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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지하철 6번 출구에는, 한국 체류 한 달이 되는 중산 김동찬 아우. 회색 칼라 머리 임흥식씨, 텁텁한 막걸리 같은 이형철씨, 웃으면 하회탈 닮은 장용근형님이 서 있었다.
곧이어 엘에이 촌사람 민병용씨도 나타났다.
유성모씨만 빼 놓고 죄다 모인 거다.
(컴퓨터 전원도 못 넣기에 읽을 확률이 없지만 보면 연락처 좀 적어 놔라. 평생 웬쑤야)
총 6명이 모여 괴기 집에서 재미한인산악회 서울지부 주최 만찬이 있었다.

정말 내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쩐도 안되고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나 재능은 재능이다.
아무리 서울말 표티가 나게 씨부려도, 무조건 나는 연변 아줌씨는 알아본다.
엘에이 식당을 점령해 가는 도우미 연변 아줌씨들을 보며 놀라고 있으나, 거기서도 그분들 감별하는데 한번도 틀리지 않았다.
이번도 마찬가지.

"고향 사람 만나니 반가우다. 아지매"
"어드멘데요?"
"내 고향은 그러니까네 이도백하입네다. 거-왜, 연길에서 송정 지나게지구~ 장백산(백두산) 입구."
"그렇구만요. 내는 연변임다."
아줌씨의 표정이 밝아진다.
머나먼 땅에서 고향 사람 만난 반가움 50점. 자신 보다 내가 시골 출신이라는데 기분 좋아 30점. 젊지도 않은 게, 그렇다고 연예인도 아닌 게, 회색 머리 물 드린 희안한 예술적 인간 보게 해준 고마움 10점. 합계 90점짜리 표정.
여기서 여러분은 묻는다.
"진짜 니 고향이 거기냐? 어짠지 숭악하게 생겼드만 조선족이었구만."
나는 대답한다.
"만주 벌판 말달렸던 선구자 후손은커녕 요세미티에서 말 한번 탓다가 죽을 뻔한 잉간이다. 그거... 안타 본 잉간은 절대 타지 마라. 오줌 지린다. 예전 백두산 등산하러 들락거릴 때 기억했던 동네가 등산 들머리 이도백하다."
"그람 고향은 어디냐?"
"에~또, 내 고향은 이름도 거룩한 '맑은 모래' 청주淸州다. '맑은 술' 청주 淸酒로 동네 이름 바꾸자고 했다가 쫒겨나 미국까지 오게 되었다."
무안해진 그대는 다시 시비조로 묻는다.
"백 점이면 백 점이지 90점은 또 뭐냐?"
난 따지는 잉간이 제일 싫다. 그러나 대답해 준다. 사진을 봐라.
"백 점 못 주는 것은 사진을 잘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형철씨 얼굴 반쪽만 나오게 박았기 때문에 감점 10점이다."

정말이지 김치를 그렇게 무작스럽게 묵는 인간은 첨 봤다.
거의 젓가락을 눞혀 한방에 접시의 김치를 집더니 한 입에 넣고 우자작 씹는다.
요즈음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더니 그 알 터지라고 그렇게 씹는지 모르겠지만 참 식성 끝내 준다. 그 사람 누구냐고? 잘 알면서.

"민병용씨 내년 3월 에베레스또 트레킹 갈 때 와이프도 데불고 가. 히말라야 귀경 한번 시켜주면 좋잖아."
내가 민병용씨 와이프에게 점수 딸 발언을 했다.
"그럴 생각이요. 이틀 후 와이프와 중꿔 항저우 소저우 여행을 갑니다."
곁에 있던 장용근 형님이 자신의 갈비탕에서 건져 놓은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고 정중히 묻더니 날름 먹어 치운 김동찬 아우가 말을 받는다.
"요즈음은 마누라하고 여행 다니면 그렇게 편해요. 에베레스또 생각한번 해볼게요."
또랑치고 가제잡는다더니, 야~~~~~ 이거 한방에 제수씨에게도 점수를 따 버렸다.

그런데
맑은 하늘에도 구름이 있고 천둥 번개가 있는 법.
"무신 씰데읍는 소리!. 마누라하고 여행가는 게 뭐가 재미있냐? 있는 재미도 죽겠다. 나중 늙어서라면 몰라도."
누구라고 물어도 절대로 대답 몬한다. 안한다.
힌트? &*^^$$@#! 다.

"영철아. 괴기를 먹어서 그런지 딱 한 대만 피우자. 목 수술 다 낳은 지가 언제냐. 딱 한 대만. 한 모금 만."
과부 사정은 기러기가 안다는 말대로 담배 못 끊는 사정 아는 사람은 안다.
"그람 한 모금이라시니께 드립니다."
착한 나는 그 심정을 잘 알기에 사진과 같은 담배를 장용근 형님께 권해 드렸다.

사진1. 연변 아줌씨가 박은 사진. 이형철씨왼쪽 눈섶만. 어? 중산도 턱이없네!
사진2. 아줌씨 닮아 사정없이 뭉턱 자른 후 형님께 드린 담배
  • 영순이 2005.11.03 23:29
    그리운 얼골들 다 모였네!!

    힌트 " 삐리릭"에 들어 갈 정답, 은색 머리 삼식이.ㅋㅋㅋㅋ

    담배는 인류의 적이다, 피워서 없애자.

    착한 사람 지구를 다 떠났나?
  • 육삼회장 2005.11.04 06:33
    아니..엘에이 촌사람이라니?
    나마스테님 인물 돋보이려 혹시 일부러 사진 정리하신것 아닌지^^
    우리 산악회 남자회원님들 인물 안보는것 알고 있었지만..이 사진보니
    정말 획실하네요..ㅎ ㅎ
    다리만 튼튼하면 최고지요 뭐!!!!
  • *** 2005.11.04 12:34
    三無(無知ㆍ無能ㆍ無謀)
  • 발디봉 2005.11.06 19:22
    ㅎㅎㅎ 한참 웃었네요. 즐거운 글 자주 올려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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