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조회 수 524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수정 삭제




사진; 왼쪽부터 나마구신. 요세미티 거벽 등반가 정승권. 설명이 필요없는 엄홍길. 차세대 히말라야 거벽 등반가 박정헌.

                            문경 산악 영화제

'후진국 노동력을 팔고, 중진국은 상품을 팔며, 선진국은 문화를 판다.'
문경에서 개최 된 제 2회 산악영화제를 찾아 만났던 박인원(70)문경시장이 들려준 말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아둔한 나에겐 기막힌 비유로 들린다.
농경지보다 산이 많은 문경시가 문화를 판다면, 당연히 산악문화다.

백두대간에서 가장 긴 구간을 아우르고 있는 곳이 경북 문경이다.
무엇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산과 청정한 환경을 상품화시킨다는 말이다.
박인원 시장의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문경은 변방의 작은 도시가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된다. 퍼내도 마르지 않을 울울창창 산 부자가 문경이므로 그렇다.
박시장이 생각하는 산악영화제는 막연한 기획이 아니다. 아주 구체적이다. 이 말은 바꿔 말 해 후기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는 모든 것이 상품이라는 말도 된다.

그중에 가장 비싸 게 치는 것이 문화 상품이다. 다 아는 이야기를 하는가?.
안데르센이 창조한 동화 속 인어 공주를 보러 매년 수십 만 명이 그 먼길을 비행기 타고 간다. 우리가 보기에 천문학적 자본을 드린 헐리우드 영화가 히트를 하면, 잠깐 사이에 만문학적 돈을 번다.
그건 결코 먼 곳의 일이고 남의 일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웰빙이란 말은 삶의 질을 따지는 시대라는 것이고 문화의 시대라는 말이다.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와야한다.
사람이 오려면 길이 있어야한다. 행전차고 타박타박 걸어 넘던 문경새재가 표징하듯 문경은 산 첩첩 물 첩첩 고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이 제일 안 된 곳을 꼽으라면 막연하게 강원도를 생각하지만 사실은 경상북도 서북지역이다.
문경은 그 서북지역의 끝에 있다. 국도3호선과 34호선이 교차하는 도. 농 복합도시지만 접근은 쉽지 않았다. 문제는 길이다.
그러므로 박인원 시장의 산악문화 세일즈 구상의 바닥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있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가 이제 개통되었으므로 우리 문경시가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서울에서 빠르면 1시간 30여분만에 무공해지역인 문경에 올 수 있으니까요. 문경새재 역사와 유적 답사지로, 또 알카리와 탄산수로 용출되는 온천 휴양지로. 가족이 함께 할 테마 여행지로 문경만 한 곳이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고속도로를 통해 빈약한 중부내륙 지역의 수송체계가 월등히 개선 될 것은 사실이다.
등산이 모든 국민들 취미에서 단연 1위를 달리고 서울 근교의 산은 인파로 북적이는 요즈음, 새롭게 찾을 수 있는 문경의 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뭄 끝에 단비가 된다.
문경이 고향이고 문경산악연합회 회장을 지낸 박시장의 유별난 고향 자랑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당연히 산 자랑이고 산 사랑법이다.  
  
"죽어야 가는 극락이 있다면 문경은 살아 있는 극락이지요. 한국의 백대 명산 중 우리지역에서 4개가 선정되었는데, 곰곰 살펴보면 이 지역에서 10개 이상이 선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주흘산과 인근 산행을 즐깁니다. 산행을 한다는 건 많이 걷는다는 것이고 많이 걸으면 병원이 부도가 납니다. 사람들이 건강해져서 병원 갈 일이 없거든요. 문경새재 길을 포장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냥 놔두었지요.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놓아두었을 때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속도로 따라 서울의 자본들이 따라와 산을 개발하자는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하겠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한다.  

"시골은 어디든 같은 상황이겠지만 문경도 인구 감소 때문에 걱정입니다. 상황에 따라 산지 소득을 위하여 육림도 하고 길을 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의 바탕은 자연보존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제 문화도 바뀌고 교통도 편리해지니 떠났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 올 문경으로 거듭 나게 하려면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정답입니다."

국립공원의 효시인 미국 옐로우스톤은 관람객이 물 속에 손도 못 넣는다.
콘크리트 건물로 사람들이 즐길 위락 시설을 만드는 것 보다, 돈도 안들이고 지속 가능한 자연도 보호하며 그들은 실속을 챙긴다.
그게 좋다는 필자 같은 세계 사람들이, 또 해마다 수십 만 명씩 몰린다.

                                     2

바퀴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소개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은 길이다. 길이 탄생되었으므로 바퀴도 만들어졌을 테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길 중, 고지도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국도 1호선은 어디일까.
바로 영남대로다. 부산에서 낙동강 따라 북상하다가 문경새재를 넘어, 남한강 따라 내려가면 서울이다. 이 길은 한양 과거 길이었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진격로로 기능하기도 했다.

길은 소통이다.
길 따라 사람이 만나고 문명이 만나며 경제가 소통한다, 그 소통들이 기록되어 역사가 된다. 영남대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문경새재는 바야흐로 새 역사를 꿈꾸고 있다. 산이 많아서 골도 많은 문경의 깨끗한 물, 맑은 공기가 성큼 서울로 가까이 다가 선 것이다.
이렇게 문경이 아우르고 있는 자연과 잠재력이 오랜 잠에서 깨어 용트림을 하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난 뒤, 운무가 피어오르는 문경새재 제 1관문 '주흘관' 가는 길은 상쾌했다.
온통 초록 길이므로 그랬다. 양쪽으로 깍아 지른 산들이 빗장을 잠근 채, 유일하게 열린 곳이 문경새재 들머리다.
그 협곡 입구를 주흘관의 늘씬한 처마와 성벽이 막아섰다.
고풍스런 주흘관 대문에 8미터의 하얀 영사막이 걸린다. 조명 속 주흘관 단청은 붉지만, 양 켠에 무너질 듯 서 있는 초록 만다라 산 속에 걸린 스크린이다.  

산악영화제 야외 상영장으로 이곳을 추천한 사람은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다.
소박하고 예스러운 정취가 묻어 나는 성벽은 이로서 단절이 아닌 나눔의 장으로 바뀐다. 영화관에서 보는 삭막한 스크린이 아니다. 고풍스런 성벽과 우뚝한 산을 배경으로 하얀 스크린은 좀 더 따뜻하고 감각적이다.

오늘 초청된 엄홍길 대장의 원정에 대한 강연이 끝나자 시나브로 어둠이 내렸다.
자연적 소등이다. 영사기에서 빔이 쏘아지자 성벽의 스크린은 채색한 화폭으로 변한다. 꽉찬 관중속에서 탄성이 터진다. 히말라야가 거기에 등기대어 사는 사람의 얼굴이, 고통스레 길을 가는 탐험가 얼굴이 문경새재에 나타났다. 거친 숨소리와 지지직거리는 무전기 소리가 긴장감을 더한다.
요세미티 엘캐피탄 암벽 등반도 홀연히 나타났다. 산에 가고 싶다는 즐거운 유혹에 빠진다.

원정 기록인 보고서가 서사적이라면 영상물은 서정시다. 화면 가득 메우는 거대한 산과 배경 음악으로도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느낌이다.
산악영화라는 문화에 의해, 산은 더 이상 침묵을 하지 않는다.
거벽에 매달린 클라이머의 거친 호흡과 땀을 사실적으로 전달하여 산악문화라는 꽃을 피워 내며, 영화는 산과 사람과의 관계를 보다 진솔하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다.
그러므로 영화는 모든 걸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다.

이런 분위기의 극장은, 과문 한 탓인지 본 적도 없고 말로 들은 적도 없다.
성벽에 걸린 스크린은 인간적 감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벽의 돌 하나하나에 묻어 있는 역사성과 지난한 세월을 증거 하는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고색 창연한 자연과 현대적 영상은 전혀 이질적인 것임에도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아날로그 문화가 급속하게 디지털화 되는 과정에서 시대 정신이 바뀌는 걸보곤 한다. 따라서 산악문화의 다양성 중, 선도 할 매체로 영상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할 것이다.

산을 소재로 문학과 미술이, 사진과 음악이 없던 것은 아니나,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영화는 그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적 해석이다.
산악 문화의 여러 분야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더 구체적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니 산악문화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 된다. 산악영화는 산악인들의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 등반과 휴식이 진솔하게 그려진다. 산을 대상으로 기쁨과 슬픔, 활기와 피로, 웃음과 눈물, 명상적 순간과 광기의 순간 등으로 무한히 얽혀 얼룩져 있다. 이런 산악영화와 만남을 통해서 사람들은 산을 간접 경험한다.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 영상에 몰입하는 느낌들도 다를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산악영화의 영상은 궁극적으로 어느 산인가로 떠난 사람들의 행동기다.
그 장소는 일정치가 않다. 히말라야 일수도 있고 요세미티 거벽일 수도 있고, 산새들의 지저귐이 청량한 백두대간일수도 있고, 겨울 한라산일수도 있다. 산을 행동으로 좋아하던, 느낌으로 추구하던 주흘관 앞에 앉아 느끼는 간접 경험은 얼마나 경제적인가.
여기에 산악영화라는 문화의 경제적 논리도 성립된다.

히말라야관련 영상은 꿈을 꾸게 하고 거벽 등반의 암벽등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문경새재 성벽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살아나는 세계의 명산들. 그리고 다이내믹한 등반 과정과 현장감.
깊은 산 속에서 자연스런 소등 속에 상영 된 산악영화를 본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영화제는, 수 없는 문화행사가 태어나고 소멸되는 우리나라 지자체 현실에서 충분한 경쟁력의 가능성을 웅변하고 있다.
역시 하드웨어보다는 문화라는 소프트웨어의 힘을, 아이디어와 강력한 집행의지가 자산이 되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영화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지자체마다 백가쟁명, 넘치는 문화 행사 중 산악영화제가 문경시만의 특화된 자연을 활용하는 독보적 행사가 되길 바란다.
한국 최초로 시작 된 이 산악 영화제가, 문경의 수려한 산과 청정한 환경과 마음을 나누는 웰빙 문화제로 자리 매김 하기를 기대한다.  
그게 도랑치고 가제 잡는, 환경을 생각하게 하고 휴면을 깨우는 웰빙 문화이므로.

  • 은자씨 2005.08.22 09:41
    팔방미남 선배님!
    진짜 종합예술 산악인이시네여. 존경함다.
    근데 지금보니까 누구 닮았네여. 설경구! 맞다 카리스마빠진 설경구다!
    나 설경구 좋아하는데~~~~
  • 영순이 2005.08.22 23:15
    문경 새재 하면 왜 "전설의 고향"이 생각나고
    고개 하면 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가 생각 날까?
    여러가지로 첩첩한 전설이 많을 법 한 곳에 또 새로운 퓨ㅡ전설이 추가됨을
    추카 해야 될 일이다.
  • 2006.11.02 22:06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