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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한 뼘은 높아졌다.
계절은 이리도 정직한 것이냐.
바람도 삽상하다.
지겹고 끈적거렸던 폭력 같은 더위가 있었던가?
...라고 말하면, 나마스테가 가을 병이 도지기 시작하는가라고 생각하겠지.

아니다.
오늘은 더위 이야기다.
옘병... 정말 더위는 정말 싫다.
살집이 나보다 좀 낳은 이 집 주인은 이 여름을 잘 견디어 냈지만 나는 깡으로 버텼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이제 다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그 더위 속으로 갔다.
삼십오도를 넘는 중국 남부 쪽 출장이었다.

물건 납품 기일 때문이다.
물량이 많으니 날자 맞추지 못할 확률도 있다.
그래서 그곳 공장 사장 나사 조이러 갔다.
에구... 사는 게 뭔지.
그 뜨거운 연옥 같은 중국에서 어제 밤 왔다.
아이고~~ 그 환장할 더위라니.
축 -늘어진 게 어디 몸뿐일까.

당연히 갑과 을의 접대문화는 한국과 똑 같다.
몇년 전 처음 인연 되었을 때는 인사치례로 따라 갔지만 곧 꿈을 깼다.
말 맛도 입맛도 다른 탓에 바쁘다는 핑계로 몇 번 식사자리를 회피했다.
그쪽 사장이 곰곰 연구를 했는가 보았다.
이 자석이 요리하면 중국인데 올 때마다 초대를 거절하다니,
이는 필시 음식이 맛이 없어 그럴 것이야... 라고,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냥 호텔로 돌아가서 빵빵하게 에어컨 틀어 놓고 찬물 뒤집어쓰는 게 옳다.
그리고 푸짐한 음식이 아니라 내가 수첩에 한국 말로 훈음을 따 적어 놓은
중국 발음의 쌀국시 한 그릇 편하게 먹는 게 옳다.
통역 없으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사 자리의 불편함도 없고 양이 적은 나에게 음식 많은 것은 독사 약 올리는 격이니까.  
이 중국 접대 문화는 여러분이 아는대로 삐까번쩍하는 식당에 왠 환경 파괴용 음식은 그리 많고 푸짐한지.

이번에도 마지못해 따라간 요릿집에서 몇 가지 요리가 나오는 중 눈이 확- 떠진다.
추억의 음식.
전통의 먹거리.
보릿고개 시절 귀한 단백질 섭취용으로 기여했다는 요리.
개 먹는다고 개거품 무는 프랑스에서는 아주 귀하고 비싼 양식.

깨구리 뒷다리가 나온 것이다.
이 덩치 큰 짐승이 깨구리 허벅다리에 붙은 뼈를 들고 쪽쪽 거리는 폼은 좀 그랬지만 맛있었다.
당연히 칭따오 맥주 몇 병 불렀다.

그 깨구리 곁에 새끼 오징어나 꼴뚜기 말린 것처럼 생긴 접시에도 손이 갔다.
어어? 이것 참!.
이 오징언지 뭔지 역시 내 체질이네.
맥주 안주로 딱-이네.
칭따오 맥주 몇 병 추가 시켰다.
깨구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걸 본 그 눈치 빠른 사장 넘이 오징언지를 더 시킨다.

통역에게 이게 오징어 말린 거냐고 물었다.
저도 모른다고 하더니 그 사장에게 물어 음식 정체를 말한다.
오리 요리인데 그중 '오리 혀만 빼서 만든 요리'였다.
갑지기 식욕이 떨어지며 속이 니글거린다.
가진 돈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에 발동이 걸렸다.

혀를 뺀다...
산 채로 뺄까.
죽여서 뺄까.
끝에 오도독 씹히는 물렁 뼈는 오리 모가지 중 어느 부위일까.
뺀찌로 뺄까.
손으로 잡아 뺄까.
독한 놈들.
혀 뺀 놈이 독하다면 먹는 놈은 더 독한 게 아닌가.
오리 혀는 몇 개더라.
한 마리에 하나씩이라면 이렇게 많은 요리를 만들기 위하여 몇 마리의 혀를 뺏을까.
다리 달린 건 책상 빼 놓고 다 먹는다더니 농담이 아니었네.

죄 많이 지어 무간 지옥에 가면 혀를 뽑는다는 형벌도 있다고 했지.
죄를 많이 지었으니까 나도 그쪽으로 갈 확률이 높은데 내 혀를 빼서 구신들이 요리를 해 먹을까?.


짧게 투다닥하여 여러 사람 읽게 만들지,
재미도 없는 글을 길게 쓰는 죄 때문에 손고락도 빠지는 건 이닌지 몰러~





  • Edward 2004.08.26 07:34
    깡통 잘 팔린다니 기분 좋다.

    이곳에서는 구경도 못할 요린데...

    군침이 돈다.

    항상 건강해라.
  • 나마스테 2004.08.26 19:11
    깡통이 잘팔려야 하는데. 별 쩐은 안되지만 망할 염려는 없으니 그게 그거지.
    너는 이제 컴퓨터 도사가 되었네. 음악 깔고 사진 편집하고 통채로 퍼 나르는 것도 알고. 난 아직 못 배웠거든. 필요한 것만 아는데 넌 도사가 되었네.
    그렇고, 이형철씨가 월요일날 들어 간다네. 송별 점심(?)하러 내 사무실로 오는 중인데 미국 산행 생각에 부풀어 있으니 좋은 산을 데리고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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