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이 숲이나 꽃보다 아름다워 ◀ ▶ 2월 13일 2005년 Mt, Pallett 산행기 언제나 처럼 벌떡 일어나 배낭을 꾸린다. 산으로 가는 길, 집을 나서는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우리의 몸은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신경도 쓰이지 않던 부분들이 그 부분에 문제가 생기고 나면 내 몸에는 문제 생긴 그 부분만 있는 것처럼 온 신경이 그곳으로 몰린다. 발이라도 삐었을 때는 새삼스레 발에만 온 신경이 쓰이거나, 배탈이 났을 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배속으로 온통 신경이 간다던 지...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손이나 발이 추울 때에야 시리고 저려서 여기 내 손과 발이 있었구나 느껴지는 것이 그것이다. - 데블스 펀치볼(Devils Punchbowl) 공원 주차장 - 오늘 아침의 차가운 공기는 나에게 귀 끝만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쌀쌀한 날씨가 평소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던 귀 끝만이 내 몸의 전부 인양 시려온다. 이른 아침의 날씨가 이러하니 산에 오르기는 얼마나 좋을까.. 하늘은 아직 희뿌연 하고 미명인데 집합장소인 Sylmar Denny's에는 벌써 22명의 악우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한적한 숲 속 길을 걷는다.- 6대의 차편으로 5번 프리웨이에서 14번 프리웨이로 갈아탄 후 팜데일 불러바드(Palmdale Blvd.)에서 우회전을 해 페어블로솜(Pearblossom)에서 롱뷰 로드(Longview Road N6)를 거쳐 7.5 마일을 가니 데블스 펀치볼(Devils Punchbowl) 공원 주차장(4,850 feet 9시19분)에 도착한다. 오늘 우리가 산행을 할 Mt, Pallett(7,760 feet)은 하얀 눈을 이 고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데블스 펀치 볼은 모하비 사막의 끝자락이라 햇볕이 따사롭다. 왕복 16.4마일의 긴 산행 채비를 하고 숲 우거진 버카트 트레일(Burkhart trail)을 따라 한적한 숲 속 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바위 절벽이 펼쳐진 변화 무상한 자태를 자랑하는 펀치보울의 샌드스톤의 행렬은 피뇬, 주니퍼 트리 등과 함께 어우러져 회원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 스펙타클한 펀치보울의 지형 - 데블스 펀치볼(Devils Punchbowl) 수백 만년 동안의 지층변화로 인해 바위 층들이 지표면 위로 돌출과 함몰을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특이한 지형 샌 안드레아 지진대와 펀치볼 지진대, 그리고 샌게이브리얼 마운틴이 만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실제로 LA 근처에서 이 곳 만큼 스펙타클한 지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스펙타클한 펀치보울의 지형을 감상하며 붉은 샌드스톤(Sandstone)의 큰 바위들... 바위마다 그려져 있는 각양 각색의 무늬를 나름대로 상상해 보면서... High Desert National Trail 삼거리 (0.8마일 5,240 feet 9시 58분)에서 우측 길로 접어든다. - High Desert National Trail 삼거리 싸인판 -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붉은 솔잎이 깔린 한적하고 편편한 내리막 숲길을, 모두들 짙은 솔잎 향기를 맡으며 한가로이 걷는다. 어린 시절 물구나무를 서서 거꾸로 보는 세상처럼 처음 와보는 이곳 산행길이 언제나 보던 풍경이 아닌 다른 신비한 세상처럼 느껴진다. 이제 이 나이에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본다는 것이 우스꽝스럽고 쑥스럽지만, 가끔씩은 오늘같이 한번도 안 가본 미지의 새로운 곳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다른 세상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을 보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이렇게 한가하게 산을 찾는 날이야말로 숨을 크게 내쉬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을 하기에 적당한 날일 것이다. - 모두들 물에 빠질세라 조심조심 - 도강 준비가 한창인 Cruthers Creek(3.2마일 4,700 feet 11시), 모두들 물에 빠질세라 조심 조심 계곡을 건너 벅혼(Buckhorn) 캠프 장이 8마일 거리에 있다는 싸인 판을 지나 열심히 걷는다. 지금까지 잘 보였던 Mt, Pallett(7,760 feet)은 심술이 났는지 뿌연 구름 속에 모습을 감추고 하얀 눈 길이 펼쳐진다. 모두들 이곳(6,600 feet 12시44분)에서 클렘폰(Crampons)과 스패츠(Gaiters)를 착용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45도 경사의 비탈진 설 사면의 허리를 가로 질러 조심스레 걷는다. - 클렘폰(Crampons)과 스패츠(Gaiters)를 착용하고 - 미끄러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아득한 절벽 설 사면이라 12발 짜리 아이젠이 아닌 회원은 모두 내려가라고 한다. 4발, 6발 ,8발 짜리 아이젠은 버리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아까운 마음에 아직도 버리지 않는 회원이 있다. 미국의 3,000m가 넘는 고산에서는 12발 짜리 아이젠을 꼭 착용해야 한다. 1,000m도 안되는 한국의 산을 이곳 미국 산에다 비교하다니..... - 미끄러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설 사면 - 이 산의 주인이 찍어 놓은 흐트러진 발자국... 동물의 발자국만 있는 눈길을 헤치며 힘들게 올라 Burkhart Saddle( 3.7마일 6,959 feet 1시29분)에 도착 서둘러 정상으로 올라간다. 경사진 심한 눈길을 헤치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어렵고 힘들게 Mt, Pallett(0.5마일 7,760 feet 2시10분) 정상에 6명이 올라 늦은 점심을 먹는다. -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하산(2시41분)을 서두른다.- 구름위로 우뚝 솟아있는 Mt, Pallett(7,760 feet) 정상은 마치 한국의 산에 온 것처럼 멋진 소나무가 하얀 눈과 구름이 함께 어우러져 선경에 올라선 듯 한 풍경이다. 뒤늦게 정상에 올라온(2시26분) 아내와, 이은숙, 장원서 선배에게 빨리 식사를 하라고 재촉을 하고 정상 사진을 찍고 하산(2시41분)을 서두른다. -멋진 소나무와 하얀 눈과 구름이 어우러져 선경에 올라선 듯 한 풍경이다. - 미끄럼을 타고, 넘어지며 서둘러 내려가는 하산길, 어두워질세라 모두들 바쁘다. Burkhart Saddle(0.5마일 6,959 feet 3시5분)을 지나 Cruthers Creek(3.7마일 4,700 feet 4시34분) 계곡을 건너 High Desert National Trail 삼거리 (3.2마일 5,240 feet 5시44분)에 도착하니 산 중은 서서히 날이 어두워진다. - 서둘러 내려가는 하산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두움은 어머니 같아서, 죽음과도 같은 평온한 잠이라 모든 생명들은 언제나 그 속에서 편안하게 잠에 빠진다. 이름 모를 새의 소리와 계곡물 소리가 눈 덮인 겨울 산에 청아하게 울려 퍼지고....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내는 시인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아내와 둘이서 까만 어둠 속을 헤치며 하산을 한다. - 어둠 속에서 조동철 선배님이 준비한 하산 주로 목을 축이며 - 언제나 가슴속에 빛나는 별 하나를 간직하고 걷는 사람처럼, 가슴속에 빛나는 별빛을 꺼내 비추며, Devils Punchbowl(0.8마일 4,850 feet 6시2분)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둠 속에서도 모든 회원들, 조동철 선배님이 준비한 하산 주로 목을 축이며 아직도 하산을 못한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남을 걱정하며 기다려 주는 악우들의 따듯한 마음이, 사람이 숲이나,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까만 어둠의 세상(6시37분)을 벗어나 환한 LA로 달려간다.
행복과 사랑과 축복의 풍경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