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두 6명의 회원이 산행에 나섰다.
아주사 CVS 건너편 웰스파고 은행 앞에 주차하고 카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교회는 못 가지만 하늘과 제일 가까운 산정에서 기도할 예정.
한국은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지만 이곳은 초록색 산야.
쓸 일 없을 거라는 생각에 크램폰과 스페츠를 빼 놓았다.
크리스탈 레잌 캠프장에 도착해서 올려다 본 산정에 눈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저 정도라면 크렘폰은 없어도 될 듯싶다.
이제 올 해도 일주일만 남았다.
자연이 저 스스로 윤회하는 것처럼 시간도 저절로 가고 있다.
“무릎아 오늘도 잘 부탁한다”라는 주기도문을 외우고 출발.
콧구멍으로 흡입되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동계 산행이 될 터.
내년 봄까지 크렘폰은 필수 장비가 될 것이다.
노래가 나온다.
목로주점 멜로디에 가사를 바꾸어 부르니 제법 그럴듯하다.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배낭을 맨 친구 오랜 악우야...”
“월말이면 월급타서 로프를 사고...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누구에게나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이 있겠다.
그러나 그건 속세의 일.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신선이 되러 산을 오르는 것이다.
물론 산행도,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없다.
피할 수 없다면 부딪치라는 말은 과연 공자 말씀이다.
부딪쳐 오르다보니 윈디 갭에 도착한다.
이곳부터는 눈이 제법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 트룹 피크는 가파른 사면을 길게 돌아가는 코스.
추락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파른 절벽의 얼어붙은 눈길.
눈 표면이 얼어붙은 걸 등반용어로는 ‘크러스트’가 되었다고 한다.
모두 크렘폰을 꺼내 착용했다.
카풀할 때 산이 푸르다고, 배낭에서 쇠발톱을 추방시킨 어떤 키 큰 꺼벙이.
역시 눈은 믿을 게 못 된다.
가는데 까지 가다 안 되면 돌아 서자고 합의.
크렘폰 없이 모험을 할 일이 아니라는 결론.
그럴 때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산이 양지바른 아이슬립 봉.
작년에도 이런 상황에서 아이슬립으로 올랐는데 거기서 천국을 만난다.
이 말의 의심스러우면 작년 산행방에 증거 사진 있으니 찾아 볼 일.
정말 멋진 겨울왕국의 실체가 아이슬립 정상에 있었다.
그러나 올 해는 꽝.
8100피트가 넘는 산정이 눈에 덮였으나 설국은 아직.
산행 시작 전 생각한 약속대로 기도.
“우리와 인연이 있는 모든 분들이 만복 가운데 계시기를”
하늘과 한 뼘은 가까운 산꼭대기이니 기도빨이 잘 먹일 거라는 상상.
우리보다 먼저 오른 단 한 팀이, 정상 깡통에 감동? 요상한? 글을 남겼다.
해석을 해 드릴 수 있으나 스스로 읽으시기를 ㅎ
그 수첩에서 어느 한국인 흔적도 보인다.
우리팀을 대표하여 알리샤가 2023년을 보내는 흔적을 남겼다.
양지 바른 곳에서 점심을 하고 라운딩 하산길을 찾아 하산 시작.
훠이훠이 휘파람이 나오는 건 기분이 좋다는 말.
사는 게 별건 가, 이게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니던가.
이년이 가면 새 년이 온다는데 그 또한 반가운 일.
2024년도 산이 존재하는 한 우리 산악회원들은 행복할 것이다.
다음주 12월 31일 일요일은 조세핀으로 송년 산행.
조세핀에서 진짜로 2023년을 보내 버립시다.