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명이 산행을 니섰다.
카풀로 포니 주차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상치 않다.
그러나 지난 주 보다는 많이 약해진 편.
올 봄 붐비던 PCT 뚜벅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 명도 만날 수 없다.
PCT 종주 성공율이 40%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만났던 뚜벅이들은 과연 그들의 오랜 꿈을 이루었을까.
코가 매운 바람은 이제 겨울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회장이 없어도 자동으로 헛둘~ 헛둘~을 스트레칭을 한다.
성의 없는 헛둘~ 이지만 무릅을 만지며 “오늘도 잘 부탁한다”는 기도만은 진지하다.
골바람이 차다.
장갑을 끼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땡스 기빙 연휴라 그런지 산이 텅 비었다.
산행 중인 사람을 한명도 만날 수 없다.
가고 오는 게 삭풍 바람뿐이랴.
PCT 하이커도 갔고, 가을도 갔다.
우리의 퍼시피코도 올 해로서는 마지막 아듀 산행.
가을꽃도 이미 졌는지 모조리 사라졌다.
사라진 꽃은 겨울에 필 눈꽃을 예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엘에이 근교의 산엔 사시사철 꽃 잔치판이다.
바람은 차갑지만 하늘은 환장하게 푸르다.
바람이 불지 않는 능선을 만나면 아직 영하의 기온은 아니다.
꽃 중엔 아마 눈꽃이 제일 예쁠 것이다.
그러므로 무심히 가고 오는 계절이지만 우리는 온전한 사계절을 즐긴다.
우듬지 큰 나무가 넘어져 있는 트레일을 발렌티어들이 잘라 길을 틔여 놓았다.
고마운 사람들.
고도를 올리니 모하브 사막이 아스라이 보인다.
사막을 휩쓸고 달려 온 바람이 이렇게 차가운 걸 보면 뜨거웠던 여름이 있긴 있었던가?
가라~ 가을이여, 오라~ 겨울아.
한 해가 저물기 때문일까?
종일 산속을 걷다보면 큰 바위 얼굴이 된다.
올 해가 가기 전 모든 것들과 화해하고 모든 것들에 용서를 빌고 싶다.
PCT와 퍼시피코 정상에 이르는 갈림길을 만났다.
가파른 지름길 말고 이번엔 소방도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자고 김공용회원이 주장한다.
그 말대로 한 게, 오늘 그가 뒷풀이를 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만에 가보는 길이기에 그렇다.
강희남 회원도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고 좋아한다.
드디어 정상.
바람을 막은 바위 그늘에서 따끈한 생강차와 점심을 먹었다.
숙제를 끝내고 즐거운 하산 길.
다음 산행에서는 겨울 채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언제나처럼 라운드 피자에서 에너지 한잔과 피자를 먹었다.
뒤풀이는 이 동네 터줏대감인 김공용회원이 만들었다.
김공용회원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