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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오전 중, 어제 끝내지 못하고 급하게 처리 해야 할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중산 입니다. 여기는 인천 공항인데요, 배다관 회장님과 함께 내렸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그렇다. 지난 주말에 임흥식과 민디와 함께 북한산 산행을 하며, 오늘 혹은 내일쯤 에베레스트 팀이 한국에 올거라는 대화를 나누었었다.  

"아아 김동찬 아우. 강남 터미널 근처에 있는 팔래스 호텔로 와."

황사 비는 추적거리고 내리지, 군대 자대 배치 받는 폼으로, 이따~만한 짐들을 들고 만 날 곳은 호텔 정문까지 리무진이 들어 오는 팔레스가 제격일 터였다.
나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인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난데 오후 3시까지 보내 줄게."
"아이고~ 안 됩니다. 지금 초비상이 걸렸어요."
"초 비상이고, 식초 비상이고 나도 비상이야. 그리 알고 있어."

평소 같으면 훌륭한 땅굴 지하철을 탈 텐데, 바쁜 마음에 택시를 잡아 타고 팔레스로 갔다.
차양이 쳐진 호텔 정문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니 금방 리무진이 들어 온다.
참 장소 잘 정했지.
내리는 폼을 보니 에베레스트 정상을 두 번 올라간 사람처럼 짐이 많다.
큰 따블백 2개.
오버 차지 안 물었나 몰러.
배회장 짐은 공항에 맡기고 중산 짐만 가지고 온 게 그랬다.
배회장은 내일 오후에 바삐 엘에이로 돌아 가고 중산은 몇 일 쉰단다.
그럼에도 서울 지부 순시를 빼 먹을 수 없어 서울에 들린 눈물 겨운 강행군.

두 사람 다 조금은 말랐다.
당연한 일이지.
거기가 어디라고.
지구별 오지 중 오지고 세계 최고봉 산자락 아닌가.
까맣게 그을린 얼굴 외에는 둘 다 건강해 보인다.
또 한번 한 획을 긋는 우리 산악회의 쾌거였고 새로운 눈뜸의 지평을 연 것이다.

민디가 왔고 바쁠 때 찾은 변소, 볼 일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는 호텔 근처 식당을 찾았다. 왜? 호텔은 비싸니까.
동태찌게와 중산의 권유로 처음 먹어 보는 매생이 국을 앞에 놓고 다음 달에 들려 올, 정상 등정 소식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산에서 내려 오면 식성이 무지 좋다.
누구는 히말라야에서 돌아 와 바윗돌을 깨물어 먹으면, 모래알 똥으로 나왔다고 뻥을 쳤다.
당연한 일이다. 중산이 두 그릇 해치우는 걸 흐믓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에베레스트 다이어트는 가라!
다시 인격이다!

일본의 독도 침략에 대하여, 우리 나이에도 총들고 나가야 되느냐는 갈등을 이야기 했고, 남은 목숨 걸고 돈 들여 다이어트하는데 살빠지고 좋은 귀경하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이야기부터, 쿰부 히말라야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 버린, 이제 추억이 되어 갈 배회장의 즐거운 회상까지.... 아참, 찜질방은 역시 한국이 최고라는 민디의 침 튀기는 썰에서, 번다, 즉 마오이스트의 파업으로 네팔 국왕 갸랜드라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사까지 대화는 끝이 없을듯 했다.

후다닥 일어 나, 바삐 제 갈길로 헤여지고 나는 지금 기다리고 있는 인간들에게 보 낼 것 보내었다.
그게, '사람과 산' 5월호 연재 원고였고 마감 시간이 지났으나 기다려 준 덕으로 마칠 수 있었다.
아랫 글 필산의 '사람과 산'을 읽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 '산'이 얼마나 진솔한 소통의 기회를 주고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
변소에서 볼 일 본 사람처럼, 일이 끝난 본인도 이렇게 오늘 일을 자상하고, 후덕하고, 비장하며, 디테일하게 투다닥 거리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본다.
히말라야 오지 남체 바잘에서 우리 홈페이지를 통하여 칼라파트라 등정 소식도 접하고, 그 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받는 시대.
짱돌이 날라 다니는 카트만두 데모대에 휩쓸려, 배회장이 그들과 같이 정부군에게 짱돌 던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죽은 서방 살아 온 것처럼 진심으로 반가워 할 수 있다는 인연.
미국의 산을 섭렵하며 알게 모르게 다져진 체력으로 목적한 뜻을 이루어 낸 일들.
중산의 아랫 배에 쏠린 인격이, 저 스스로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또 다시 자유를 찾을 것이라는 예감.
아아 자유여~ 산처럼 영원한 자유여~

이 모두가 산이 사람에게 베풀어 주는 은혜 아닌가.
헐~~! 그러므로 다시, 사/람/과/산/이다.


  • 필산 2006.04.19 08:46
    '사람'들이 그곳에서 또 만나셨군요.
    13시간을 걷는게 더 편한데...또 뱅기를 타고 오실일도 남았네요.
    그리고 구석진곳 작은 글씨의 '민디'가 '미인디'로 크게 보이는것도
    이곳에서 둘어앉아있다 나간자리가 크게때문인가 보네요.
    암튼 한국통신원 '나마스테'성님...소식 너무 감사합니다.
  • 샌드라 2006.04.21 17:15

    나마스테씨.안녕하세요 소식전해주어서 감사또감사.
    배회장님.감동찬씨 측하해요. 그리고 보고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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