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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보다.
아니.. 왕초보다.

고교시절 산악반에서 1년여 활동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산'은 그것이 다 였다.
변변한 등산화 한켤레없던 시절. 군인들이 신는 '워카'하나면 그것이 다 였고
힘껏 펌프질하여 기세좋게 불꽃을 뿜어올리는 스웨덴제 '스베아' 하나면 그것이 또한 다 였다.
복잡한 버스안에서 친구에게 인수측면, 대스라브, 오봉, 선인봉등 바위를 얘기하고
일반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암벽용어 '비나''앵카''쟈일''레다''오버행'등의 몇마디를 일부러 섞어 대화할때면
나는 전문 등산인으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남자중의 남자였었다.

함께 산을 다니던 동기(암벽등반에서 늘 '톱'을 봤던)가 훗날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는
온동네를 설쳐다니며 '이 놈이 내 동기잖아...카~ 자슥 날두고 결국 혼자 갔구먼...내가 갔어야 되는건데'
그땐 내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고 에베레스트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는사람도 없어서 정말 좋았다.
얘기도중 '에레베스트'라고 해도 그냥 넘어 갔었으니....그렇게 나는 전문 산악인으로서 이날까지 살아왔었다.

그리고 엊그제...
재미한인 산악회를 쫓아다닌지 두달이 채 안된날
고소훈련을 간다기에 이 전문 산악인이 빠질수없어 함께 갔다.
그리곤...
그냥 있었으면 초보였던 경력이 스스로...왕초보가 되고 말았다.

11월 12일(토) 오후 1시.
라카나다 스포츠샤렛에 모인 재미한인 산악회원 21명은 벤차량 몇대에 분승하여 Mt. White로 출발하였다
오늘 자는 장소는 해발 14,500ft의 Mt. White의 산머리인 해발 11,000ft에서 잠을 자면서 1차적으로
고소를 적응한 다음, 다음날 아침에 정상을 오르는 일정이다.

LA에서 약 240마일정도의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Big pine의 Rest Area에 모여 우거지국, 소갈비살, 흑돼지 삼겹살등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레 둘러서서 '치실'을 하게되었고
서로의 그 모습을 보면서 웃어젖히는 청량한 웃음이 그리도 별이많은 밤하늘로 스며들었다.
이어지는 배대관 산악회장님의 혹시 있을지 모를 고소증에 대한 간단한 주의사항에 일순 긴장감이 도는듯 하고
그리곤 또 2시간 남짓...깜깜한 밤길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달려 드디어 눈이 희끗이 덮여있는 목적지인 11,000ft 주차장에 도착.
차문을 여니 화씨 15도의 찬바람이 나를 맞는다.

몇몇분이 서둘러 텐트를 치고 특별히 김명준 전회장님이 텐트의 롤스로이스라는 텐트를 쳐서
여자회원 두분이 주무실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다른분들도 나와 같을까?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전문 산악인 아니던가...그래서 그냥... 차에서 잤다.

한가지 정말 부러웠던건 김회장님과 배회장님 두분은 그시간에 바로 산을 올라 정상에서 비박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장비만 구비되어 있었으면 함께 따라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었고 그 생각이 생각만으로 그친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는 그때까진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도 밤 11시에 달빛속으로 정상을 향해 출발하시는 두분의 뒷모습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읍니다.
내일 정상에서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고 두분을 배웅하고는 나의 배정된 차량으로 가서 잠을 청했다.
차가운듯 주위를 밝히는 달빛만으로도 나의 설레임은 잠못이루기에 충분했고...
아니 사실은 자세가 너무 불편해서 잠을 못잤네요.

불편한 잠자리에 차라리 기상시간 5시가 기다려지고
또한 처음으로 경험하게될 14,500ft 고산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쳐 기상시간이 되기도 전에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일단 11,000ft에서는 약간의 숨찬 증세만이 있음을 확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랫만의 산에서의 아침을 맞는다.

(1부 끝)








  • 눈 꽃 2005.11.17 17:25
    안녕하세요?? 필립 김씨 글 잘보고 갑니다. 한번 만났으면 합니다.
    답글로 전화 연락 번호 주면 연락 하겠습니다.
  • 필립 김 2005.11.22 15:51
    눈꽃이 누구신지요? 성함을 주셨으면 더 좋을뻔 했읍니다.
    늦었읍니다만, 제 메일주소는 ezbang2000@hanmail.ne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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