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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White Mountain
사진2. 1. L.A. 출발부터 만지고 계시던  새로사신 디지탈 카메라. 장선생님 아직도 공부하시네!!
       2. 그 문제의 빨간 목도리.  그래도 그 목도리덕에 추위 견뎠어요.
       3. 3총사 조난사건의 주인공. 수희씨.
       4. 이번 조난사건에 크게 활약하셨다는 이명헌 선배님.  앞길을 내다보듯 수희씨 옆에 계시네.



나는 이번 White Mountain 특별 산행을 위해 전지훈련(?)을
내 나름대로 시작했다.  이제 산에 제법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처형님을
위해 출장길에 직접 손수 들고온 텐트 장사하는 동생남편이 선사해준
텐트와 자주빛 슬립핑백을 받아들고 시작된것이다.

첫날 훈련은 침대옆 바닦에 슬립핑 백을 깔고 자는거였고,
그 다음날은 한단계 올려 집에서 가장 딱딱하게 느껴지는 Dinning Room 구석
마루위에서 자는거 였다.  밤마다 슬립핑백을 들고 이저저리 다니며 새우잠자는
연습을 하는 내가 내심 웃읍고 측은했었나보다. 혼자 보내는것이 마음에 걸렸겠지만
아무 말없이 안전하게 잘 다녀 오라고 남편이 격려해준다.  나는그걸 안다.  
나를 위한 깊은 배려임을…  

김명준선배님댁에 모인 장선생님, 그리고 신형철님, 그리고 나..
짐을 옮기는 나를 보고 웃으시는 김선배님의 미소가 심상치 않다.
“ 태미씨 집 나왔어? 아니 왠 이불짐이 그렇케 커?  그리고 목도리도
스케이팅 가는것 같으네~~~”

스포츠샬레에 모두 모인 회원들.
이런 산행이 처음인 나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시작된것이다.
몇대의 차로 우리는 그렇게  White Mountain 을향해 떠났다.

한차에 동행하신 장원서선배님은 차가 떠나자마자 바쁘시다.
새롭게 구입하신 디지탈 카메라 연구 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내년 봄 에베레스트 가실때 쓰시기위해 특별히 준비 하셨다한다.
몇 시간 후에 빅파인에 도착한 우리들.

저녁식사.. 언제나처럼 애써 준비 해오신 샌드라, 송정순 선배님들.
그리고 요즈음 한몫하는 수희씨가 만들어온 반찬들..
저녁 식탁이 화려하다.  삼겹살 굽는 장선생님의 손 놀림은 오늘은 정말
아줌마 수준을 한참 넘어 박사님 수준 이시다.

이때 빠질새라 배회장님이 한말씀 하신다.
오늘 저녁을 잘 드시기 바랍니다. 올라가시면 이런 식사는 더 이상 없읍니다.
아마도 마지막 만찬이 될 모양인가보다.
만찬후 이제부터 14,500 ft로 향하는 우리의 꿈이 시작되겠지.

더불어 주의사항이 시작되신다.
물이 그곳에 없으니 화장실은 이곳에서 미리 쓰시고, 이도 미리 다 닦으시고,
멀미에 대비 하시고, 고소증이 올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가지시기 바랍니다……
다들 야단들이다.  그리고 장선배님이 시작하신 그 문제의 치실(dental floss).
조상하선배님이 식사후 항상 주관하시는 이 축제가 이때다 장선생님이 대신하신다.
몸과 마음 정결하게 그리고  White Mountain으로!!  외치며 출발했다.

유능하신 선배님들 팔자락을 꼭 잡고선탓에 나는 빨간 목도리 휘날리며
선발대 차에 탔다.  역시 줄을 잘서야한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모험영화에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다.

몇번 뵌적은 없지만 항상 편안한 마음을 갖게해주시는 정철교회장님 내외분.
아~ 정회장님은 한시간뒤의 닦쳐올 고소증의 아픔을 예측하셨을까?

포장 도로를 지나  꼬불꼬불 비포장 도로로  올라서니 왠 산토끼 한마리가 우리 차 앞에서경주를 시작한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판 할 태세다.
한참 경주끝에 달아난 산토끼.  아마 돌아서며 한마디 했을법하다.
“ 아휴!  죽을뻔했네!..”

산입구 12,500ft에 도착하니 벌써 차가운 기온과 심하게 불어대는 바람이 뼈속
깊이 들어온다.  더 춥기전에  서둘러  잠자리 만들기에  여념들이 없다.
차에서 자겠다는 윗쪽에 달동네, 그리고 아랬쪽에 텐트를 치는 주택동네로
구분이 되어졌다.  내가 애써 가지고 온 텐트는 봄 여름용이라 2(**)스타로
등급이 매겨지고 김명준선배님의 Four Season (5 star *****)텐트에 특별 숙박하게 되었다.  
에베레스트에 가서 쓰실 텐트라한다.
필립씨의 그 부러워 바라보는 눈길을 얼른 모른체하고 그 텐트에 쏙 들어가 버렸다.

밤에 비박하러 떠나셔야 하는데 남아있는 우리같은 초보자들을 위해 일일이
잠자리까지 봐주시는 배려.  이보다 진한 정이 또 어디있을까.

벌써 아랫 동네는 조용하다..
바람은 더욱 심하게 불고, 기온은 점점 내려간다.
우리 몇명은 조금 있으면 산으로 비박하러 떠나시는 김명준선배님, 그리고 배회장님
옆에 옹기종기 모여 베낭 꾸리시는 일에 참견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도 끓이고, 빵도 넣어드리고.. 마치 독립운동 떠나시는 가장을 배웅이라도 하듯이...

그러나 난 왠지 마음이 아프다.
내년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한 준비인걸 알지만.
이 춥고, 고소까지 느껴지는 저 산 정상에 오르려고 깜깜한 어둠속을
한발작, 한발작 걸으시는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안쓰럽다.

무슨 생각을 하며 걸으실까?
그리고 그곳까지 오르려는 집념은 무었일까?
무슨힘이 그런 집념속으로 밀어넣을까?

두분이 준비를 끝내고 어둠속을 향해 걷는것을 배웅하고 나니
가슴이 바람과 함께 아려온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생각하며 만약 내 사랑하는 사람이
그 곳을 간다고하면  그춥고 험한곳에  깊은뜻이 있다해도
떠나보낼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깊은 인생의 맛을 아직 모르는 탓이리라.

왠 달은 이리도 밝을까?
5스타 텐트안에도 여전히 추위는 느껴진다.
양쪽 집에서는 야단 들이시다.
Sunny씨께서 몹시 힘드신 모양이다.  그리고 내 옆 정회장님의 고소증이 몹시 심하신
모양이다. 마라톤 저력도 고소에는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밤새 고생들이시다.  나역시 머리가 아파  잠들지 못하고 이생각, 저생각으로
새벽을 맞았다.  머리속은 온통 밤새도록  집에 두고온 침대생각, 작년에
선물받은 전기담요 생각으로 가득했다.

몇시간 안되는 길고긴 밤에서 깨어 맞이하는 새벽..
춥고, 아프고, 힘든 이짓을 왜 하나?  맞아 마지막이야!! (또 마지막! )
이렇게 힘든새벽.. 오들오들 떨며 일어서는 순간 내눈에 들어서는 붉은 하늘..
아~~~~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이 삭막하고,  높기만한  산위에 떠오르는 이 아침의 색깔.
춥고, 힘들고, 삭막했기에 이렇게 더 아름답게 느껴진걸까?
한마디로 해뜨는 산은 지난밤의 힘든 여정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7시에 출발하는 아침 산행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했다.
나와 수희씨가 국밥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필립씨가 거든다.
그중 젊다는 이유로 툭하면 필립씨다.  빨리 하령씨가 나와야 기좀 필텐데..
어제남은 배추국에 밥을 넣어 함께 끓인 국밥.
말이 국밥이지 다들 아는 ㄲㄲ이 죽 이다.

우리 김중석선배님이 오늘에 리더이신데 벌써 죽 한그릇 뚝닥하시고 서 계시다.
이번에도  모든 사람들이 또 놀랜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실까?
아마도 혼자 산에 많이 다니시는 이유가 산삼캐러 다니시는게 아닌가?
분명 산삼 효과일꺼야..

어제밤 올라가신 두분은 이 추위에 별 일 없으신지 다들 염려를하며
오늘의 산행, 그리고 나의고행은 시작되었다.
온갖의지로 정상에 오르신분들.
그리고 함께 떠났다 중간에 이별을 고하며 나같이  돌아선 사람들.
그리고 마음은 정상에 가 있으나 예기치않은 고소로 손 흔들어 주며
달동네를 지켜야했던 분들….

시작은 같이 시작되었지만 도달하는 끝부분은 누구나 같을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가는 길이며, 같은 산 이었지만
정상에 가는 길은 항상 홀로 가는길이다.
가슴에 남아있는 White Mountain은
각자 다른 그림으로 그리고 경험으로 남아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내려오는길에 예기치 못했던 여성 삼총사의 믿지못할 조난(?)사건
그리고 끝까지 지키며 함께하시는 우리 산악회분들.
이러한 모임이 없었다면, 그리고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를 이끌어
주시는 선배남들이 안계셨으면
산이주는 이 경이로운 또 다른 세계를 나는 보지 못했을것이다.

난 많이 행복한 사람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산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후배 민디 2005.11.18 07:11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리라" 하는 성경 말쌈도 있듯이
    연봉도 능력위주로 주는 시대니 나보다 먼저 높은 경험을 한 분이
    선배 대접 받아야 마땅하느니라.
    손배님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고,나는 그래도 밑에서
    계속 기게 될것으로 짐작된다.왜?? 뭣땀시?
    당신 보다 한달 늙어서...*^^ㅡ^^^*
  • 정 철교 2005.11.18 07:49
    테미씨!

    기억 생생하게 들려주셔서 두번 같다온 기분입니다.
    나 에게 차라리 100 마일을 뛰라고 하면 뛰겠습니다.
    열심히 따라다녀 내년에는 추한모습 안보이도록 노력 하겟습니다.
    재미 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필립 김 2005.11.18 10:21
    습관처럼 매일아침이면 들여다보는 이곳.
    하나하나 풀어쓰신 태미씨의 산행기에 그날 텐트앞에서 처음맞는 경험에
    설레어하시던 얼굴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근데...첨이 아니었네요. 벌써 집에서 다 해보였군요..^_^
  • 김하령 2005.11.18 12:34
    글을 읽다보니 지난 봄 올랐던 휘트니가 생각나네요. 무리없이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길에 죽을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도 Mt. White에 동반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집니다. 태미선배님 산행기를 읽는 것은 즐거움 중에 하나이군요. 산악녀 태미 화이팅.
  • 산친구 2005.11.18 13:51
    발디초보생이 어느새 Mt. White까지 도전하셨네요.
    아주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는 감동을 주는 글입니다.
    꼭 정상에 오르는것만이 감동을 주는게 아닌것입니다.
    자주 감동을 주십시요.
  • youngman 2005.11.20 13:05
    It is a wonderful letter. It is the reminiscence of the White mountain we climbed long time ago.
    I enjoyed your writing on climbing the Mt.White so much. Keep it up as long as you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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