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내 산행의 주인은 바람이다.◀ ▶ 1월 29일 Mt, Baldy 산행기 몸이 아프다며... 오늘 산에 안 가겠다는 아내의 반가운 소리를 듣고는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에 흥분하여 아름답고 하얀 그녀를 생각하며 이른 아침 프리웨이를 달린다. 끝없이 연결되어 다가오는 자동차 불빛을 보며 마치 개미가 줄지어 먹이를 나르는 것 같다. 남들이 잠든 일요일 아침에도 겨울밤의 깊은 밤에도 그 행렬은 개의치 않는다. 깨어있다는 것이다. 그래 깨어있어야 희망과 꿈이 현실이 되어 내게로 온다. 희망과 꿈 그것은 만드는 것이다. - South Face 설사면 - 언제나 잔잔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그녀 그녀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려온다. 내 눈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고, 내 마음이 그녀를 알고 있어서 못보고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 흥분된 마음을 달래며 마냥 달린다. 그녀가 좋은 이유를 대라면 나는 이유를 댈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유를 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인은 손으로 시를 쓰고.. 가수는 목소리로 시를 쓴다면,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늘 아름다운 몸으로... 온 몸으로 시를 쓴다고 표현 할 수밖에 없다. - 하늘은 높고, 깊고, 푸르다. - 그녀의 가녀린 조용한 숨소리와 때론 거친 흥분된 숨소리를 생각하며 그녀가 내 귀 가까이 에서 소곤대며 불러주는 아름다운 시.. 정말 아름답다.... 내 코끝에 벌써부터 이른 아침 상쾌한 이슬 머금은 그녀의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로의 마음이 제일 좋은 집이고 세상에서 제일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은 사랑하는 사람 마음에 짖는 집이라며 늘 마음속에 둘만의 아담한 집을 짖자며 얘기하던 그녀를 생각한다. - 재미산악회 27명의 꾼들 - 오늘도 어김없이 모인 재미산악회 27명의 꾼들 모두들 지난 한 주간의 정담을 나누기에 내 마음속의 그녀를 보지 못한다. Manker Plats(6,160 feet 8시49분)에 도착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며 냉정하게 대하는 차가움에 온몸이 써늘함을 느낀다. 이크 ! 이거 괜히 왔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하얀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오늘도 풍만한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 눈 흘기며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는 - 오랜만의 만난 그녀, 햇빛은 밝게 비추고 넓은 도로를 따라 다정히 걷는다. 참 편안하다. 땀을 흘리는 일은 추운 날씨가 제격, 눈 흘기며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는 그녀의 냉정한 모습에 더욱 더 기대가 된다. - 얼음 투명 수정 장식 - 비온 뒤에 더 단단해 진다고, 우리의 사랑도 더 깊어 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기온이 내려가면 공기는 더 맑아지는지 하늘은 높고, 깊고, 푸르다. 자 우리의 사랑은 이제 시작이다. 숨을 깊이 들여 마시니 시린 그녀의 향기가 폐 끝에까지 닿는 것이 답답하고 침침한 창문과 커튼을 열어 젖히고 한바탕 환기를 시키는 것처럼 시원하다. 그녀를 만나 기만해도 내 피가 맑아진다. '아, 차가운 겨울 여자, 당신이야..' 나는 더 크게 그녀의 내음을 맡는다. 날씨는 차갑지만 눈길도 아니고 언 곳도 없어 걷기는 아주 좋다. 사랑은 처음 시작할 때가 힘들지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린 다는데... - 환한 미소를 지며 나를 맞는 그녀를 보며- Sierra Club Ski Hut (2.7Mile 8.000 feet 10시48분)에 도착하니 순결의 백색 드레스와 눈부신 하얀 면사포를 쓰고서 얼음 투명 수정 장식으로 온몸을 치장을 하고 환한 미소를 지며 나를 맞는 황홀한 그녀를 보며 가슴이 떨리며 굳어진다. 45도 경사진 South Face(11시2분) 설 사면을 오른다. 열심히 오르니 이 추위에도 땀이 난다 더워서 저절로 흐르는 땀보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땀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추위를 이겨낸 내 몸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니. 내가 꼭 마술사가 된 것 같다. - 발디 정상은 온통 하얀 바람이 - South Face 설사면 중턱쯤 올랐다 바람은 더욱더 거세고 차갑다. 내 몸을 날려보낼 듯한 거센 바람은 하얀 눈보라를 일으키며 차갑고 무서운 공포심을 일으키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발디 정상은 온통 하얀 바람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르며 무서운 소리를 지른다. 이 바람을 헤치며 앞서 올라가던 6명의 꾼들..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하나, 둘, 하산을 한다. 바람과 맞서 올라가다 뒤 쫓아 올라오는 회원들에게 지금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불어 위험하니 장비가 부족하고 자신이 없는 회원들은 하산을 하라고 말한다. 모두들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산을 시작한다. - 바람과 맞서 올라가다 - 이제 남은 7명의 꾼들 정상의 꿈을 안고 엄청난 바람을 맞서며.. 한발 한발 전진한다. 산아래 그 편안하고 따뜻한 집을 놔두고 왜 얼음밖에 없는 산 정상을 오르려고 이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일행의 진지한 표정과 태도에서 산행은 심심풀이 땅콩 먹듯 하는 레저가 아니라 고행이며 신앙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찬바람에 손이 시러워 능선 안부 못 미처에 도착(12시28분) 배낭에서 오버 장갑을 꺼내다 그만 바람에 날아간다. 뒤쫓아오는 배회 장에게 잡아 달래니 잡을듯하다 놓쳐 밑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져 내려간다. 14년을 낀 분신과도 같은 소중하고 정든 장갑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에 산행을 포기하고 글리세링으로 미끄럼을 타면서 쫓아 내려가 보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다. 허전한 마음으로 Sierra Club Ski Hut(8.000 feet 1시50분)에 도착하니 빨강 오버 장갑이 산장 문 앞에서 방실 웃는다. - Sierra Club Ski Hut 에서 - 오늘 내 산행의 주인은 바람이다. 바람,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서 바람이라고 했던가.... 바람이란 것이 무엇일까, 왜 불어오는 걸까,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멈추는 걸까..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으나 분명히 있는, 끊임없이 누구인가 무엇인가를 흔들어대는 바람의 신비 그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서 바람이라고 했던가.... -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데 고생을 할 수 없으니 낙도 찾기 힘들다. 오늘 날씨가 오랜만에 겨울답게 추운 것이 참 좋았는데.... 정상을 못했으니.... 눈 덮인 산이 아쉬움까지 보태져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상을 등정하고 내려오는 6명의 꾼 들을 만나(2시54분) 발목을 삔 브라이언과 Manker Plats(6,160 feet 4시37분)에 도착 회원들이 기다리는 베어 케년 입구 레스토랑에서 하산 주로 오늘 산행의 아쉬움을 달랜다.
한 사람을 추억하다
몸의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오버장갑을 찾게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