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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나원장님이  전화를 했었다.
도토리묵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우찌하여 산에 오질 않았느냐는 말씀. 
앗차  ! 
산재 다음 주 쯤에 도토리 묵을 만들어 오겠노라 했었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 리라 생각을 못했네. 
그리하야....
지난 주 손톰이 빠지게 아프도록  도토리를 하나하나 일일이 까서 묵 만들기에 돌입 하였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만드시는 모습을  보기만 했지 
직접 만들어 보진 않았기 때문에  도토리 앙금을 만들어 놓고 
묵을 쑤울때 물과 앙금의 비율을 정확히 몰라 2 번을 시험삼아 해보고  3 번째 가서야
제대로된 야들 야들한  100 % 순도의 맛있는 도토리 묵이 만들어졌다. 
비로서....
엄마가 왜 그리도 정성스럽고 알뜰하게 도토리묵   가루를 다루셨는 지도 알게 되었다. 
까기도 힘들거니와  이 ~많큼을 해야 요 만큼의 적은 양의 앙금이 나오니
뽀얀 도토리 물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으시려던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돼었다. 
재밋고 뿌뜻한  마음,  
토요일 밤 야채 채썰고  간장 새로 대려서 양념장 만들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요일 새벽,  알람소리에 깨어보니 창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어 !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지난밤 준비해논 도토리 묵이 생각이 난다. 
애쓰고 만들었는데.... 우짜나.... 고민이 시작 되었다. 
그런데 ...  "고 명희 언니  내일 오실꺼죠 ? "  하고 전화를 한 , 야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려 온다. 
 따끈한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준비해 놓은 묵을 싸들고 빗속을 뚫고 길을 나섰다.
야니와  함께 MILLS 파킹랏에 도착하니 비는 어느새 개여 있었고
역시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비가 왔으니 산엔 눈이 쌓였을 테니까, 

묵 보따리를 풀어  무거운 묵은 애옥언니 아드님이 지게하고,
야니에게 양념장을 주고 나는 야채통을 지고...  산으로 향했다. 
12명 정도니 양이 충분하겠다 생각하고.... 음...... 맛있게 무처 주어야지...하고 . 야무진 생각도 해 본다. 

밟히는 깨끗한 새눈이 보드랍고 ,
폐부 깊은곳 까지 깨끗이 씻어 주는듯한  맑은 공기또한 기가 막히고,
더욱더 황홀한건...
굽이 굽이 산자락마다 꽉 ~ 찬 안개가 바람이 부는 대로 멍석 말이 같이 
정상 쪽으로 둘둘  말려 올라가며  하늘을 여는 모습과
안개가  자꾸 자꾸 얼어 붙은  온통 새하얀  " 상고대 " 꽃을 피운 나무들이  장관의 경치를 보여주었고
살랑 살랑 바람이 불면 얼어 붙은 나뭇닢이 찰랑 찰랑 동화속 에서나 들릴듯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황홀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혼자 여유작작 걷다가 뒤로 처지고만 나....
타박 타박  혼자 걷다가 ..... 
아뿔싸 ~~~  미끄러저 언덕으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 아마 6 , 7 미터.

그런데  소방도로와 트레일 갈라지는 곳에서  언덕을 오르는 우리들에게 김 명준 선배님이 또 말씀하셨다.
" 미끌어 지더라도 머리를 위로 하고 미끌어 져야 대형 사고를 예방하니 명심 하라고... "
미끌어 지는순간.... 그 말씀이 번개같이 생각이 났다. 
명준 선배님 감사 합니다.
선배님의 리마인드  덕분에 제가 목숨을 건졌는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ㅎㅎㅎㅎ

그래, 잽싸게 머리를 위로 하고 개구리 같이 엎어저서 사지를 펼치고 주루룩~~~ 아래로... 
죽는줄 알았다!!! .
잠시 엎어진 채로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었다. 
휴 ~~ 죽지는 안았구나.....
머리를 들어 위를 처다보니 길이 보이 길래 우선 안심을 하고  조심 조심 일어나 본다.
왼쪽 다리가 얼얼 하다, 엄살 부릴 상황이 아니니... 엉금 엉금 기어서 큰 소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않아
어느쪽으로 탈출을 해야하나 계산을 하기 시작햇다.  온통 ~~ 살얼음 판.... 꼼짝 달짝을 못하겠다.
곧장 올라가면 가파를 테니... 지그재그로 올라가야지... 생각을 하고
옆으로  기어 가보지만, 역시 길 까지는 살얼음 ... 다시 소나무로   돌아왔다.
이번엔 반대편으로 지그재그..... 기를 쓰고 옆으로 가봤는데.... 거기도 역시 길 까지는 살얼음......
공포가 밀려 온다. 
우찌해야 하나.... 소나무 밑에 않아 있다가 사람이 오면 구조를 청해야 하나 ?????
고민을 하고 있는데.....  손 발은 시려 오고......
퍼뜩 크램폰이 생각 난다.  아 ! 그걸 끼우고 올라가 보자...
오들 오들 떨며 크램폰을  끼우고 간신히 일어났는데... 왼쪽 다리가 제법 얼얼 하다.
그러나   뭐..... 살았는데.... 좀 얼얼 하면 어때.. 아푼것도 아랑곳 없다.
크램폰을 끼우고 조심 조심 겉는데.. 그래도 힘들다.
이번엔 폴 끝으로 흙이 나올때 까지 살얼음을 내리처서  깨뜨리고  헤처가며
발 디딜 스페이스를 확보하며 위로 올라 갔다.  덕분에 폴이 망가지고....
천신 만고로................... 길 까지 올라 오는데 성공  !!!   
30 분일까 ? 한시간 일까 ?  혼자 공포에 떨며 사투를 한 느낌.....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생각한건...... 도토리묵 ....ㅋㅋㅋ
내가 야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하나.... 야채 없이 그냥 무처 드셨나 ??
스키헛에 도착하니... 김 명준 선배님이 맞이해 주신다.
안으로 들어가니  도토리묵은 이미 다 ~~   드시고....
야니가 미안한듯~~한 얼굴로 이야기를 한다. 
 날 기다리 다가  여기서 나가라고 하기는 하고 해서...
그냥 양념장 만으로  뭇처서  먹었다고..... ㅎㅎㅎ 잘했어요  .
야채 없이 묵만 잡수셨으니... 알짜만 드셨네요 ~  잘했어요 ㅎㅎㅎ
그럼.... 미끄러지며 지고 올라온 야채는..... 우짜지 ?? ㅋ
야니왈 ,  배 대관 회장님이 젤루 많이 맛있게 드셨다고......ㅎㅎㅎ
배 회장님은  도토리를 줍지도 않았구만,  
자고로 .... 일하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은 따로라 했지...ㅋㅋㅋ

스키헛 안으로 들어가 않으니  긴장이 풀려서 얼굴에 확확 열이 나고, 밥이고 뭐고 못 먹겠다.
살아나온 무용담을  이야기를 했건만...... 모두들 시큰둥..... 별로 심각하지가 않다.
나는 공포속에서 살아 나왔건만.... 실감이 안나는 모양들.
이정호 총무왈..... 그 정도 가지고는 죽지 않는다나 ??  나원참 ! 

뜨거운 티 한잔 마시고  굶은 채로  하산이다 .

차가 야니네 집에 있어  야니네 집으로 가니,     배 고프겠다며 맛 있는 저녁을  차려 준다.
직접 만들었다는 기가 막힌 김치, 스님에게서 선물 받았다는  맛있는 차까지 마시고 기운과 맘을 추수린다.
예쁜 야니네 집에서 예쁜 저녁 먹고,
맛있는 김치 한통 주길래 덥석 받아가지고 돌아온다.

집에 와 왼쪽 다리가 제법 아프길래 보았더니.......................
왼쪽  엉덩이 부터 정강이 까지  멍이 들었고.....
우짜나 .....,  아끼는  겨울용   " 악어표  이중  방수  바지 " 가 10 센티쯤 찟어저 있는게 아닌가  !!
다리가 더 ~~ 아픈것 같다.  악어 바지가 찟어질 정도로 된통  자빠졌다 말이지...  흑 흑 흑...
바지에 붙어 있는 악어도 아푸다고... 눈물을 뚝 뚝 흘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젠장 이다.
하여튼...... 난 오늘 ...... 묵 지고 산에 올라가다  " 묵사발" 이 된 날이다.
그러나 천만 다행이다.
멀쩡히 살아서 집으로 왔으니....

허나 ,  지금은  그때의 공포와 추위는 온데 간데 없고...
아름다운 설경과  영롱한 얼음으로 뒤덥힌 아름다운 나무들의 모습,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오면  얼음이 부딛는 , 쟁그랑 쟁그랑 하는 소리,  
동화 속에 서나 들려올듯한  아름다운 소리만이   귓전에 맴돕니다.

재미 산우  여러분 ~~
눈이  왔을때...... 조심 조심 ...... 또 , 조심 하시라우요 ~ 
저 같이 묵사발 드시지 마시고요, ㅎㅎ

고 명희

.  
  • tk 2010.11.24 15:33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읽는 순간순간 마음이 조여와서 혼났네요.
    아휴~ 내 가슴이 콩 알만 해졌네요.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세요.
    나도 행여 그런일이 있으면 머리를 위쪽으로 두는것 잊지 않아야 되겠어요.

    그런데 그 도토리묵..만드는게 얼마나 힘든것인가는 들어서 아는데, 
    정말 일하는사람 하고 먹는 사람 따로있죠? ^^ㅎㅎ
    이글 읽으면 혼자 상상을 해봅니다.
    만약 야니가 앙념간장 말고 야채를 들고 갔으면 어땠을까.ㅎㅎ
    지난주 비때문에 못가서 손해 본게 여러가지예요.

    이번주 요양 잘 하시고 몸 컨디션 완쾌 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예쁜 Yanni 씨!
    그 무지무지하게 맛있는  김치한통 이 언니도  주는거지? ^^

    좋은 추수감사절  보내세요 !!





  • sue 2010.11.25 21:44

       고 명희씨!
     그 묵은 산제 지낸 그다음 주로 알고 그날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우째 하필 내가 빠진날 묵잔치를 했당가요!     이건 무조건 무효입니다.
     다시 하세요. 이 묵의 실체를 알고있는 나를 빼면 안되지요.
     다시 하는겁니다?    그라고  turkey  너무 많이 묵지 마시고 다음주에 보시자구요.^^^^^
     몸 조리 잘하세요.

  • mary 2010.11.30 00:55

    태미씨, 그리고 정순씨 도토리 또 주울까요 ?? ㅎㅎㅎㅎ

    도토리 줍던날... 너무도 열심히 도토리 줍기에 동참하셨던  남자 회원님들 ,
    특히 바지 양쪽 4 개의 주머니에  도토리를 가득 ~~ 채워서 바지가 무거워서 바지가 줄줄 흘러내린다고 바지춤을 붇들고 내려 오셨던
    애옥언니, 나원장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ㅎㅎㅎㅎ  어쩜 그리도 순진한 모습으로 열심히 주우시는지...
    역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순수하고 예쁘다는 사실을 또 봤답니다.  
    즐거운 하루였지요.

    태미씨 정순씨
    열심히 주우신 분들꺼 안 남겨 놓을 수가 없어서 까놓은 도토리  남겨 놨습니다. . 그때 같이 드시구랴 ~ .
    그리고
    몸 잘추수리라고 전화를 해주신, 송총무님과 김원택님 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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