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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전해지는 이라크 전쟁 소식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건 무서운 일이다. 전쟁이, 살육이 일상이라니... 정치적 목적과 신념을 위하여 첨단 무기에서 품어져 나오는 화염 속에 사람이 있다.
사상과 정치는, 종교와 신념은 사람이 아니다. 기실 사람을 위한 것이란 허망한 이론으로 사람을 죽여 가는 이런 뉴스가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불편하다. 하도 난마처럼 얽힌 전쟁이라 그 해답을 찾기 요원하다는데 절망하는 사람들 편에 나도 서있다.  

어쩌다 그 쪽에서 만든 한편의 영화를 보았다.
쿠르드족 출신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만든 이란 영화‘취한 말(馬)들을 위한 시간’이다.
다큐멘터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극영화도 아닌 영화를 속이 불편할 정도로 가슴아팠다.
영화는 소년가장의 애절한 스토리를 넘어 이 세상에 살아남는다는 것의 고통, 그 자체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이란의 산속 마을 바네. 이곳은 쿠르트족 거주지다. 이라크의 오랜 전쟁을 겪으며 황폐해진 바네에서 어머니가 막내를 낳다 죽는다. 어른들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밀수길에 나섰던 아버지마저 지뢰를 밟고 목숨을 잃는다.
그때부터 12살 난 소년 아윱(Ayoub)은 졸지에 가족들을 책임져야하는 꼬마 가장이 된다.  
아윱은 돈벌이에 나서지만, 왜소증에 걸린 동생 마디의 약값을 대기도 빠듯하다.

수술을 서두르지 않으면 마디가 몇 개월 못 가 죽게 될 거라는 의사의 진단에, 아윱은 장남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마디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통사정을 함으로서 밀수꾼들의 말몰이로 고용된다. 국경을 넘나 들어야하는 밀수는 양쪽의 국경수비대뿐 아니라 이들을 습격하여 물건을 강탈하는 무장괴한까지 피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양국에서 뿌려놓은 지뢰들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높고 깊은 산 속 겨울 추위는 짐을 나르는 말과 노새들에게 술을 먹일 정도로 혹독하다.  

보다 못한 누나 로진은 마디를 수술시켜 달라는 조건으로 국경 넘어 이라크 쿠르트족으로  팔려가다시피 시집을 간다. 하지만 로진이 대동한 왜소증의 마디를 발견한 신랑 어머니는 단호하게 마디를 거절하며 대신 노새 한 마리로 신부 값을 치른다.
12세 소년가장 아윱은 거기서 실망하지 않는다. 신부값으로 받은 노새에 푸대를 단 다음 거기에 마디를 태우고 다른 밀수품인 대형 타이어를 싣고 밀수행렬에 합류한다.

아윱은 노새를 팔면 마디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이라크에서 수술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눈보라를 뚫고 국경을 넘던 아윱은 국경수비대의 추격을 받는다. 눈 속을 도망치다가 말이 넘어진다. 무거운 타이어는 등에 실려 있고 추위와 고통을 잊게 하기 위해 술을 먹인 노새는 쓰러져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아윱은 말 고삐를 당기며 울부짖는다.

출연한 아역 배우들을 프로가 아닌 실제 쿠르드족 아이들을 선별하여 출연시켰다는 후문이다. 왜소증에 걸린 마디와 이를 돌보는 여동생 아마네는 실제 친남매라고 했다.
영화의 끝도 지독히 아프다. 아윱이 노새를 이끌며 철망이 쳐진 국경을 넘는 것으로 끝난다. 지뢰밭을 경고한 철망인지 국경을 웅변한 철망인지, 그도 아니면 삶의 경계를 말함인지 모르는 모호한 상황에서 영화는 끝.

그 뒤를 상상하는 관객은 아프다. 묵직한 슬픔을 간직하고 영화관에서 일어서게 하려는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나 결론은 그렇다.
이 영화는 제53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이다.
  • Edward 2004.09.16 02:04
    늘 변함없이 좋은 느낌을 갖고 사는 니가 부럽다.
    나는 긴 방황을 끝내고 새롭게 변화하면서 살고있다.
    내년에는 히말라야를 다시 찾을려고 준비중이고...
    네팔 소식 고철을 통해서 자주 듣고 싶다.
    연락 바람.




    I'm In Love With You ㅡSteve For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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