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옘병, 뭔 눈물이 이렇게 흐르는 거야. 한심하기도 해라. 주위 사람 창피하기도 하고. 이제 그만 뚝. 그래도 자꾸 나와. 최류가스 눈에 든 것도 아닌데, 자꾸. 에라- 흐르던 마르던 네 마음대로 해라. 의지대로 통제가 불가능하다면 이미 내 것이 아니니까.

그렇게 훌쩍이며 본 비디오 영화의 제목은 '호타루'였다.
일본인들을 눈물과 감동 속으로 침몰시켰다는 2002년에 개봉 된 영화다. 공연히 일본이라면 눈을 흘기며 바라봤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의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 중,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나에겐 영화다. 노벨 문학상을 탄 가와바다 야스나리라든가 그 동네 작가들의 번역본에서 느끼지 못한 것은, 순전히 내 눈이 밝지 못함에서다. 그러다 보았던 '철도원'이라는 일본 영화에서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시작되었다. 서정적 영상하며 정제된 묘사가 놀랍도록 신선한 영화였다.

그런데 최대 관객동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철도원' 보다도, 나는 호타루... 점수를 더 주고 싶다. 그게 마땅하다. 왜냐하면 철도원 보다 호타루에서 눈물, 콧물을 더 흘렸으므로 그렇다.
'아사다 지로'라는 일본 이야기꾼의 원작 단편을 영화로 만든 게 '철도원' 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영화 '철도원'의 제작팀은 이야기꾼만 빼고 2년후 다시 뭉쳤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시골마을의 자그마한 역 '호로마이'에서 철도원이 시작되었다면, 호타루는 가고시마의 작은 어촌으로 앵글을 옮긴다.

호타루는 우리말로 반딧불이, 즉 개똥벌래다.
미국에 있는 지인... 좀 울어 보라고 이 영화를 강력히 권했더니 시를 하나 보내왔다.

         개똥벌레...  

                     시. 김동찬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세상의 빛이 되었던 너를 그린다.

그렇게 별처럼 초롱초롱
말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그런 방식의 사랑은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네가 사라진 들판은
피비린내만이 흐르고 있다.
사람들은 그럴듯한 이름의 가면을 쓰고
종교를 말하면서 테러를 하고,
정의를 말하면서 전쟁을 한다.

목숨이 우수수 지는 가을의 길목에 서서
오래 전 여름밤에
수줍게 반짝이던 네 이름을 생각한다.



벌레

철도원... 얼굴을 익힌 다카쿠라 켄이라는 배우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사람 보는 눈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인지 그이는 소위 일본의 '국민배우'다. 말없이 세월을 살아가는 남자의 정서를 대변하는 그이의 절제된 연기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초월한 한 남자의 정서를 고스란히 투영한다.

일본 가고시마의 조용한 어촌 마을. 주인공 야마오카는 수 십년간 원양 고기잡이로 명성을 떨쳐온 실력 있는 어부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 도모코(다나카 유코)와 그녀의 이름을 딴 어선 '도모마루'가 황혼녘 인생의 전부였다. 자식도 없었다. 그러다 도모코... 불치의 신장병이 생기자 야마오카는 간병을 위해 연근해 양식업으로 직업을 바꾼다.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이들의 일상에 천황의 죽음이 들려온다.

그것은 잊고 있었던 과거를 회상해 내는 계기가 된다.
뒤이어 옛 친구 후지에(이가와 히사시)가 산 속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 사람의 자살을 깃 점으로 야마오카 부부는 가슴속에 묻어왔던 과거를 본격적으로 회상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특공대원으로서 세뇌, 혹은 군인 정신이 투철한 죽은 이는, '쇼와' 시대가 끝난 것 즉, 천황의 죽음을 따른다.

2차대전이 일본의 패색 짙은 전황으로 막바지에 이를 즈음인 1945년. 당시 가미가제 특공대원이었던 야마오카와 동료 후지에는, 마지막 출격을 눈앞에 둔 가네야마 소위의 피 맻힌 유언을 듣게 된다. 가네야마는, 조선 안동 출신으로 그의 이름은 김선재였다.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을 약혼녀... 전해 줄 것을 두 후배... 부탁한다.

'나는 일본을 위하여 만세를 부르고 출격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 비행기를 적함에 돌진시키며 죽어 가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약혼녀와 조선에 있는 내 가족을 위하여 지금 만세를 부르는 것이다'
죽음까지도 영광스러운 군국주의로 세뇌 된 일본 군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이었고 들을 수도 없는 표현이었다.

그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약혼녀... 닿을 수 없는 이별을 고한 채 폭탄을 안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남지나해에서 별처럼 조각이 되어 사라진다.
전쟁이 끝나자 야마오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진 가네야마의 약혼녀, 도모코를 만난다.
그후 도모코가 가네야마를 잊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상처까지 사랑한 야마오카는 그녀와 결혼을 하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전쟁은 끝나고 세월은 흘렀다. 공군기지가 있던 치란의 식당주인 도미코 여사(나라오카 오모코)는 죽음을 목전에 둔 가미가제 특공대원들... 누이 같은 존재였다. 죽음이 두려워, 혹은 슬퍼 술을 마시는 젊은이들을 감싸 않았던 여자였다. 그녀는 야마오카... 말한다. 몸이 불편한 자신 대신 가네야마 소위의 유품을 한국에 있는 유족들... 전해 달라고.

야마오카는 신장병으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아내의 회한을 달래주기 위해, 그리고 상처받은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철도원에서는 눈덮힌 플랫홈에서 죽어 갔지만 호타루의 다카쿠라 켄은,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와 한국 안동으로의 마지막 여행에 나선다.
감정을 농축시킨 이들의 안정된 연기는 세대를 아우르는 훈훈하고 가슴 아픈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선재의 친척들과의 미묘한 조우. 그리고 가묘로 남은 김선재의 무덤을 배향하고 어스름에 하산 할 때 그들은 반딧불이, 호타루를 본다. 반딧불이는 김선재의 영혼이라는 암시 속에 도미코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 호타루를 이야기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휴먼을 아는 감독의 따스한 시선은 조용한 목소리로 과장되지 않은 표현으로 우리의 가슴에 아릿한 화인을 남기고야 만다.


오늘에서야 알겠다.
왜 네가
휘황찬란하게 번쩍이던
종교, 이념, 민족, 사상, 문화, 예술....이 아닌가를,
사랑이 아닌가를,
시가 아닌가를.

정작
개,
똥,
벌레만도 못한
우리들을 피해
무주 구천동 어디엔가에
숨어 지낸다는 네가
부끄럽게도
부끄럽게도
그리웁구나.

김선재의 마지막 밤, 야마오카는 김선재로부터 사랑하는 토모코... 마지막으로 전해 주라는 말이 있었다. 일본이 아니라 사랑을 위하여 죽는다는. 그 말을 차마 전달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날의 말은 죽어 가고 있는 지금의 아내... 할 말은 아니었다. 그 말은 평생 야마오카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안동의 김선재 친척 앞에 서서야 비로소 그 말을 전한다. 모두... 말하는 듯이. 하지만 자신의 아내... 하는 말이기도 했다.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토모코가 자신의 주변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남편으로서의 야마오카.


전쟁이라는 격동의 세월 속에 국가와 민족의 이질성에 싹튼 우정과 사랑. 야마오카 역시 가미가제로 죽었어야 함에도 살아 남아, 상관이자 존경하는 선배였던 김선재의 약혼녀와의 결혼. 그것이 살아 남은, 더 살아가야 할 야마오카...는 지울 수 없는 또 하나의 빗이었다.

이국인임에도 일본 군국주의의 강요로 인해 죽어 갔는데 일본인임에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기 자신. 그런 갈등과 이념도 영화의 전편에 흐르고 있다.

전쟁이란 참혹한 것이다. 당연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전쟁도 문명의 이름으로 야만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모를 일이다. 눈 없는 포탄이 눈 달린 사람을 죽이고 자르는 작금의 광란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심사가 비디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는지. 울 일없어 그렇게 핑계를 대고 펑펑 운 것인지.

그럼에도 영화 호타루는 포근하다. 마음의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의 만남과 운명을 따뜻한 눈으로 그리고 있다. 그때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도, 그들의 상처와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는 건 아닐까.


  • www_79im_com 2015.03.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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