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오다
호수에 발을 담근다
계절도 와서 옷을 벗는
10월의 산정 호수에
책갈피로 말라야 할 단풍잎들이
흐느낌으로 떨어진다
바람마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고독만이 현존하는 영원으로
수면엔 빛의 침묵이 흐른다
아주 먼곳에 도시라는 별난 세상이 ....
이곳의
흰 그림자에 묻히지 못하고서
자연을 안다고
사랑을 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나는 호수도 되어 보지 못했고
도시도 되어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경전을 따라 갈 수가
다행히 오늘은 호수가 맑다는 게
가슴으로 느껴진다
세월이 담겨있는 륙색에 몸을 기대니
숲속에서 나를 응시하는 또 다른 눈동자가
내려 가라 한다 물길따라 내려가라 한다
아주 작은 일상으로 되 돌아 가라 한다
먼저온 이웃들은 나목이 되어
물속에 누워 있다
모두들 똑똑했었는데
발을 건지니
작은 운명이 찬물에 떨어진다
Music: Giovanni Marradi "Innoc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