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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보며 들으며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소월의 산유화 - 참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이다. 

산에서 사는 한 마리의 작은 새가  그 산의 푸르름을 노래하듯,

한 해맑은 젊은이가 자기가 사는 고향산야의 소박한 정경을 노래한

다.                                                                                                

꽃은 피고 또 지지만 그로써 어떤 상실감이나 애처로움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따른,

피고 지는 생멸의 순환을 아름답게 보고 아름답게 노래했다.

 

꽃이 진다고 함은, 비록 짧은 날들이었겠지만 향기를 머금은 채 활짝 피어나

한껏 싱싱한 생명의 아름다움을 뽐내도 보고는, 이윽고 수정을 하고 다시 열매를 맺어 가는 삶

의 한 과정일 것이므로, 가슴 아픈 유린이 아님은 물론이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러우면서

그 또한 아름다운 삶의 한 모습이겠다.

 

우리의 고국 대한민국은 요즘 세월호의 참사로 전국민 모두가 망연자실한 가운데,

어른들은 너 나 없이 부끄러움을, 젊은이들은 온통 허탈한 분노를 억제키 어려울 듯 하다. 

피었다가 지는 꽃이 아니고, 미처 피지도 못한 여리고 푸릇한 봉오리의 상태로,

그것도 그들이 믿고 따르던 우리 어른들의 총체적 직무유기로,

수백의 아이들이 산채로 무참하게 수장되어진 조국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묻혀 썩지 않으면 어찌 수백배의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겠느냐는

가르침이 생생하고도 절절한 아픔으로 가슴을 저민다.

명색이 어른이라는 내가 그 날 그 시각에  선원으로 선장으로 세월호에 승선해 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진지하게 두렵게 생각해 본다 

분연히 그리고 기꺼이 바다에 묻히려는 한알의 밀알이었을까?

 

간음한 여인을 징치하자는 흥분한 군중을 향해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는 말을 하여

무리를 물리친 예수님의 혜안이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자기도 익히 저질렀거나 지금도 늘 저지르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군중,

우리 모두가 다 똑같은 죄인임을 자각하는 그나마 한가닥 양심이 있는 군중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하겠다.

 

내가 그 들 가운데의 일원이었다면, 나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던 바로 그

죄 있고 ‘용기’ 없는 시민이었을까, 아니면 분연히 앞으로 나서서 큰 돌을 집어

그 여인의 얼굴에 던지는 죄 없고 ‘용기’ 있는 또 다른 시민이었을까?

 

부친의 눈을 뜨게 하려는 살신성인의 일념으로 인당수 거친물에 몸을 던져

결국엔 부친의 눈을 뜨게 했다는, 우리나라 전래의 효녀 심청의 이야기,

우리의 단원고 자녀들도 익히 알고 있었을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

 

무려 수백에 이르는 우리들의 소중하고 소중한 자식들이 차마 피어보지도 못한

꽃망울로 저 무섭고 차가운 바다에서 시시각각 그 목숨들이 이지러들어 갈 때,

행여 편법에 눈이 멀고  돈에 환장한 대한민국의 우리 모든 어른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효녀 심청의 갸륵한 마음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희생의 댓가로 몽매한 우리네 어른들의

눈과 정신이 번쩍 떠지길 애타게 바라지는 않았을까?

 

그들 수많은 우리네 소월이고 심청일 아들딸들의 희생이 공덕의 공양미가 되어,

우리 대한민국 모든 청맹과니 어른들의 눈은 과연 벼락같은 소리를 내며,

전국 방방곡곡 이곳 저곳에서,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폭죽이 터지듯 팥죽이 끓듯

그렇게 떠질 것인가? 

그래서 우리나라가 비로소 명실 공히 “크게 환한 나라”, ~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어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어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깊은 바다에 몸을 던진 청이가 존귀한 몸으로 환생하여 부친과 상봉했듯,

우리의 단원고 자녀들도, 그들의 존귀한 목숨의 댓가로  

비로소 부끄럽게나마 밝고 환하게 눈을 뜨게 될 우리들 곁에,

정녕 해맑은 얼굴의 귀한 몸으로 부디 환생되어 오소서!

 

      기꺼이 한알의 밀알이 되었던 우리들의 몇몇 아름다운 영웅들과  수백의 무구한 어린 자녀들을 기리며,

                                          20140422       재미한인산악회원 정진옥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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