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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디 중턱의 스키헛은 그쪽으로 오를 때 면 매번 들렸던 곳이다.  

가끔 실내를 들어 갔을 때, 솔직히 별로 시설도 좋지 않고 거기서 자는 건 관심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난 그런 산장에서의 2017년 정월 대보름 하룻밤을 보내게 해준 야니 총무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스키헛에서 자는 날은 한국으로 치면 정월 대보름이었고 폭풍설 다음에 그 달을 보았다.

밖은 눈보라네 난리도 아니었지만, 오롯이 꿈 꾸었던 설국에서의 따듯했던 밤.


그 감동은 이 시리즈 마지막으로 쓸 것이다.


.............................................

발디에서는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다.

 

불교에서는 돈오돈수(頓悟頓修)라는 말이 있다.

그 반대 되는 개념이 돈오점수(頓悟漸修).

머리에 쥐나는 이 불법의 내용을 내 식 해설을 하자면 이렇다.

 

돈오돈수(頓悟頓修)는 한방에 깨우친다는 말이고, 돈오점수(頓悟漸修) 는 여러방에 깨우친다는 말이다.  , 단계를 거친 공부 끝에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면벽을 하는 한국의 대다수 스님네들은 그 한방을 믿고 안거에 들고 참선을 한다. 그리하여 일천공안이니 화두니, 머리 털 빠지는 선문답이 태어났다.

 

왜 이 이바구를 하는 가하면 어제, 활연히 그 돈오돈수, 즉 한방에 깨우치는 현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 놀라운 기적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그렇다고 심각한 것 아니니, 점잖은 거 그런 것 좋아 하시는 분은 넘어 가시라.

 

오오, 놀라워라!

김동찬 시인이 中山이라는 호를 가지고 재미한인 산악회에 데뷰한 것이 지 지난주. 그에게는 첫 산행이고, 산악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면산입문, 산과의 첫 만남이었다. 데뷰 무대 아이언피크 정상을 갈 수 있었음에도, 헬리포트까지만 오른 것은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몸에 밴 겸손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처음엔 다 그래.”

정상을 못 오른 중산에게 어쩌고, 저쩌고 보냈던 고참들의 격려에도 그는 시종 염화시중의 미소만 띄울 뿐이었다. 아이언 피크의 건너편엔 하얗게 눈 덮힌 발디봉이 우뚝했다. 다음주, 그러니까 어제4/17일 산행은 발디였는데, 김동찬 시인의 그 미소 의미에 내재 되어 있는 심오한 뜻을 우리에게 몸으로 펼쳐 보였다.

 

중산 김동찬은 자신의 그 깨우침을, 발디 산의 가파른 설벽에서, 내 눈 앞에서, 겸손한 그 몸을 던져 보여 준 것이다. 그는 우리 산악회와 인연이 된 단 두 번째의 산행 임에도, 고소증 없이 그 가파른 설벽 직등 코스를 올라 만 피트가 넘는 정상에 섰다. 앞 사람 따라 가다보니 내려 갈 수도 없고, 멋모르고 올라가다 보니, 이미  퇴로가 없더라... 등등의 상상은 상상 일뿐이다. 엘에이 백 년만의 눈 덕분인지 고도를 올리며 발디봉은 눈 천지였다.

 

평소의 등산로를 무시하고 경사각 40도 가까이 되는 설벽을 선택한 이유는 오는 526일 유럽 최고봉 엘브르즈 원정대원이 거쳐야 할 훈련이기 때문이다. 그는 쇠발톱으로 눈을 찍어가며 설국을 이룬 정상에, 3시간여의 땀방울과 고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히 섰다. 그리고, 지난주 일부러(?) 못 올라 갔던 눈 아래 아이언봉을 빙긋이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그의 등정은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러나 그 정도에 해탈에 이르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산의 한방에 깨우치리라는 묘기는 하산 길에 일어났다. 그는 발디를 사랑하는 한국인, 미국인을 통틀어 그날 이 설벽에서 가장 빠른 하강을 기록해 냈다. 하프 마일쯤 되는 가파른 설벽을 그것도 히프로만.

 

그것은 여태 안방처럼 발디봉 설벽을 오르내린, 고참회원들을 무색케하는 통쾌한 한방이었다산을 처음 접한다는 중산을 은연중 무시했던 재미한인 산악회 회원들을 경악케하기에 충분한 속도였다. 그의 히프 썰매야 말로, 면벽 백년에도 이루지 못할 돈오돈수, 즉 한방에 깨우친 지극한 상승 경지를 보여준 것이다. 오를 때 3시간이 넘는 급사면을 히프 하나로 10분만에 내려오는 돈오돈수.

 

이건 일대 사건이었다.

이미 하산을 마친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중, 중산이 눈 위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여여롭게 한마디 했으니,

"어떤 놈이 내 등 떠밀었어?!!!"

 

사진 설명:

그가 발디 등반 사상 최단시간의 하강을 기록해 낸 설벽을 배경으로. 염화시중의 미소를 보이고 있다. 원래 염화시중의 미소는 우는 듯, 웃는 듯 이렇다. 자세히 사진을 보면 계곡 가운데 바위에서 부터 그의 히프가 만들어 낸 직선의 고속도로를 볼 수 있다.

 

다음은 댓글 퍼레이드.


2005.04.19 10:49:52 (*.176.206.150)

명산이

하하. 우째 웃음이 염화시중 미소가 아니라 온 몸이 쑤시는 표정인디요.

근디 사진에서 점으로 보이는 사람 봉께 그 눈밭 크기도 하누만요.

2005.04.19 15:19:27 (*.176.206.150)

단철(單鐵)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내는

中山의 마음을 그려보자면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나는 '언제고 가슴 속에 빛나는 별 하나를 간직하고 걷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슴속에 빛나는 별 하나..

사람이 숲이나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어제 놀라고 피곤했지?

주위 사람들의 기분 맞춰 주느라 아픈 고통을 참고 함께 해 주어 땡큐!

이젠 왕 초보에서 중견 산악인인 中山으로...

중견 산악인이던 中山

山戰水戰 다 격은 원로 산악인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께...

 

2005.04.19 15:35:11 (*.176.206.150)

ㅇ ㅡ ㄴ ㅅ ㅜ ㄱ ㅣ

그런데요... 들리는 소식에 으하면 중산님 뒤에 어느 회원님이 이 따라 오르면서 구령까지 부쳐주는 바람에 할수 읍씨 올랐다는 말도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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