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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평가시험, 즉 수능일이다.
오늘은 몇 일 동안 쌀쌀했던 한파가 물러 가고 따듯한 겨울 날씨다.
광화문 은행나무마다 노란 불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아침의 상큼한 대기는 이제 시작한 겨울의 향기로 그득하다.

입시 한파라는 말이 올 해엔 비껴 갔단다.
입시생을 둔 한국 부모 마음은 오늘 다 닮은 꼴이겠다.
내겐 그것은 이제 아슴한 추억이다.
이제 그쪽 넘 다되어 가고 있는 나의 딸도 그런 통과 의례를 격었다.  
한국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는 공감 빼놓고는 이제 그 애는 내게 미국 문화를 가르키려 한다.
흘러간 모든 것은 아름답다던가?.
오늘이 수능일이고 보면 그 당시 내가 격은 마음은 이랬다.

겨울 거리에서 익숙한 풍경 중 빼놓을 수 없는 군밤장수가, 찬 바람속에 웅크리고 있다.
퇴근 길 차를 세우고 군밤을 샀다.
술 익는 마을(?)과 모든 유혹의 시험과, 잡다한 사업상 핑계에서 빠져나와 똑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퇴근은, 하~ 얼마만 인가.

내일은 수능 일.
코피 흘리며 공부를 했던 내 구여븐 '얼큰이'가 여고 3년의 평가를 받는 굉장한 하루!

나는 아침 출근 할 때부터 '지하철 타고 다녀' 라는 평소의 지론과 다르게, 얼큰이를 '대장'에 준하는 특별 예우를 했다. 등교 길에 학교까지 태워 준 게 그거 였는데, 곁에서 딸아이가 기침을 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종일 신경이 쓰였다.
어째서 입시지옥이라는 문턱을 넘는 이 중요한 때 감기증세가  있는지.
차라리 내가 쿨럭 거리는 게 속편 할 텐데...

동료와 칙구들이 잊지 않고 챙겨준 입시 선물을 들고 집에 들어섰다.
얼큰이가 속없는 웃음으로 반긴다.
(참고로 '얼큰이'라는 애칭은 '해장국'에서 비롯되었다.)  
속 편 한 일이 없는 세상사리에서 간밤에 퍼 마신 술도, 이 녀석만 보면 풀어진다는 뜻인데,
그 심오한 뜻을 모르는 사람들은 '얼굴 큰  아이'의 준말인 줄 안다. (승질 나게...)
결코 그런 뜻은 아니다.  
쬐끔...  아니 아주 쬐끔 얼굴  평수가 남보다 더 나가는 건 사실이지 만, 지 애비를 닮은 걸 어쩌랴.

얼큰이 방에는 이미 유사한 많은 선물이 쌓여있었는데,
이 녀석은 거침 없이 '남자'들에게 온 게 제일 많다고 자랑한다.
다행이 이마엔 열도 없고 컨디션도 회복되었단다.
고마운 일이다.  아프다고 수능을 코앞에 놔두고 독한 약을 먹일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 아이가 명랑한 이유는, 내가 일찍 퇴근 한 것 때문만은 아닌가 보았다.  
한방 가득 포장지를 풀어 제친 꼴을 보니, 수능대비 격려 선물의 양적 포만감에서 받은 영향이 큰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선물들 정리를 거들면서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책과 꽃과 초콜렛은 그렇다 치자.
세상에 '수능... 합격'  이름까지 버젓이 붙은 선물의 '용도' 설명이 그렇다.
일명, '합격 거울'이 4개  인데 수능을 '잘  보라'고 하는 것이란다.
상표가, '수능포크'인 쇠스랑은 5개인데 모르는 문제 '잘 찍으라'고 하는 내용이란다.

그리고 앙증 맞은  휴지가 2개가 있는데 그 이유는 문제가 '술술 잘 풀려라'고 준거라 했다.
물론 '찰싹' 붙으라고 찹살  떡도 3개가 있었고,
우리 때와 같이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은 끈적끈적한 '엿'을 선물로 주었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은 '우왕정심원' 이었다.
처음엔 내 딸아이가 시험을 앞두고,
'가심이 콩닥' 거릴까 봐 신경안정을 위하여 배려를 한 '우황청심환' 인 줄 알았다.

... 졸음증  손고락마비 안면신경  실룩임증  정서불안  혼수상태...등에는 효과가 없고,
배 고픔증 긴장완화 만 사용됩니다. 라고  사용법에 써 있었다.
꼭 우황~ 같은 포장인데, 재료는 금박지로 쌓여진 초콜렛 이었다.

이쯤 되면 수능 대비 상품의 아이디어 백출이다.
발상이 유치 한 것만은 아닌 거 같아 웃음이 나왔다.  
티비 킬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으므로,  얼큰이의 공부가 방해 될까봐 나는 인터넷 투다닥이나 하려고 내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얼큰이가 '기름끼' 흐르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런 못 된 코맹맹이 숫법은 지 에미를 닮아, 쉽게 배운 것이 분명 할진데 용돈이나 청탁을 할 때 흔히  써먹는 숫법이었다.
그러나 오늘이 어떤 날인가, 그러므로 오늘은 알고도 넘어 갈 심산이었다.
얼큰이에겐 대목인 수능을 팔어 먹을 단  한번의 기회 일테니,
용돈이나 듬뿍 줘야지... 했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빠. 이미 일년전부터 준비해 온  수능이 내일이라니 은근히  긴장 되어요. 매일 평가시험이다 무슨 시험이다 하다가 마지막 시험이 되어서 그런가 봐요. 차라리 오늘 같은 날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마음 편히, 비디오를 한 프로  보는 것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말도 안돼!
3년 농사 추수가 낼 모래인데 비됴 라니... 이 가스나가 미쳤나?

"야 임마, 너 웃길라구 그러지?  그런 쓰잘데없는 소리는 하덜덜 말구 취약한 부분 보완이나 해."
"아빠 사실은요 학교에서도 수험표  나눠 주고 컨디션 조절하라고 일찍 보내 준 거예요. 그래서 집에 오면서 '비됴' 하나 빌려왔어요. '단데스 피크'라는 외화인데 '산'을 주제로 잘 만든거래요."
"야 임마, 내일 모래가 수능인데 그거 끝나고 보면 되잖아. 네겐 평생 한 번 뿐인 시험이야. 그런데 주제가 '산'...이라구 했냐?"
회심의 미소를 머금은 딸아이가 오금을 지른다.
"그래요 그리구 벼락공부가 통 하나요? 이미 점수는  거의 결정적인데... 그러니 아~빠 아~ 이거 같이 봐요."
코맹맹이 소리에 결코 내가 진 것은 아니었다.
또 한 영화의 주제가 '산' 이래서 동의 한 것은 더군다나 아니었다.  
지금은 결전을 앞두고 '운기조식'이 필요 할 때지, 강제로 한 두시간 참고서 뒤적이게 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으랴.
누구도 거들 수 없는 외로운 싸움을 앞두고, 딸 아이 긴장을 푸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부녀가 군밤을 가운데  놓고 본  영화가 '단데스 피크' 였다.

남자 주인공 얼굴이 낮은 익었지만 이름을 알 일은 없었다.
그러나 나의 얼큰이는, 그 궁금증을 해설까지 덧 붙여 해소해 주었다.
유명한 007시리즈 중 5편 째인 '골드아이'에서 제임스 본드 역으로 발탁 된 '피어스 브로스' 라면서 인물 평까지 줄줄 이었다. 또한 여자주인공은 터미네이터 1.  2의 여 주인공을  맡았던 '린다
해밀턴' 이라는 것을 스펠 까정 똑똑하게 외우고 있었다.

은근히 기대를 했던 '산'을  주제로 했다는 말은  맞는데, 애고고... 등산이 아니라 '화산' 폭발 야그였다.  좌우간 '쩐'은 엄청 드린 작품은 맞는 것  같았다. '볼케이노'  라는 비스므리 한  영화 보다, 사실적 표현이 더  구체적이라는 훌륭한 얼큰이의 해설을 곁들여 '비됴' 보는 재미도 쏠쏠 했다.

그래도 마음 한 켠이 캥기는 게  있어, 영화 중간중간에 아비로서 할 말은 했다.

"얼큰아, 수능을 하루 앞두고 아빠가 미친거냐, 아님 너냐... 그도  아님 둘 다냐...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로 입시를 보면  너는 수석 합격일텐데... 워디 그런데 없니?"

또 하나, 군밤의 속살을 효율적으로  파먹기에는 '수능찍기'용 포크는 안성마춤이었다.
에효효... 제발 이 포크 준 사람의 바램  같이 우리 얼큰이가 잘 찍어야 할텐데.
그 비됴를 부녀가  때/리/고 나니, 수능이 내일 앞으로 다가 온... 오늘 새벽 1시였다.
                
       1. 수능 시험장.

"여보세요... 수능에 지각한 딸아이에 대한 걱정을, 댁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수고스럽지만  제 자리에 앉은  것인지, 그것만이라도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댁도 이 기분을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떨리는 목소리와 사실의  그런 마음이 전해  졌는지, 상대편은  내 전화 번호를 묻고 바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썰렁한 사무실에서, 커피를 한 잔 타 책상 앞에 놓고 나는 뚫어지게 전화기를 바라보고 앉았다.

입이 열 개가 있어도 오늘 아침의 사건(?)은 변명 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8시 10분. 그 시간은 대입  수능 평가 시험장 지정석에 수험생이 입장을 끝내고 앉는 시간임을 천하가 알고 있었다. 일년... 아니 삼년  동안 매진 해  온, 대학입시  학습 능력 평가를 받는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 중요한 날이기도 했다.

혹 늦을까 봐 새벽부터 서둘러 꼼꼼히 챙길 것 챙기고, 그리 멀지 않은 수험장을 향  해 집을 떠난  시간은 7시  40분. 시험장까지, 평소 같으면 10분이 채 안 걸릴 거리임으로 그때는 느긋 했다.
관청과 기업들도 출근을 늦추며 거리 소통을 원할 하게 한다는데, 평소에도 잘 빠지는 대로변에 사는 내가 무슨 걱정이랴.

그런데 이건 숫제 길이 주차장이다.
'어... 이게 아닌데' 하는 당혹 감이 엄습했다.
곁에 탄 딸과 뒷자리의 아내가 불안한지 자꾸 채근을 한다.
차가 앞 뒤 꼭 끼어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분하지만 별로 없었다.
그저  내 마음의 불안을  숨기고 결전을 앞 둔 딸애의 불안감을 희석시키는 일이 고작이었다.

"하하 이 정도면... 시간은 충분해. 불안 해 할 것 없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불안이 아니라, 심장에서 폭탄이 연실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까지 솔직한 심사를  토로한다면 그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불안의 증폭에 다름 아니겠다.

        2. 폭주족

딸 아이 정서를 차분 하게 만들려는 욕심으로 켜  놓았던 에프엠 방송의 진행자가 음악 사이에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

"지금이 8시니까 이제 수험생들은 거의  입장을 하였겠군요. 이 날을 위하여 열심히 공부했던 모든 수험생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운운"

기대 했던 차분한 음악은  커녕 불난 속에 휘발유  끼엊는 방송을 서둘러 껏다.
도저히 제 시간에 맞춘다는 것은 이미 틀렸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결심을 했다.
비상등 켜고 라이트를 켜고 반대편 차선으로 차를 몰았다.
보험료가 50프로나 할증된다는 그깟 딱지야 지금으로서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교통통제자가 나를 잡고 이 사정을 안다면, 티비에서 본 대로 혹시 딸아이를 오토바이에 태워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상대편에서 오는 차량들이 놀란 듯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도 나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하는 듯 했다.
곁에 탄 딸의 모습에서 그걸 아는 모양이었고 교차로의 교통순경 역시 그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온 신경은 차가 주행 할 수 있는 공간에 집중되었다.
사고의 걱정은 이미 내겐 안중에도 없었다.

다만 시험 칠 딸 아이에게 이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이 들자, 그 경황에서도 마음에 없는 말이 튀어 나왔다.

"하하 너 때문에 오늘 특급 대우를 받는구나. 이 정도면 입실 시간을 충분히 맞추겠는데...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이말  알지? 절대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차분하게 생각 해야 한다"

정작 나는 속이 까맣게 타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라이트에 비상등에 크락션을 울려가며 지름 길 찾아, 수능 시험장 앞에 도착한 시간이 8시 16분.
이미 6분이나 초과되었다.
교문 앞 엄청 많은 인파를 뚫고 학교 안으로 정신없이 달리는 딸아이를 보면서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아내는 인파에 묻혀 찾을 길도 없었고,
나는 그제서야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 있다는 부끄러움에 ,도망치 듯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3. 닮은 꼴  

불편한 마음으로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따르릉" 하며 전화가 울렸다.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 딸은 순조롭게 시험을 보고 있어요. 그리구 8시 10분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고요 8시  40분에 시작하는 시험 전에 수험표와 수험생을 확인하는 시간이예요."

몇 번이고 확인을 하는 나에게 상대편은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그러나 집중해야 할 중대 차 한 시험을 앞 둔 딸아이에게, 아침의 가슴 떨리는 사건들이 과연 영향이 없을까.
종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시험장에 들여 보 낸 부모들의 심정이야 마찮가지겠지만, 나는 거기에 덛붙여 아이에게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그날 따라 일이 많아 몹시 바빳는데도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좋은 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건 부모들의 공통 된 인지상정이지만, 내게 그 보다 절박한 걱정은 과연 시험을 제대로 쳤나... 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아침의 사건에  당황한 나머지 시험지에 이름은 제대로 썻는지, 혹은 정답을 한칸씩 물려 써서 영점 처리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어이 없는 걱정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원죄는 내게 있을 터 였다.

대충 일을 마무리 해 놓고 이번에는 서둘러 시험장으로 갔다.
초겨울의 해는 너무 짧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시험장 앞에는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저들도 나와 같이 안타까운 하루를  보냈겠지... 하는 생각에 공연히 그들이 측은 해 보인다.

많은 군중이지만 조용한 것이 사믓 다른 모임과는 달랐다.
종료 시간인 5: 30분이 지나자 퇴실하는 학생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침묵 속의 사람들이 일렁거렸다.  

종일 시험을 본 탓인지 아이들 어깨가 처져 있는 듯 했다.  
웃는아이는 별로 없었다.
삼삼오오 열을 지어 나오는 아이들을  보니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모두들 닮은꼴이다.
그랬구나... 학생도 닮았지만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도 모두 엇비슷한 닮은꼴이구나.  
영문도 모르게 자꾸 콧날이 시큰해 왔다.


       4. 채점

한켠에 비켜 서 있는 내게로 아내의 손을 잡고 딸아이가  닥아섰다.
나는 말 없이 조용히 포옹을 했다.
아침의 헤프닝으로  미안한 마음과,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이런 대안 없는 입시전쟁을 치르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의 사회인으로서 부끄러움이 뒤범벅이된 묘한 감정이었다.

사람들이 스치며 따스한 미소를 보내준다.

딸아이는 힘은 없어 보였으나 웃음은 잃지 않았다.
같이 외식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최선을 다했으며 문제가 쉬웠다는 말인데, 기분 좋은 소리로 들린다.  
그 많은 날들을 팽팽한 긴장 속에 보낸 그 애와,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건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 이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오니 이미 교육방송에서 수능시험의 정답을 발표하고 있었다.
딸아이가 적어온 답을 놓고 티비 앞에 앉았다.
문제의 정답과 대조하면서 환호와 한 숨이 교차되었다.
10시경에 방송이 끝나고 팽팽한 긴장 속, 우리의 집계도 끝났다.

딸아이가 울음을 터트린다.  
문제가 쉬워 전반적 점수는 오르리라 예상했지만 기대치 이상으로 점수가 잘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 아이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 될 터였다.
더불어 종일 나를 짓누르던 죄책감도 사라졌다.

늦은밤 어깨가 축 처진 지친 모습으로 무거운 가방을 맨 채, 집안에 들어서던 아이.
누구든 같은 처지이지만 쉽지 않은 세월을 견디어 준 고마운 아이.
그  굴레를 누가 면제 해 줄 수도, 거들어 줄 수도 없었던, 그러므로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아이.
저 혼자 외롭게 참고서 홍수와의 씨름에서, 이제야 비로서 해방되는 아이.

그렇게 딸아이의 '작은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이제 비상하려고 돋은 딸아이의 작은 깃이 부대끼기에, 세상은 모진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더 어렵고 험한 세상을 나르기 위해 굳은 날개 되어 역풍에도 견딜 수 있는, 힘 찬 날개로 바뀌려면 인고의 세월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말해 주어야겠지.
또한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딸  아이는 지금부터 희망이라는 꿈을 찾아 날개를 펼 칠 것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품안에서 투정 부리며 살아온 병아리 세월에, 나는 감사해야  하는 마음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품을 떠나 비상하려는 과정의 첫 통과의례로 서 수능시험 이라면, 오늘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날로 기억 될 것이다.
그래... 날아라, 멀리멀리 높게 더 높게.

... 두 가지 오류.
첫 째, 점수가 기대치 이상으로 많이 나와, 서울 대학교가 눈앞에 닥아선 기쁨으로 부녀가 엉엉거린 효과는 하룻밤이었다.
전반 적으로 문제가 쉬워 응시한 수능생 모두 엄청난(?) 점수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쁨은 하룻밤의 꿈이었다.

둘째, 여린 얼큰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니 이미 그런 어린 아이 취급을 한 것은 아비의 맘 일뿐이었다.
돋아라! 날개야, 어쩌구 저쩌구 역시 착각이었다.
이미 미국에서도 쓸만한 대학 졸업반인데 날개가 뭐야!
제트엔진 뒤에 달고 아르바이트에서 데이트와 공부까지 저 홀로 씽씽 날라 다니고 있다.
  • 나마스테 2005.11.22 23:03
    산악회장에게 알립니다.
    홈페이지 운영 청구서가 요청 되었습니다.
    kaac 도메인 유지비와 서버 사용료가 매년 177.000원 이랍니다.
    지난 4월 달 입금 시켜야 되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홈페이지 만든 넘이 내 후배거든요.

    내가 대납 할까요?
    아니면 그 넘 구좌 번호를 연락 드릴까요.
    이곳에 답변 바랍니다.
  • 영순이 2005.11.24 18:30
    이 글을 읽고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 하다 꿈속에서 뵈었어요.
    아마, 유일하게 내 맘대로 할 수 있었던 남자고 유일하게 무조건의 사랑을 주신 분이라
    새록 새록 사무치게 그리운 거예요.어렸을땐 한 터프 하는 남자 어쩌고 하다가 종단에는
    아버지같은 남자가 역시야....
    지금 비록 얼굴은 오래됬지만,마음은 예비고사 시절로 돌아가서, 나도 "얼큰이"같이 아빠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받아보고 싶은 쓸쓸한 추수 감사절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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