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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광화문 넘어 청와대 뒷산 북악은 눈에 하얗게 덮혀 있다. 영하 5도. 몹시 춥다. 움츠리고 길을 가는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종로는 여전히 차량이 밀리고 있다. 차량 꽁무니에서 나오는 허연 배기 가스가 온통 얼어붙은 겨울에도 살아 있는 걸 증명하는 것 같다. 이 추운 날 전경들이 몽둥이, 아니 진압봉을 집고 혹은 차고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다. 미국 대사관이다. 세종로 입구에 긴칼 차고 의연하게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닮았다. 이 풍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산 3호 터널을 지나 용산미군기지 앞을 지난다.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용산기지 높은 담벼락 위로 성긴 가시철조망이 서늘하다. 세계 제1의 첨단화력을 자랑하는 미군 부대 앞에도 역시 전경들의 몽둥이가 지키고 있다. 한국을 지켜 준다는 미국 군대를 한국 전경이 지켜주고 있는 풍경.
막강한 미군의 전투력을 원시적 몽둥이 들고 지키고 있는 전경들을 보며 조금 혼란스러워 진다.

풍경 2

제13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월 6일 끝났다. 북한측 대표자인 김성령은 불만을 터트린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지 못해 협력다운 협력이 단 1건도 없다고 비난한다. 그는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앞으로 6개월간 남측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겁도 준다.

그러나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 너무 많이 퍼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을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금강산 관광경비 지원금으로 책정했던 2백억원중, 199억의 예산을 국회의원들이 다수결로 묶어 버렸다. 그런데 1억은 왜 남겨 뒀을까. 금강산 관광의 주체인 현대아산은 누적적자가 3400억원에 달하는 등 파산 직전에 놓였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다. 관광객이 연간 50만명을 넘어야 수지가 맞지만 관광객은 계속 줄고 있다. 급기야 속초에서 떠나는 관광선 설봉호 운항을 중단 시켰다. 그러나 대안으로 나온 육로 관광이 있기에 아직은 금강산을 볼 수 있다.
나는 그 길로 금강산을 갈 것이다. 길은 다니기 위해 존재하니까.

풍경 3

어제 저녁엔 영화 실미도를 보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이라는 유혹 덕이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영화 평은 내 몴이 아니다. 영화를 보며 몰랐던 사실하나를 발견하고 화드득 놀란다. 어째서 나는 이렇게 간단한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간첩과 무장공비는 북한이 남한에만 보내는 것 인줄 알았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놀랍다. 그렇게 세뇌 받은 편견이 문제였다 해도 잘못 안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군정보사령부가 1월 21일 국회 국방위 이경재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가 발표되었다. 거기에 따르면 지난 51년 육군첩보부대(HID)가 창설된 뒤 94년까지 양성된 북파공작원은 1만3천여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중 사망자 및 행방불명자는 7천8백여명, 부상자는 2백여명이다. 나머지 5천여명의 생사여부는 확인 할 수 없다는 보고다. 확인 할 수 없다는 것은 실종, 죽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많은 북파 공작원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걸 이제 알았다는 것이 더 놀랍다.
주입식 반공 교육의 힘이다. 사망자가 그렇게 많다는 것이 슬프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주검이 잊혀져 있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지옥훈련을 받은 북파공작원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죽어갔나. 분단 후 북한의 공작원 잠입 못지 않게 남한도 북한에 공작원을 보냈다는 것을 이제 일반인도 아는 시대다.  

풍경 4

육로로 비무장지대를 넘는다. 그런데 이곳이 왜 비무장지대로 불리는가. 틀렸다. 중무장지대로 부르는 것이 맞다. 수 없는 초소와 대전차 콘크리트 방어막과 철책으로 요새화 된 이곳은 중무장지대다. 도저히 비무장지대라는 수사가 어울리지 않는 강력한 군사력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곳이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반도를 횡단하는 249.4km(155마일)가 소위 38선이다. 이 군사 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선이 비무장지대의 남방 한계선이며,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선이 비무장지대의 북방 한계선이다.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지역이 바로 비무장지대다. 이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전체의 약 0.5%, 3억평(10만ha)의 면적에 해당된다고 한다. 민통선 통제지역까지 포함하면 10억평(30만ha)이 넘는 방대한 지역이다.

사진 촬영금지는 당연하다. 임시출입국관리소에서 월경 신고를 하고 버스에 탄다. 동승한 안내원이 사진 찍지 말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한다. 주위 풍경도 사람도 살벌한 것은 겨울 탓만은 아니다. 남방 한계선 3중 철조망에 뚫린 통문으로 비무장지대로 들어섰다. 미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초병을 선다. 5분 남짓 가다보니 녹슨 양철판이 보인다. 38선이다. 벌겋게 녹슨 양철판에 쓰여진 38선이란 글씨는 알아 볼 수도 없다. 이게, 이 한 장의 양철판에 분단 오십년의 역사가 묻어있다.  
사실 북방, 남방 한계선 2킬로라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적을 관찰 할 수 있는 높은 지형을 찾아 서로 야금야금 진출하다보니 이젠 얼굴도 알아 볼 수 있는 지근 거리로 좁혀졌다.

풍경 5

푸른 파도가 지척인 동해안도 인적이 없지만 우리가 가는 길인들 인적이 있을까. 비포장 길과 해안 사이에 호수가 보였고 그것이 양사언의 시에 나오는 절경 감호라는 걸 알았다. 왼쪽으로는 동해선 철도 복원 공사구간이 겨울철 일손을 놓고 있고, 도로 역시 그랬다. 도로 곁에는 지뢰 조심이라는 경고 문구가 섬뜩하다. 38선을 넘으니 북쪽은 더했다. 지뢰조심이라는 경고와 함께 고압선이 분명한 전기 철망이 길 양쪽으로 있다. 북한 쪽이 설치한 것이다. 낮은 야산은 모두 민둥산들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금강산이고 해금강이라던가. 기암괴석과 푸른 파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어쩐지 생경하다.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모습이라 그런가.

남쪽이야 당연히 간첩과 공비 침투를 방지하기 위하여 3중 철책과 지뢰, 그리고 초소가 필요하지만 북한은 왜 그럴까. 에너지 난이 심각하다 못해 거의 빈사지경인데도 이 변방을 고압선으로 무장 시켜 놓다니. 아마 북한 주민의 님쪽 탈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금방 쓴웃음이 나온다. 그들 역시 실미도 영화처럼 무서운 남한의 간첩과 무장 공비를 막기 위한 당연한 방비책일 뿐이다. 그걸 자동적으로 왜곡하여 이미지로 떠올릴 정도로 나는 반공정신이 투철하다.

풍경 6

남쪽에는 그래도 야산에 나무도 듬성듬성 보였는데 북쪽은 완전 민둥산이다. 인민군들이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베어 냈다는 말과 작전을 위한 시계(視界) 확보로 그랬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그 둘이 맞물린 경우 일수도 있다. 비무장지대 주변은 해마다 3, 4월이면 남북한 간 맞불작전을 펼쳐 사막화 시켜놓고 있다. 적의 침투를 경계하기 위하여 사방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비무장지대에서 나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유다. 끔직한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역시 그렇다. 그 당시 시계를 가리던 미루나무 한 그루를 베다 미군 두 명이 인민군 도끼로 살해되고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다.

군인의 존재 이유는 적을 물리치는데 있다. 그러므로 중무장지대가 된 비무장지대에서 작전은 자연과의 싸움 일수도 있다. 서로 바짝 다가선 감시초소까지 군사 보급로를 내야하고 한판 붙을 때를 대비한 벙커를 만든다. 선제 공격에 대비한 감시를 위하여 시야를 가리는 숲을 제거해야 한다. 사람 목숨보다 나무가 귀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곳이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이 이상하다.

풍경 7

비무장지대가 중무장지대인 결정적 자료는 지뢰다. 국회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전쟁 이후 탐지 불가능한 대인지뢰가 1백만발 이상 이곳에 매설되어 있다. 몇 걸음마다 1발 이상의 분포다. 이 지뢰는 간첩의 침투 방지는 물론 모든 걸어 다니는 것들의 접근을 막을 것은 자명하며 또 그렇게 발표되었다.
남한이 뿌린 발목지뢰와 북한이 심어 놓은 목각지뢰는 지뢰탐지기로도 탐지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중무장지대는 세계 제1의 지뢰위험지역이라는 것에 누구든 부정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비무장지대를 건너 다녔던 사람들은 간첩이나 무장 공비 외엔 없다. 어자피 목숨 건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위험을 인지 할 수 없는 동물들도 발은 달렸다. 가끔은 그 동물들도 지뢰에 수난을 당한다고 한다. 사람의 접근을 이중 삼중으로 막고 잇는 이곳은 생태계는 건강하게 살아 있는 자연의 보고라고 한다. 멸종 위기를 맞은 천연기념보호 동물인 산양이 이곳에서 떼거리로 발견되기도 했다. 삶과 주검이 함께 공존하는 별난 공간이 이곳이다.

풍경 8

드디어 북방한계선을 넘는다. 차창 앞쪽으로 인민군이 붙박이처럼 부동자세로 서있는 것이 보인다. 누런 황토빛 외투와 털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다. 그들의 군복 색깔을 우리는 국방색으로 불렀다. 국토를 방위하는 사람들이 즐겨 입던 옷 색깔이라는 말이다. 모진 바람 속에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그들을 보며 내심 긴장한다. 이곳도 3중의 철책선이다. 다만 남쪽처럼 견고하지 못하고 왠지 허술해 보인다. 초소와 벙커에 공급되는 전봇대도 자연산 나무를 벌채해 만든 것이 분명하다. 탱크 저지용 콘크리트 방어막도 조잡한 느낌이다. 그들 중 한 명이 차에 올라왔다. 우리에게 익숙한 검문 또는 조사가 있겠습니다...라는 인사도 없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나와 마주친 눈길은 매섭다. 남쪽 병사들보다 확실히 왜소해 보인다.

왜 나는 인민군으로부터 검문에 앞서 경례를 기대했을까. 그렇게 길들여져서다. 이 군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분명히 적국민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양성된 한국군.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적군의 실체적 주인이다. 그런 내가 이들의 검문에 앞서 국민에 대한 예우를 생각했다. 내 생각이 옳은가? 아니면 내 잣대로 잰 편견인가. 정치적 결정에 따르겠지만 이들의 역할은 적으로부터 자신과 나라를 보호 할 국토방위다. 적국의 국민에게 경례라는 최상급 존경의 표시는 할 수 없겠다. 그 점은 분명한 것이고 나 같아도 그럴 것이다. 올라 올 때처럼 내려 갈 때 역시 말 한마디 없다. 손을 양쪽으로 힘차게 휘젓는 걸음걸이가 생경하다.

풍경 9

북방한계선을 넘어 금강산 들머리로 갔다. 금강산 막내 격인 구담봉이 지척에 보였고 하얗게 흰눈을 쓴 채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준령이 우뚝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과 우중충한 잿빛 낮은 건물들. 등짐을 메고 한적한 길을 가고 있는 여자와 친친 얼굴을 감싼 채 그 여자를 따르고 있는 꼬마. 어느사이 지겨운 철조망이 길 양쪽으로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 년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철망 넘어 세계와 안쪽 세상은 다르다. 싫지만 현실이니 그걸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일종의 보세구역인 철망 안에서만 행동한다. 그들 역시 철조망 안을 들어 올 수 없다. 이 철망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우리를 격리하고자 만들어 진 것인가.

신기루처럼 현대아산이 만든 온정각의 체육관과 기타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 쪽으로 정몽헌 회장의 기념비가 보인다. 길은 열리고 사람은 다녀야 한다라고 주장하다 먼저 간 그의 생각을 잠깐 했다. 장전항과 온정각은, 미국으로치면 라스베가스다. 경제적으로 공평하게 못 살자는 북한이 우리 눈에는 사막 같이 보인다면, 제대로 위락시설을 건설해 놓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싸자는 온정각은 라스베가스다. 비록 도박판은 없더라도 남쪽과 똑 같은 건물을 지어 놓고 관광객 돈 노리고 사람을 모으고 있는 이곳 역시 라스베가스다. 라스베가스는 보는 사람에 따라 오아시스도 되고 소돔과 고모라 같은 퇴폐의 도시로 분류 할 수도 있다.

야외 온천 탕에 몸을 담근 채 세존봉 연화봉 관음연봉을 바라보다, 갑자기 이건 코미디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 www_79im_com 2015.03.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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