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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vatina / Paul Potts

 

친구가 cafe의 크래식/ 명상음악 란에 Cavatina / Paul Potts 라는 제목으로 음악을 올렸다.  

이 음악이 영화 ‘Deer Hunter’의 주제 음악이라고 한다.

나도 분명히 이 영화를 보긴 했는데 음악은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깊이 빠져 들었던 일을 다시 생각나게 만들었다.


1978년도 하반기쯤이었다.

육군대학의 정규과정 1년간 교육을 끝내고 1군사령부 작전처로 전보되어 진해에서 원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매일 업무에 쫓겨 야간근무가 다반사였던 어느 날 모처럼 퇴근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보다가 ‘Deer Hunter’라는 영화광고가 눈에 들었다.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하던데 왜 하필이면 ‘사슴 사냥’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하며 갸우뚱하다가 문득 오랫동안 내 기억에서 떠났던 월남전이 다시 떠올랐다.


 “벌써 9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오 병장과 구 일병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 부상당한 부위는 어떻게 됐을까?”

 오 병장은 나와 함께 오음리에서 파월 훈련을 받은 후 같은 수송선을 타고 월남까지 같이 온소대원이었다. 작은 키, 마른 체구에 군장을 멘 모습은 군장 무게에 눌려 주저앉을까 불안하게 느낄 때도 있었으나 매사에 소총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1969년 5월11일, 도깨비 2-7호 대대 작전을 시작한 지 7일차 되던 날이다.

중대원 모두가 Sui Cai계곡정글지대에서 3일분의 C-ration과 물을 재보급 받았고 별도로 밥과 K-ration의  김치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 1시 정각에 재보급장소에서 출발해 우전방으로 진출하던 1소대가 채 10분도 못가서 적으로부터 기습을 받아 순식간에 1소대장, 첨병분대장, 첨병 2명이 전사하고 4명이 중상을 당했다.

좌전방에서 진출하던 우리 3소대는 즉시 1소대 전방으로 방향을 전환해 공격해 나갔다. 이때 내 오른쪽에서 은폐물을 따라 7미터쯤 약진하던 오 병장이 몸을 옆으로 틀면서 쓰러졌다.

“소대장님! 아이고, 아이고"하며 고통에 못 이겨 울부짖는 소리가 총소리, 수류탄 터지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들렸다.

 “소대장님 살려 주세요. 소대장니-임”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내 옆에 있던 부분대장이 잽싸게 뛰어 들어가 오 병장을 들쳐 업고 나오다 내 옆에서 둘이 함께 굴렀다. 소대를 지휘하면서 잠깐 잠깐 바라보니 대퇴부와 엉치뼈 부근에서 피가 솟고 있었다. 위생병이 두 사람의 압박붕대를 풀어 지혈했으나 잘 안 돼서 내 압박붕대를 던져주며 부분대장과 다른 병사를 지명해 중대본부까지 후송하도록 명령했다.

지옥 같은 접적전투와 마지막 야간공격으로 8시간 반만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18명의 월맹정규군의 시체가 확인되었지만 이미 우리도 많은 전우들은 잃은 다음이었으니 ......


 그리고 2달 후 우리 중대는 도깨비 13호 연대작전에 참가하고 있었다. 2주간의 작전 기간이 거의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적과 조우도 없이 7월의 찌는 더위와 갈증에 시달리면서 어서 작전만 끝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작전 종료 전날 우리 중대는 Mang Mang계곡의 계단식으로 된 특이한 잡목 소정글 지형을 통과하게 되었다.

첨병분대장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2분대를 소대 좌측 능선 쪽을 우선 점령하도록 한 다음, 중대장님에게 보고하였더니 1소대를 우리 우측으로 이동하도록 명령하셨다. 3개 분대를 횡대로 전개해 조심스럽게 수색을 하면서 전진하는데 적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아 내 오른쪽에서 전진하고 있던 구 일병이 쓰러졌다. 즉시 3개 분대의 화력을 적 방향으로 집중시키자 적은 2개조로 나누어 1개조는 2분대 정면으로 1개조는 1소대 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2분대 정면으로 도주하던 적 2명과 1소대 정면으로 도주한 적 1명은 사살되었으나 1소대원 1명이 전사하였다. 중대장님의 명령에 따라 추격을 중지하고 전장 정리를 끝낸 후에서야 부상당한 구 일병에게 가게 되었다.

위생병이 먼저 와 구 일병의 오른팔 상박과 하박에 뼈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어 너무 고통이 심해 몰핀 주사를 놓았다고 보고해 주었다. 구 일병은 큰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나를 바라보더니 구슬 같은 눈물을 주루룩 흘린다. 나 역시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 참고 위로의 말로 안정시키려고 했다.

병원 헬기가 앉으려고 굉음을 내고 있을 때 구 일병이 나에게 

“소대장님 제가 어제 첨병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오늘도 첨병이었습니다. 비록 저는 다쳐 먼저 떠나지만 소대장님은 꼭 무사히 살아 귀국하십시오. 백마!” 하며 왼손으로 경례를 한 다음 헬기에 올라 떠났다.

 

이것이 월남에서 1년간 소대장을 하면서 부상당한 2명의 소대원과의 마지막 헤어짐이었다.


70년 1월말 월남에서 귀국 수송선에 올라 부산에 도착했다.

부모님이 계신 인천을 먼저 가는 것이 자식의 도리이지만 난 대구통합병원으로 내달렸다.

행정실에서 소대원 이름과 병실을 확인한 후 곧바로 병동을 찾아갔다.

그 병동에 있는 환자는 모두가 월남에서 부상당해 장기간 치료를 받는 중상환자들만 있는 병동이었다.

병동 담당 간호장교가 내가 찾아온 이유를 듣고는 자기가 거의 1년이 넘도록 이 병동에 근무를 했는데 부상당한 부하를 직속상관이 면회 온 사람은 처음이라며 내게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간호장교가 위생병을 시켜 먼저 내 소대원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한 후 직접 앞서서 병실로 안내해 주었다. 좌우로 정렬된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보면서 마음 한편으로 내 소대원은 완쾌되었기를 기도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소대장님” 하는 소리가 들려 정면을 바라보던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오 병장은 양팔에 목발을 짚고 있었고 구 일병은 왼팔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는데 오른팔은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벌써 귀국한 지 오 병장은 8개월, 구 일병은 6개월이 됐는데...... 셋은 서로 끌어안고 반가움에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던 구봉회 일병이 갑자기 큰소리로 “소대장님 살아 오셨군요. 살아오셨어요. 축하 합니다. 감사 합니다” 하면서 더 큰소리를 내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운다.

그 때까지 침상에서 우리를 바라보던 환자들도 울기 시작하더니 온 병실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영화 “Deer Hunter"는 거의 끝나가고 있는듯 했다.

 

마약에 찌들고 폐인이 된 주인공을 찾으러 함락이 임박한 Saigon에 온 친구가 주인공이 시도하려는 러시안 룰렛을 마지막 한 번만이라 다짐을 받고는 주인공의 행동을 지켜보는 장면이었다.  리벌버 권총의 6개의 빈 장탄 구멍에 한발의 실탄을 장전하고는 돌린다음 서서히 총구를 관자노리에 갖다 댄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6분의 1의 확률이 적중되어서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며 조마조마해 하다가 터지는 총소리에 나도 모르게 “아!!” 하며 극장이 떠나도록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엉덩이는 의자에서 빠져나와 허리에 걸쳐 있었고 스크린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그 자세로 두 눈은 감고 앞 의자의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 영화를 본 다음 또 30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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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eer Hunter의 주제곡


Paul Potts

Stanley Myers 기타연주

 

그 여인은 참으로 아름다웠어
그녀를 보는 순간 태양은 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
그녀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어, 그냥 안고 싶었어

추운 겨울이지만 내 꿈속에서 그녀는 봄이었어
내 눈에 보이는 걸 어떻게 그녀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녀를 동경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를 전적으로 믿고 있으니 난 어찌할 수가 없네

너무나도 아름다웠어, 그녀가 관심두는 걸 알았네
우리 함께 나누었던 시간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을 거야
너무도 아름다웠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She was beautiful, beautiful to my eyes.
From the moment I saw her the sun filled the sky
She was so, so beautiful, beautiful just to hold.

In my dreams she was springtime winter was cold.
How could I tell her what I so clearly could see.
Though I longed for her,
another trusted her completely so I never could be free.

It was so so beautiful, knowing now that she cared.
I will always remember times that we shared.
For it was beautiful, beautiful to be 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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