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행복과 사랑과 축복의 풍경 ◀ ▶◀ ▶ 2월20일 Mt, Baldy 산행기 일주일 내내 퍼붓는 비 3,000m가 넘는 발디에는 눈이 내리고 있겠지.... 다음주까지 계속된다는 폭우와 폭설 예보에 잔뜩 긴장한 채, 새벽 7시에 집을 나선다. 우두둑 쏟아지는 빗소리가, 축축하고 다소 쌀쌀한 느낌이지만 겁을 먹었던 것만큼 춥지는 않다. 아내와 모닝 커피를 마시며 달리는 빗속의 프리웨이 조금은 칙칙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오늘 산행하는 발디의 신설 산행이 즐겁고, 설화가 만발해서 좋을꺼란 이야기를 주고받다.... "아차 ! 큰일났구나." 비로소 지갑을 가져오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친다. 하긴 돈 쓸 일도 없는데..... 빗길 에 운전이나 조심해서 해야지... - 비가 와도 마냥 좋은 18명의 惡友들..- 요즘은 나이를 먹어,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건망증도 심해진다. 나이를 먹으면 늙는 것은 당연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몸과 정신이 균형을 취하면서 늙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뇌 세포도 몸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뇌 기능을 정신 영역이라고 보아,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하여야 하며, 노화하더라도 몸과 정신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 육신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학대하고 , 끝내는 자살을 하며 죽는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경우는 정신력이 무척 강한, 일부 사람들의 흔치 않는 케이스라 하겠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육신은 멀쩡한데 정신이 말을 듣지 않는 케이스도 무척 많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치매라고 한다. "소리 없는 가정 파괴범 - 치매"는 이제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몸의 건강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정신 건강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 미끄러워 스노우 체인을 치느라 트레픽이 심하다. - 매주 산에 다니면서 다리는 굵어지고, 허리의 유연성이 되 살아나고, 폐활량도 커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산에서 기를 받아, 우리들의 뇌 세포가 사멸되는 것을 막고, 惡友들과 어울려, 대화하며 그들의 재치를 이해하고 머리를 굴리다 보면, 뇌 기능의 퇴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몸과 더불어 마음과 정신이 아울러 건강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 신분을 알려주고, 약간의 물질을 살 수 있는 돈이 들어있는 지갑을 잊고 가져오지 못하는 정도의 건망증은 노화에 따른 자연 현상으로 가볍게 넘기면서 말이다. - 꿈에서나 본 듯한 Sierra Club Ski Hut.- 7시 50분 경 집결지인 Mills Ave. Parking Lot에 도착하니 여긴 아예 양동이로 퍼붓는다. 모두들 자동차 안에서 눈인사를 하며 나오지도 않는다. 8시 배회장의 도착과 함께 우산을 쓰고 18명의 惡友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이번 산행은 폭설로 인한 도로 사정으로 산행 입구인 Manker Plats(6,160 feet)까지 자동차가 올라 갈 수가 없으면 집으로 되돌아가기로 하면서.... 사실 폭설로 오늘 산행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산행은 헛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발디로 올라가는 차량들 미끄러워 스노우 체인을 치느라 트레픽이 심하다. - 산이 떠나갈 듯 힘찬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산 안토니오 폭포 - 어렵게 도착한 Manker Plats(6,160 feet 9시16분) 오늘은 Sierra Club Ski Hut(1.8Mile 8.000 feet) 까지만 오르게 되니 즐기면서 걷는 눈 산행으로는 적당한 거리, 기대가 된다. 어쩌면 예기치 않았던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야호!' 내심 기대가 된다. 매일이 그 날 같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하얗게 모든 것들이 눈으로 뒤덮인 산에서 목적지까지 눈을 헤치며 길을 찾으며 올라간다는 것, 때로는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가. 게다가 오늘은 눈이 있고 惡友들이 있고 시간도 있지 않은가... 모두 함께 미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아무러면 어떤가 오늘은 눈 덮인 겨울 山,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최고의 산행이 될 테니 말이다. - 하네스(Climber's sit harness)를 하고, 로프에 주마(Jumar)를 걸고 올라가는 훈련 - 山은 온통 하얀 눈 천지다. 아이스 하우스 케년 입구 삼거리를 지나면서부터 이미 세상은 하얀 눈 천지다. 눈이 산을 덮고 지붕을 덮고 온 세상을 덮고 있다. 소복이 두껍게 덮고 있는 지붕의 눈으로 마을도 자연이 되고, 눈을 치우느라 가끔씩 제설차가 지나가는 모습도 그대로 자연이 된다. '언제 어디에서 보았던 풍경인가..' 멀리 바라다 보이는 눈 덮인 산의 모습이 꿈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다. - 山은 온통 하얀 눈 천지다.- 하얀 눈 사이로 온 산이 떠나갈 듯 힘찬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산 안토니오 폭포의 힘찬 소리를 뒤로하고 소방 도로에서 왼편으로 갈라지는 좁은 Trail 입구(0.9 Mile 6,610 feet 9시52분)를 오르는 산길, 눈이 무릎까지 빠진다. 그러나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에 나는 아무 걱정이 없다. 눈에 찍힌 발자국만 따라가면서 눈 덮인 산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앞장서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행복감으로 부풀대로 부풀어 있다. - 숲 속의 설경에는 정돈된 아름다움이 있다.- 눈 덮인 산, 수백 년이 지난 큰 소나무 들은 소나무 대로 키가 작은 이름 모를 나무들은 작은 나무들대로 어느 것 하나 그림이 아닌 것이 없다. 나무에 눈이 소복이 얹혀 있는 것이 모두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행복과 사랑과 축복의 풍경들이다. 잎을 모두 떨구고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는 숲 속의 설경에는 정돈된 아름다움이 있다. 꼿꼿이 흐트러지지 않은 맨 몸의 자세로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이 구도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에 비해 푸른 잎 위에 눈을 얹고 있는 노송의 모습에는 색감과 모습이 주는 정취가 있어 편안한 축복이 느껴진다. 그 속에는 조물주가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이 보인다. 허리가 휘어지는 사랑이다. -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행복과 사랑과 축복의 풍경들이다. - 소나무.. 눈 내리는 어느 날, 무게에 지쳐 그 가지가 뚝뚝 부러지기도 하리라..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가 내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 준다. 이런 행복한 풍경을 찰칵, 찰칵, 카메라에 담는다. 아날로그 카메라와는 달리, 디지털 카메라는 카메라라기보다 그 기능이 메모 장에 더 가깝다. 산행 진행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PC에 올려진 사진을 보며, 산행 기억을 더듬어 산행 후기를 적어 나가기 때문이다. 때론 눈보라가 휘날리다, 때론 파란 하늘이 잠깐씩 보이는 변덕스런 날씨와 친숙해지며 힘들게 오른 Sierra Club Ski Hut(1.8Mile 8.000 feet 11시24분), 모두들 작은 공간에서 서로를 껴안은 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내고있다 - 푸른 잎 위에 눈을 얹고 있는 노송의 모습에는 색감과 모습이 주는 정취가 있다.- 덜덜 떨면서 이른 점심을 마친 후 Ski Hut 화장실 위에다 로프 두 동을 깔아 놓고, 모두들 유럽 최고봉 엘브르스 원정 등반 훈련에 추위도 잊은 듯 열심이다. 하네스(Climber's sit harness)를 하고, 로프에 주마(Jumar)를 걸고 올라가는 훈련과, 그리셀링을 하면서 미끄러 내려오다, 제동을 걸어서 각자의 몸을 보호하는 훈련, 4명씩 안 쟈일렌을 하고 걷는 훈련에 전 대원들 추위도 잊은채 열심이다. 단결된 在美 山岳會의 훈련을 시샘하는지 오후 3시부터 눈보라가 더 몰아친다. 앞이 희미한 시야를 생각하며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 앞이 희미한 시야를 더욱더 흐리게 만들고 - 오늘 발디의 눈은 신설이라 입자가 하나씩 떨어지고 비교적 푸근한 오후라 눈이 살짝 녹아 미끄럽기도 해 쓱쓱 걸으면서 미끄럼을 타기에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재미있다. 눈에 미끄러지는 느낌이 꼭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오늘은 여유 있는 산행 거리로 내리막에서는 거침없이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미끄럼을 타고 눈 쌓인 곳에 이르러서는 솜이불에 몸 던지듯 몸을 던지기도 하면서 오늘의 설 산을 마음껏 즐긴다.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 몰아치는 눈보라가 바람과 어우러져 나무 위에 쌓인 눈을 흩트려 가뜩이나 안 보이는 시야를 더욱더 흐리게 만들고 가끔씩은 나무 위의 눈 더미를 폭탄처럼 떨어트리고 스르르 쏟아 부어 눈 폭포도 만든다. - 작은 공간에서 서로를 껴안은 체 - 부는 바람에 쓸린 눈 덮인 둥근 언덕은 만삭인 여인의 배처럼 부드러워 정겹다. 온 산이 눈바람에 휩싸이니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연기처럼 높고 넓게 흩어진다. 下山 길 내내 눈보라가 얼굴을 채찍처럼 때리더니 기온도 많이 떨어진 듯, 얼굴이 칼로 에이는 것처럼 아프고 시리다. 골바람 눈보라로 얼굴 들기조차 힘들고 얼굴이 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인 채 걸어도 칼바람을 막을 수가 없다. 괴로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일까, 자동차가 있는 Manker Plats(6,160 feet 3시57분)에 오니 언제 나에게 눈보라가 몰아쳤던가 힘들었던 것은 당장에 잊혀지고, 오늘 눈 산행이 행복하기만 하다. - 유럽 최고봉 엘브르스 원정 등반 훈련에 추위도 잊은 듯 열심이다.- 산행을 마쳤는데도 오늘은 스틱이나 신발이나 옷이 모두 너무 깨끗하다. 자동차에서 내리고 다시 차에 오르기까지 한번도 흙을 밟지 않았으니.... 비취 빛 흰눈으로 하루종일 씻고 다녔으니 당연한 일이다. 눈 위로 모두들 미끄럼을 타며 내려와선 지, 거의 같은 시간에 모두들 함께 내려오니 산행 기점인 Manker Plats에서의 산행 뒤풀이도 대단하다. - 그리셀링을 하면서 미끄럼을 타며 내려온다, -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모두들 우산을 들고 둥글게 서서 김명준 선배가 준비한 따끈한 오댕과 앵거스 스테이크 때문이다. 충분한 술과, 따끈한 오댕, 빗 물 반, 국물 반인 따뜻한 오댕 국물이 전 대원들의 마음을 녹이니 말이다. 붉은 앵거스 스테이크를 18명의 惡友들이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 준비하신 김명준 선배님, 손이 커도 진짜 크다. 나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엄두도 못 낼 일인데, 김명준 선배의 몸을 아끼지 않는 봉사와 희생정신, 선배님의 마음이 고맙고 존경 스럽다, 게을러서 작정한 마음도 잘 펴지 못하는 내가 배우고 본 받을 점이다. - 모두들 우산을 들고 둥글게 서서 - 그런데 이 좋은 자리에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비가 온다고 꾀를 부리고 참석 안한 약삭빠른 꾀돌이 惡友들이 안 보이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 김명준 선배님, 정신이 없어 그날은 인사도 못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Suchitra Aha Ah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