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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돈수(頓悟頓修)라는 말이 있다.
그 반대 되는 개념이 돈오점수(頓悟漸修)다.
머리에 쥐나는 이 불법의 내용을 나마스테 식 해설을 하자면 이렇다.

돈오돈수(頓悟頓修)는 한방에 깨우친다는 말이고, 돈오점수(頓悟漸修) 는 여러방에 깨우친다는 말이다.  즉, 단계를 거친 공부 끝에 깨닳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면벽을 하는 한국의 대다수 스님네들은 그 한방을 믿고 안거에 들고 참선을 한다. 그리하여 일천공안이니 화두니, 선문답이 태어 났다.

왜 이 이바구를 하는 가하면 어제, 활연히 그 돈오돈수, 즉 한방에 깨우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 놀라운 기적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렇다고 심각한 것 아니니 그런 것 좋아 하시는 분은 넘어 가시라.

오오 놀라워라.
김동찬 시인이 中山이라는 호를 가지고 재미한인 산악회에 데뷰한 것이 지 지난주.
그에게는 첫 산행이고 산악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면산입문, 산과의 첫만남이었다.
데뷰 무대 아이언피크 정상을 갈 수있었음에도, 헬리포트까지만 오른 것은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몸에 밴 겸손 때문이라고 믿는다.    

“처음엔 다 그래.”
정상을 못 오른 중산에게 어쩌고 저쩌고 보냈던 고참들의 격려에도 그는 시종 염화시중의 미소만 띄울 뿐이었다.

아이언 피크의 건너편엔 하얗게 눈 덮힌 발디봉이 우뚝했다.
다음주, 그러니까 어제4/17일 산행은 발디였는데, 김동찬 시인의 그 미소 의미에 내재 되어 있는 심오한 뜻을 우리에게 펼쳐 보였다.
중산 김동찬은 그 깨우침을 발디 산의 가파른 설벽에서, 내 눈 앞에서 겸손한 그 몸을 던져 보여 줬다.

그는 산악회와 인연이 된 단 두번째의 산행 임에도, 고소증 없이 그 가파른 설벽 직등 코스를 올라 만 피트가 넘는 정상에 섰다.
앞 사람 따라 멋 모르고 올라 가다 보니, 이미  퇴로가 없더라... 등등의 상상은 상상 일뿐이다.
엘에이 백년 만의 눈 덕분인지 고도를 올리며 발디봉은 눈 천지였다.

평소의 등산로를 무시하고 경사각 40도가 넘는 설벽을 선택한 이유는
오는 5월 26일 유럽 최고봉 엘브르즈 원정대원이 거쳐야 할 훈련이기 때문이다.
그는 쇠발톱으로 눈을 찍어가며 설국을 이룬 정상에, 3시간여의 땀방울과 고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히 섰다.
그리고 지난주 일부러 못올라 갔던 눈 아래 아이언봉을 빙긋이 웃으며 내려다 보았다.

그의 등정은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러나 그정도에 돈오돈수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한방에 깨우치리라는 묘기는 하산 길에 일어 났다.
그는 한국인, 미국인을 통털어 이 설벽에서 가장 빠른 하강을 기록해 냈다.
하프 마일쯤 되는 가파른 설벽을 그것도 히프로만.

그것은 여태 안방처럼 발디봉 설벽을 오르내린, 산악인 고참들을 무색케하는 통쾌한 한방이었다.  
산을 처음 접한다고 은연중 무시했던 전문 산악인들을 경악케하기에 충분했으니, 그의 히프 썰매야 말로 면벽 백년에도 이루지 못할 돈오돈수, 즉 한방에 깨우친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오를 때 3시간이 넘는 급사면을 히프 하나로 10분만에 내려 오는 돈오돈수.
이건 일대 사건이었다.
이미 하산을 마친 사람들이 놀라워 하는 중, 중산이 눈위에서 일어 나지도 않은 채여여롭게 한마디 했으니

"어떤 놈이 내 등 떠밀었어?!!!"

사진 설명:
그가 발디 등반 사상 최단시간의 하강을 기록해 낸 설벽을 배경으로.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이고 있다. 원래 염화시중의 미소는 우는듯 웃는듯 이렇다.

자세히 사진을 보면 계곡 가운데 바위에서 부터 그의 히프가 만들어 낸 직선의 고속도로를 볼 수 있다.
  • 명산이 2005.04.18 17:49
    하하. 우째 웃음이 염화시중 미소가 아니라 온 몸이 쑤시는 표정인디요.
    근디 사진에서 점으로 보이는 사람 봉께 그 눈밭 크기도 하누만요.
  • 단철(單鐵) 2005.04.18 22:19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내는
    中山의 마음을 그려보자면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나는 '언제고 가슴 속에 빛나는 별 하나를 간직하고 걷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슴속에 빛나는 별 하나..
    사람이 숲이나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어제 놀라고 피곤했지?
    주위 사람들의 기분 맞춰 주느라 아픈 고통을 참고 함께 해 주어 땡큐!
    이젠 왕 초보에서 중견 산악인인 中山으로...
    중견 산악인이던 中山이
    山戰水戰 다 격은 원로 산악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께...



  • ㅇ ㅡ ㄴ ㅅ ㅜ ㄱ ㅣ 2005.04.18 22:35
    그런데요... 들리는 소식에 으하면 중산님 뒤에 유재일님이 따라 오르면서 구령까지 부쳐주는 바람에 할수 읍씨 올랐다는 말도 있던데요.
    그런데요... 단철님은 누구세요? 중산님 같이 시인이세요?
  • 중산 2005.04.18 22:44
    온몸이 쑤시기도 쑤셨지만,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선글래스를 날려버려 눈도 시리고... 초보티를 만방에 떨치고 있습니다. 지나고나니 신고식을 재미있게 잘 했다 싶고 오래오래 추억에 남을 것 같아 즐겁기조차 합니다만 여러 선배님들을 잠시나마 놀래키고 걱정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와중에 웃기는 대사들이 있었습니다. 아래부분에 안착하고 나니 그런 속사정은 모르고 그냥 미끄럼타고 내려온 줄 안 은님, "재미있죠?".. 생환초라며 담배를 권하고 나서 공산형, "연기 새는 데 없는 걸 보니 빵꾸는 안난 것 같네."
  • 슈가 2005.04.18 22:47
    네! 마자요!
    시인, 소설가, 산악인, 또 마눌업씨는 사라도 쑬업씨는 몬사시는 아조 이~~~쌍하신 분!!!
    그분이 바로 단철님이시죠? 맞쬬?!
  • 나마스테 2005.04.18 23:44
    유재일이 쥑일 넘이네. 불 난 집에 오징어 구워 묵자고 한다더니, 그래 구령까정 붙이며 초보를 설벽으로 올려 보내냐?. 중산이 잃어 버린 고글, 스키 스톡 한짝, 아이젠 한 짝, 눈 녹는 여름에 그것 찾아주는 산행 기획하그라.
    그리고 글이 웃기냐?. 하나 더 투다닥 할까?
    근데 단철은 내가 지어준 호니까 알겠는데. 명산이는 누구여? 슈가는 까망 설탕여 흰 설탕가리여?.
  • 단철(單鐵) 2005.04.19 00:43
    공산은 生還草를 주며 연기가 안나나 살폈지만....
    나는 生還水를 주어
    중산의 불탄 가슴을 끄고
    행여 물이 새나 열심히 살폈지...

  • john kim 2005.04.19 20:11
    언잰가 배회장 깨서 겨울장비 지참 하지 안는 회원은 주차장 에서 돌려 보낸다는 당부 우리 스스로
    각자가 실천 합시다 참으로 선배로써 뜩별이 "중산" 씨 애개 미한한 마음 간절 합니다
    매주 모임시 장비문재는 정검하고 산행 합시다.
    "산은 말이 없으니까?
  • 단디 2005.04.20 01:47
    존 킴님 말슴이 맞습니다. 어디 한군데 다친데가 없으니 다행이지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러나 선배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습니가.
    믿슙니다.
  • 남강 2005.04.20 08:06
    신고식? 한번 거하게 치룬것같내요, 산에서는 항시 "극한상황" 을 염두에 두셔야만 됩니다.
    올라가는길도 험하지만 내려오는길은 더욱 험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죠.
    부디 몸조리 잘하시고 다음주에 산에서 뵙지요.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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