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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엘브르즈 원정대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축복인지 한국은 비가 내리고 있다.
전화를 걸어 준 중산과 원서형께 감사 드린다.
또 하나 고봉 등벙의 역사가 KAAC에 기록 된 것에 박수를 보낸다.

해서 보너스로 본인의 이민 사유에 대하여 써 놓은 걸 전재한다.

                                  비에 대한 생각.

빗소리는 포근하다. 빗소리는 사람 마음을 갈아 앉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어릴 적 자장가 같은 빗소리가 귓볼을 어루만지면 이내 깊은 잠이 들었다. 오줌이 마려워 늦은 밤 깨면 그때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대청에 나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 물을 향해 나는 오줌발을 세웠다.

오늘도 비님이 오신다. 앞으로 몇 날 며칠 더 쏟아져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올해는 과연 장마철답다. 이 땅 온갖 가난한 생명들이 이 빗물에 싱싱하게 살아날 것이다. 초록 숲은 이 비를 마시고, 머금고 더 청정해졌다. 이렇게 여름 장마는 자신의 할 도리를 다 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다.

역시 오늘도 비는 계속 내린다. 비는 세상 모든 것들에게 공평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젖는다. 젖으면 우리들 마음도 함께 젖는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알수 없는 외로움에 진저리를 친다. 그러나 그 고독은 감미롭다. 문득 그대가 보고 싶다.  

몇 일째 비는 계속 되고 있다. 엘피판을 찾아 걸었다. 감미로운 허스키가 방안을 감돈다. 빗소리는 나의 마음 나의 고독/ 길 잃은 나그네의 조용한 흐느낌... 배호 노래다. 요즘 같이 비가 오는 날 잘 어울리는 노래다. 장마에 접어든 요즈음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만 그저 바라 볼 뿐이다.

그칠 생각을 안 하는 비를 보며 비에 관련 된 노래들을 떠올렸다. 1 비 - 김세 환. 2 소낙비 - 이연실. 3. 비의 나그네 - 송창식. 4. 내리는 비야 - 방의경. 5. 어제 내린 비 - 윤형주. 6. 비야 비야 - 허림. 7. 비와 나 - 송창식. 이게 내 한계다. 의외로 적다. 하긴 적은 게 아니라 내 머리 한계겠지만.

오늘도 비는 내린다. 문득 소쇄원瀟灑園생각이 난다. 그곳을 만든 양산보梁山甫는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소쇄’는 빗소리 소’또는‘물 맑고 깊을 소'다. 쇄는 뭔가. '물 뿌릴 쇄’또는‘깨끗할 쇄’라는 뜻과 음을 갖는다. 광풍각 마루에 앉아 앞에 흐르는 개울을 본적이 있다. 빗소리인지 물소리인지 몰랐었다.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다. 비에 대한 평가나 표현도 사람 얼굴 따라 각색이다. 이렇게 여름에 오는 비를 누이동생 같다고 했다. 아름답고 따뜻한 비가 귀엽게 뛰고 귀엽게 달아난다고 묘사했다. 렐벨그라는 시인 말이다. 김진섭 시인은 비란 하나의 커다란 위안이며 신뢰할 만한 벗이라고도 했다.

계속 되는 비에 조금 지쳐간다. 그런 마음을 다스리는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실린 윤선도의 시조가 생각난다. "비 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먹여라/ 마이 매양이라 장기 연장 다스려라/ 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 긴 밭 갈아라" 옳은 말이다. 비 올 때는 그저 들어앉아 쉬는 것이 맞다.

참 와도 너무 많이 온다. 할 일없어 윤선도 싯귀를 풀어봤다. 비 오는데 들일 나갈 것 있느냐.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사립을 닫고 소나 잘 먹여라. 장마가 늘 지겠느냐.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그저 집에서 쟁기 같은 연장이나 잘 손질해 두어라. 쉬다가 개는 날을 보아서 이랑 긴 밭을 갈려무나. 맞는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여니 빗발이 거세다. 장마 비에 초조할 이유가 없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뮤지컬 영화를 기억해 낸다. 비 오는 장면은 이미 여러 영화에 패러디되었을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데, 이 때 흐르는 Singin In The Rain’은 따라 부르기 쉬워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명곡이다.

인내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오는 비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비에서 탈출 할 수는 없을까? 쇼생크 탈출 같은 느낌이다.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20년간 준비한 탈출에 성공하여 하늘에서 퍼붓는 비를 맞는 장면은 자유에 대한 갈증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옘병. 하늘이 빵꾸가 났나. 뭐가 이렇게 지루하게 오냐?. 비가 뭐가 대단한 것이라고. 비는 물일뿐이다. 사방에 지천인 물일뿐이데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물이고 내 오줌도 물이다. 빨리 날이 개어야 해변의 물을 찾아가지. 비 그칠 때를 대비해 사 놓은 텐트며 장비가 아깝다.

아침에도 그치지 않는 하늘을 보며 눈물이 났다. 눈물도 물이다. 과일 값이 엄청 올랐다. 태양의 따가운 볕이 그립다. 그 빛은 과일에게 필수고 내 해수욕 장비에도 필수다. 우산 셋이 나란히 좋아하네. 모자란 놈들. 그런데도 비는 모른 척 한다. 온 방안이 습기가 차 냄새가 쾨쾨하다. 보일러를 넣어야겠다.

이러다 올 여름은 빗속에 끝나는 것은 아닐까?. 올해만 유독 쏟아져 내리는 장마 비에 저주를 퍼부었다. 어랏! 문득 달력을 보니 내일이 처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말이다. 서둘러 해수욕 장비를 반환해야겠다. 여름 끝났다. 옘병, 이젠 비가 오지 않는 사막으로 이민을 고려해야겠다. 나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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