오직 희망사항일 뿐이다.

             연료를 아끼느라고 식수조차 차겁게 마셔야 했다.


             장봉완대장과 차진철대원은 히말라야를 다녀온 지 얼마 안돼 걱정없지만

             나와 조중호대원은 경미한 고소증세를 느꼈다.

             빈슨봉은 해발고도는 4897미터 밖에 안되지만
    
             위도가 높은 매킨리와 마찬가지로 실제 체감고도는 천미 정도 높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들은 단 3일만에 5,800여미터에 올라온 셈이다.
    


                  ★ 정상의 햇살은 따뜻했다.
  


             11월 22일 오후 1시 20분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하루에 1,100미터의 고도를 다녀와야 한다.

             눈 덮인 빙벽을 1시간 정도 오른 후 완만한 설원을 2시간 걸어간 후

             빈슨의 북사면을 횡단하며 올랐다.

             가이드들은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듯 하자 쉬지 않고 올려친다.

             여기에 조중호대원이 제동을 걸었다.

             나도 그들에게 항의했다.

             여기는 고도가 높아 적응이 안된 대원이 있으니 적어도 30분 간격으로 쉬면서 가자고 했다.

             가이드들은 신경질을 냈지만 나는 우리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결국 자일파티를 다시 조정해 빠른 조와 느린조로 나누었다.
        
                          

                                  
              
- [11월 22일 호후 9시 20분 남극 최고봉 정상에 전대원이 올랐다.

         사진은 장봉완대장(왼쪽)과 남선우대원.] -
  

             오후 9시가 다돼서 동쪽 능선에 올라섰다.

             태양이 반갑게 반긴다.

             등반 중에는 빈슨의 그늘에 가려 태양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이미 차진철대원이 정상에 도착해 있는 것이 보였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갔다.

             주변에는 센티넬(Sentinel)산맥의 환상적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오후 9시 40분 마침내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7m) 정상에 4명의 대원 전원이 모였다.

             서로 감격의 포옹을 했다.

          
             짜증을 부리던 가이드들도 이 순간 만은 감격한지 포옹을 해왔다.

             30분간 정상에 머물다가 다시 기나긴 하산길에 들었다.

             3시간 10분만인 오전 1시 20분 3캠프에 도착하여 텐트 속으로 몸을 던졌다.

             모두들 지쳤는지 낮 12시가 되어도 꿈쩍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천천히 진행되어 오후 3시30분 3캠프를 정리하여 하산을 시작했다.

             2캠프에 데포해둔 장비를 썰매에 싣고 1캠프지를 거쳐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것은 오후 9시 30분.

             짧지만 아주 길게 느껴진 4박 5일간의 등반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제 더 이상 걸을 필요가 없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 베이스캠프에 11일간 갇혀
  


             11월 24일 페트리어트 힐 본부와 무선교신을 시도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교신이 안된다.

             페트리어트힐에 가서 맥주와 와인, 그리고 스테이크를 실컷 먹을 기대에 가득차 있던

             우리들에게 실망스런 하루였다.

             오후 정기 교신시간에도 교신이 안됐다.
            

             다음날도 교신이 안됐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서서히 날씨가 나뻐지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들의 그 불안은 우리가 푼타아레나스에서 느꼈던 그것과 비슷하게 커져갔다.

             다음날은 교신이 되었으나 더욱 나쁜 소식이 들렸다.

             우리를 태우고 갈 트윈오터가 펭귄 팀을 데리고 6시간 거리의 해변에 가 있으나

             그곳 날씨가 나빠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3캠프를 철수하고 경사가 급한 설사면을 내려가기 직전의 대원들] -
  


             이날부터 우리는 우리들의 안위에 앞서 엉뚱하게도

             전혀 친분도 없는 펭귄 팀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보내야 했다.

             그곳은 워낙 먼 거리라서 비행기가 한번에 날라오지 못하고

             중간에 기름 저장장소에 내려서 급유를 하고 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제발 저장소의 날씨가 나빠지지 않기를 빌었다.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세면도 못한채

             2끼의 가벼운 식사로 보내야 하는 날들이 하루 하루 보태져 갔다.

             참으로 무료한 일주일을 보내자
    
             펭귄틴이 무사히 페트리어트 힐에 도착했다는 무선이 왔다.

             영국팀을 포함한 우리들 모두는 환호성을 올렸으나

             또다른 문제가 있음을 알고 크게들 실망했다.

             이번에는 이곳 베이스캠프의 날씨가 나빠진 것이다.

             구름이 시야를 가려 설사면에 경비행기가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또다시 4일간 감옥아닌 감옥에서 춥고 지루한 날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걷혀가고 있는 구름 저 멀리서 한 대의 트윈오터가 나타났을때

             나의 메모장은 12월 3일을 적고 있었다. 11일간의 기다림이었다.
    

             페트리어트 힐에 도착해서도 3일간의 기다림이 있었으나

             우리들중 누구도 짜증내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웃으면서 '내일이나 모레면 가겠지'하고 넘겨버렸다.

             남극은 이미 우리들에게 기다림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것일까.

             그보다도 지구상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

             그 어느나라의 영토도 아닌 땅위에 잠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운이었고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글 남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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