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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앨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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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조세핀 송년 산행에는 9명이 참석했다.

말 그대로, 날짜까지 똑 떨어지는 12/ 31/ 2023 마지막 산행.

 

그제 내린 폭풍우 여파인지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카풀 장소엔 산호세에서 온 여성 재키한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2번 도로 구름이 넘나드는 계곡마다 진경산수화 그림 흉내를 내고 있다.

몸을 구성한 세포는 산 앞에서 기쁘다고 아우성이지만 마음은 다르다.

계곡에 침잠한 운무처럼 낮게 갈아 앉았다.

 

1226.

오랜 회원이었고 산악회 총무로서 수년간 봉사를 한 송총무님이 돌아가셨다.

활기 찬 그분을 아는 모든 회원들이 그 소식에 황망했을 것이다.

 

우리는 수 십년을 그분과, 우리들의 산에서 땀을 나누었다.

산행이나 행사 어디서나 언제나 당당했던 송총무님.

 

매년 그랬듯 이번 40회 산악축제에서도 모든 이들의 식음료를 챙겼다.

병환이 깊어 위중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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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 시· 김성태 작곡 이별의 노래중 3절

 

나는 송 총무님을 잘 안다.

우리의 텃 산인 LA근교 산행에서 무수한 땀을 함께 흘렸기 때문이다.

이스턴 시에라 산맥의 그림 같았던 산행과 야영.

 

지금도 가기 힘들다는 티베트도 함께 갔고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도 갔다.

우리 산악회 주관 200여명이 모였던 맴모스 합동 야영 때도 송 총무님이 있어 든든했다.

 

작년에도 맴모스 스키 트립에서 우리는 설국 데이트를 했었다.

그런 세월의 두께가 몇 십 년 쌓였으니 잘 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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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난 송 총무님을 잘 모른다.

 

난 그녀의 본명이 무엇인지, 그녀의 성씨 이 남편의 성인지도 모른다.

사석에서 만날 일이 없으니, 산에서 만날 때만 반가웠던 얼굴.

 

투병 생활이 십 년이 넘었으며 찾아 든 병을 친구처럼 동행했다는 후문.

병과 싸우면서도 그 불편함을 밖으로 내색하지 않았다는 지독함.

 

자신의 화장 장례식은 가족끼리만 진행하라는 유언.

송 총무님은 죽음을 마주 하고서도 주체성이 강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부음을 전해 듣고 며칠 간 침울했었다.

눈 앞 계곡에 갈아 앉은 운무처럼 마음도 그렇게 앙금이 되어 침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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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별의 노래 2절.  

 

익숙하지만 구름 속 낮선 산정.

모처럼 모든 회원이 정상에 올랐다.

 

회원뿐 아니라 회원들이 잘 아는 시에라클럽 회원들도 만났다.

한인화가 샤론 부부도 정상을 함께 올랐다.

 

누군가 송총무님 부음 소식을 그들에게 전했고 기꺼이 추모 묵념을 올렸다.

이렇게 많은 산우들이 송총무님을 알지만 이제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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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시작했다.

그때도 잔뜩 찌푸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박목월 시 이별의 노래를 휘휘 불며 마음을 추스린다.

조금 일찍 갔을 뿐, 틀림없이 머지않아 만날 텐데 너무 서운해 하지 말자.

 

그녀와 함께 섰던 정상에서 묵념을 올린 것이 퍽 위안이 된다.

이제 유골이 되어 산악회 몫으로 올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녀가 이생에서 남긴 흔적을 그녀의 산에 산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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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이별의 노래 1절.

 

지금 온통 푸르른 조세핀 숲도 곧 백설로 뒤덮일 것이다.

그렇게 가고 오는 계절처럼, 우리 삶 역시 그러한 걸 잊지 말자.

 

어느 회원이 사랑하는 발디에 송총무님 유골을 모시자고 했다.

어느 산인들 무슨 대수랴.

 

그녀의 땀방울이 깃든 산이 셀 수없이 많은데.

우리 정기 산행에 맞추는 어느 산도 그녀는 찬성할 것이다.170407768872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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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좀 억울 해서 이별의 노래 후렴부를 계속 읊조리며 하산을 재촉했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계속 휘파람을 악을 쓰듯 불며 하산을 마치자 우울도 많이 날아갔다.

 

라운드피자에서 아리샤 회원이 아픈 목을 풀라고 당번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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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샤 회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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