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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만난 홀리 “14좌 완등 축하, 바뀌는 건 없다”

[중앙일보] 2010년 05월 04일(화) 오전 00:52
[중앙일보]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오은선(44·블랙야크) 대장이 3일 오후(한국시간) ‘히말라야 대모’ 엘리자베스 홀리(86·미국) 여사를 면담했다. 한 시간가량의 만남에서 홀리 여사는 오 대장에게 “안나푸르나 등정을 축하한다”면서도 오 대장과 14좌 완등 경쟁을 벌이던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이 제기한 칸첸중가 등정 의혹에 대해서 캐물었다. 다음은 통역을 대동한 채 홀리 여사를 만난 오 대장이 전하는 대화 내용이다.

홀리 여사는 “왜 당신의 정상 사진 배경에 녹색 고정로프가 보이느냐. 그 로프는 정상 200여m 아래에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오 대장은 “그건 우리끼리 안자일렌(서로 몸을 묶는 것)으로 정상까지 올랐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홀리 여사는 “나는 보고를 받아 이런 의혹을 처음 알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신빙성 있는 문제 제기가 아니었기에 무시했다. 그런데 안나푸르나에 올랐던 파사반이 당신의 등정의혹을 제기했다. 녹색 고정로프 건과 셰르파 증언 등이다”라고 말했다.


홀리는 오 대장의 칸첸중가 등정 직후 성공을 인정을 했던 사람이지만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유보적 자세를 취해왔다. 특히 한국 내 일부 산악인들이 작년 11월 의혹을 제기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를 두고 홀리 여사는 “또 한 사람, 박모 대장이 당신의 등정을 의심하고 있다. 그 사람은 당시 함께 등반을 했느냐”고 물었다.

“아니다. 그는 10여 년 전에 그 산을 올랐던 사람이다. 그가 칸첸중가를 오를 때 내가 없었고, 또 내가 등반할 때 그는 당연히 없었다.”

홀리 여사가 웃었다. 홀리 여사는 50년을 네팔에 머물며 등반 역사를 기록하는 저널리스트답게 안나푸르나와 칸첸중가 등반 루트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셰르파 두 명이 당신의 정상등정을 의심한다고 파사반이 주장한다. 그 점에 대해 말해 달라.”

이번에는 오은선 대장이 웃었다. “파사반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진실성이 있다면 당당히 그 셰르파들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오 대장은 “그 셰르파들은 얼마 전 나와 함께 안나푸르나를 등정했다. 파사반이 언제 그들을 만났는가. 또한 나의 사다(셰르파 우두머리) 옹추는 그 소식을 듣고 ‘비겁한 사람이다. 남은 생명을 걸고 등반 중인데 없는 말을 만들어 내다니’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제 파사반이 답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답이 오간 뒤 홀리 여사는 “진심으로 당신의 14좌 완등을 축하한다. 아무 것도 바뀔 게 없다”고 말했다.

처음엔 성공을 축하한다는 말을 아꼈던 홀리 여사지만 오 대장과 40여분간 인터뷰를 마친 뒤 “14좌 완등을 축하한다”며 성공을 인정한 셈이다. 이어 오 대장은 2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과의 합동 인터뷰를 가졌다. 장소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빌라에베레스트’라는 한국 식당 겸 게스트 하우스. 외신 기자들 역시 주요 질문은 파사반의 등정 의혹에 대한 것이었고 오 대장은 홀리 여사에게 증언한 것처럼 담담히 대답했다.

한 기자가 질문했다.

“시비가 붙은 칸첸중가를 다시 오를 생각은 없는가.” 오 대장은 “이런 시비로 다시 오를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는 “생중계까지 하며 많은 한국인들이 성원을 보내 안나푸르나 등정을 할 수 있었나”고 물었다. 오 대장은 “아니다. 작년 실패 후 다시 이곳에 온다는 게 끔찍했다. 막판 컨디션이 안 좋고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하려는 순간 거북이처럼 나를 스쳐 정상을 향하는 폴란드 여성산악인이 있었다. 거기에 힘입어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서 카메라가 내 얼굴 앞에 놓였을 때 잠시지만 통쾌했고 세상을 얻은 것 같았다. 태극기가 바람에 힘차게 펄럭일 때 힘이 솟았고 비로소 국민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외신기자는 “당신은 여성들에게 우상이 되었다. 세계 여성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주문했다.

오 대장은 “여성이라고 주눅들 이유가 없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자신이 원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해라. 그런 일을 하다보면 꿈을 꿀 수 있고 이룰수 있다”고 말했다.

카트만두(네팔)=신영철(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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