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 3700에 갑시다."
"거긴 땡볕이고 낮이라 화면이 잘 안나와."
"그럼 워디로 가야 됩니껴?"
"아라도로 와."
아라도에 도착하니 쥔장이 줅은 악마 떼거리를 배경으로 자랑스럽게 우승컵을 들고 있는 대형 사진이 벽에 붙어 있다.
애효효~
우승 컵은 너무 멀고 그저 16강에만 들었으믄.
우리 산악회에서 얼굴, 몸 매, 미소, 썰, 매너, 곗 돈, 고소증, 유머를 따지자면 지존인 은숙씨를 포함, 필산. 원서형. 그리고 본인까정 4명이 젤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낮 술은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는 선친의 충고를 무시한 건 아니다.
조니워커 블랙을 댓자로 한 병 시킨 원서형을 못 말린 게 잘못 된 거다.
좌우당간... 게임이 시작 되었다.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전반전의 파이팅은 사람 참 흥분 하게 만들기 딱- 이었다.
특히 노랑 대구리 임흥.... 아니 이천수가 대쉬를 하여 골을 향 해 발길질을 하는 순간!
나뿐 아니라 꽉 메운 홀의 손님도 두 손을 즐고 환호를 질렀다.
아시다시피 꽝~
사건은 그때 일어 났다.
정말 고의로 그럴리는 없는 것이다.
우연, 필연이 곂치고, 악을 쓴 관객이 문제였고, 축구에 몰입하지 않고 '먹는 게 남는 거다'라고 생각한 은숙씨의 문제였다.
우리는... 아니, 엘에이 한인들는 윌셔에서, 다울정에서, 땡볕에 목 터져라 악을 쓰느데 식탐이라니!
그것 뿐일까.
서울 뿐일까,전 세계 닮은 꼴 인간들은 올빼미 맹쿠로 밤 새워 수백만 명이 에너지를 독일로 보내고 있는데 식탐이라니!
그 노랑 대구리 이천수가 슛을 하는 순간, 나는 골 인줄 알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뿐인데, 내 곁에 된장 국을 들고 마시려는 은숙씨 국 그릇을 냅다 쳐 버린 것이다.
뭐 - 물어 보면 은숙씨가, 아니 내가 부끄럽다.
어떻게 그렇게 알뜰 살뜰, 온 몸에 골고루 된장 국을 퍼 부을 수가 있을까.
"은숙씨! 꿈에 똥을 보면 횡재 수가 생긴 다잖아요. 된장인지 뭔지 찍어 먹어 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 둘은 닮은 꼴이니까 분명 좋은 일이 있을 징조 입니다. 어쩌구 저쩌구"
은숙씨가 벤소 가서 옷을 빠는지, 우는지, 나타나지 않은 탓에 진 건 아닌지 나도 모른다.
분명한 건, 꿈은 역시 믿을 게 못 된다는 경험이다.
조니워커 빈병이 허망하듯 게임 끝나고 나니, 무신 재미로 사나...그게 걱정이다.
그래도 필산이 초반전, 대~한민국~ 짜자짝 짝짝- 응원 리더 한 걸 따라와 준 손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은숙씨에게도.
어쩜 그렇게 위에서 아래까정 골고루 뿌려놓으셨3.
덕분에 아라도 주방가운입고 ~~대한민국!!!
에고~ 에고~ 그옆에 앉은 내가 잘못이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