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의 귀환’ 오은선 인터뷰
[중앙일보] 2010년 04월 30일(금) 오전 01:50
|[중앙일보]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29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22일 베이스캠프를 떠났으니까 꼭 일주일 만의 귀환이다. 고소(高所)는 앉아 있어도 고통스러운 곳이다. 무조건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오 대장은 하루 더 일찍 내려올 수 있었으나 조난당한 스페인 원정대 톨로(31)의 구조를 돕기 위해 16시간이나 4캠프에 머물렀다. 다음은 베이스캠프(4200m)에서 오 대장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정상을 오르기 직전의 심정은 .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고마웠을 뿐입니다. 등반이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오 대장은 히말라야 14좌를 비로소 끝냈다는 마음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17년이란 길고 힘들었던 과정이 끝났다는 데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하산 길은 순조로웠습니까.
“아니요. 하산 길도 만만치 않았어요. 시야를 가리는 화이트 아웃 현상과 가파른 설사면을 거치는 하강 여정이 오를 때 못지않게 힘들었어요.”
-정상 등정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정상이 눈앞인데 날씨가 점점 나빠지는 거예요. 여기서 등반을 멈추고 돌아설까, 다시 날씨가 좋을 때 올라오는 게 옳겠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폴란드 팀이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등반을 계속하는 겁니다. 거기에 이 지긋지긋한 산을 또 와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밀어붙인 거죠.”
-생중계를 모니터로 보니 마지막 정상 등정 순간, 힘이 펄펄 나던데요.
“그랬어요? 아, 맞아요. 정상 한 5m 전에 경사각이 좀 덜한 눈밭이 있었어요. 거기서 피켈에 태극기를 묶으며 야 이제 끝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몸에서 힘이 나기 시작했어요.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마음속에서 치솟아 오르며 갑자기 힘이 솟았어요.”
-정상 쪽에 조금 높은 눈 봉우리가 보이던데 그건 뭡니까. 그리고 장갑 낀 손으로 수없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던데.
“제가 그랬어요?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 눈 봉우리 뒤편은 커니스(눈 처마)예요. 절벽에 바람이 치솟아 생긴 고드름 비슷한 건데 바로 그 뒤로는 수천m 낭떠러지입니다. 두 손을 모아 감사했던 것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인사였을 겁니다. 정말 분에 넘치게 많은 분의 사랑과 성원을 받았으니까요.”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니 좋습니까.
“ 집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하도 많이 굶어 헛구역질만 나네요. 그래도 좋아요.”
오 대장은 정말 그렇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고공에서 머문 일주일간 물 몇 모금 마신 것이 거의 전부라 했다.
-안나푸르나가 다른 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생각보다 어려운 산입니다. 지난해 실패 때도 그랬지만 눈사태와 수직 설벽들이 위협적입니다. 사실 등반 전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요. 감기도 들었고. 그래 다시 한번 시도하더라도 돌아설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때 오 대장이 돌아섰더라면 이번 안나푸르나 정상은 밟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상에 오르고 난 뒤 눈이 퍼붓기 시작했으니까.
-오늘(29일) 날이 반짝 좋아 구조헬기가 떴습니다. 그럼에도 7200m 4캠프에 있는 스페인 팀의 후아니토와 카를로스만 구했지 7580m의 톨로 대원은 결국 포기했어요.
오 대장은 잠시 침통해졌다.
“쿨르와르(정상부 눈계곡) 위에서 후아니토 일행을 만났어요. 아마 그중 한 명이겠지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내려오면서도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란 생각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와 혼났어요.”
-한국에서 지금 오 대장이 온통 화제인 걸 아십니까.
“그래요? 전혀 알 수 없지요. 베이스캠프에서 여러분이 환영하니 비로소 실감 나네요.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 소속사 블랙야크 식구들. 산악계 선후배, 시집갈 생각도 안 하고 산에 미쳐 다니는 걸 감싸 주신 부모님, 그러나 무엇보다 격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젠 14좌를 모조리 올랐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무 생각 없어요. 쉬고 싶어요. 찜질방에서 푹 쉬며 시원한 식혜 한잔을 먹고 싶다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생각의 전부입니다.”
오 대장과 인터뷰를 끝내고 텐트 밖으로 나서자 안나푸르나 연봉이 하얗게 햇살을 튕겨내고 있었다.
안나푸르나=신영철 (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
-정상을 오르기 직전의 심정은 .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고마웠을 뿐입니다. 등반이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오 대장은 히말라야 14좌를 비로소 끝냈다는 마음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17년이란 길고 힘들었던 과정이 끝났다는 데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하산 길은 순조로웠습니까.
“아니요. 하산 길도 만만치 않았어요. 시야를 가리는 화이트 아웃 현상과 가파른 설사면을 거치는 하강 여정이 오를 때 못지않게 힘들었어요.”
-정상 등정 과정을 설명해 주시죠.
“정상이 눈앞인데 날씨가 점점 나빠지는 거예요. 여기서 등반을 멈추고 돌아설까, 다시 날씨가 좋을 때 올라오는 게 옳겠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폴란드 팀이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등반을 계속하는 겁니다. 거기에 이 지긋지긋한 산을 또 와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밀어붙인 거죠.”
-생중계를 모니터로 보니 마지막 정상 등정 순간, 힘이 펄펄 나던데요.
“그랬어요? 아, 맞아요. 정상 한 5m 전에 경사각이 좀 덜한 눈밭이 있었어요. 거기서 피켈에 태극기를 묶으며 야 이제 끝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몸에서 힘이 나기 시작했어요.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마음속에서 치솟아 오르며 갑자기 힘이 솟았어요.”
-정상 쪽에 조금 높은 눈 봉우리가 보이던데 그건 뭡니까. 그리고 장갑 낀 손으로 수없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던데.
“제가 그랬어요?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그 눈 봉우리 뒤편은 커니스(눈 처마)예요. 절벽에 바람이 치솟아 생긴 고드름 비슷한 건데 바로 그 뒤로는 수천m 낭떠러지입니다. 두 손을 모아 감사했던 것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인사였을 겁니다. 정말 분에 넘치게 많은 분의 사랑과 성원을 받았으니까요.”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니 좋습니까.
“ 집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하도 많이 굶어 헛구역질만 나네요. 그래도 좋아요.”
오 대장은 정말 그렇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고공에서 머문 일주일간 물 몇 모금 마신 것이 거의 전부라 했다.
-안나푸르나가 다른 산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생각보다 어려운 산입니다. 지난해 실패 때도 그랬지만 눈사태와 수직 설벽들이 위협적입니다. 사실 등반 전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요. 감기도 들었고. 그래 다시 한번 시도하더라도 돌아설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때 오 대장이 돌아섰더라면 이번 안나푸르나 정상은 밟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상에 오르고 난 뒤 눈이 퍼붓기 시작했으니까.
-오늘(29일) 날이 반짝 좋아 구조헬기가 떴습니다. 그럼에도 7200m 4캠프에 있는 스페인 팀의 후아니토와 카를로스만 구했지 7580m의 톨로 대원은 결국 포기했어요.
오 대장은 잠시 침통해졌다.
“쿨르와르(정상부 눈계곡) 위에서 후아니토 일행을 만났어요. 아마 그중 한 명이겠지요.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내려오면서도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란 생각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와 혼났어요.”
-한국에서 지금 오 대장이 온통 화제인 걸 아십니까.
“그래요? 전혀 알 수 없지요. 베이스캠프에서 여러분이 환영하니 비로소 실감 나네요. 감사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제 소속사 블랙야크 식구들. 산악계 선후배, 시집갈 생각도 안 하고 산에 미쳐 다니는 걸 감싸 주신 부모님, 그러나 무엇보다 격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젠 14좌를 모조리 올랐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무 생각 없어요. 쉬고 싶어요. 찜질방에서 푹 쉬며 시원한 식혜 한잔을 먹고 싶다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생각의 전부입니다.”
오 대장과 인터뷰를 끝내고 텐트 밖으로 나서자 안나푸르나 연봉이 하얗게 햇살을 튕겨내고 있었다.
안나푸르나=신영철 (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